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반전은 없었다. 결과를 뒤집지는 못했다. 과정에서 배움이 컸겠다. 결과가 안겨다 주는 한순간의 기쁨보다 과정 속에서 경험한 쓰라림이 더 큰 성장을 가져다주었을 것이라 믿는다. 승리를 원하며 패배를 맛보지 않으려 한다. 패배에서 오는 배움은 무엇보다 강렬하다. 오랜 기억으로 남는다. 패배를 통해 교훈을 얻는다. 패배감이 아니라 또 다른 반전을 노릴 기회가 된다. 패배는 승리보다 더 많은 것을 가르쳐준다. 실패를 통해 단련이 된다. 단련 없이는 감동을 줄 수 없다.
매년 이맘 때면 학교마다 학생자치회를 구성하기 위해 임원을 선출한다. 초등학교도 예외가 아니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후보들의 연설을 듣고 투표소에서 소중한 권리를 행사한다. 투표함에 투표용지를 넣는 아이들의 눈빛이 진지하다. 자신을 뽑아달라고 호소하는 후보들마다 나름 특징이 있다. 소신 껏 자신의 의지를 표현하는 후보도 있지만 상투적인 의례적인 인사말로 그치는 후보도 있다. 공약 또한 그렇다. 자신만의 시선으로 참신한 아이디어를 내 건 후보도 있지만 누구나 내 걸 수 있는 공약을 내 건 후보도 있다. 어떻든 후보들도 사활을 걸고 연설에 임한다.
기호 3번 안석뽕. 캐치 프레이즈가 참 재밌다. 누구의 아이디어였을까? 한석봉을 연상케 하는 후보의 이름으로 강인한 인상을 남기는 유세 과정이 어른의 시각으로 보았을 때도 인상적이다. 전략적이다. 자신의 강점을 잘 나타내주는 그 무언가의 문장을 만들어낸다는 것은 기가 막힌 전략이다.
『기호 3번 안석뽕』의 또 다른 관전 포인트는 대형 마트에 맞선 소상공인들의 투쟁이다. 전통시장의 상인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시장 골목에 대형 마트가 들어선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시장주의의 논리에 따라 대형 마트가 입점한 것은 사실이나 오랫동안 터를 잡고 생계를 이어온 전통 시장 상인들에게는 마른하늘에 날벼락이다. 이에 어린아이들이지만 그들이 할 수 있는 일들을 과감히 펼친다. 바위에 계란 치는 격이긴 하지만 말이다.
누가 동화책을 어린이들만 읽어야 하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 아이들을 통해 어른들의 모습을 돌아본다.
삼월 중순 때아닌 눈을 맞이하며 소복이 쌓인 학교 운동장 풍경이다. 아이들에게는 훌륭한 놀잇감이다. 하이에나처럼 달려들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