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다가 발견한 한 점의 작품에 빠져들어 작가인 라울 뒤피가 궁금해지고
또 다른 그의 작품을 탐닉하듯 찾아보며 이 작가의 작품들을 실제 만날 수 있기를 고대하고 있었다
이 작품과 잘 어울리는 이 여름, 드디어 라울 뒤피를 만날 수 있었다
예술의 전당에서 작품으로 말이다
라울 뒤피가 사용한 푸른빛은 이 여름을 청량하게 만들어준다
프랑스 남부의 지중해 긴 해안을 프랑스어로는 '코트다쥐르'라 하고
영어식으로는 '리비에라'라고 불린다
이곳 여행 중 가이드가 두 단어를 계속 번갈아 사용하니 헷갈렸는데
돌아와 찾아보니 프랑스어와 영어의 차이였다
이 긴 해안에 모나코, 니스, 칸, 앙티브 등이 다 있으니 실로 떠올리기만 해도 설레이는 곳이다
강렬한 햇살, 짙푸른 바다색, 여유 있는 웃음과 사랑, 낭만으로 표현되는 설렘
입구부터 그래, 역시 뒤피의 컬러는 이거야! 하는 느낌으로 푸른빛이 반겨줬다
사진촬영 구역이 엄격히 구분되어 있어 좋아하는 작품을 많이 담아 오지 못한 건 아쉽지만
그래도 촬영이 허락된 구역에서
바다를 그린 작품이나 뒤피의 개성이 담김 그림 몇 장을 나의 갤러리에 담아 올 수 있어 다행이다
누구나 그러하겠지만
뒤피 역시 선배들의 화풍인 인상파 야수파 입체파 등을 두루 섭렵했었다
그리고 자신만의 화풍을 정립해 개성을 담아가기 시작했다
화가의 삶이 너무나 궁핍했던 시대에, 몇 안되는 궁핍에서 벗어난 화가의 작품은
감상할 때 마음이 편안하다
안쓰럽고 안타깝고 처절한 느낌을 받지 않아 그럴지도 모르겠다
뒤피는 직물에 무늬를 새기기 위해 판화를 도안하고 자신의 공장까지 차릴 정도로 사업수완도 좋았던 작가다
이 작품을 보고 친구들과 프린트다, 직조(태피스트리) 다 하며 의견이 엇갈렸는데
뜯어진 부분이나 여러 정황으로 보아 직조로 마음이 기울어졌다
확인해 보니 역시 직조였다
어머나!
지금 걸어도 전혀 촌스럽지 않을 색감과 무늬다
패션 디자이너 친구를 둔 덕에 직물에 무늬를 찍어 사업적으로도 성공을 거두고
명성도 얻었다고 한다
일러스트, 판화 등 생활 속 작품들을 많이 작업했다
소설, 시집 등 다양한 장르에서 작품활동을 한 작가이기에
각 장르에 어울리는 판화기법을 선보였다
에칭, 석판화, 목판화 등
특히 기욤 아뽈리네르의 동물시집인 '오르페우스 행렬' 삽화는 매우 강렬하게 보였다
미라보다리의 낭만을 읊었던 시인의 동물시집이 무척 궁금해졌다
황현산 님의 번역본이 한국에도 있다고 한다
내가 무엇보다 궁금한 작품은
파리 현대미술관 내부 중앙에 전시된 '전기 요정' 작품이다
뒤피는 이 작품을 의뢰받고 10개월 만에 완성했다고 했는데
화학자 자크 마로제가 개발한 마로제 기법 덕분이었다고 한다
마로제 기법은 기름과 물을 섞은 페인트를 빠르게 건조하는 기법이라고 한다
뒤피는 이 작품을 하면서 거의 온몸의 에너지를 소진시켜 회복하기 어려웠다고 한다
어쩌면 죽음과 맞바꾼 작품이라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뒤피는 이 작품을 제작하고 소장하고픈 마음에 판화작품으로 부분부분 다시 만들었다고 한다
이번 전시회에 그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아이스토 텔레스, 아르키메데스, 탈레스, 뉴튼, 레오나르도 다빈치, 볼트, 와트, 에디슨, 퀴리부부 등의 인물을 찾아보는 재미가 있다
전기의 요정 아이리스나 제우스 신 등도 크게 보인다
전기의 발명에 관련된 모든 인물들과 사용되는 모습을 그렸다고 한다
라울뒤피 작품전은 예술의 전당과 더 현대 미술관에서 동시에 진행 중이다
더 현대 미술관의 작품도 보고 싶어 지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