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여행] 부산 태종사 30여 종 5천 그루 만개…수국농원 수두룩 수안마을에선 축제
기자명 김미영 기자
금강일보 기사 입력일 : 2019.06.22.
6월 넷째 주말인 22일과 23일에는 영남권 곳곳에서 다채로운 색깔로 화사하게 핀 수국꽃을 보러 가자.
부산 영도구 바닷가 관광명소인 태종대는 전국에서 가장 다양한 수국꽃을 볼 수 있는 명소로 유명하다.
수국농원이 즐비한 김해 대동 수안마을에서도 탐스럽게 핀 수국꽃이 관광객들을 맞이할 채비를 끝냈다.
◇ 5천 그루 수국 매력에 흠뻑
부산 영도구 최남단 태종대유원지에는 30여종 5천 그루의 수국이 피는 명소가 있다.
태종대유원지 입구에서 20여분간 산책로를 따라 걷다 보면 나오는 '태종사'가 바로 그곳이다.
1976년에 세워진 근대 사찰로 설립 당시 주지였던 도성 스님이 세계 각지에서 가져온 30여 종류의 수국 5천 그루를 심어 여름마다 탐스럽게 피는 꽃으로 유명하다.
수국은 초여름에 가지 끝에서 망울을 터트린 뒤 6월 말과 7월에 만개한다.
종류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처음에는 수수한 흰색을 띠다가 점차 청색이 되고 다시 붉은색을 더해 나중에 보라색으로 변하며 꽃 색깔이 바뀌기도 한다.
수국 시즌이면 태종사는 발 디딜 틈이 없다.
특히 내주 29일부터는 이곳에서 '수국꽃 문화축제'가 열리는데 수국을 보려면 오히려 축제 전인 지금이 가장 좋다.
한적하게 수국을 감상하기 위해 이른 아침부터 이곳을 찾는 관광객도 많다.
수국을 보고 난 뒤에는 태종대유원지를 한 바퀴 둘러보자.
태종대 광장에서 시작하는 산책로는 둥글게 연결되기 때문에 좌우 어느 방향으로 출발하든 입구로 돌아올 수 있다.
해발 250m 태종산을 중심으로 해송과 수목이 울창한 숲을 이루고 해안에는 깎아 세운듯한 절벽과 기암괴석이 관광객을 반기는 곳이다.
언제부턴가 사람들은 부산하면 해운대 바다를 공식처럼 떠올리지만 사실 부산사람의 화끈한 기질을 닮은 바다는 태종대 앞바다다.
날씨가 궂은 날에는 거대한 바위 절벽을 향해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무섭게 파도가 치다가도 맑은 날은 에메랄드빛 파도가 하얗게 부서지며 예쁜 풍경을 자랑한다.
날이 좋을 때는 태종대에서 약 56㎞ 떨어진 일본 대마도도 희미하게 보인다.
수국농원이 즐비한 경남 김해시 대동면 수안마을 일대에서도 다음 주 수국 축제를 앞두고 수국이 소담스럽게 피었다.
수국꽃 언덕길과 수국 테라스 정원이 보는 이들의 감탄을 자아내게 할 정도로 아름답게 꾸몄다.
[밀물썰물] 태종사 수국
부산일보 기사 입력일 : 2022-06-05
임광명 논설위원
‘두두물물(頭頭物物) 처처불상(處處佛像)’이라 했다. 물건 하나하나, 세상 모든 곳에 부처가 있다는 이야기다. 우주에 삼라만상이 담겨 있지만, 꽃 한 송이도 우주를 속에 품고 있는 법이다. 불가에서 말하는 화장세계(華藏世界)다. 그런 화장세계를 연상케 하는 꽃이 불두화다. 불두화는 수백 개의 작은 꽃들이 동그랗게 모인 군집화다. 수많은 꽃들이 하나의 꽃을 만들고 동시에 그 하나의 꽃이 수많은 꽃을 품었다.
불두화(佛頭花)라는 이름은 꽃 모양이 석가모니 부처의 곱슬한 머리카락인 나발을 닮아 붙여졌다. 피는 시기가 사월초파일 즈음이라 ‘부처의 꽃’으로 불리기도 한다. 거기다 불두화의 꽃말이 제행무상(諸行無常)이다. 이래저래 불교와 잘 어울리는 꽃인지라, 불두화로 화단을 꾸며 놓은 절이 많다.
이 불두화의 겉모습이 수국을 닮았다. 수국도 미세한 꽃들이 무리를 이루어 꽃 모둠을 형성해 그 탐스러움이 불두화와 비슷하다. 성급히 보면 둘을 구분하지 못하게 된다. 하지만 수국은 범의귀과, 불두화는 인동과 식물이다. 수국의 잎은 깻잎처럼 둥글고 불두화 잎은 세 갈래로 갈라져 있다. 개화 시기도 수국이 불두화보다 한 달가량 늦다. 무엇보다 수국은 불두화보다 훨씬 화려하고, 꽃말도 냉담, 변덕 등이라 불교와는 썩 어울리지 않는다.
부산 영도에 있는 절 태종사는 수국으로 유명하다. 해마다 초여름이면 절 안팎이 수국으로 물든다. 2006년부터는 수국이 만발할 무렵 축제가 열려 전국에서 감상객이 몰렸다. 태종사의 수국은 이 절의 조실로 있는 도성 스님이 수십 년간 가꾼 것으로 알려져 있다. 출가 70년의 도성 스님은 경남 합천 해인사 주지를 지낸 조계종 스님이지만, 동시에 스리랑카, 태국 등에도 따로 승적을 둔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그런 고승이 수국과 불두화를 구분하지 못했을 리 없다. 그렇다면 깊은 뜻이 따로 있을 것이다. 불두화와 수국을 경계 지음 또한 버릴 일, 불두화에서 부처를 봤다면 수국에서도 부처를 찾으라, 그리 짐작해 본다. 수국으로 인해 그동안 수많은 사람이 마음을 다스릴 수 있었다면 그 또한 큰 공덕일 테다.
태종사 수국이 최근 극심한 가뭄으로 크게 훼손됐다고 한다. 지난 2년간 코로나19 때문에 축제를 못 열었는데, 이번엔 많은 수가 말라 죽어 축제를 취소했다니 안타깝다. 수국이 다시금 태종사를 장엄토록 얼른 많은 비가 내리길 고대한다. 5일 살짝 내린 이런 비로는 턱도 없다.
영도 태종사 위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