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中日記(후회열전)
사람들은 대부분 매일 후회를 합니다. 짜장면을 먹고나면 짬뽕을 먹을걸 하고 후회하고 짬뽕을 먹고나면 짜장면을 먹을걸 하고 후회한다고 합니다.
이처럼 인생은 후회의 일상입니다.
사막을 걸어가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어디선가 한 목소리가 들려왔습니다. "돌멩이를 주워 주머니에 넣는다면, 당신은 내일 기쁘면서 또 후회스러울 것입니다"
그 말을 들은 그 사람은 길에 떨어진 돌멩이 몇 개를 주워 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다음날 주머니에 넣어 보니 그 돌멩이들이 다이아몬드, 루비, 사파이어 같은 보석으로 변해 있었습니다. 그는 정말 그 목소리처럼 기쁘면서 후회스러웠습니다. 기쁜 것은 그 돌멩이들을 가져 온것이고, 후회스러운 것은 좀 더 많이 가져오지 않은 것이었습니다.
우리가 너무나 익숙한 우화속의 청개구리는 어머니 살아생전 너무나도 속을 썩였습니다. 동으로 가라 하면 서로 가고, 서로 가라 하면 동으로 가고, 냇가로 가라 하면 산으로 가고, 산으로 가라 하면 냇가로 갔습니다. 어머니가 시키는 것은 반대로만 했습니다. 근심 속에 살던 어머니 청개구리는 유언을 남기며 죽었는데, 무덤을 냇가에 쓰라고 했습니다. 실은 산에 묻히고 싶어서 반대로 말했던 것인데 어머니가 죽고 나자 아들 청개구리는 정신을 차렸습니다. 어머니 유언만큼은 꼭 지켜야겠다면서 무덤을 냇가에 썼지만 그것마저 어머니 본 뜻과 달리 되고 말았습니다. 청개구리는 비만 오면 웁니다. 어머니 무덤이 떠내려갈까봐 걱정이 되어 웁니다
은퇴를 앞둔 한 건축가가 있었습니다. 건축회사의 사장이 그를 부르더니 은퇴하기 전에 집 한 채만 더 지어달라고 부탁하였습니다. 하필 은퇴를 앞둔 내게 왜 이런 일을 맡기느냐고 불평하는 마음으로 건축을 하였습니다. 감독도 소홀히 하고 좋은 재료를 사용하지도 않았습니다. 그냥 대충 지었습니다. 건물이 완공되었을 때 사장이 그를 부르더니 열쇠 하나를 주면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당신이 건축한 이 집이 우리 회사를 위해 애써온 당신의 은퇴를 기념하는 내 선물이요.” 건축가는 몹시 후회하였습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정성을 다해 지었을 것을….”
공자와 그의 제자들이 길을 잘 못 들어 산중에서 일주일이나 헤매게 되었습니다. 양식도 다 떨어져 풀을 뜯어먹고 겨우 목숨을 부지한 채 어느 빈집에서 하룻밤 잠을 자게 되었습니다.
새벽에 공자가 잠이 깨 밖에 나와보니 제자 중 '안회'가 마지막 남은 쌀로 밥을 하고 있었는데, 솥뚜껑을 열고 밥을 한 주걱 떠서 입에 넣는 모습을 우연히 보고 말았습니다. 괘씸하게 생각한 공자는 안회를 다시 교육시켜야겠다는 생각으로 날이 밝자마자 제자들을 모두 불러모았습니다.
"안회야, 내가 지난밤에 꿈을 꾸었는데, 꿈속에서 선친이 나타나 밥이 다 지어지면 먼저 조상님께 바치라고 하더구나. 그런데 아무도 손을 대지 않은 깨끗한 밥을 바치라는 거야"
"선생님 이 밥은 조상님께 바칠 수 없습니다."
"아니 왜?"
"선생님. 이 밥은 깨끗하지 않습니다. 제가 밥이 다 되었는지 솥뚜겅을 여는 순간천정에서 흙이 떨어졌습니다. 흙이 섞인 밥을 버리자니 아깝고 해서 제가 그 부분을 한 주걱 덜어내어 먹었습니다"
공자는 안회의 말을 듣고 제자를 의심한 것이 너무 부끄러웠습니다.
"예전엔 나는 나의 눈을 믿었는데, 이제 나의 눈도 믿을 만한 것이 못되는구나"하고 자신의 경박함을 후회했습니다.
