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을 갈아넣는다는 말이 어떤 것인지 보여준 남자 400m 결선이었다.
곡선 주로의 막바지, 직선 주로로 들어서기 직전 세계랭킹 1위 퀸시 홀(26, 미국)은 네 번째로 달리고 있어 메달도 쉽지 않아 보였다. 다리는 휘청거리고, 얼굴은 일그러질대로 일그러져 있었다.
그런데 홀은 결승선을 50m 남기고 올림픽 챔피언을 지낸 키라니 제임스(그레나다)를 제쳤다. 40m를 남기고는 제림 리처즈(트리니다드 토바고)의 운동화가 마치 시멘트로 만들어진 것처럼 만들며 앞질렀다. 경기 전 우승이 유력한 것으로 점쳐진 매튜 허드슨스미스(영국)이 그 앞에 유일하게 남아 있었는데 홀은 그마저 따돌렸다.
홀의 소감 한마디는 조금 파장을 남길 것 같다. “견공을 앞지를 수 없다. 견공은 여러분을 영원히 쫓아다닐 것이다.“
홀은 7일 밤(현지시간) 곧 잊히기 힘든, 불퇴전의 복원력을 과시하며 올림픽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허드슨스미스를 충격에 빠뜨린 뒤 10m를 내달려 상반신을 기울여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어 동영상 전광판을 응시했는데 스스로도 믿기지 않아 했다.
그의 기록은 43초40, 개인 최고 기록이었다. 400m 역대 남자 기록으로는 네 번째 빠른 기록이었다. 허드슨스미스는 1000분의 4 초 늦어 역대 다섯 번째 빠른 기록을 작성했다. 결선 출전 8명 중 5명이 45초 미만이었다. 무잘라 사무콩가(잠비아) 역시 막판 스퍼트 끝에 43초74로 동메달을 땄다. 잠비아의 역대 두 번째, 1996년 이후 첫 메달이다.
홀은 언제 우승하겠다는 것을 알았느냐는 질문에 심드렁한 표정을 지은 뒤 “그 (출발)총을 쏘자마자"라고 답한 뒤 사실대로 말하길 "충분히 멀어진다는 것은 없다. 그게 내가 아는 전부다. 충분히 멀어질 수 없다면 내가 언제나 너희를 잡아줄 거다”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