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미 외 1편
김은숙
처절하구나 가파른 절규여
짱짱한 야생 울음으로
푸르른 존재를 증명하는
저 뜨거운 간절
순정의 외침 순정의 그리움이
식은 나무를 꼭 부여잡고
온몸 통으로 목청껏
소멸도 아랑곳없이 숲을 흔들다가
치열한 수직 울음으로
한 계절 뒤뜰을 관통하고
기어이 생애를 묻는 매미
목메는 맹목의 눈물겨운 애틋
61년생 김은숙1
1961년에 세상에 와서
2021년 61세가 되었다
60년 살아왔다는 게 문득 놀라워
돌아보면 아득하고 희뿌연 날들
까마득하게 쌓인 날들의 두께가 두텁고 두렵다
위태롭게 건너온 사람과 시간의 협곡
휘둘리고 휘청거리며 푹푹 빠지던 사막의 지대에서
어설픈 걸음마다 푹 패인 발자국의 눈시울 뜨겁다
순간순간 치받고 찌르던 칼끝 뭉툭해지고
명치끝 저릿하던 선혈은 희미해져 저만큼 먼데
그리 애태울 것도 애통할 것도 없는 밋밋한 무풍지대에 이르러
지금은 노을을 마주하는 시간
부산스레 건너온 한낮 뜨거운 체온도 품고
뚝뚝 떨구는 지상의 눈물과 탄식 정처 없는 서글픔도 녹이며
더 붉고 넉넉한 노을의 시간에 서서
남은 날 엮어갈 손발을 들여다본다
61년생 김은숙 혼자 오래 걸어왔다
곧이어 어둠 내리고 캄캄한 밤이 오리니
버석거리는 손발이어도 마음 온기는 잃지 말자고 속말을 하며
언제나 그리운 평화와 평등의 지대를 생각한다
―김은숙 시집, 『그렇게 많은 날이 갔다』 (고두미 / 2022)
*출처: 김정원 시인의 Facebook
김은숙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충북대학교 국어교육과, 인하대학교대학원에서 공부했다. 1996년 《오늘의 문학》으로 작품활동 시작, 『아름다운 소멸』, 『손길』, 『부끄럼주의보』 등 5권의 시집과 산문집 『갈참나무 숲으로』를 펴냈다. 충북작가회의, 내륙문학회 회원이며, 제13회 내륙문학상을 수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