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 군부, 통화 가치 안정 노력 지속... 신규 고액권 발행
미얀마 EMERiCs - - 2023/08/05
☐ 미얀마 군부, 최고 액면가 지폐 한정 발행 발표... 우려 확산
◦ 미얀마중앙은행, 최고 액면가 새 지폐 한정 발행 발표
- 7월 23일 미얀마중앙은행(Central Bank of Myanmar)이 현재 미얀마 국내에서 유통되는 최고 액면가인 1만 짯(한화 약 6,189원)의 두 배에 해당하는 2만 짯(한화 약 1만 2,378원) 지폐를 발행하겠다고 발표했다. 해당 지폐는 기념용으로, 7월 31일부터 한정된 양으로 발행이 시작됐다. 새 지폐의 앞면에는 동남아시아 문화권에서 행운의 상징인 알비노(Albino) 코끼리가 그려져 있으며, 뒷면에는 미얀마 인프라 개발의 상징인 두 개의 다리가 그려져 있다. 시민들은 수도 네피도(Naypyitaw), 양곤(Yangon), 만달레이(Mandalay)에 위치한 미얀마중앙은행 지점에서 손상된 저액권 지폐를 동일한 액면가의 지폐로 교환하는 방식으로 2만 짯짜리 지폐를 획득할 수 있다.
- 미얀마중앙은행은 새 고액권 발행 이유로 미얀마의 마라위자야(Maravijaya) 불상의 완성 기념을 꼽았다. 마라위자야 불상은 미얀마에서 주류 종교인 상좌불교의 상징이다. 또한 이번 화폐 발행은 미얀마에서 최근 출생한 흰 코끼리의 1주년 생일을 기념하기 위함이기도 하다. 흰 코끼리는 미얀마의 역사, 신화 및 불교에서 특별한 의미를 가지며, 행운과 권위의 상징으로 여겨진다. 미얀마의 여러 왕조는 흰 코끼리를 높은 권위와 귀족성을 상징하는 동물로 간주해왔으며, 현 미얀마 군부 또한 2022년 8월 초 흰 코끼리가 탄생했다며 대대적으로 홍보한 바 있다. 미얀마 현 당국의 다른 기관들과 마찬가지로 미얀마중앙은행 또한 군부의 통제 아래에 놓여있다.
◦ 미얀마 새 화폐 발행으로 불교 민족주의와 물가 불안정 우려 확산
- 한편 미얀마중앙은행이 화폐 발행의 이유로 종교적 이유를 주로 꼽은 데 대해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다. 법률매체 저리스트(Jurist.org)는 외부 기고인 칼럼을 통해 미얀마 군부가 화폐 발행을 통해 불교 민족주의를 확산시키고 있으며, 이는 미얀마가 매우 다양한 민족과 종교적 신념을 보유한 국가임을 고려할 때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일부 국민들의 종교적 신념에도 부합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특정 종교 신념을 고양시키려는 시도가 국가 공식적 차원에서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종교는 수십 년 동안 미얀마의 정치 환경에서 민감한 논의 주제로 간주되어 왔으며, 특히 미얀마 군부는 불교 중심주의에 기반해 여카잉(Rakhine)주의 무슬림 소수민족인 로힝야(Rohingya)족을 탄압하고 있다.
- 더불어 이번 통화 발행 발표로 미얀마 국내에서 물가 상승 및 경제 불안정이 야기될 것이라는 우려 또한 확산되고 있다. 저리스트 칼럼에 따르면 미얀마 군부의 화폐 발행 발표로 통화 정책 시행의 불확실성에 대한 불신이 확산되면서 비즈니스 및 투자 부문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더불어 고액권이 발행되면서 시중에 많은 돈이 유통되어 물가가 상승하고, 더 나아가 미얀마 짯의 가치가 하락할 것이라는 우려 또한 발생하고 있다. 미얀마에서는 특히 고령층이 통화시장의 변화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경향이 있다. 1987년 독재 정권 시절 지폐가 갑자기 폐화(廢貨)가 되면서 유통되는 화폐의 약 80%가 영향을 받았고, 이는 1988년 군부 통치 반대 봉기의 원인이 되기도 했다.
