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례명
이름은 한 개인을 나타낼 뿐만 아니라 그의 가족·집안·가문까지도 대표하기 때문에 매우 중요합니다.
세례명이란 세례성사를 통해 받게 되는 영적인 이름이기에 가톨릭 신자들에게는 매우 중요한 의미를 지닙니다.
종종 성인의 축일이 자신의 생일과 가깝다거나 이름 자체가 예쁘다거나, 혹은 다른 사람이 별로 택하지 않는 희귀한 이름이라는 이유로 세례명을
정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러나 세례명을 정할 때는 먼저 그 성인이 누구인가를 잘 알아야 하고 그 성인의 행적이나 영성이 자신의 삶에 좋은 모범이 되어주기를 기대하며 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성인의 삶과 위치가 자신과 비슷하면 더욱 의미가 있겠지요.
일생 동안 그 성인을 자신의 수호성인으로 특별히 공경하고 보호받으며 그분의 성덕을 본받으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가톨릭 교회에서 자신의 세례명으로 정한 성인의 축일을 자신의 영적인 생일, 즉 영명축일이라고 합니다.
이날 대부모나 주변 신자에게서 축하받고, 미사에 참석해서 은혜를 받는다면 참으로 뜻 깊은 영명축일이 될 것입니다.
● 세례명은 왜 필요할까요?
천주교 신자들은 세례를 통해 묵은 인간을 벗어버리고 새 인간이 된다는 의미에서 세례명을 받습니다.
즉 하느님의 자녀로서 새로운 사람이 되기에 새로운 영적 이름을 짓는 것입니다.
세례명은 교회 성인들 중에서 한 분의 이름을 따서 짓는데, 이름을 따온 성인을 주보성인이라고 합니다.
● 세례명의 유래와 의미는?
주님 자녀로 새로 태어나 합당한 이름 부여받는 것. 성인들의 열정 본받아야
<질문>
가톨릭 신자는 개신교 신자와는 다르게 세례명을 가지게 되는데 이 세례명의 유래는 어떻게 되나요?
또한 그 의미를 알고싶습니다.
<답>
언제부터 세례명을 붙이기 시작했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다만 3세기 중엽 이후에 태어난 아기에게 성서에 나오는 이름이나 성인들과 순교자들의 이름을 붙이는 것이 관례였다는 것만을 확인할 수 있을 뿐입니다.
치프리아노(200~258)는 수호성인으로서 베드로와 바오로, 그리고 모세를 언급하였습니다.
디오니시오(190~265)는 사도들의 이름을 따서 이름을 짓던 당시 신자들의 관례에 대해서 언급하였고 요한 크리소스토모(347~407)성인과
암브로시오(339~397) 성인은 순교자들과 성인들의 이름을 짓도록 신자들을 가르쳤습니다.
그러므로 성인들의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하는 시기는 초세기부터 이미 있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처럼 일치된 형태는 5세기부터 나타납니다.
세례명의 의미는 세례로 우리는 주님의 자녀로 새로 태어나기 때문에 그 태어남에 합당한 새로운 이름을 부여받은 것이고, 성인들이나 그리스도교적 의미의 새 이름을 받음으로써 일생을 통해 그분들이 가지셨던 주님께 대한 열정을 본받고, 또한 특별히 그분의 보호를 청하고 도움을 받습니다.
가톨릭 교회 교리서에는 이렇게 규정합니다.
『세례에서 하느님의 이름은 인간을 성화시키며 그리스도인은 교회에서 부르는 자기의 이름을 세례 때 받는다. 그것은 어떤 성인의 이름, 곧
자기의 주님께 모범적으로 충성을 다 바친 한 제자의 이름일 수 있다. 수호성인은 사랑의 모범을 보여 주며 전구를 보장해 준다. 「세례명」은
그리스도교의 신비나 덕을 나타내는 것일 수 도 있다. 부모와 대부모와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붙이지 못하도록 한다.
● 세례명은 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짓나요
[질문]
세례명은 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짓나요
제 세례명은 로즈마리입니다.
어릴 때 세례를 받고 수년간 냉담을 해 영명축일을 잊고 지냈습니다.
그런데 알아보니 제 세례명에 대한 영명축일은 없고, 성인이 아니라서 그냥 ‘모든 성인의 대축일’을 지내야한다는군요.
그러면 세례명은 꼭 성인의 이름을 따서 지어야 하나요?
성인이 아닌 세례명도 많이 있는 것 같던데요.
꼭 서양이름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좋은 이름을 세례명으로 쓰는 것은 안되나요?
