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인트 유료화 되기 전 연재중일 때 5번 정도 정주행했던 사람인데 그땐 무조건 백인호 파였음. 유정 뭔가 쎄하고 무섭고 괜히 엮이기 싫다 느꼈는데
어제 오랜만에 시원하게 쿠키 10만원 긁고 소장으로 결제해서 봤음. 그리고 느낀 건.. 내가 나이를 먹고 유정을 이해하게 되었구나... 작가님 감정선 설계 정말 장난 아니게 하셨구나..
한창 연재중일 땐 유정이 소시오패스라는 의견이 주축이었는데 안 끊고 한 번에 읽다 보니까 유정은 소시오패스가 아니라 <사람들과 그 사이에 있는 자신에게 지친 사람> 으로 느껴졌음
1. 유년기
유정은 확실히 남들보다 다른 성질을 지니고 태어났음
그 중 돋보이는 게 예민함 임
예민해서 주변 기류도 잘 읽고, 눈치도 빠른데다가 타고난 머리도 좋음
댓글에서 본 건데 유정이 만약 형사 쪽으로 진로를 잡았다면 정말 범인 하나 끝내주게 잡았겠구나 싶음 (타고난 기, 사람 휘두르기)
근데 예민한 게 장점만 있는 게 아님 솔직히 유정 주변 환경을 따지자면 무딘 게 차라리 나았을 텐데 주변 소음에 예민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왔을 거임
이때도 솔직히 우리야 “헐 유정 뭐임;; 어릴 때부터 소름 끼치네” 라고 생각할만 한데
유정의 입장에서는 유정 트럭 = 여자애 인형 동급 취급을 했던 거임
그러니까 지극히 어린 아이(끽 해야 6-10살) 시선에서 할 수 있는 생각인데 유정은 오히려 폭력을 당했지
이게 백교수 (어릴 적 유정 부친 지도했던 인호인하 조부) 회상 시점에서는
이렇게 나옴
제 3자 관찰자인 우리 입장에서야 유정의 머리를 때린 저 형이 진심으로 폭행한 게 아니라 식겁해서 때린 걸 알 수 있지만
어린 유정의 입장에선
안 그래도 소음 때문에 시끄러움 + 조용히 있고 싶은데 여자애가 자기 장난감 부숨 + 그래서 밀쳤더니 더 엉엉 움 + 스트레스 받는 와중에 머리까지 얻어맞음 = 스트레스 맥스 & 억울함 이었음
그리고 유정은 예민해서 주변 사람의 영향을 더 크게 받기도 함. 이건 유정이 똑똑해서 저 형의 말을 그대로 흡수한 것도 있지만, 아마 스트레스가 극에 달았던 상황에서 들은 조언이기 때문에 더 큰 영향을 끼쳤을 거라고 생각함.
유정이 성장하면서 걸치게 된 가면의 계기가 된 거임.
그리고 아버지의 억압된 교육 방식.
유정은 어릴 적부터 아버지가 자신을 이상하다 생각하는 걸 느꼈을 거임. 아버지가 이상하다 생각하는 게 싫으니까 자신을 꾹꾹 누르고 그게 애먼 곳에서 표출이 된 거고
이걸 발견한 아버지는 유정을 더욱 이상하게 생각함 ➡️ 유정 부모 싸움 ➡️ 유정이 들음 ➡️ 예민했던 유정 성정이 더욱 자신을 조이게 됨
유정은 가장 가까웠던 사람들에게서 느껴지는 이상 기류 때문에 상처를 받아왔음
2. 백남매
백남매는 유정 부친이 유정의 사회성을 위해 데려온 아이들임. 유정이 엇나가지 않고 또래와 어울리며 잘 지내길 기대하며 데려왔음.
유정 또한 그걸 알고 있었지만, 백남매는 유정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사람임.
자신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준 백인호.
