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길고양이와 전쟁 선포 “멸종위기동물 보호”
최대 500만마리 추정 외래 침입종
쥐캥거루 등 매년 20억 마리 희생
중성화 수술-안락사 등 방안 논의
지자체들도 통행 금지 등 힘 보태
야생 왈라비를 물고 가는 호주 길고양이. 사진 출처 호주침입외래종위원회(ISC) 홈페이지
호주가 ‘길고양이와의 전쟁’을 선포했다. 멸종위기에 처한 수천 종의 희귀 생물이 길고양이에게 공격받고 있어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이유에서다.
시드니모닝헤럴드 등에 따르면 태냐 플리버섹 호주 환경장관은 6일(현지 시간) ‘국가 멸종위기종의 날’을 맞아 “길고양이는 걸어다니는 무자비한 살인자”라면서 “우리가 지금 행동하지 않으면 토착동물은 살아남을 기회를 얻지 못한다”고 밝혔다.
플리버섹 장관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매일 밤 600만 마리, 매년 20억 마리가 넘는 생물을 해치고 있다. 쥐캥거루, 주머니개미핥기, 호주산 토끼 ‘그레이터 빌비’ 등이 대표적이다. 그는 “멸종위기 동물 보호를 진지하게 여긴다면 가장 큰 살인범 중 하나(길고양이)에 대항해야 한다”며 “길고양이와의 전쟁에서 승리하기 위한 계획을 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경부는 연내에 구체적인 세부지침을 발표하기로 했다. 길고양이에 대해 중성화 수술 등을 시켜 개체 수를 조절하고, 일반 가정에서 기르는 반려 고양이에게는 통금시간을 둬 야간에 밖으로 나올 수 없도록 하는 내용 등이 초안에 포함됐다. 가구당 기를 수 있는 고양이 수를 제한하고, 야생에서 포획한 고양이를 안락사시키는 방안 등도 논의되고 있다.
호주 길고양이의 수는 최대 500만 마리로 추정된다. 호주 내 생태계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외래 침입종으로도 알려져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길고양이는 지난 200년 동안 호주에서 멸종된 포유류의 약 3분의 2에 영향을 줬다. 유엔 자문기관 생물다양성과학기구(IPBES) 또한 호주가 세계의 다른 어떤 대륙보다도 더 많은 토종 포유류를 길고양이 등에 의해 잃고 있다고 진단했다.
이미 일부 지방자치단체들은 자체적으로 길고양이와의 전쟁에 나섰다. 최근 빅토리아주는 고양이 주인들에게 “특정 시간에는 반드시 고양이를 집 안에 두라”고 당부했다. 행정수도 캔버라 당국 또한 올 7월부터 고양이에게 통행금지 조치를 내렸다. 일부 고양이 애호단체를 제외한 주요 환경단체도 정부의 계획을 지지하고 있다.
김보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