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스가 서울을 향해 어둠을 뚫고 줄기차게 달리고 있습니다.
처녀가 배가 고픈지 가방에서 송편을 꺼내 먹으면서 나 보고도 자시라고 합니다.
그렇잖아도 시장하던 참인데 나는 감사하며 송편을 하자 들고 살펴보는데
송편이 크고 투박스럽습니다.
"어머님이 만드셨나봐요"
라고 내가 말 하자
"네 오늘이 추석이잖아요?"
라고 합니다.
그 순간 나는 `아 추석 !` 신음소리가 흘러 나옵니다.
나는 어려서부터 늘 혼자이기에 내 생일은 물론 명절도 다 잊고 지냅니다.
그런데 오늘은 추석을 제대로 쉔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송편을 빌미로 말문이 트일까 생각했지만 처녀는 다시 잠이 듭니다.
얼마나 시간이 지났을까?
처녀가 잠을 깨고 가방을 열더니 청포도를 꺼내놓고 나 보고도 자시라고 합니다.
"아 이 가을에 청포도라니 !"
나는 청포도 한 알을 따서 입에 넣고 혓바닥으로 눌러 달콤한 즙액을 빨아먹습니다.
"내 고장 7월은 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 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 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를 입고 찾아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흠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
1904년 5월 18일에 경북 안동에서 태어난 이육사님은
19세에 일본으로 가서 교육을 받았고
중국에 가서도 공부를 하였습니다.
그리고 항일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중국의 일본 영사관에서 순국하십니다.
"어머나 어머나 그 이육사님의 청포도 시는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예요 "
"아 시를 좋아하시는 군요"
"선생님은 시인이셔요?"
"아닌데요"
"그럼 화가세요?"
"아닌데요"
그동안 처녀의 입은 마치 철옹성 같아서 닫혀 있었는데 공통분모 앞에서는 모든게 풀리듯이
속사포 같은 질문을 합니다.
"그럼 작가세요?"
"아닌데요"
"그럼 뭐 하시는 분이세요?"
"제가 뭐 하는 사람같아보이나요?"
"제가 몰라서 묻잖아요?"
"아 그렇군요 저는 피아노 학원을 하고 있어요"
"아 역시 예술가시네요 선생님은 에술가 타입이셔요"
(계속)
첫댓글 그 처녀가 사람을
볼줄 아는가봐요.
혼자였기에 생일도
명절도 잊고 사셨다니...
알알이 맺힌 청포도
송이처럼 실속있는
대화가 이어졌으라라
믿어봅니다.
뿌뜨리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마치 숨겨둔 것이 들통이 난 것 같아요 하하하
형광등등님~
드디어 역사가 이루어지나 보네요 ㅎㅎ
시인 김정래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님은 잠도 없으신가봐요 하하하
좋은 날들 되시고요
공통 관심사가
맞으시니까
대화의 물꼬가 트이는거죠
이육사님 생일이 저랑 같네요
저는 음력이지만 5월18일
라아라님 어성도세요 감사하ㅂㅣ다.
라아라님의 생일이 5.18일이라고요?
저 지금부터 굶을 랍니다 하하하
청포도 익어가는 좋은 고장에서
이육사님과의 만남이 밝은 마음을
갖게 하셨군요
오늘도 고운글 읽기만 했는데
댓글 드리고 갑니다
차마두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이 4월 마지막이네요
곧 더 좋은 달 5월이 오지요 즐거운 기다림 되세요
이래서 시 몇 수는 감정까지 담아 욾을 줄 알아야하는데 ...
잡석머리라 ㅠㅠ
아차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겸손한 말씀을 하시네요 하하하
꼭 외우라는 법은 없지요,
즐거운 나날 되세요 ^)*
오~~~~~~~`
좋다....
커무니케이션...아니지 ing.....ㅎㅎㅎㅎ
장안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거짓 눈곱만큼도 없는 진실입니다 하하하
제글은 모두 그래요. ^)*
예술가가 맞네요..
하하하 난석님도 그리 보시나요?
음악과 자연에 대하여 좋은 감각은 있어요 하하하
이게 무슨 일이세요
선배님. 앞날에 서광이 비치는 듯합니다
다음호 기다립니다.ㅎ
어서오세요 청담골 비비안나님 감사합니다.
앞날의 서광이라고요? 저는 잘 몰라요 하하하
ㅎㅎㅎㅎㅎㅎ 드디어 첫 단계에 들어서셨네요
시를 풀어내며 호감을 이끌어 내시는 모습
학창 시절이 생각나 한참을 웃었습니다.
좋은 일들이 전개 되길 희망 하면서 잘 읽고 갑니다
건강하십시오^^
어서오세요 박희정님 감사합니다.
역시 시를 좋아하시는 박희정님 같아요
제가 처음에 양양에서 버스를 탈때 제 옷을 잡아끌고
`그 차가 아니다` 라고 한 말 기억 하시나요?
아마 이 여자를 두고 한 말 같아서요 하하하
이육사의 시를 공통분모로
청포도같은 사랑이 시작되었군요.
흥미진진
별꽃님 오셨어요? 감사합니다.
내일부터는 가장 좋은 달 5월이네요 별꽃님에게도
좋은 나날 되소서
운명적인 만남입니다. 저는 강원도 영월에서 오래 살았고 일때문에 태백에서 호산을 거쳐 울진에 자주 갔기에
덕풍계곡앞을 많이 지나쳤습니다. 후편이 기대됩니다
아 기정수님 어서오세요 반갑습니다.
제 눈에[ 익은 영월,호산,덕풍계곡을 다시 들으니
너무 반가워요 저는 그곳에서 18년 살다가 밖으로 나왔어요
아, 재미있어요.
길게 좀 써보세요.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요.
사명님 어서오세요 감사합니다.
글이 길면 어느분들은 그냥 대충 읽기도 합니다.
좀 더 길게 쓰도록 노력해 볼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