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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적 시 읽기의 괴로움/ 강신주/ 동녘/ 2011
■ 시를 철학적으로 읽기, 철학을 시적으로 말하기
가끔 친구와 철학적 대화를 나눌 때가 있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은 세상을 모두 얻은 듯 기뻤다. 사유, 논쟁, 비판, 감동. 별이 빛났고, 눈동자가 까맸다.
하지만 매혹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화의 끝은 대체로 허무했다. 마치 간밤의 술에서 깨어난 아침처럼 속이 쓰렸다. 새 아침에 도시는 여전히 태양이 지배하기 때문이다. 화폐와 권력은 어제와 같이 오늘도 허연 이빨을 드러내고 웃는다. 너무 환한 웃음 아래에서 간밤의 철학은 무력하게 길가에 나뒹군다.
철학만으론 열패감에 시달릴 것이다. 시를 읊지 않으면 안 된다. 그래야 적어도 아름답게 패배할 수는 있다. 그래야 간밤의 매혹이 멸시당하지 않을 것이다.
시 이야기할 때도 마찬가지다. 환상에 빠져 있다는 자괴감을 맛보지 않으려면 시에 철학을 버무려야 한다. 그래야 ‘시 같은 소리 하고 있네.’ 하는 소리는 듣지 않을 것이다.
■ 한 줄 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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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소감
■ 주제 발표 토론
[제1 토론] 각 회원님은 전체 14장에서 하나의 장을 선택하여 주제 발표합니다. 발표 후 다른 회원님과 토론을 진행합니다.
[제2 토론] 사회자가 주제 발표 토론에서 선택하지 않은 장 2~3개를 추가로 선정하고 각자의 생각을 교환합니다.
※ 다음은 주제 발표와 추가 토론을 위해 준비한 각 장의 요약과 질문거리입니다.
제1장 사랑이란 험난한 길, 히스테리와 강박증을 넘어 – 이성복과 라캉
1.
- 나는 분명 당신을 통해 기쁨을 느끼고 있지만. 당신은 그다지 기쁨을 느끼고 있지 않다. 사랑의 관계가 함축할 수 있는 가장 큰 딜레마에 시인은 빠져 있다. 그래서 시인은 노래한다. “당신이 내 곁에 계시면 나는 늘 불안합니다 나로 인해 당신 앞날이 어두워지는 까닭입니다 내 곁에서 당신이 멀어져 가면 나의 앞날은 어두워집니다”
2.
- 욕망의 주체는 금지를 수용하지만, 동시에 금지된 것을 욕망하면서 탄생한다.
- 타자를 이해한다는 것은 타자가 욕망하는 대상이 무엇인지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3.
- 남성은 상대방 여성에게 투사된 ‘대상 a’만을 그녀에게서 추구한다. 강박증이다.
- 여성은 상대방 남성이 욕망하는 대상, 즉 ‘대상 a’가 되려고 한다. 히스테리다.
- 진정한 사랑은 히스테리와 강박증 사이에서 미묘한 균형을 잡을 때만 가능하다. 타자의 욕망에 자신을 완전히 맞추려 하지 말고, 동시에 자신의 욕망에만 매몰되지도 않아야 한다.
[질문]
남녀의 사랑에서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인가? 남성은 사랑의 주체가 되려 하고 여성은 사랑의 대상이 되려 하는 욕망을 가졌으니, 각자의 욕망에 충실하면 진정한 사랑이 성립하지 않겠는가?
제2장 돈으로 매개되는 세속 도시의 냉담한 삶 – 최승호와 짐멜
1.
- 자동판매기. 자신도 모르게 자기를 이끌어가는 무서운 습관, 그리고 그렇게 길들인 대도시와 산업자본의 힘
2.
- 우리는 돈에서 평화와 안전, 그리고 모두를 포괄하는 감정까지 느낀다. 자본이라는 신을 믿는 것이다.
3.
- 돈은 사물의 핵심과 고유성, 특별한 가치, 비교 불가능성을 가차 없이 없애버린다.
[질문]
1) 돈으로 환산되지 않는 고유의 가치는 없는가? 있다면 예를 들어보라.