☐ 미얀마 외환 및 금 시장, 통화 발행 발표 후 대혼란 빠져... 반군부 정부, 반대 입장 표명
◦ 미얀마 군부, “화폐 발행, 통화 시장에 영향 없을 것” 주장
- 고액권 발행으로 물가가 상승하고 통화 불안정이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확산되자 미얀마중앙은행은 이례적으로 성명을 통해 해명에 나섰다. 7월 26일 미얀마중앙은행 통화관리국 국장 윈 민트(Win Myint)는 공식 웹사이트를 통해 중앙은행 차원에서 인플레이션을 방지하기 위해 환율을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밝혔다. 중앙은행은 매일 외화의 유입 및 유출을 면밀히 관찰하고 있으며, 시장의 외화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중앙은행은 고액권이 발행되었지만, 각 개인이 낡거나 손상된 지폐를 가져와 최대 3장의 새 지폐로 교환할 수 있도록 했으므로 지폐 발행이 물가 상승을 야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세계은행(World Bank) 데이터에 따르면 미얀마의 물가상승률은 2022년 9월에 전년 대비 18.3%를 기록했으며, 2023년 3/4분기 말에는 14%로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은행은 미얀마에서 수입 및 해외 결제에 대한 달러 수요가 증가함에 따라 미얀마 통화가 6월 초부터 암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미얀마 당국은 2020년 말 자국 통화가치가 40% 하락한 이후 고정 환율 체제로 전환한 바 있다. 윈 민트 국장은 중앙은행이 적절한 통화 긴축 정책을 적용하며 미얀마 짯의 가치 하락을 방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 미얀마 외환 및 금 시장, 한때 대혼란... NUG, “군부는 화폐 발행 권한 없어”
- 한편 고액권 발표 이후 미얀마 외환 시장은 크게 동요했으며, 금 가격 또한 변동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지폐 발행 발표 이후 미국 달러 대비 미얀마 짯 환율은 3,100짯(한화 약 1,919원)에서 3,400짯(한화 약 2,104원)으로 상승했고, 7월 25일에는 3,300짯(한화 약 2,043원)으로 마감했다. 외환 불안정으로 인해 해외에서 물품을 수입하는 미얀마 기업들은 거래를 일시적으로 중단했다. 7월 23일 화폐 발행 발표 이후 첫 공식 개장일인 24일 미얀마 외환 및 금 시장은 패닉에 빠진 매수자들이 몰리면서 정오까지 거래가 중단되기도 했다. 라디오프리아시아(Radio Free Asia)는 최근 금을 거래한 한 미얀마인과의 인터뷰를 인용해 7월 23일에는 23캐럿 금 1티칼(tical)이 310만 짯(한화 약 191만 9,672원) 정도였으나, 25일에는 350만 짯(한화 약 216만 7,372원)으로 올랐다고 보도했다. 1티칼은 주로 미얀마와 태국에서 사용되는 금의 무게단위로, 1티칼은 약 16.34그램에 해당한다. 또한 다른 미얀마 시민은 화폐 발행 발표 다음날인 7월 24일 금값 불안정으로 양곤의 일부 금은방들이 문을 닫았다가 다음날 다시 영업했다며, 금이 더 이상 안전한 투자 자산으로 여겨지지 않게 되었다고 말했다.
- 미얀마의 민주 세력 임시 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 National Unity Government)는 미얀마에 닥친 금융 위기 때문에 정권이 고액권 지폐를 발행한 것이며, 군부는 화폐를 발행할 권한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민 자야르 우(Min Jayar Oo) NUG 기획재정투자부(Ministry of planning, finance and investment) 차관은 군부가 제한된 수량의 지폐만 유통하겠다고 했지만, 이는 재정난 해결이라는 더 큰 목적을 위한 도입 단계일 뿐이라고 말했다. NUG는 새 2만 짯 화폐를 테러 조직에 의해 인쇄된 것으로 간주할 것이라고 밝혔다.
< 감수 : 윤진표 성신여자대학교 교수 >
* 참고자료
Thai PBS World, Fears of further depreciation after Myanmar’s new 20,000 Kyat note announcement, 2023.07.29.
Bangkok Post, Myanmar attempts to stabilise currency, 2023.07.27.
Radio Free Asia, Myanmar junta’s new banknote causes gold prices, currency value to fluctuate, 2023.07.25.
Jurist, Myanmar dispatch: military junta’s announcement of new currency printing celebrates Buddhism but reflects and promotes instability, 2023.07.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