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26일(수)*
▲나훈아의 새 노래
◾하얀 새벽, 여섯 이야기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 (카톡)
◀기장 갈매기
◀타투
◀삶
◀아름다운 이별
◀가시버시
◉도대체 나이가 몇인데
저렇게 정열적으로 노래하지?
나훈아의 공연을 보는 사람들이
갖는 의문입니다.
나훈아 나이는 몇 살일까?
많은 사람이 헷갈립니다.
공식적으로는 1947년생으로
일흔여섯 살이라고 합니다.
호적상에는 1951년생
토끼띠로 일흔두 살입니다.
본인이 똑 부러지게
이야기를 안 하니 정확한 것은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가 부산 대동중학교
다니던 때 지인들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호적 나이이거나
그보다 한두 살 많은 쪽에
무게가 실립니다.
◉나훈아가 보름 전에
데뷔 56주년을 기념하는
신곡 6곡을 발표했습니다.
데뷔 56주년이면 1967년에
데뷔했다는 이야기가 됩니다.
아무래도 이른 데뷔로
나이가 고무줄이 됐을
가능성이 있어 보입니다.
그래도 아무튼 70대 초중반입니다.
그 나이에 그가
직접 작사 작곡한 뒤
불러서 내놓은 노래에서는
노년의 중후한 맛과 함께
의외로 살아 있는
젊은 세대의 감각을
여러 곳에서 만날 수가 있습니다.
그렇다면 나훈아에게
나이 논란은 큰 의미는
없는 것 같습니다.
◉자고 세면 카톡으로
문자를 주고받는 일은
대부분에게 일상이 돼 있습니다.
젊은이들의 사랑도
이 카톡의 주요 매개체가
되고 있습니다.
카톡 소리로 뒤덮인 세상을
절묘하게 패러디한
나훈아의 새 노래가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카톡)입니다.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카톡,
카톡이는 세상-
사랑은 무슨 얼어 죽을
사랑이야! 카톡!’
◉카카오톡의 문자 알림음으로
어떻게 트롯 가요를
제작하려고 생각했을까?
파격적인 발상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것도 단순한 가사와
쉬운 멜로디로 마법같이 엮어낸
매혹적인 노래입니다.
무심코 지나치고 카톡 관련
노래를 만들 생각을 하지 못한
후배 젊은 가수들은
나이 많은 노인 선배에게
크게 한 방 맞은 꼴입니다.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진
뮤직비디오도 재미있습니다.
10대 아이돌의 뮤직비디오
못지않게 톡톡 튀는 재치와
위트가 넘칩니다.
애니메이션이 아니었으면
노래의 맛과 매력을 살리기가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애니메이션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든 자체가
젊은 감각이 상당하다는 것을
말해줍니다.
잠이 안 오는 하얀 새벽에
기타치고 피아노 두드리며
만들었다는 노래입니다.
나훈아는 이번에 신곡을
내놓는 방식도 기존과 달랐습니다.
앨범이 아니라 노래마다
뮤직비디오를 제작해 그것으로
노래를 선보였습니다.
반도네온의 연주 위에 특유의
비음 섞인 트롯 창법으로
카톡거리는 나훈아의 노래를
첫 번째로 만나봅니다.
https://youtu.be/HU6RxqSEA2Y
◉그래도 이번 신곡에서 역시
하이라이트는 ‘기장 갈매기’입니다.
특히 남성 성인 팬들 사이에
인기가 높아 조회수가
나온 지 2주 만에 백 만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기장은 부산광역시 안에 있는
유일한 군(郡)입니다.
해운대에서 송정과 기장, 일광으로
이어지는 부산 동북부
바닷가 지역에 있습니다.
기장에서 만들어진
가장 친숙한 노래는 최백호의
‘낭만에 대하여’ 입니다.
최백호가 고향인 기장에서
부산으로 통학하면서 만난
첫사랑 그 소녀가
이 노래를 탄생시켰습니다.
이번에는 나훈아가
‘기장 갈매기’를 등장시켜
부산을 알리는 노래로
만들었습니다.
여기서 ‘기장 갈매기’는
의리를 최고 덕목으로 삼는
부산 사나이를 상징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이 노래의 뮤직비디오 속에서
나훈아는 하와이언 풍의 셔츠와
청바지를 입고 양손을 교차해
날개처럼 퍼덕이는 갈매기 춤을
선보입니다.
또 조폭들과 싸워서
물리치는 연기까지 했습니다.
촬영은 기장군 대변항과
연화라 해녀 촌 등지에서
진행됐습니다.
이곳 주민들은 이 지역이
나훈아 덕분에 새 관광지로
떠오를 것을 은근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기장 갈매기’가
부산을 소개할 차례입니다.
기장 갈매기는 ‘갈매기의 꿈’처럼
부산 상공을 날아다니며
부산을 소개합니다.
기장 포구와 오륙도에서 출발해
사랑에 빠지는 해운대,
이별한다는 영도,
밤의 유흥을 상징하는 남천동,
낙조가 아름다운 다대포,
일출의 명소 송도를 거쳐
내친김에 부산의 새 상징
광안대교까지 접수한다고
노래합니다.
양념으로 출연한 갈매기가
울음으로 장단 맞추며
연기하는 장면도 재미있습니다.
