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살코스테
형 석
40페이지쯤
그런데 42페이지
더 참회해야겠네
“어떤 동물의 코를 이식하셨습니까”라는 제목
재의 수요일부터 성 토요일까지
지겹도록 생선만 먹었다는 사람들이
피쉬 앤 칩스를 만들었다는데
의심을 숨기기에 적당한 코가 필요해
깨진 달걀이 쌓인 동산에서
깨진 그를 기다려야 하니
깨진 생각들로 코가 잠들지 못한다
오늘은 사순 4주간
코앞에서 봄이 망설이네
나를 무너지게 하는 것은 혹시나 하며 걸어둔 십자가
킁킁거려도 무슨 색깔인지 떠오르지 않아
코를 막고 나를 칭칭 묶어주는 기도를 해야겠네
Heil Jesus Heil Jesus
그런데 기도를 참 더럽게 배웠나 봐
손가락이 자꾸 굵어져
손바닥 사이로 잿빛 눈썹이 보인다
버려진 밤의 테두리로 크루통을 만들어야지
씹을 때마다 탬버린 소리가 날 테니
부활절엔 토끼의 강론을 듣고 싶다
코가 낮아도 사랑받는다는 이야기를
콧대를 어느 정도로 높여야 할까
코와 입, 눈과 귀의 순서를 바꾸면 미래가 뚜렷해질까
사육제에서 미처 빠져나오지 못한 코들을 꿰어
십자가에 걸어야겠네
잠들지 못한 코들을 돌리며 묵주기도를 드려야겠네
맑은 콧물이 멈출 때까지
기도가 뚜렷해질 때까지
31
31명이 납치됐습니다. 그들을 구하기 위해 베스킨과 라빈스가 미그 31을 타고 캘리포니아 사막을 폭격합니다. 뾰보보보보봉, 게임이 끝나면 나와 마랭 메르센은 수학의 정석을 펼쳐 놓고 소수Prime No를 찾습니다. 차가운 빛이 가득했던 어제는 너를 잊고 있었는데, 생일인 줄도 모르고 있었거든, 말할 수 없어도 말을 하지 그랬어, 바닐라 색이 먹고 싶다고. 궁금해, 내일은 어떤 맛을 고를지, 여러 맛을 섞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너는 충분하다며 입술을 감췄지. 그러니까 매일매일 색다른 맛이 필요해. 극장 앞에서 만날까? 첫눈 내리는 날, 더 추워지기 전에 꼭 만나자. 바다가 보이는 극장, 31번지 너머 기다리고 있을게. 삼십 일이 지나고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흐물거리는 시간도 지났네. 눈물 흘리는 물고기를 보았습니다. 슬플 때는 하나도 슬프지 않아서 눈물 맛은 나지 않습니다. 썰물이 만들어 낸 골목에서 언니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언니는 맨드라미 립스틱이 갖고 싶다고 했는데, 바다의 정원은 어디였을까? 게임은 끝났습니다. 달력에는 31이 없으면 좋겠습니다. 바다의 빗장을 풀면 나는 31번지에 산 적이 있습니다. 노래방 목록엔 카더가든의 31이 빠졌습니다. 바다에 빠진 경험은 없습니다. 뭔가 빠뜨린 게 있는 거 같아서 나는 메기의 추억만 부릅니다. 언제든지 납치될 준비는 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