[240722](월) [허균 얼 톺아보기] 성소부부고 살피기 011#
https://youtu.be/QdH6vVHQlm8
시부를 건너뛰면 제4권으로 문부(文部)1의 서(序)가 나옵니다. 그 서에 실린 첫번째 글이 기달산으로 돌아가는 이나옹을 배웅하는 글이 실렸읍니다. 이제부터는 있었던 사실을 글로 쓴 산문이라 풀이, 해석의 뒤틀림이 거의 없다고 여겨 신호열 선생님이 풀이해 놓은 것을 그대로 가지고 와 저의 생각을 살짝 보탤 참입니다.
✦문부1 서(序)
기달산으로 돌아가는 이나옹(李懶翁)을 전송한 서(序)
나는 젊었을 때 일찍이 예날의 문장 잘하는 사람을 사모하여 책이라고는 들여다보지 않은 것이 없었으니, 그 찬란하고 보배롭고 크고 아름다운 구경이 또한 많았다고 하겠다.
그런데 동파(東坡)가 능엄경(楞嚴經)을 읽고 나서 해외(海外)의 문(文)이 더욱 지극히 높고 묘하여졌고, 근세의 양명(陽明)과 형천(荊川)의 글도 모두 불경을 말미암아 깨우친바가 있다는 말을 듣고 속으로 아름답게 여기어 자주 상문(桑文)의 선비를 따라 소위 불교의 경전을 구하여 읽어보니 그 달견은 과연 도랑이 패어지고 하수가 무너지는 듯하며 그 뜻을 놀리고 말을 부리는 것은 나는 용이 구름을 탄 듯하여 아득해서 도무지 형상(形象)할 수가 없다. 참으로 글에 있어서는 귀신같은 것이었다.
여기서 동파(東坡)는 소동파를, 양명(陽明)은 왕양명을, 그리고 형천(荊川)은 당순지라는 인물을 가르킵니다. 또한 상문(桑文)은 ‘마치 뽕나무 잎을 먹고 자라는 누에들과 같이 오글거려 모여 글하는 선비들처럼’으로 이해하면 좋을 듯싶습니다.
시름겨울 때 그것을 읽으면 즐거워지고, 지루할 때 읽으면 정신이 나서, 이것을 읽지 않았으면 이 생을 거의 헛되이 넘길 뻔하였다고 생각하고 1년이 못되어 100여 상자를 모두 읽었는데 마음을 밝히고 성(性)을 정(定)하는 대목이 환하게 깨달아짐이 있는 듯하여 마음속에 엉켜 있는 세속의 일들이 훨훨 그 매임을 벗어버리는 듯하였다. 글이 또 따라서 술술 나와 넘실거림이 한계를 잡지 못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남몰래 마음에 얻음이 있다고 자부하여 아껴 보며 그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지난 해 고을 수령이 되었는데, 지역은 외지고 농사는 간략하여 매일 일이 별로 없기에 젊어서 읽었던 사자(四子로 사서四書를 말함)와 염락(濂洛)의 서적을 가져다 자세히 살펴보니, 이른바 불서의 성(性)을 논하고 심(心)을 논한 것은 비록 이치에 가깝다고 하지만 진실로 우리 유교와는 번번이 상반되는 것이고 그 환견(幻見)과 공설(空設)은 가지가지 천리(天理)에 위배되었다.
여기서 사자(四子)에 대하여 주(註)를 달아 놓았는데 다음과 같습니다. 사자(四子)는 네 사람 즉 공자, 증자, 사자, 맹자로 논어, 대학, 중용, 맹자이라고요. 그리고 염락(濂洛)은 염계 주돈이(周敦頤)의 태극도설(太極圖說)과 낙양(落陽)의 정호(程顥)와 정이(程頤)의 이정전서(二程全書)를 가리킨다고 했네요. 보통 사서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의 순으로 이야기를 합니다. 또한 정호(程顥)와 정이(程頤)는 두 형제인 정명도와 정이천를 말하며 공맹의 유학에 보다 근본적인, 형이상학의 철학과 실사구시적인 면을 덧붙인 것으로 여겨집니다. 항상 몸과 마음을 삼가면서 바르게 가지며, 그 근본이 되는 사물의 이치를 정확하게 꿰뚫는 지식을 얻는 일에 힘을 쏟았는데 이것은 후에 주자에 큰 영향을 끼쳐 주자학의 바탕이 된 것으로까지 보고 있읍니다.
그런데 이 문단의 끝자락에서 ‘우리 유교와는 번번이 상반’되고 ‘환견과 공설은 천리에 위배된다’고 하여 유학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사서가 그 사서에 위배된다고 하여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듯이 보입니다. 이것은 교산 허균이 논리적으로 모순이 되는 듯한 생각을 하였거나 아니면 풀이한 신호열 선생님의 풀이에 문제가 있지 않나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네요.
이제 다음으로 문제가 되는 점을 자세히 살펴보는 ‘허균의 살핌’이 이어집니다. 이것은 다음 시간에 살펴 보기로 하겠읍니다. 이처럼 시에서는 허균의 생각을 깊이 느낄 수가 없었는데 산문에서는 생각이 그대로 드러나 그 읽는 순서와 방법을 바꾼 것은 잘 한 듯이 여겨지네요.
이런 오늘도 고마움으로 무더위와 씨름을 하면서 견디어 봅니다. 정말 고마워요.
첫댓글 성소부부고의 시부를 건너 뛰었읍니다.
제4권'의 부부가 나옵니다.
산문 글입니다.
그 처음이 '기달산으로 돌아가는 이나옹(李懶翁)을 전송한 서(序)'입니다.
이처럼 산문이 허균을 이해하는 데 더 좋을 듯싶어 건너 뛴 것입니다.
혹, 기회가 있으면 한번, 살펴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