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현재 배출되는 의사 수는 1년에 17,000명이다. 그런데 5,000명을 더 늘리기로 했다. 인구 고령화때문에 미래 의사 수요가 늘 것이라는 예측때문이다. 영국도 의대 정원을 2배로 늘리기로 했다. 일본은 1800명을 증원하기로 했고 프랑스는 아예 의대 정원에 대한 규제를 풀어버렸다. 대학들이 알아서 뽑으라고 자율의 영역으로 맡겨버린것이다.
주요국들이 최근 이렇게 의사수를 늘리는 이유는 특히 코로나 판데믹의 충격이 강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판데믹에 속절없이 당했던 상황을 복기하며 그에 대비하기 위해 여러가지 정책을 손보고있고 그 일환으로 의사 수를 늘리는것이다.
그런데 주요국들이 이와같이 하는데 현지의사들이 집단행동을 한다든가 했다는 얘기는 들어본적이 없다.반면 2천명은 커녕 지난정부때 공공 의대 40명 증원한다는데도 한국 의협은 파업을 거론했다. 왜 한국 의사들만 집단휴진을 한다고 이 난리가 자꾸 날까. 지구상 어느 나라 의사보다 한국의사들이 유독 비윤리적이어서 그런걸까.
거의 모든 나라들이 의료는 공공의 부문에 편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중국처럼 아예 시장영역에 있어서 누구나 돈만있으면 병원을 차리고 의사를 종업원으로 부리는 곳도 있지만 그런 자유방임주의 의료는 우리가 따라해선 안된다.
의료는 자유방임이어선 절대 안되고 반드시 공공의 통제를 받아야 한다. 대자본이 영리를 위해 병원사업을 하는걸 금지하는것도 그런 통제의 일환이다.
한국의료도 공공의 통제가 더 있어야 하는데 근대의료가 도입된 이후 지금까지 수십년간 너무 사립의료만 늘어나는것을 방치하고 있었던게 문제의 뿌리였다. 의료기관의 개설과 운영을 중앙 혹은 지방정부 혹은 공공재단이 앞장서서 해야했는데 한국은 오로지 사립의원 사립병원만 마구 늘어났다. 병의원이 잘되건 망하건 그 운영자인 의사가 흥하고 망하는대로 내버려둔것이다. 의료의 공공성을 강조한다면 이렇게 방임해선 안됐다. 설립에 있어 국가는 방임하고 재정적 부담은 모두 의사들 개인이 지는데 수가는 통제하겠다는데 대해 의사들의 불만이 심했던 것이다. 뭐만하면 의사집단이 정부 정책에 반발하는게 이 때문이다.
세계 주요국들은 의료에 있어 중앙 ,지방정부들 그리고 공공 재단들이 훨씬 적극적으로 행동해왔다.그게 이른바 공공의료이다. 근데 한국은 공공의료가 사실상 없는 국가다. 공공을 위해 투입하는 예산이 없다는 의미다. 공공의료가 강한 나라들은 제도적으로 의료를 공공의 이익을 위해 충분히 통제하고 주도할 수 있지만 한국은 코로나때 봤듯이 공공이 너무나 취약해 결국 사립병원들에 읍소해 병상을 확보하고 막대한 재원을 쓸 수밖에 없었다. 지금껏 공공의료에 전혀 돈을 쓰지 않은 댓가였다.
수가 문제는 더이상 행위별 수가로 놔둬선 안된다. (건보재정이 파탄 나고 실손보험사들 적자가 눈덩이가 되니) 행위에 관계없이, 즉 환자를 몇 명을 봤느냐에 관계없이 돈을 받는 식의 수가제도로 전환될 때가 됐다. 영국같은 경우는 의료의 공공성이 아주 강해서 의사들이 지역의 준공무원처럼 돼있다. 그러니 의사 수를 늘린다는 얘기는 공무원 수 늘린다는 얘기로 받아들이는 것이다. 한국은 이런 공공 주도가 너무 없었다.
의사 수를 늘리고 행위별수가제에서 벗어나고 주치의제 시행하고 비급여 행위를 줄이기 위해 혼합진료금지하고 이 모든것이 다 필요하고 해야되는 일이 맞다. 근데 그 전에 혹은 시행 중에 반드시 생각해야 하는게 있다.
의료에 재정을 써야 한다. 그래서 공공이 주도하는 의료 시스템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쌀이 나라에 반드시 필요하기때문에 국가가 전량수매를 하고 태풍이 오면 보조금이 나오는 것처럼말이다. 사람들이 잘 모르는게 있는데, 의사들 연봉이 3,4억이라는 얘기는 잘 알지만 수없이 많은 의원병원들이 폐업하고 있다는 사실은 알려지지 않는다. 의원들은 모두 시장에 내놓아져있어 자유 경쟁에서 도태될수있다는 위기감 속에 운영되고있다.
국가가 의료수익을 완전히 통제하고 의사 수를 대폭 늘리는 등의 공공정책을 펴려면 병의원의 피해가 있을시 보조하고 지원하겠다는 태도역시 동시에 보여줘야 한다. 그래서 의사는 점진적으로 지역 공공의료를 위해 봉사하는 필수인력들이 되는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이도록 해야 한다. 코로나때 몸을 갈아넣었던 적십자병원같은 곳은 보상을 제때 받지 못했는데 이런 기억은 병의원들에게 아주 나쁜 선례가 되고 있다. 사실 한국사회의 최악의 병폐가 공공을 위해 희생 하는 행위에 보상을 안하니 그게 바보짓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물론 지금 정권이 이런 생각들을 할리는 없다만... 아마 총선 끝나면 유야무야하면서 대충 뭉갤것같긴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