백인하도 유정 마음에 들었던 건 가식 없는 솔직함 때문이었음. 남들처럼 가식 부리며 자기랑 친하게 지내려는 게 아니라 목적이 있는 걸 뻔히 드러내며 친하게 지내려고 하고, 백인호도 가식 없이 유정을 받아들였으며
무엇보다 폭탄처럼 터지는 백남매 옆에 있음으로 유정의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순간도 있었을 거임.
그렇게 마음을 열었지만
가족보다 더 가까워진 백남매를 느끼면서 유정은 내가 아들인데 어째서? 난 이상하다 생각해서? 이런 생각을 했음
여기서부터 어긋나기 시작했던 생각은
백인호가 콩쿨에 왔던 친구에게 한 말이 와전되면서 (백인호 : 유정 아버지는 내게 아버지보다 더 아버지같은 분이시지! ➡️ 유정과 백인호는 배다른 형제란 소문이 돌았음)
유정이 생각했던 남과 가족의 경계를 멋대로 헤집었고
백인하가 아버지에게 보고하던 걸 백인호한테 덮어씌우면서 백인호에게 가지고 있던 모든 정들이 떨어지고.. 그야말로 엄청난 데미지를 입음
자신이 처음으로 마음을 열었던 사람에게 뒷통수 제대로 맞은 거지
자신을 이상하지 않다고 말해준 백인호가 말을 전했고 유정 아버지는 자신을 이상하다 생각하게 만들었으니..
그래서 일어난 일이 백인호 손 사건..
저 남자애는 백인호에 대한 열등감으로 똘똘 뭉쳐있던 놈인데 물론 유정도 거기에 대해 알고 있었음
하지만 유정이 말한 게 백인호의 손을 망가트리란 말이었을까? 그건 전혀 아니었음
백인호의 손을 망가트린 건 저 피아노 놈이 파이프로 손을 내려쳤기 때문이고, 그건 그 피아노 놈의 선택이었지만 유정의 말이 영향을 끼쳤을 순 있지
유정도 피아노 놈이 뭔가 일을 칠 거라고는 생각했겠지만 손을 망가트릴 정도는 아니고 백인호에게 타격을 줄 일이라고 가볍게 생각했을 거야
하지만 유정이 마냥 호구처럼 ㅎㅎ 이런 캐릭터가 아니란 걸 눈치챘던 백인호는 손이 망가진 순간 유정이 만들어낸 일이라고 오해를 함
그게 두 사람이 오해를 풀 수 없게 된 계기임
백인호는 유정에 대한 원망으로 유정을 증오하고 유정은 그 증오를 기꺼이 감내하지. 왜냐면 이미 지쳤고 그게 편하니까 자신의 있는 그대로를 보여준 거임.
사실 이건... 유정이 백인호를 애증한다는 반증이기도 함.
어떻게든 그 형이 말한대로 ㅎㅎ 거리며 꾸역꾸역 참고 뒤에서 표출해내던 유정이 처음으로 본모습을 보여준 상대가 백인호.
백인호의 “그때처럼” 이라는 말이 유정에겐
최성조의 일을 눈치채고 사실은 자신을 이상하다 생각했던 말로 들려왔을 거임.
유정은 허구헌날 쌈박질 하고 다니는 백인호니 손이 다쳤을 거라는 생각은 추호도 못하고 병원이나 가라고 했을 거임.
하지만 백인호는 최성조 때처럼 웃었다고 착각하고 멋대로 확신함. 하지만 유정이 웃었는지는 나오지 않았어. 정말 백인호의 말대로 웃었을 수도 있지.
하지만 유정에게 최성조와 백인호는 엄연히 다른 존재고,
백인호가 유정을 진심으로 생각했을 땐 최성조가 다친 걸 웃었다고 해서 이상하게 생각하진 않았어.
모든 관계는 바뀌기 마련이고 바뀐 관계에 따라 그 사람을 보는 관점이 달라짐. 백인호는 유정을 이상하다고 낙인 찍어 보게 됐고, 유정은..
