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합미생물비료
생존보다 바람에 지친
바싹 마른 풀잎들
땅에 뉘었던 몸은 썩어져도,
심중에 남은 깊은 열망,
여기는 니탄(泥炭) 지대
인욕을 아는 두만강 하구 근처,
지그시 이 땅을 밟으면
정수리까지 톺아 오르는
저림이 있다.
저리고 짓물러 문드러지기로서니
언제나 기다리는 땅
인욕의 낮은 땅으로 돌아오는 일
나는 거름이 되고 움이 되어
바야흐로
봄
나는 봄이다.
(2007.2.13.)
# 빵공장, 된장공장, 콩농장 등 북한협력사업을 하는 한덕수선생님이 혼신을 다해 세운 <라선복합미생물비료공장>(2006.12.13. 조업시작)이 순조롭게 가동되고 북한농업증산에 기여할 것을 기원하며 쓴 시이다. (참고: http://www.tumenriver.com/www/nk/nk_bean1.php)
니탄(토탄)은 북한주민에게 이용가치가 크다. 늪이나 진펄에 서식하던 갈대들과 이끼류 식물들이 죽은 뒤 땅 속에서 분해되어 형성된 니탄은 비료 또는 가정용 연료로 사용되고 있다. 1992년 8월 제32차 조ㆍ중 과학기술협조위원회에서 니탄 생화학복합비료 공동생산을 제안하여 1994년 9월에 연산 2만t 생산규모의 공장을 완성한 바 있다. 이후 북한은 니탄 이용에 힘을 기울였고, <고난의 행군>시기에는 대용식으로도 개발했다.
영화 <자강도사람들>(2001년 작, 연출: 리관암ㆍ백현구/ 극작: 위웅용ㆍ리덕윤)에 보면, 중소형발전소 건설돌격대 여단의 대원들에게 먹을거리마저 떨어졌다. 후방참모 송만호는 눈밭에서 만난 한 할머니한테 “니탄을 그냥은 먹기 어렵지만 옥수수가루를 반반씩 섞으면 먹을 만하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는 대원들을 위해 눈보라를 헤치고 니탄(泥炭)을 캐러 떠났다가 얼어죽었다.
돌격대 여단은 각 대대에서 대용식품을 만들기로 하는데, 그 품평회에 차려진 음식은 ‘가둑지짐’, ‘나치가루떡’, ‘뽕잎죽’, ‘뽕잎지짐’, ‘니탄가루빵’, ‘니탄가루국수’ 등이었다. 품평회는 얼어죽은 송만호의 죽음을 추모하는 자리이기도 했다. 여단장 강호성의 추모사 중에, ‘피눈물을 뿌리며 시작한 이 고난의 행군이 이처럼 가슴 아픈 희생을 가져오리라고 생각해 본 사람도 없었고, 음식이라고 말할 수도 없는 풀뿌리 나무뿌리 이탄덩어리를 먹으리라고 상상해본 사람도 없었’다고 했다. 이렇듯 상상을 초월하는 대기아의 고통을 겪었지만, 그것을 이겨낸 민초들의 강인한 생존력이 희망의 움을 틔워낸다.
첫댓글 수고가 많습니다. 통일의 그날을 앞당기기위해 같이 노력하십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