뻐꾸기 노래 들으며 숲길 걷고 붓꽃 흐드러진 동강변 거닐다
굽이치는 동강 줄기 아득한데 어라연·된꼬까리 세찬 물소리는 지척이다. 물소리마저 숲속에 잦아들면 뻐꾸기·딱따구리가 이 골짝 울리고 저 골을 때려 갈참나무 이파리들이 한바탕 뒤집어진다. 산줄기는 울창하고 물줄기는 장쾌하다. 동강 줄기가 용틀임하며 빚어낸 어라연·삼선암 절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동강변 잣봉(537m) 숲길이다. 내려오면 강변길은 산조팝나무·찔레꽃·붓꽃 흐드러진 꽃길이 된다.
동강은 영월 동쪽에 있다. 정선 땅인 상류쪽은 조양강으로 불린다. 태백 금대봉 자락 검룡소에서 발원한 물줄기가 골지천을 이루고 정선 아우라지에서 송천과 만난 뒤 오대산 자락에서 흘러온 오대천과 만나 조양강·동강이 된다. 동강은 영월에서 서강과 몸을 섞어 남한강 큰 흐름을 이룬다.
험한 산봉들을 감고 도는 동강 물줄기는 숱한 산굽이를 휘돌며 빼어난 경치를 만들어 보인다. 한때 동강댐 추진으로 수장될 뻔했던 경관이다. 동강을 만나는 방식은 두 가지다. 물길을 따라 래프팅을 하는 것과 주변 산줄기를 타면서 굽이치는 물줄기를 감상하는 것이다. 동강 주변엔 깨끗한 숲과 강물을 두루 즐기며 걸을 수 있는 트레킹 코스가 여럿 있다. 가볍게 둘러보는 한두 시간짜리 코스부터 1박2일짜리 장거리 코스까지 다양하다. 거운리에서 올라 잣봉 거쳐 어라연을 보고 강줄기를 따라 만지나루로 내려오는 코스를 타면 적당히 땀 흘리며 울창한 숲과 굽이치는 물줄기를 한꺼번에 만나볼 수 있다. 3시간30분 가량 걸리는 트레킹 코스(7㎞)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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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강변 돌밭길에는 붓꽃(왼쪽)·찔레꽃(오른쪽)·산조팝나무꽃들이 무리지어 피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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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읍 거운리, 거운교(섭새나루) 건너 거운분교 앞이 출발점. 수레가 다닐만한 널찍한 길에다 방향 팻말이 잘 세워져 있어 길을 잃을 염려는 없다. 처음은 네바퀴 산악 오토바이(에이티브이) 코스이기도 한 비포장길이다. 숲길은 5가구가 사는, 움푹 팬 분지마을 마차리를 지나면서 시작되는데, 널찍한 숲길은 곧 끝나고 가파른 오솔길이 10분간 이어진다. 능선에 올라서면 낙엽송숲 사이로 완만한 숲길이 펼쳐진다. 능선길을 따라 울창한 소나무숲을 거닐다보면 오른쪽 나뭇가지 사이로 까마득히 동강 물줄기와 산자락 외딴집 한 채(이해수씨 집)가 눈에 잡힌다. 물소리는 옛날 한강까지 나무를 운반할 때 뗏목꾼들이 애를 먹었던 거센 여울, 된꼬까리에서 들려오는 것이다.
기분좋게 밟히는 솔잎길을 따라 잣봉 꼭대기에 이르기까지, 두개의 작은 전망터를 만난다. 첫 전망터에선 삼선암쪽 일부 물길만 보인다. 가장 시야가 트인 곳이 두번째 전망터다. 왼쪽의 크게 굽이쳐 내려오는 물줄기와 어라연, 상·중·하선암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오래 앉아 푸른 물줄기와 산줄기, 바람결을 느끼고 맛보고 싶어지는 곳이다. 래프팅 보트 하나 없는 동강 줄기는 ‘때묻지 않은 비경’처럼 보인다. 래프팅은 산란기 물고기 보호를 위해 6월15일까지 금지된다.
잣봉 꼭대기엔 표지석과 방향 팻말이 있다. 전망은 좋지 않다. 하류 만지나루와 물길 건너 길운골 쪽 경치가 일부 보인다. 2가구가 사는 길운마을을 가려면 만지나루 부근에서 줄배를 타고 건너야 한다. 마차마을에서 정상까지 1.4㎞, 여기서 어라연까지는 급경사 숲길을 1㎞쯤 내려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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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라연 옆 절벽 위의 전망터. 물길은 절벽을 한바퀴 돌아 사진 오른쪽 아래로 빠지며 어라연·삼선암을 빚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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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나무숲과 참나무숲이 번갈아 이어지는 내리막길 끝은 삼거리다. 오른쪽이 하산길이고, 바위능선을 따라 100여m를 직진하면, 물길이 휘돌며 만든 물방울같은 지형의 끝까지 갈 수 있다. 동강 물줄기의 가장 빼어난 경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들어갈수록 길은 좌우가 바위절벽인 칼능선길이어서 조심해야 한다. 오른쪽 벼랑 밑으로 세 개의 신선바위(삼선암)와 주변의 깊은 소인 어라연이 손에 잡힐 듯하다. 왼쪽으론 두꺼비바위 등 바위 우거진 짙푸른 물줄기가 펼쳐진다. 돌아보면 방금 내려온 잣봉 꼭대기가 하늘같이 올려다보인다.