어릴 적부터 예민했던 성정으로 받은 상처가 쉽게 치유되지 않았겠지.
백인호는 자신을 믿지 않고, 아버지처럼 똑같이 자신을 이상하다 생각했으니까.
거듭 생각하지만 백인호가 손을 다치지만 않았어도 두 사람은 이렇게까지 어긋나진 않았을 관계임.
3. 홍설
싸움을 목격한 유정은 한숨을 쉬고 두 사람을 중재하러 가
유정은 시끄러운 걸 극도로 피곤하게 여김
이건 1번 유년기 때부터 짚었던 유정 특유의 예민한 성정 때문이야
그리고 우연히 비슷한 상황에 놓인 홍설을 보게 돼
그때 경환이 던진 말 한 마디에 유정은 별 시덥잖게 넘기면서도
그 날은 유정에게 그런 날이었던 거야
유독 피곤하다고 느껴지는 날
예민한 유정은 시끄러움 속에 묻혀있고 혼자 조용히 생각에 빠져
그때 들리던 게 홍설을 부르는 목소리였고 생각에서 빠져나오지
늘 유정을 호구로만 봤던 사람들 중에서도
유정을 먼저 알아챈 건 그동안 백인호밖에 없었지
그래서 홍설이 알아채니 거슬렸을 거야
하지만 거슬리기만 했을까? 자신을 알아봐준 사람을?
그걸 깨달은 순간 유정은
깊게 묻힌 어둠 속에서 마음을 자각하게 돼.
유정이 홍설을 좋아하고 마음을 열게 된 계기는 무수히 많지만 이건 유정의 예민한 성정과 연결되는 부분이라 내가 굉장히 좋아함 (3부 프롤로그)
4. 기타
오영곤 일 때문에 유정 못됐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물론 유정이 오영곤에게 영향을 주긴 했지. 피아노 놈처럼. 하지만 오영곤이 홍설을 스토킹하고 괴롭힌 건 유정이 지시한 일이 아니었어.
난 손민수가 홍설이 만든 ppt를 쓴 장면이 유정이 행동한 것에 대한 답이라고 생각해.
물론 유정이 오영곤에게 문자를 보내고 그게 오영곤에게 영향을 미쳐서 일이 터진 것도 맞으니까 유정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의견이 있을 수 있어.
그게 틀렸다는 게 아니야.
하지만 어떤 경우라도
오영곤은 그럴만한 썅놈 새끼였으니 오영곤이 잘못한 일이란 거지. 만약 은택이었다면 오영곤처럼 굴었을까?
오영곤이 홍설을 자기 감정에 취해 괴롭혔던 건 그저 오영곤이 그럴만한 인간이었기 때문이야.
유정이 홍설을 고깝게 생각했던 것도 맞지만 만약 홍설이 그 정도로 위험해질 줄 알았다면 그렇게 행동했을까?
전혀 아니거든.
유정이 암만 홍설을 싫어했어도 최성조를 싫어하던 것과는 사뭇 달라. (엄밀히 따지자면 입덕부정기를 격하게 겪은 느낌..? ㅋㅋ)
유정이 변태를 죽일만큼 팼어도 그건 홍설을 건드렸기 때문에 빡돈 거지 그냥 눈에 거슬리기만 하던 홍설을 괴롭히려고 오영곤을 자극한 건 아니었단 말이야.
유정에게 죄가 있다면..
너무 가볍게 생각했던 거?
홍설이 고소한다 얘기했다 하니까 그제서야 심각성을 느낀 거지. 하지만 이게 오영곤이 유정 때문에 홍설을 괴롭혔단 이유가 되지는 않아.
