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맙습니다, 여러부~운!
지금은 방송중
기부드라마 〈우리를 행복하게 하는 몇 가지 질문〉은 조촐한 술자리에서 시작됐다.
말로만 하지 말고 우리의 재능으로 조금만 좋은 일을 해 보자는 성준기 감독의 제안에
이선희 서희정 작가와 나, 배우 배종옥 등 몇몇이 맞장구를 친 데서 비롯되었다.
냉정한, 비리가 난무하는 삭막한 방송가를 우리가 나서서, 조금만 아름답게 만들자!
지금 생각하면 격한 말로 ‘웃기는 짓’이었다.
‘어떤 일이 있어도 세상을 조금이라도 따뜻하게 하는 이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남 탓을 내려놓고 오직, 그곳에서 못난 자신의 꼬락서니만을 잘 지켜보며 반성합니다’라는
명심문을 새기며 성준기 감독과 참여 작가 12명, 배종옥이 고개 숙여 천배를 할 때도
내 경우 그것은 감상이었고, ‘잘난 척’이었음을 이제야 고백한다.
‘우리가 하는데, 안 될 턱이 있나, 잘 될 거다, 무조건!’ 그리 생각했다.
그러나 이후 그 오만의 대가를 톡톡히 치렀다. 하나도 되는 일이 없었다.
좋은 일인데 한다는 사람은 다 참여하자는 슬로건은 좋았는데,
의견이 안 맞을 줄은 생각도 못했던 것이다.
‘가정의 달’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방송사에서 편성을 따내는 일부터
모든 제작 과정을 진행할 프로덕션을 찾는 일, 참여할 배우들이 적을 경우
특집극의 제작비로는 처음부터 남는 돈이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는 깨달음까지.
도망가고 싶었다. ‘차라리 개인적으로 돈 몇 푼 내고 말지….’
다들 스케줄이 장난이 아닌데 회의만 밤에서 새벽까지 이어지고,
성질대로 살다 공동작업이라는 틀 안에서 내 의견과 글이 까일 때는
‘북한의 아이들이, 제3세계 아이들이 싹 다 굶어죽어도 도저히 못하겠네’라는
말이 목구멍을 간질였다. 장장 6개월 동안 목적은 오간 데 없고 성질만 났다.
그런데도 어떻게 그 일을 끝마칠 수 있었을까? 이후, 나의 공은 없었다.
내가 흔들릴 때 12명의 참여 작가가 바로잡아주고, 방송사가 시청률을 포기해도
이런 일은 해야 한다고 나서주고, 기업이윤을 포기해 모금액을 늘려주겠다고
프로덕션이 부추기고, 그 좋은 일에 왜 나는 끼워주지 않느냐고 배우들이 응원가를
불러주고, 감독과 스태프들이 돈 몇 푼 아끼려고 촬영일수를 줄여주고, 외부제작
스크롤에 돈을 절약하겠다고 혼자 끙끙대는 성준기 감독을 한국방송 기술팀과
카프리라는 사진모임이 도와주고. 지금껏 내가 잘나 방송가에 사는 줄 알았는데,
나는 오직 글 한줄 썼을 뿐이고, 그걸 구체화하는 작업에 나는 없었음을 이번일로 깨달았다.
어느 날, 대자연 속에서 나 까짓 게 뭐라고 이렇게 세상을 향해 핏댈 세우나,
공기가 없음 내가 사는가, 농부가 없음 내가 사는가, 건축하는 사람들이 없음 내가 사는가,
가족이 없음 내가 존재라도 하는가?를 물었을 때 눈물나게 모든 것에 감사했던 적이 있었다.
이번도 그렇다. 감사하고 감사하다. 부족한 방송을 봐준 시청자에게도 더없이.
여의도는 아름답다.
다만, 내 오만한 감각이 느끼지 못할 뿐.
노희경/드라마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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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 작가님.
실제로 몇 번 뵈었는데요.
정말 이 분께 카운슬링을 받고 싶을 정도예요.
몇 마디 말씀만 들어도.. 정말 가슴에 와 닿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정말 존경하는 작가님.
첫댓글 드라마 재방으로 봤는데 너무 좋더이다 ㅜㅜ 감사합니다 노작가님
노작가님 좋은 드라마 볼 수 있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더라~~넘 좋앙
저이거 못봤는데 재밌었나용?
저도 너무 좋아하는 작가님
재밌게 잘 봤습니다
난 노희경작가님꺼 거짓말이 제일 조아...ㅜㅜ
김수현이였나 대학 교수였나, 말하길 노희경 자기 제자로 있을때 그렇게 과제를 하나를 내주면 열을 해왔다고 하더라구요.. 엄청 노력하고 잘 했었나봐요
완전 재밌었어요!!
찌질이 이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