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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무역신문·한국무역협회 공동 ‘북미시장 진출 전략’ 세미나
“한국기업 북미 진출 고민, 한국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문제”
한국무역신문사는 한국무역협회와 공동으로 지난 7월 13일 ‘북미시장 진출 노드하이브 전략 : 세계 유통 메이저리그에서의 생존법’ 세미나를 개최했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트레이트타워 51층에서 개최된 이번 세미나에는 비가 내리는 날씨에도 예상보다 많은 인원이 몰려 성황을 이뤘다. 알렌 정 ALC21 대표가 발표한 세미나의 주요 내용을 정리한다. <편집자>
▲한국무역신문사와 한국무역협회가 공동으로 지난 7월 13일 개최한 ‘북미시장 진출 노드하이브 전략 : 세계 유통 메이저리그에서의 생존법’ 세미나에서 알렌 정 ALC21 대표가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ALC21 제공] |
“트리플 롱 에스프레소 샷으로 주세요.”
한국의 카페는 커피 제조가 매뉴얼화 돼 있고 커스텀 메뉴 주문이 어렵다. 내가 북미에서 항상 즐겨 마시는 트리플 에스프레소를 주문하고 싶을 때, 그것이 단순히 에스프레소 샷 3개를 길게 뽑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이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는 북미와 한국의 소비문화 차이를 보여주는 예시 중 하나다. 개인의 개성보다는 대세를, 맞춤형보다는 일반적이고 획일화된 프로세스를 선호하는 경향의 차이다.
한국 기업들이 진출하려는 북미 시장은 고객의 세세한 니즈에 커스텀으로 대응하는 바리스타 문화를 중시하는 나라다. 이러한 문화적 차이는 북미시장에서의 성공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게 된다.
북미시장 진출을 위해서는 현지시장에 적응하고 현지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필수적이다. 현지 문화와 생활 방식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며 이를 바탕으로 현지화 된 접근법과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통해서 보다 안정적인 해외 진출을 기대할 수 있고 북미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 것이다.
●메이저리그 도전은 검증의 과정 = 최근 탈중국 기조의 영향으로 북미 시장 진출 문의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글로벌 비즈니스 환경에서 북미 시장은 종종 메이저리그로 간주된다. 그 이유는 북미에서 검증된 제품이나 서비스가 다른 시장에도 레퍼런스가 될 만큼 가치와 영향력을 지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메이저리그인 북미 시장 진출은 쉽다고 할 수 있을까?
북미 시장에 진출하려는 기업이 충분한 자본과 실력, 그리고 무엇보다 현지인들이 필요로 하는 ‘제대로 된 제품’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누구나 갈 수 있다면 메이저리그가 아니다.
북미 시장 진출을 통해 제품의 품질과 가치를 검증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위해 적자를 감수하며, 좋은 제품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며, 때로는 운도 따라줘야 한다.
북미 시장은 국제 경제의 중심으로, 매력적인 잠재력을 지니고 있다. 최근에도 경제 침체를 무릅쓰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이며, 기축통화를 가지고 있어 언제든지 돈을 찍어내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또한, 4억 인구를 가진 미국의 소비 비중이 GDP에서 70%에 달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쇼핑 행동이 경제 활성화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실제 미국은 수출 따위에 크게 신경을 쓰지 않는다. 만약 소비자들이 흥청망청 쇼핑한다면 마트와 백화점에 사람들이 넘쳐나게 되고, 그 결과 미국 경제가 호황을 누리게 된다. 그렇다면 우리나라 같은 수출로 성장하는 나라들은 당연히 수출이 증가하게 된다.
그런데 미국 소비가 위축되거나 저축을 늘리면 한국을 비롯해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는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은 무역적자를 기록하면서도 그것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이는 기축통화의 강력한 힘과 관련이 있다.
이런 환경에서 제품을 팔기 위해선 꼭 필요한 조건들을 갖춰야 한다.
코로나19의 여파로 전 세계 경제가 침체된 가운데, 소비자들의 소비 행태는 변화하고 있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스러운 품질의 제품을 원하는 소비자들의 니즈는 지속적으로 커져가고 있다.
