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자리에 있어줘서 고마운 소중한 소리판
판소리를 감상하는 수준이 명창의 경지에 이른 귀명창이 있어야 명창이 탄생할 수 있다고 믿었던 박동진 명창의 유지로 1984년 시작된 무대. 한 명의 창자가 수많은 관객 앞에서 고수의 장단에 기대 짧게는 3시간에서 길게는 8~9시간까지 판소리 한 바탕을 완창(完唱)하는 자리이다. 그런 만큼 지난 36년간 최고의 예술가들과 꾸며왔다. 이번 시즌에도 이 공연의 가치를 드높여줄 수 있는 명창, 즉 전통에 대한 믿음으로 득음을 위해 내공을 쌓아가고 있는 이들을 엄선해 판을 열고자 한다. 공연은 시대에 발맞춰 변화해야만 그 생명력을 갖지만 판소리라는 원형은 온전한 모습일 때 그 가치가 더욱 빛날 것이다. 그래서 매달 한 차례씩 열리는 국립극장 <완창판소리>는 귀하다. 소리의 이면과 창자 등에 대한 해설이 곁들여져 더 풍성하게 즐길 수 있다.
11월 김수연의 '수궁가' 미산제
애원성이 깃든 소리를 타고난 김수연 명창은 감정을 과장하지 않으면서도, 곰삭은 수리성으로 관객의 마음을 단번에 사로잡는 소리꾼이다. 박초월과 성우향 문하에서 판소리를 배운 그는 굵고 힘찬 통성과 가늘고 부드러운 소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평을 받는다. 국가무형문화재 제5호 판소리 ‘춘향가’ 전수교육조교이자 김세종제 춘향가 보존회 이사장으로 활동하는 등, 일흔 중반의 나이에도 소리의 전통을 이어가기 위해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판소리 다섯 마당 중 가장 우화적이고 해학적으로 꼽히는 ‘수궁가’. 그 중에서도 박초월 명창의 호를 딴 미산제에는 서민적인 정서와 자연스러운 소리가 특히 잘 녹아 있다. 깊은 가을, 김수연의 ‘수궁가’는 공력이 물씬 풍기는 명창의 소리 인생을 엿볼 수 있는 감동의 무대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