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난히도 추억거리가 많았던 유월입니다
교정에 대한 어릴 적 추억은 더더욱 그러합니다
살구나무, 보리밭, 검정고무신, 술래잡기, 짝궁 순이, 짝사랑 여선생님
모두가 꽁꽁 숨어버린 우리네 추억거리들
지금의 유월과는 다른 옛 유월의 모습들
손에 잡힐듯한 옛 유월의 기억들이 참 그립습니다
시인이 그려놓은 단촌국민학교 모습으로
까마득히 달아나버린 옛 유월의 추억들
하나, 둘 떠올려 보는
행복한 하루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유로운 수요일 되십시요!
단촌국민학교 / 김용락
뿔새가 서편 하늘에 수를 놓으면
은버드나무 그늘이 교정을 안개처럼 하얗게 덮고
계단 밑의 살구나무가 신열을 앓듯이
살구꽃 향기를 보리밭으로 흘려 보내던 단촌국민학교
콧수건을 접어 훈장처럼 가슴에 달고
땡땡땡 사변 때 포탄껍질로 만든
쇠종소리에 발도 맞추면서
검정고무신에 새끼줄을 동여매고
공차기도 하고
달빛과 어우러져 측백나무 울타리 밑을 기어 다니며
술래잡기도 하던 내 유년의 성터에서
모두들 어디 갔을까
이젠 모두들 어디 갔을까
장다리꽃처럼 키가 껑충하던 첫사랑 내 여선생님도
샘이 유난히 많던 짝꿍 순이도
손풍금소리에 맞추어 울면서 어머님 은혜를 따라 부르시던
백발의 울보 교장선생님도 이젠 없는
흰구름만 둥실 떠가는 단촌국민학교
모두들 어디로 숨어버렸을까
20년 만에 서본 운동장은 텅 비어 쓸쓸하고
호루라기 소리에 맞추어 물개구리처럼 뛰고 배우던
우리들의 학습
그 싱싱하고 물빛으로 반짝이던 희망의 이름들
자유, 진리, 정의, 민족, 평등, 민주주의, 사랑, 평화
그 이름들이 아직도 교정 구석구석에 남아 있을까
손때 묻은 책상에서 어린이들은 여전히 꿈을 가지고 그 이름들을
쏭알쏭알 외면서 푸른 하늘을 향해 그들의 키를 쑥쑥 키울까
추억과 현실의 단촌국민학교
그립고 아름다운 내 사랑의 파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