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부터 내년 총선 출마자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된다. 울산지역 6개 선거구에서 줄잡아 50여명이 출사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 달 이맘때쯤이면 출마 예정자가 60명이 넘을 것이란 소리도 들린다. 피선거권이 있는 국민이 주어진 권리를 행사하는 걸 두고 뭐라 할 순 없다. 하지만 총선 출마를 가문의 영광쯤으로 여기는 사람들도 적지 않다. 일단 총선후보 명단에 이름을 올린 뒤 적당한 시기에 후보 단일화란 미명하에 슬그머니 사라진 정치꾼들은 이보다 더 많다.
이전과 달리 이번 출마 예정자들 중에는 정치신인들의 이름이 적잖이 눈에 띤다. 지난해 지방선거를 기점으로 여야 모두 변해야 살 수 있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인가. 울산의 경우 여당권 지역 인재 풀이 약하다. 이런 미비점을 얼마나 어떻게 잘 보완할 수 있느냐에 따라 내년 총선 승패가 달려있다. 때문에 우선 지역 보수정당은 변혁이 필요하다. 민주당과 달리 이쪽은 새로운 피가 수혈돼야 한다. 기존 정치인들로는 변화를 요구하는 유권자들에 부응할 수 없다는 게 많은 사람들의 지적이다.
국회의원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다. 자질과 식견은 물론 인격도 갖춰야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지역사회에서 누구와 얼마나 어떻게 부딪치며 살아 왔느냐이다. 선거 시기에 맞춰 뜬금없이 나타난 고급관료, 법조인, 명문대 출신들이 선거 운동 2~3개월 만에 국회에 입성하던 일은 이제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의 이야기다. 지역사회에서 유권자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그들 틈에서 어울리지 않았다면 선거에 나서나 마나다. 여야 모두 전략 공천에 선을 긋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만큼 지역 유권자들의 정치의식이 높아졌다고 봐야 한다.
국회의원 선거에 많은 사람들이 출마하는 건 반길 일이다. 철학과 소신을 가진 정치인들이 대거 출마해 유권자들로부터 심판을 받는 건 나름 의미있는 일이다. 하지만 유권자들이 심판하기 전에 스스로 적격 여부를 결정하길 권한다. 예비후보에 등록하고 얼마간 선거 운동을 이어가다 이런저런 명목으로 중도에서 사퇴한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 `철새 정치인`들이 출마를 공언한 뒤 밀실 야합을 거쳐 특정 후보에 힘을 보태고 자신은 사퇴하는 비정상을 거침없이 저지르지 않았나. 이런 사람들은 유권자들의 판단력만 흐리게 할 뿐이다. 선거판에 한 번 등장한 뒤 끝내려면 모르겠지만 정치를 이어갈 생각이라면 이런 행태를 보여선 안 된다. 이를 엄하게 비판 비남하는 건 유권자들의 몫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