2) 예술 작품에 값을 매기는 행위는 온당한가?
3) 자본주의를 대신할 새로운 이데올로기는 없는가?
제3장 차이의 포용 혹은 여성성의 문화 – 문정희와 이리가레이
1.
- 여성으로서 시인이 자신의 여성성을 가장 서글프고 애틋하게 성찰한 시
2.
- 그녀들은 여자가 되지 않고 남자가 된다. 그것이야말로 남성 세계가 여성에게 요구하는 것이다.
- 여성의 몸은 차이를 존중하는 반면, 가부장제 사회라는 거대한 몸은 차이를 배제하고 계급과 서열을 만든다.
3.
- 여성의 감수성을 표현할 수 있는 언어를 만들자.
[질문]
1) 우리가 다음에 읽을 <채식주의자>에 “젖가슴으로는 아무도 해칠 수 없다.”라는 말이 나온다. 차이와 타자 존중을 추구하는 여성성의 문화는 왜 인간사회의 주류가 되지 못했는가?
2) 이리가레이가 그토록 만들고 싶어 한 ‘여성적 언어’란 무엇인가?
3) 최근 대선 과정에서 불거진 젠더 갈등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제4장 그리스도의 정신 혹은 해방신학적 전망 – 고정희와 시몬 베유
1.
- 시인은 예수의 사랑이 이 땅에 진정으로 실현되기를 원했다.
2.
- 사랑하는 사람은 언제나 가난한 법이다.
- 우리는 불행한 사람에게 도움을 주라고 주인이 보낸 노예가 되어야 한다.
3.
- 가장 인간적인 문명은 육체노동을 최고의 가치로 삼는 문명이다. 자본주의를 극복할 문명이다.
[질문]
1) 당신은 예수를 어떻게 이해하는가?
2) 해방신학에 관해서 이야기해 보자.
3) 육체노동만이 가치 있는가? 정신노동, 혹은 감정노동은 노동이 아닌가?
제5장 그저 덮을 수밖에 없는 타자 – 김행숙과 바흐친
1.
- 포옹은 서로 볼 수 없을 때까지, 서로 검정으로밖에 남지 않을 때까지 가까이 붙어서 하나가 되는 것이다.
- 시각적 자아를 고집한다면 포옹은 불가능하다.
2.
- 나는 타자에게 주체이면서 객체가 된다.
- 내가 볼 수 없는 것을 타자는 볼 수 있으니 타자는 위대하다.
- 모든 타자와의 관계에서 항상 존재하는 나의 바라보기, 앎, 소유의 잉여는 세계 속에서 나의 위치가 갖는 유일성과 대체 불가능성에 기반을 두고 있다.
3.
- 타자와의 차이를 없애기 위해서는 하나로 합쳐져야 하지만, 불가능하다. 그러나 차이가 있는 그대로 덮어줄 수는 있다.
[질문]
1) 영화 <흐르는 강물처럼>에서 나오는 대사, “그를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하지만, 완전히 사랑할 수는 있다.”를 생각한다. 연인 간의 사랑에서 조금이라도 합일에 가깝게 이르는 길은?
2) 시에서 ‘침묵을 이루는 두 개의 입술’과 ‘곧 벌어질 시간의 아가리’라는 표현을 다시 해석해 보자.
제6장 미디어가 매개하는 우리의 사랑 – 채호기와 맥루한
1.
- 언어와 섹스의 상관관계. 언어는 섹스에 도달할 때까지 필요하다. 섹스는 본질적인 소통이다. 본질적인 소통의 순간에는 언어의 역할은 멈추어야 한다.
- 두 사람은 모두 자신의 바깥으로 나가는 상태에 이르러야 한다. 그것은 언어(혹은 매체) 이후이다.
2.
- 매체와 사랑에 관한 논의. 차가운 미디어와 뜨거운 미디어가 있다. 차가운 미디어라야 상상력을 수반한다.
3.
- 미디어를 포함한 인간의 기술들은 사회라는 신체에 가해지는 집단적 외과 수술이다.
[질문]
1) 연애하던 시절, 당신의 언어(매체)는 무엇이었나?