코믹 감성으로 만들어 낸
‘기장 갈매기’의
뮤직비디오입니다.
https://youtu.be/NL2W7DKzZV4
◉나훈아는 이 노래와 관련해
포인트 안무와
1분짜리 짧은 동영상, 쇼츠까지
만들어 내놓았습니다.
아이돌의 대세 전략에
뒤지지 않고 동참하겠다는
의미입니다.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로는
문성재의 ‘부산 갈매기’와
조용필의 ‘돌아와요 부산항에’를
꼽을 수 있습니다.
두 가수 모두 부산 출신이 아닙니다.
부산 출신의 나훈아가 부른
‘기장 갈매기’가 또 하나의
부산을 대표하는 노래에
추가될 수 있을지
지켜볼 만합니다.
◉나훈아가 직접 모는
할리 데이비슨 오토바이의
굉음과 락 사운드가 뒤섞여
나오면서 요란스럽게 시작하는
‘타투’입니다.
타투는 몸에 새기는 문신입니다.
이미 끝난 사랑인데도
몸에 남은 문신처럼
잊지 못하는 사랑을 담은
노래입니다.
‘사랑은 타투인가?
지워지지 않는 그림
지울 수가 없는 그림’
이 가사에 모든 이야기가
압축돼 있습니다.
하드록에 블루스풍의
트롯 사운드를 접목시켰습니다.
이 노래 역시
나훈나가 문신을 새기는 장면과
오토바이 타는 장면으로
쇼츠를 제작해 선보였습니다.
https://youtu.be/2SxYhA-X1e4
◉나머지 세곡은 나훈아의
통상 스타일로 만들어진
감성의 노래들입니다.
나훈아의 전공인
정통 트롯 스타일로 부른
노래 ‘삶’부터 들어 봅니다.
그동안 많은 노래들을 통해
인생과 삶을 이야기해 온
나훈아입니다.
인생을 살 만큼 산
70대 노인네가 정리해본
이번 삶은 어떤 모양일까?
맑은 날엔 새벽 별을 헤아리며
비 오는 날엔 빗소리를 들으며
그려낸 그의 삶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아무리 더하고 나누어도
본전인 삶,
허무인 그저 그런 삶입니다.
통상의 나훈아 모습으로
노래하는 ‘삶’입니다.
https://youtu.be/dQPlnJ6SYR0
◉역시 멜로디와 목소리의
조화를 통해서 특유의 애절함을
느끼게 해주는 나훈이표
정통 트롯 스타일의 노래
‘아름다운 이별’도 여섯 개
이야기 속에 들어 있습니다.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의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힘든 사랑 후 이별을 맞이하게 돼
서로의 행복을 빌어주는
아름다운 헤어짐을 노래했습니다.
노래 분위기와 어울리는
춤사위가 인상적인
뮤직비디오를 만나봅니다.
https://youtu.be/IONYz6LNZgA
◉헤어지는 마당에
아무리 아름다우면 뭣합니까?
헤어지지 않고 오순도순
죽을 때까지 함께 사는 게
최상입니다.
나훈아의 새 노래 마지막 곡은
바로 그것을 노래한
‘가시버시’입니다.
아내와 남편, 부부(夫婦)를
일컫는 우리말입니다.
부부가 자신들은 낮추어
이야기할 때 스스로
가시버시라고 부릅니다.
‘오늘 혼인한 저희 가시버시는
어떤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한마음 한뜻으로 꿋꿋이
헤쳐나겠습니다.’
그렇게 혼인한 가시버시가
평생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며
오순도순 살아가는 노래입니다.
편안한 멜로디와 흉내 내기
어려운 나훈아의 가창력이
조화를 이루면서 행복한
‘가시버시’를 느끼게 해줍니다.
https://youtu.be/51FjM7H21DU
◉앞서 ’삶‘이란 그의 노래를
들었지만 자기 방식으로
카리스마를 가지고 살아가는
나훈아의 모습이 보기 좋습니다.
기자회견장에서 바지 지퍼를
내리는 초강수로 야쿠자 관련
헛소문을 잠재운 사례가
가장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한 대중문화 기자는
’땅으로 내려왔던 셀러브리티가
다시 하늘에서 빛나는
별로 올라갔다고‘평했습니다.
‘어떤 정치인이나 지도자에게서
찾아볼 수 없었던 카리스마’
라는 게 한 대중음악가의
칭찬이기도 했습니다.
그 사건은 헛소문과
허위사실 유포에
연예인들아 적극 대응하는
쪽으로 기조를
바꿔 놓기까지 했습니다.
◉노래방 반주기에 수록된 노래가
가장 많은 가수가 나훈아입니다.
그 가운데 나훈아가 직접 만든
노래가 8백여 곡이나 됩니다.
어떤 싱어송라이터도
그렇게 많은 곡을 쓴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트롯의 황제’, ‘가황(歌皇)이라는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좋지만
’황혼의 싱어송라이터‘라는
이름도 노년에 어울린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신곡만 놓고 본다면
‘하얀 새벽의 싱어송라이터’도
괜찮아 보입니다.
얼마 남아 있는지 모르지만
남아 있는 인생을
다른 사람을 위해, 자신을 위해
알차게 채워가는 나훈아의
삶은 같은 나이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 줍니다. (배석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