프랑스의 작가 볼테르(1694-1778)는 무신론자로 생을 살았습니다. 그는 하나님을 부정하는 글을 많이 썼고, 인쇄소를 세워 책을 펴내고 열심히 팔기도 했습니다. 그는 늘 이렇게 말했습니다. “100년만 지나면 하나님을 믿는 따위의 미신가는 이 지구상에 한 사람도 없게 될 것이다.” 그는 또한 말솜씨가 좋았습니다. 같은 생각에 빠진 시민들은 그의 무신론 연설에 박수를 보냈고, 신이 난 그는 파리의 대로에서 하나님을 향해 “만약 하나님이 계시다면 이렇게 욕지거리를 퍼붓는 나를 이 자리에서 쓰러뜨려 보십시오!”하고 욕을 퍼부었습니다.
그렇지만 그도 나이의 벽을 뚫지 못했습니다. 점점 노인이 되어 갔고, 결국 병들어 죽음 앞에 이르게 되었습니다. 그는 회진 온 의사에게 간절히 부탁했습니다. “만약 내 생명을 6개월만 연장시켜 주신다면 전 재산을 드리겠습니다.” 의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대답했습니다. “볼테르 선생님! 선생님의 생명은 6개월은 고사하고 이제 6시간도 연장시킬 수 없습니다.” 원기 왕성할 때 확신에 찼던 무신론은 의사의 선고에 의해 흔들렸습니다. “아! 나는 지옥으로 떨어져 가는구나.” 하고 지난날을 후회했습니다.
리시마쿠스(알렉산더 대제의 해군사령관 겸 호위대장)가 게태(Getae)와 전쟁을 하고 있을 때였습니다. 그는 갈증을 해소시킬 물만 준다면 자기의 왕국을 주겠다고 제의했습니다. 그러나 적들이 준 물을 다 마신 리시마쿠스는 후회하면서 절망적으로 부르짖었습니다.
"일순간의 만족을 위해 큰 왕국을 잃어버린 나는 얼마나 불쌍한 인간인가!"
호주의 호스피스 간호사 브로니 웨어는 임종을 앞둔 환자들이 자신의 인생을 돌아보며 했던 후회들을 모아 ‘죽을 때 가장 후회하는 다섯 가지’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더 이상 얻을 것도 잃을 것도 없는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하는 다섯 가지 후회는
‘내 뜻대로 한 번 살아볼 걸’,
‘일 좀 적당히 하면서 살 걸’,
‘내 기분에 좀 솔직하게 살 걸’,
‘오래된 친구들과 좀 더 가깝게 지낼 걸’, ‘좀 더 내 행복을 위해 도전해볼 걸’ 등이었다고 합니다.
남부러울것이 없다고 생각되는 억만장자들도 후회를 합니다.
라파엘 배지아그(Rafael Badziag)는 자수성가로 1조원(10억달러)이 넘는 재산을 모은 21명의 갑부들을 인터뷰해 ‘억만장자 시크릿’(The Billion Dollar Secret)이라는 책을 펴냈습니다. 그가 정리한 부자들이 후회하는 5가지는
'엄청난 기회에 뛰어들지 않은 것'
'현재를 살지 않은 것'
'충분히 빨리 시작하지 않은 것'
'더 대담하지 못했던 것'
'충분히 빨리 변하지 않은 것'이라고 했습니다.
주역(周易)에 ‘항룡유회(亢龍有悔)’라는 말이 있습니다.
하늘 끝까지 올라간 용이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후회한다는 뜻으로, 부귀영달이 극도에 달한 사람은 쇠퇴할 염려가 있으므로 행동을 삼가야 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고 욕심에 한계가 없으면 반드시 후회하게 됨을 비유하여 이르는 말이기도 합니다.
옛날 중국의 장량(張良)은 전한(前漢)의 고조(高祖)를 도와 공을 세운 개국공신이었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릴 만큼 천하를 평정한 개국 공신들의 위세는 대단했습니다.
그런데 장량은 일체의 영예와 권력을 마다하고 시골에 운둔했습니다.
권세를 누리던 다른 공신들은 그의 행동을 전혀 이해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뒤 궁궐에 피바람이 불었습니다.
고조가 한나라 황실의 안녕을 위하여,
뒷날의 걱정거리를 없애기 위해 개국공신들을 차례로 주살했던 것입니다.
자신의 지위가 극상임을 미리 알아챈 장량은 모든 영예과 권력을 헌신짝처럼 버린 덕택에 천수를 누릴 수 있었습니다.
사회학자 토니 캄폴로는 “모든 인간은 죽음 앞에 섰을 때 이루지 못한 업적을 바라보며 후회하지 않는다. 단지 바르게 살지 못했음을 후회한다”고 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장래에 있을 죽음의 순간을 잊고 외형의 업적을 이루는 데 인생을 허비합니다.
지금 정치판에서 날뛰고 있는 사람들이 참고하면 좋을듯 합니다.
진주 내동에서 池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