이에 따라 판매자들은 소비자의 니즈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고,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며, 적절한 판매 채널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북미 시장 진출이란 그 자체가 제품의 가치와 품질을 검증하는 과정이며, 이를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이룰 기회를 얻을 수 있다.
이를 위해선 제품 개발부터 마케팅, 판매 채널 전략 등 다양한 고려사항을 충분히 준비하고 실천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슈퍼 을’의 길로 향하는 열 가지 방법 = 옵션이 많은 갑과 대등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높은 을이 되어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첫째, 시장조사는 현장에서 하라.
시장조사는 결국 현지에 있는 실제 소비자가 어떤 생각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 알아내는 것이다. 결국, 시장조사에 대한 모든 답은 책상이 아닌 고객과 현장에 존재한다. 그렇기에 제대로 된 현지어 번역이 필요하고 이를 통해 제대로 된 의미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둘째, 그들이 필요한 것을 만들어라.
대부분 자사 제품이 세계최초 혹은 세계 최고라고 강조한다. 좋은 제품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보다 잘 팔리는 것은 소비자들이 필요로 하는 제품이라는 점이 중요하다.
셋째, 현지화 작업이 우선돼야 한다.
마케팅을 진행함과 동시에 현지 인프라를 활용하여 제품을 먼저 테스트해야 한다. 현지화가 제대로 된 콘텐츠가 필요하다. 대부분 한국 방식의 마케팅을 진행하기 때문에 현지인들이 공감하기 어렵다. 글씨와 설명으로 구매를 강요하지 말고 현지화 콘텐츠를 통해 관심을 이끌어라.
넷째, 가격 높여놓고 싸게 팔지 마라.
가격은 가치를 의미한다. 80% 세일을 통해 구매한 고객이 과연 정가 제품을 구매하게 될까?
또한, 반대로 가격을 너무 낮게 설정하지 말아야 한다. 실제 기업들의 본선인도조건(FOB) 수출 가격을 보면 더블로 올리고 싶을 때가 굉장히 많다. 대부분 안 팔리면 어떡하냐고 겁을 내는데 실제로 제대로 준비하고 가치만 증명하면 된다. 싸게 많이 팔 생각보다는 제대로 준비해서 제대로 된 가치를 인정받는 게 중요하다.
다섯째, 마케팅과 세일즈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매번 북미와 한국의 마케팅 인식 차이가 크다는 것을 느낀다. 그동안 한국은 공장을 돌리고 제조하며 성장해왔고 북미는 제품들을 수입해서 유통하는 나라다. 잘 팔리는 제품을 현지에서 마케팅을 통해 판매하는 방식이다. 그렇기에 한국에서의 마케팅은 잘 만든 제품을 많이 파는 것, 곧 세일즈라고 인식이 되어있는 것 같다.
사실 가게에 사람들을 데리고 오는 게 마케팅이고 세일즈는 가게에 들어온 고객들을 대상으로 판촉행위를 하는 것이다. 결국, 수익을 만들어주는 건 똑같다. 세일즈와 마케팅을 상호보조해야 하는데 다들 마케팅만 해놓고 세일즈가 되는 줄 안다.
여섯째, 쉽게 다가가라.
북미에서 마케팅할 때는 한국에서처럼 제품설명에 치중하지 말고 소비자 입장에서 단순하면서 알기 쉽게 진행해야 한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된 이유는 쉬운 언어를 쓰고 트위터 같은 SNS를 장악했기 때문이다. 7살 아이에게 물어봤을 때 이해하지 못하면 어려운 것이라고 생각한다.
더 이상 더할 것이 없을 때가 아니라 더 이상 뺄 것이 없을 때 완벽해진다. 마케팅과 브랜딩을 위한 가장 효율적인 전략일 소셜미디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면 좋을 것이다.
일곱째, 디자인에 제일 먼저 신경을 써야 한다.