유정은 홍설이 위험에 빠질 거라는 걸 아는 상황에서는 오히려 홍설을 도왔지. 홍설을.. 고깝게 생각하면서도
5. 결론
유정은 오히려 항상 웃고 다녔기 때문에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내면 (스트레스, 피곤함, 예민함) 이 더욱 소름끼치게 느껴졌을 뿐이고
남들보다 도드라지는 게 커서 (돈, 예민함, 주변 관계들) 자기 방식대로 사람들을 쳐내고 관리했던 거지
홍설에겐 처음부터 진심이었음 (싫어하는 감정을 가지고 티냈던 것도 진심, 좋아하는 감정으로 티냈던 것도 진심..)
백남매 앞에서도 초반엔 ㅎㅎ 거리며 웃기만 하던 유정이 유일하게 본모습을 처음부터 보여줬던 상대가 홍설
백남매한테 받은 상처가 컸기 때문에 오히려 더 홍설에게 거부감이 들었지만 그만큼 홍설에게 거는 기대와 애정도 깊어졌겠지
나도 온리 백인호 파였는데 이번에 정주행하고 유정 심리 이렇게 이해하게 된 거 처음이라 흥분해서 글 써봄 ㅎㅎ
그리고 치즈인더트랩..
처음에 홍설이 유정의 덫에 걸렸다는 줄 알았는데 이제 보니까 유정이 홍설의 덫에 걸린 게 아닐까 싶네 ㅋㅋㅋ
난 항상 유정파야
글 개재밌다
와 난 진짜 처음부터 지금까지 쭉 단 한순간도 유정이 아닌적이 없었음 저러는데 유정이 어케 멀쩡함....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개공감 ㅠ 유정 생각만하면 눈물부터 나고요...
난 처음부터 유정파였어...
그래서 백교수랑 유정애비 개싫음 지들이 뭐라고 애 하나를...ㅋ
와 진짜 흥미롭게읽엇어 글 고마워
대박 너무잘봤어..
와 정독했어 깔끔하게 정리 잘했다..
와 진짜 ㅋㅋㅋㅋ글잘썼다 진짜 최고
유정이 단지 너무 가볍게 생각한 게 잘못이면 잘못이지
> 이건 잘 공감이 안된다 충분히 예측 가능한 일이고 남한테 피해 주는걸 조장한 건데...
치인트 본지 오래돼서 내가 잘 모르는 걸수도 있지만
ㄱㅆ
충분히 예측 가능하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
유정이 암만 머리가 좋고 똑똑해도
피아노놈이 백인호 손을 망가트리고 오영곤이 홍설 스토킹할 거라는 걸 예측한다는 건 신도 아니고 불가능하지...
우리야 제3자 관찰자로 오영곤 행동 봤으니까 예상할 수 있었대도
실제로 오영곤이 스토킹할 수 있는 인물이란 걸 알아차린 건 보라 좋아하던 은택이 뿐이고
피아노가 음침하게 백인호 노려보고 부들부들거리긴 했지만 그런 애가 파이프로 손 내려칠 거라고 누가 예상할 수 있겠어
유정도 그 피아노랑 대화한 게 겨우 두 번밖에 안 되는데
유정이 예상한 건 그 두 사람이 피해를 줄 거라고 생각한 정도 아닐까? 유정의 예상 범위를 넘어간 행동을 한 건 피아노랑 오영곤이잖아
유정은 소시오패스 절대 아님 ㅠ어쩔땐 안타까울때도 있으 ㅜㅜ 근데 가스라이팅을 너무 잘해서 ...오영곤일도 그렇고 좋은사람은 아닌것 같음
개존잼~ㅠㅠㅠㅠ
너무 잘 읽었어 글쓴이도 작가님도 진짜 천재야
와 인정 내가 좀 머리크면서 완전 유정파로 바꼈는데 딱 이말이 하고싶었던거임
유정 소시오패스 절대 절대 아님 ㄹㅇ
와 존나 흥미롭다 글 고마워!
방금 정주행하고 왔는데 진짜 다|~~~~~받는다
이 글 너무 조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