[답]
그리스도교적 의미도 세례명 지을 수 있어
언제부터 세례명을 붙이기 시작하였는지는 정확하게 알 수는 없습니다.
그런데 갓 태어난 아이에게 성경에 나오는 이름이나 성인들, 순교자들의 이름을 붙이는 관례를 3세기 중엽 이후의 역사에서 발견할 수 있습니다.
특히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와 성 암브로시오는 신자들이 자녀들의 이름을 아무렇게나 짓는 것을 꾸짖으면서 덕이 높고 하느님을 충실하게 신뢰하여 교회에서 공경하는 이들의 이름을 따서 짓거나 보호와 중재를 받을 목적으로 순교자들이나 성인들의 이름을 따서 짓도록 권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4세기 이후, 그리스도교가 국교로 자리 잡으면서 신앙과 교의의 의미를 지닌 이름이나 교회의 이상 그리고 그리스도교의 덕을 의미하는
이름들이 신자들의 이름으로 지어지게 됩니다.
예를 들어 아나스타시오(부활), 아타나시오(불멸), 테오둘로(하느님의 종), 데우스도나(하느님의 선물), 아가페(사랑), 피데스(신앙) 등이 여기에 속합니다(‘로즈마리’는 아름다운 장미에 비유한 성모님의 애칭이지요).
하지만 이렇게 이름을 자유롭게 짓게 하다 보니 문제가 발생하게 됩니다.
그리스도교가 배척하는 이교신 등의 이교적인 이름을 쓰는 사람들이 등장한 것입니다.
그래서 교회에서는 이교적이고 우상 숭배적인 이름들을 지어 주지 말라고 강조하게 됩니다.
이제 답을 찾을 수 있겠지요?
성인의 이름만을 따서 지을 필요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리스도교적 감정을 고려할 때, 우리나라 성인 이외의 다른 이름으로는 짓기가 어려울 듯 합니다.
성인의 이름을 받으신 분은 그 성인의 삶을 본받고 공경하면서 살아야 하며, 그리스도교적인 의미의 이름을 받으신 분은 세례명이 지시하는
그리스도교적인 이상을 실천하면서 더욱 더 그리스도교적인 삶을 살아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세례명을 받는 이유입니다.
참, ‘로즈마리’는 성모님을 의미하는 축일로 성모님의 엘리사벳 방문 축일인 5월 31일을 축일로 지냅니다.
●[교회법아 놀자] 세례명에 대해서 궁금해요
궁금해요 신부님, 안녕하세요? 다가오는 성탄 12월 25일에 저의 딸이 세례를 받게 됩니다.
딸은 이름이 예쁜 세례명을 원합니다. 한 번 지으면 평생 부를 세례명인지라 고민 중에 질문을 드립니다.
먼저 세례명은 누가 정하는지요?
그리고 아무 세례명이나 선택하면 되는지, 정하는데 무슨 조건(예를 들면, 생일과 같은 달의 성인)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세례명은 반드시 성인의 이름이나 성경 속 인물로만 정해야 하는 것인가요?
대답입니다.
구 교회법에는 성인 성녀 이름만 세례명으로 사용하도록 규정했습니다.
그러나 현행 교회법은 한 걸음 더 나아갑니다.
성인 성녀의 이름은 물론 가능하고, 성인 성녀의 이름이 아니라도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현행 교회법은 그리스도교적인 정서에 어울리는 이름은 모두 가능하다고 규정합니다.
교회법 조문을 그대로 옮겨보겠습니다.
“부모와 대부모 및 본당 사목구 주임은 그리스도교적 감정에 어울리지 않는 이름을 붙이지 아니하도록 보살펴야 한다.”(제55조)
이 조문에 의하면 세례명을 정할 수 있는 이는 부모, 대부모, 본당 신부님입니다.
또한 이 조문에 의하면 세례명을 정할 때에, 그 이름 안에 그리스도교적인 의미를 담고 있으면, 어떠한 세례명도 좋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성인성녀의 이름이 아니어도 무방하다는 것입니다.
가령 우리말로 사랑, 찬미, 평화, 기쁨, 행복도 좋은 세례명이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단지 교회법은 교회의 냄새가 나지 않는 이상한 이름을 세례명으로 정하지 말 것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세례명을 정할 때에 조건은 없습니다.
예전에는 우리나라에서 세례받는 이의 생일이 있는 달의 성인들 중에서 세례명을 정하던 관습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반드시 그렇게 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세례명을 정하실 때, 부르기에 예쁜 이름을 정하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이 있습니다.
원하는 세례명이 성인이나 성경 속의 인물이라면, 그들의 삶이 어떠했는가를 잘 알아보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