2) 타자와의 소통을 위해 현재 당신이 가장 좋아하는 매체는 무엇인가?
제7장 진정한 자유인의 길 – 신동엽과 클라스트르
1.
- 신동엽은 김수영에 이어 자유를 노래한 불온한 시인이다.
- <진달래 산천>이란 시를 저자는 지리산 빨치산 이야기라 했는데, 6·25전쟁의 민족적 비극 이야기다.
2.
- 신체에 새겨진 법은 망각할 수 없다.
- 인디언의 통과의례는 모든 사람이 평등하고 자유롭다는 선언이다.
3.
- 국가나 문명에 대항하는 자유로운 개인들의 사회를 꿈꾸겠다면, 그 자유 정신을 회복하겠다면, ‘새빨간 알몸’이 되어라.
[질문]
‘새빨간 알몸’이 된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신동엽의 시 <껍데기는 가라>에서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라는 시구에 나타난 ‘알몸’의 상징을 생각해보자.
제8장 사랑이란 내밀한 세계 – 한용운과 바르트
1.
- 지금 내 주변에 있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사랑할 수 없는 법이다. ‘님’만이 님이 아니라 기룬 것은 다 님이다.
2.
- 연애가 자유라면 님도 자유일 것이다. 그러므로 나는 자유로운 그를 결코 알지 못한다.
3.
- 사랑의 부재는 일방통행이다. 부재를 말한다는 것은 곧 주체의 자리와 타자의 자리가 교환될 수 없음을 상정하는 것이다. 주체로서 나는 언제나 사랑하지만, 객체로서 나는 사랑하는 만큼 사랑받지 못한다.
[질문]
1) 롤랑 바르트의 <사랑의 단상>을 읽어 보았는가? 씁쓸한 사랑의 철학이지만, 다행히도 매우 아름다운 글이다. 사랑에 빠진 사람에게는 독한 술 같은 글이다.
2) “사랑하니까 떠나보낸다.”라는 말이 성립하는가?
3) 나의 사랑을, 사랑해서 얻은 고독을 그가 알게 하는 방법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제9장 역사 앞에서 부끄럽지 않을 방법 – 김정환과 마르크스
1.
- 역사를 강물로 비유하는 것은 옳지 않았어도, 옳은 것은 옳은 것이었다. 스텐카라친은 역사상 실패하였지만, 역사 속에 남은 자의 몫은 무엇인가?
2.
- 역사의 진보를 말한 헤겔, 세계정신보다 인간 개개인의 정신이 우선이라는 포이어바흐, 대상적 현실을 무시할 수 없다는 마르크스.
3.
- 인간의 ‘대상적 활동’이 함축하는 불확실성 때문에 역사는 항상 인간의 뜻대로 전개될 수는 없다.(마르크스)
- “피비린 기억보다는 더 많은 것이 이룩되었다.”
[질문]
1) 당신은 역사는 진보한다고 보는가?
2) 마르크스주의는 실패하였는가? 마르크스주의의 정당성과 한계를 논해 보자.
제10장 너무도 풍요로운 감각의 세계 – 백석과 나카무라 유지로
1.
- 백석의 여인과 시
- 백석 시의 풍성한 감각
2.
- 커먼 센스는 원래 '공통감각'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그런 의미는 망각 되고, '사회적 상식'이라는 의미만 남았다.
- 중세는 청각, 근대는 시각, 현대는 촉각의 시대다.
3.
- 시각, 청각은 주어적 통합을 하고, 공통감각인 체감은 한층 더 풍부한 술어적 통합을 한다.
- 백석의 시는 감각의 술어적 통합이다.
[질문]
1) 시는 사랑이다. 사랑은 감각이다. 감각은 시다. 이 진술들은 역도 성립한다. 동의하는가?
2) 오감 중에 당신이 가장 예민하게 반응하는 감각은 무엇인가?
제11장 글쓰기와 존재의 관계 – 김종삼과 블랑쇼
1.
- “집기만 하면 썩어갔다.” “(園丁이 말했다) 당신 아닌 사람이 집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사랑하는 것에 손대지 못하는 비극적 숙명.
