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전공의들과 정부가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거의 백퍼센트의 한국언론은 1.정부와 의사들의 대립 2.2천명이라는 숫자와 대통령의 강경한 태도 3. 환자들이 받을 불이익에 초점을 맞추고 있습니다.
우리가 가장 도드라지게 보는 단면들입니다. 맞습니다. 제가 편집국장이라도 위 내용들을 헤드라인으로 가져갔을 겁니다. 그동안 이런 일이 생기면 한국언론이 보여온 전형적인 패턴입니다.
그런데 오늘 영국 파이낸셜타임스는 헤드라인을 이렇게 잡았습니다. 의사들 파업은 인구노령화로 인한 한국사회의 대립,긴장을 노정시킨다. 노령화로 건강보험제도자체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젊은 전공의들은 과노동과 낮은 월급에 대해 불만을 토론하고 있다. 이게 제목과 부제목입니다.
물론 기사 내용 안에는 인턴이나 레지던트가 아닌 개업의들이 그동안 누려온 고연봉, 의대 증원의 당연한 필요성을 말하는 서울대 교수,정부의 입장도 잘 녹여져 있습니다. 그런데 헤드라인은 저렇게 큰 그림으로 아주 긴 안목으로 잡았네요. 기사는 그리고 지적합니다. 노령화에 따른 건보료 부족, 수가 인상의 불가피성, 전공별로 천차만별인 건보료 수가 조정의 필요성, 차후 국민 부담이 될 즉 국민의 호주머니에서 나올 돈에 대한 문제도 지적하고 그러면서 의사들이 받고 있는 과도한 돈에 대한 비판과 함께 녹여내고 있습니다.
이런 부분이 늘 인상적입니다. 정직하고 객관적으로 사안을 보고 있습니다. 노령화를 먼저 겪은 나라 영국, 그로인해 건보재정이 심각한 위기에 빠졌던 나라에서 결국 본질은 돈이다, 거기에는 의사들이 받을 월급에 대한 문제도 포함되어 있지만 결국 환자나 국민들이 내야 할 돈에 대한 문제가 본질적으로 포함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꿰뚫고 있지요.
대립,갈등을 부각시키고 그러면서 문제의 일방을 향해 국민 여론에 맞춰 적당하게 비판하면 책임을 다하는 것 같은 한국언론과는 매우 다른 모습입니다.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전면에 내세우려고 합니다. 이러면 이런 장기적이고 본질적인 문제를 정치화시켜서 총선에 이용해 먹으려는 정치집단이 있다 해도 국민들이 쉽게 넘어가지 않겠지요?
의대증원 관련된 기사가 2월 6일전후 쏟아졌는데요. 만약 대통령실의 누군가가 어떤 신문사의 편집국장을 만나 이거 한번 던져보면 어때라고 물어보고 아주 좋은 생각입니라고 편집국장이 이야기했다면. 그리고 김건희의 디올백은 완전히 자취를 감춰버렸다면. 진실은 달리 보일겁니다. 이게 제 상상인지 팩트인지는 확인드리지 못합니다. 지금은 윤석열 정부이기 때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