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도자의 덕목프로퓨모(John Dennis Profumo, 1915-2006)는 영국 육군장관이며 명문 출신으로 총리후보 소리를 들을만큼 전도가 양양한 정치인이었다.
그런 그가 구소련의 스파이였던 여성과
관계를 맺은 적이 있다는 사실이 폭로되었다. 처음에 그는 이를 완강하게 부인했다. 그러나 양심의 가책을 느낀 그는
며칠 후 '내가 거짓말을 한 것은 나의 인생을 통해 가장 큰 잘못이었다'고
국민앞에 사과하면서 사실을 시인했다. 그날로 장관자리에서 물러난 그는 자기 조상 대대로 살아오던 유서깊은 저택을 버리고 혼자 이스트엔드의 빈민가에 살면서 가난한 사람들을 돕는 일에 일생을 바치기로 결심을 했다.그는 정사를 가졌던 여성이
구소련의 간첩이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또 아무리 돌이켜 생각을 해 봐도
자기가 국가기밀을 그녀에게 누설한 것도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사임을 하고 험난한 속죄의 길을 택한 것은
부인 몰래 다른 여자와 관계를
가졌다는 것에 대한 속죄뿐만 아니라 명문출신의 정치인으로서 거짓말을 한다는 것은
국민에 대한 용서받을 수 없는
배신행위라는 인식 때문이었다.
그후 10년이 지나 친구들이 여러차례나
'그만하면 충분히 속죄를 한 셈이니
이제는 집으로 돌아가도 좋지 않은가?' 라고 권유했지만 그는 계속 가난하게 살았다. 그가 70세 때 엘리자베스 여왕이 친히
'이젠 다 용서받은 게 아닙니까?' 라고까지 권면하자 이때 그는 '비록 세상이 나를 용서해 준다 해도
거짓말을 했다는 것을 나 자신을 용서할 수 없습니다' 라고 하면서 어려운 생활을 계속했다. 영국사회가 견실한 것은
이렇게 거짓말을 가장 부끄러운 죄악으로 여기는
지도자의 善한 양심이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대부분 정치 지도자들은
오히려 거짓말을 처세를 위한 필요악으로 여긴다. 소설가 이광수(1892-1950)는 '근대의 우리 조선처럼 허위가 생활의 기조가 된 예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진실로 우리를 망하게 만든 것은 허위입니다. 장래에도 우리를 망하게 하는 것은 허위입니다!' 라고 개탄했다. 독립운동가 안창호 선생도(1878-1938)
'한국인의 최대의 적은 거짓말입니다' 라고 말했다. 오늘날 정치인들이 본받아야 할 덕목이다.
(옮긴 글)
출처: 향유 냄새 나는 집 - 아굴라와 브리스가 원문보기 글쓴이: 아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