당연히 제품력도 중요하지만 예쁘고 매력적이어야 우선 바이어의 주목을 받을 수 있다. 제품력이 안 좋을 거라 기대하는 바이어는 없다. 그리고 현지 고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낼 수 있는 스토리가 꼭 뒷바탕이 되어야만 한다.
여덟째, 제품이 아닌 브랜드의 가치를 팔아야 한다.
마케팅과 브랜딩은 당연히 중요하다. 결국, 니즈를 확보하는 작업이고 바이어들은 잘 팔리는 제품을 찾는다는 건 변함없다. 마케팅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라고 할 수 있으며 브랜드는 광고하지 않아도 줄을 세울 힘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브랜드를 만드는 게 쉬울까? 마치 연예인을 키우는 듯이 오랜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고 꼭 잘된다는 보장도 없다. 다만 제대로 된 브랜드를 만들면 파급력은 상당하다. 브랜드 제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곧 그 가치를 산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홉째, 한국이라는 브랜드에 너무 의존해서는 안 된다.
중소기업은 수출을 앞두고 대부분 제대로 된 브랜딩을 하지 못한다. 브랜드 파워가 약하다 보니 다들 ‘K-’를 붙이려고 한다. 한국의 영향력을 무시하려는 게 아니라 현지화와 차별화로 인정받아야 한다는 말이다.
‘K-’로 승부를 걸기보다는 ‘써보니 좋은데 한국 거네?’로 가야 한다. 처음 현지에서 피프티피프티의 큐피드 노래를 들었을 때가 그랬다. 아주 예전 팝에서 들었을 법한 이국적인 리듬감 때문에 K-팝인 줄 몰랐다가 나중에 확인하니 K-팝이란 걸 알게 되었다.
열째, 전시회를 잘 활용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대부분 참가기업이 어쩌다 ‘큰 바이어 하나 걸려라’ 하는 마음으로 전시회에 간다.
하지만 바이어들은 대충 쇼핑하러 가는 것이 아니다. 전시회는 그동안 제대로 준비한 과정을 모두 쏟아부을 수 있는 소개팅 자리라고 할 수 있다. 제대로 준비했다면 매칭 가능성이 커지고 그게 아니라면 잠깐의 만남에 불가할 뿐이고 인연이 이어지기 힘들다.
매번 북미에서 전시회를 갈 때마다 한국관과 현지 부스의 차이점이 보인다. 한국관은 말과 설명으로 승부하려 하는데 현지 부스들은 경험으로 승부하려 한다. 제품설명보다는 샘플을 나눠주고 경험을 전달하려고 애쓴다.
사실 한국만큼 전시회 참가를 지원해 주는 나라가 없기에 이러한 기회를 잘 이용해야한다. 실제 거래가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오래 걸리므로 충분한 인내심을 가져야 한다. 준비된 기업만이 적절한 오퍼가 들어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북미 진출은 위처럼 긴 과정이 필요하다. 마치 소개팅을 나가기 전에 상대 취향을 이해하고 몸을 만들고 화장을 하고 상대가 원하는 사람이 되는 단계가 마케팅이다.
그래야 전시회(소개팅)에서 매칭될 가능성이 커지는 것이다. 이렇게 맺어진 인연을 잘 유지해야 다음 스테이지로 나갈 수 있다.
북미에서 성공하고 싶으면 북미 방식으로 접근하고 승부를 걸어야 한다.
북미 현지에 있는 사람들은 한국 기업들보다 현지에서 더 좋은 조건을 가지고 피 터지게 싸우고 경쟁한다. 고작 지원사업에 기대해서 어쩌나 하나 터졌으면 하는 마음가짐으로 진출할 수 있는 시장이 아니다.
최소한 그들과 같은 조건을 가지고 더 많이 노력해도 될까 말까 하는 시장이기에 제대로 준비하면 좋을 것으로 생각한다.
결국, 따라가기보다는 따라오게 만들어야 한다. 옵션이 많은 갑과 대등하기 위해서는 가치가 높은 을이 되어 충분히 어필할 수 있어야 한다.
[한국무역신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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