급경사 하산길을 내려와 강변 돌밭길을 따라 내려가는 돌밭길엔 붓꽃·찔레꽃·산조팝나무가 지천인 꽃길이다. 30분쯤 내려가면, 동강댐이 들어설 뻔했던 지점인 만지나루다. 여기까지는 거운분교쪽에서 차가 들어올 수 있다. 줄배가 놓인 길운골 들머리 지나 만나는 산비탈 어라연상회에 앉아 들이켜는 동동주가 꿀맛이다. 여기서 출발점 거운분교까지는 산길을 한시간쯤 걸으면 된다. 산길·강변길에선 물을 구할 수 없고, 휴대폰이 잘 터지지 않는다.
영월/글·사진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청령표·장릉에 밴 단종의 눈물과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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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단종 유배지 청령포. 황포돛배를 타고 물길을 건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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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은 조선 제6대 임금이었던 단종의 한과 넋이 서린 곳이다. 12살에 왕위에 올라 숙부 수양대군에게 찬탈당하고, 복위운동이 탄로나 유배된 뒤 사약을 받고 승하한 곳이다. 유배지였던 청령포와 묘 장릉이 있고, 단종의 유배와 얽힌 애절한 사연이 전해지는 지명들이 수두룩하다.
청령포는 단종이 왕위를 빼앗긴 뒤 성삼문·박팽년 등 이른바 사육신의 복위운동이 탄로나면서, 노산군으로 강봉돼 처음 유배생활을 한 곳이다. 삼면이 서강 물줄기로 둘려 있고, 뒤쪽은 험한 바위절벽이 가로막은 지형이다. 단종은 이곳에서 서강의 대홍수로, 고을 객사인 관풍헌으로 거처를 옮길 때까지 한달여 동안 갇혀 지냈다(1456년). 영조 때 세운, ‘청령포 유지비각’과 금표비, 단종의 유배생활을 지켜봤다는 거대한 노송 관음송, 당시 거처를 재현한 건물 등이 울창한 소나무숲 안에 자리잡고 있다. 단종의 발자취가 어린 노산대·망향탑 등도 볼 수 있다. 황포돛배를 타고 건너간다.
홍수로 거처를 객사로 옮긴 단종은 이듬해 금성대군 등의 복위운동이 발각돼 다시 서인으로 강등되고 마침내 사약을 받게 된다. 민간에선 사약을 받기 전에, 개를 잡는다고 알리고 밖에서 목에 맨 줄을 당기게 하여,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고 전해진다. 서강에 떠돌던 시신은 죽기를 각오한 엄흥도란 이가 수습해 몰래 묻었다고 한다. 중종 때인 59년 뒤에야 묘를 찾아 봉분을 갖췄고, 승하 241년 만인 숙종 때 노산군에서 단종으로, 능호도 장릉으로 하는 등 완전한 복위가 이뤄졌다. 능 경내의 엄흥도 정려각, 배식단사, 우물인 영천 등은 역시 아름다운 소나무숲에 둘러싸여 있다.
이병학 기자 leebh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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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월 여행정보(지역번호 033)=수도권에서 영동고속도로와 중앙고속도로를 번갈아 타고 내려가다 제천나들목에서 나가 38번 국도를 이용해 30분 가량 직진하면 영월이다. 청령포 등 팻말을 보고 국도에서 빠져나가면 된다. 동강 잣봉 트레킹 출발지인 거운리는 시내에서 태백쪽으로 가다 다리앞 네거리에서 좌회전해 다리를 건넌 뒤 번재 넘어 강줄기에 놓인 바위인 둥글바위 등을 보며 20여분 달리면 거운교에 닿는다. 다리 건너면 트레킹 코스 팻말이 있다. 차량이 두대라면 미리 만지나루쪽에 한대를 갖다 두고 돌아와 출발하면 막바지 한시간 밋밋한 산길걷기를 피할 수 있다. 마차마을까지도 차가 들어갈 수 있다. 거운리엔 사륜오토바이를 빌려주는 곳도 있다. 일부 산길과 강변길을 달릴 수 있다. 2시간 3만원. 만지나루 부근 어라연상회 375-1463. 읍내 상동식당(막국수) 374-4059. 낙원숯불갈비(소갈비) 374-7100. 청산회관(곤드레밥) 374-3030. 영월군청 문화관광과 (033)370-2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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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원본 게시글에 꼬리말 인사를 남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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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게시물이네요. 스크랩 해갈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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