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염창권
그림자를 앞세우는 날들이 잦아졌다
캄캄한 지층으로 몰려가는 가랑잎들
골목엔 눈자위 검은 등불 하나 켜진다
잎 다 지운 느티나무 그 밑동에 기대면
쓸쓸히 저물어간 이번 생의 번언이듯
어둔 밤 몸 뒤척이는 강물 소리 들린다
몸 아픈 것들이 짚 더미에 불 지피며
뚜렷이 드러난 제 갈비뼈 만져볼 때
맨발로 걷는 하늘엔 그믐달이 돋는다
젖 물릴 듯 다가오는 이 무형의 느낌은
흰 손으로 덥석 안아 날 데려갈 그것은
아마도, 오기를 하면 이맘쯤일 것이다.
-《유심》 11월호
출처 :
그동안 발행했던 『(한국작가회의 시조분과가 선정한) 좋은 시조』를, 계간 《좋은 시조》가 창간됨에 따라 『(계간 《좋은 시조》가 선정한)좋은시조』로 명칭을 바꿔 발행합니다.
2015년 한 해 동안 각종 문예지 및 동인지 등에 발표된 작품 중에서 선정위원 21명의 추천을 받아 수록했습니다.
-선정위원 : 강인순, 김선희, 김영재, 김윤숙, 김윤승, 김진수, 김진숙, 김태경, 박성민, 박시교, 박옥위, 변현상, 신필영, 염창권, 이송희, 이승은, 이영필, 이종문, 전연희, 정용국, 홍성란
책 제목 : 2016 좋은 시조
초판1쇄 : 2016년 3월 28일
지은이 : 박시교⸱김영재 외
펴낸이 : 김영재
펴낸곳 : 책만드는 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