2.
- 자살에는 죽음의 신비로서의 미래를 파괴하려는 의도가 있다.
3.
- 글, 사진 등 존재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은 곧 그 존재의 죽음을 뜻한다. 의미의 세계 이전의 바깥 세계에서 존재는 생생하게 모습을 드러낸다. 글쓰기의 숙명은 죽음을 부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 죽음으로 존재에 이른다. 바깥 세계의 존재는 유한하다. 그러나 언어 세계는 그 존재를 보존한다.
[질문]
1) 당신은 글쓰기(사진 찍기, 그림 그리기 등 바깥의 대상을 의미로 표현하는 일체의 행위)를 왜 하는가?
2) 작가와 농부 중 선택하라면 어느 쪽을 선택하겠는가?
제12장 대중문화의 유혹을 거부하며 – 함민복과 기드보르
1.
- 우리의 오감 중 시각만을 극도로 특화해서 발전시키는 자본주의 생리
2.
- 스펙타클은 대화와 대립한다. 이미지는 우리를 서로에게 무관심한 구경꾼으로 만든다.
3.
- 구경꾼이나 모방자의 수동성이 아니라 실천하고 창조하는 능동성을 찾자.
[질문]
1) 당신의 어제 하루는 어땠나? 가장 시간을 많이 투자한 일과부터 나열해 보라.
2) 현재 대중문화를 옹호하거나 비판해 보라.
제13장 저주받고 배척되는 삶을 긍정하기 – 황병승과 보드리야르
1.
- 황병승 시인은 모더니스트. 새로운(modern) 것을 강박증적으로 추구하는 모더니즘의 비극
2.
- 자본주의는 화폐를 통해 교환의 환상을 유지한다. ‘불가능한 교환’은 자본주의의 저주를 받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가능한 교환’은 도처에 존재한다.
3.
- 자본주의는 ‘불가능한 교환’을 ‘가능한 교환’으로 바꾸려 하고 그 힘은 강력하다. 교환이 가능하지 않다는 것은 무가치하다는 것이다.
- 그렇다면 ‘무가치’를 선언하자. 이 선언은 자신을 자본이나 권력으로 교환할 수 없다는 선언이다.
- 시인도 “배척된 채로” 살겠다고 선언한다. “우리에겐 우리들만의 승리가 있다!”라고 부르짖는다.
[질문]
선물이 모두 ‘불가능한 교환’을 유지하는 것은 아니다. 당신은 ‘불가능한 교환’을 유지할 선물로 어떤 것을 마련하겠는가?
제14장 자유와 한계의 변증법 – 허연과 카뮈
1.
- 시인은 “푸른 유리 조각으로 사는” “나쁜 소년”이다.
2.
- 반항하는 자유. 실존주의 철학. 카뮈.
3.
- 나는 반항한다. 그러므로 우리는 존재한다.
- 허연의 시를 읽고 카뮈와 연결하는 건 무리다. 그다지 연관이 없어 보인다. 저자도 인정하고 있다. 시인이 “나쁜 소년”이라고 고백한 부분을 들먹이며 이는 고독한 개인으로 남아 있을 뿐, 반항하는 ‘우리’가 되지 못했다고 비판하고 있다.
[질문]
1) 누구나 세월이 가도 무섭게 반짝이는 것 하나는 있다. 시인은 그걸 “푸른 유리 조각”이라 표현했다. 당신은 뭐라 표현하겠는가?
2) 개인적 반항의 경험, 혹은 개인적 반항으로 연대감을 느낀 경험이 있으면 말해 보라.
■ 자유 논제
1. 이 책 이외에 소개하고 싶은 시(시인) 혹은 철학(철학자)이 있나요?
2. 읽다가 이해하기 어려운 개념이나 대목이 있었나요? 또는 처음으로 새롭게 알게 된 말이 있었나요?
3. 더 다루고 싶은 논제가 있습니까? 있다면 발표해 주십시오. 함께 생각을 공유하겠습니다.
■ 토론 후 소감
토론은 경청입니다. 토론 중 ‘기억에 남는 누군가의 한마디’도 소개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