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목나무의 사랑
사랑아. 너는 아느냐?
성장은 세상을 안다는 것이다
세상을 안다는 것은
그 만큼 더 아플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성장을 막을 수도 막아서도 안되며 지켜보아야 하는
매일 찢어지는 내 심장의 아픔을
사랑아. 너는 아느냐?
어느 년. 어느 날, 어느 달에 베어 버리기로 예정받은 호숫가 허허벌판에 선
늙어가는 나무 한그루
그 소식을 알아버린 무성했던 나뭇잎들이 하나 둘 떨어져 나간다
이유는 그럴 싸 하더라
홀로 남아서 사라져 갈 나무가 애처럽다고 꺼이 꺼이 울며 떨어져 멀어지고
사랑했는데 정말 사랑했는데… 살랑부는 바람에 떨어져 멀리 날아가고
그럼 나는 어떻해. 튼튼한 나무밑에 썩어서 내년에는 살아서 푸르고 싶은데…
미안해. 그렇게 별 빛나는 야심한 밤에 떠나가고
나는 떨어지지 않을거야. 악착같이 매달려 팔버둥치는 치열한 사랑의 징표같더니
떨어져 사랑의 씨앗이 되리라 팔랑거리며 날아 사라지고
예술가의 매혹적인 목소리 짜릿한 흥분의 트럼펫 연주
튼실해 보이는 몸짖에 취한다며 붉게 물들어 그의 품속으로 떨어져 나가고
아름답다 정렬적이다 새빨개서 눈물이 나오도록 막가는 유혹에 취해
또 분위기속으로 떨어져 나가고
시인의 낭만 외로운 사람들의 사랑노래 가사로 결국 떨어져 나갈
몇 개 달랑 남은 잎
바라보며
아아. 사랑아. 너는 아느냐?
혼절해도 씻어지지 않을 멍들고 있는
곧 없어 질 이 나무의 속을
한 잎 한 잎 속절없이 떨어져 나가는 내 사랑들을
말없이 지켜보고 넋나간듯 나는 서 있다
통곡해서도 안되고 할 수도 없어서
어느 한 잎 내 뿌리에 떨어져 썩어 내년에도 잎을 피우리라 말은 못 해도
그것들 모두가 내 사랑이었음을
온 몸 다해 사랑키워 계절을 만들어 왔음을
아아. 사랑아. 너는 아느냐?
가라. 가라. 더 멀리
젊은 나무, 온화한 나무, 부드러운 나무, 너가 붙어 편할 나무, 너가 끌리는 나무에게로
바람따라서
분위기에 따라서
너가 가고 싶을 때 가라. 그러나
너는 아느냐? 사랑아.
내가 너를 안고 높이 자란 이유를
성장은 한계를 넘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나는 한계이다
한계의 틀에서 자유롭게 너는 날고
한계의 틀은 침묵한다
사랑아. 너는 아느냐?
이 한 글 한 글이
사랑이 쓰는 피 눈물이라는 것을
첫댓글 글 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