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여름이 영화 보기엔 적절한 시기가 아닌가 한다
더구나 시원한 바닷속을 유영하는 해녀들의 활약상을 바라보면
내용과 상관없이 눈은 시원해진다
물론 해녀들과 함께 숨을 오랫동안 참아야 하고 무거운 물건을 건져 올려야 하고
가끔 출몰하는 상어의 위험에 노출되긴 하지만 말이다
유승완감독은
우연히 읽은 기사 내용으로 이 영화를 계획했다고 한다
박물관에서 읽게 된 '해녀들이 밀수품에 가담했다'라는 한 줄 기사글에서부터 이 영화는 시작되었다
우선 출연진이 화려하다
흥행보증수표인 김혜수, 염정아, 조인성이 함께 출연하는 영화라니
세 사람의 연기야 이미 충분히 검증되어 더 말 할 필요없지만
난 이 참신한 배우에게 자꾸 눈길이 갔다
드라마 지리산에서 조역으로 출연했을 때부터 연기력도 다듬어져 있었고
무엇보다 마스크가 신선했다
이번에도 70년대 어촌 마을에 있었을 법한(지금도 있을 수 있겠다) 다방 마담으로 출연했는데
연기가 어색하지 않고 발전성이 많은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해녀들이 밀수에 가담한다~~는 가설이 아닌 실제 있었던 사실을
스토리로 전개해 영화로 만든 유승완 감독의 직업정신
그리고 영화가 시작되면서부터 끝날 때까지 흐르던 칠팔십 연대의 노래들이
반갑기도 하고
무엇보다 놀라운 건 이 노래들의 가사를 제법 따라 부를 만큼씩 기억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내 취향과 관계없이 말이다
가끔은
엥? 이 장면에서 이 노래를??? 하며 큭하고 웃기도 하지만
음악감독의 의도가 뭘까 하고 생각하게 된다
나중에 찾아보니 음악감독은 장기하였다
장기하가 이 시대의 음악을 찾아 영화에 녹여내느라 고심했을 것을 생각하니
더 그의 의도가 궁금하기도 하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절정으로 몰고 가는 사이에도
난 흐르는 노래를 따라 부르고 있었다
이 노래 그다지 좋아한 노래도 아닌데 왜 기억이 나는 거지? 하면서....
두 빌런들이 일으킨 반전이 재미도 주고 약간의 코믹도 담겼다
그런데 조인성의 쓰임을 거기까지만 한다고?
어쨌든 영화 엔딩장면에 길게 흐르던 노래
'머무는 곳 그 어딘지 몰라도'를 너무 크게 흥얼거리며 영화관을 나왔다
이 영화는 우리 세대가 노래만 따라 불러도 티켓값은 충분하다
난 할인티켓 충분히 이용해 영화를 봤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