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편값 20% 올려”… 녹두 42%, 참깨 19% 등 재료값 급등
올여름 기상이변에 곡물작황 부진
1년새 쌀 27%, 설탕 23% 뛰어
사과-배 등 과일값도 큰 폭 올라
추석 앞둔 소비자들 부담 커져
경기 연천군 전통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홍모 씨(49)는 이번 추석 송편 1kg을 지난해 추석보다 2000원 올린 1만2000원에 팔고 있다. 지난해 5000원대였던 참깨 1kg이 최근 7800원까지 오르는 등 송편에 들어가는 곡물 가격이 전반적으로 약 30% 올라서다. 홍 씨는 “서리태 콩과 팥, 밤 등 가격이 오르지 않은 게 없어 가격을 유지할 수 없었다”며 “원래 명절에는 직원 한두 명을 추가로 고용하곤 했는데, 올해는 인건비도 아끼려고 가족을 동원해 밤새 송편을 빚고 있다”고 말했다.
추석을 대표하는 음식인 송편에도 고물가 여파가 덮쳤다. 불볕더위와 폭우 등 기상이변으로 곡물 작황이 부진해 공급이 줄면서 송편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 가격도 줄줄이 올라서다.
송편 안에 넣는 곡물인 ‘소’ 값의 상승이 두드러진다. 1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8일 기준 국산 녹두 500g 소매가격은 1만1764원이다. 이는 최근 5년 평균 가격(8272원)보다 42% 높다. 1년 전(1만1119원)보다는 6% 올랐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8년 1694ha(헥타르)였던 녹두 재배 면적은 2021년 1229ha까지 줄었는데, 이로 인한 생산량 감소와 함께 최근 기상 악화의 영향을 받아서다. 팥 500g 소매가격은 8030원으로 5년 평균(7787원)보다 약 3% 높다. 송편에 넣는 서리태 콩(검은콩)도 올해 콩밭 침수 피해와 지난해 생산분 재고가 부족한 상황이 이어지면서 시세가 오르고 있다.
송편을 빚는 데 쓰는 쌀 가격도 최근 강세를 보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5일 기준 전국 산지 쌀값은 20kg 기준 4만9851원으로, 1년 전(3만9321원)보다 약 27% 올랐다. 여기에 7월 기준 지난해보다 23% 오른 설탕 등 송편에 들어가는 각종 재료 가격이 모두 오른 상황이다. 소비자 이모 씨(64)는 “엔데믹(감염병의 풍토병화) 이후 처음으로 맞이하는 추석이라 가족과 함께 송편을 직접 만들어 보려 했는데, 재료값을 생각하면 엄두가 나지 않는다”고 했다.
추석을 앞두고 송편뿐만 아니라 과일 등이 모두 오르면서 장바구니 부담을 키우고 있다. 5일 통계청이 발표한 8일 소비자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랐다. 올해 5월(3.3%) 이후 2개월 연속 2%대에 머물렀으나 폭염과 폭우 등의 영향으로 다시 3%대로 올라섰다. 특히 지난달 과일 물가는 1년 전보다 13.1% 상승했다. 사과 가격은 1년 전보다 30.5% 올라 과일 중 가장 큰 오름폭을 보였으며 복숭아(23.8%) 등도 큰 폭으로 올랐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이달 홍로 품종 사과의 평균 도매가격이 10kg에 7만∼7만4000원을 보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1년 전보다 146.5∼160.6% 오른 수준이다. 배 도매 가격 역시 15kg에 5만1000∼5만5000원으로 지난해보다 55.5∼67.7%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채소류는 1년 전보다는 1.1% 하락했으나 7월과 비교하면 16.5% 오르면서 소비자 부담을 키우고 있다. 그나마 한우 가격이 등심 100g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2.8% 저렴한 것으로 집계됐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국내외 기상이변으로 곡물과 과일의 작황과 공급량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며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보니 명절 이후까지 가격 오름세는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송진호 기자, 정서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