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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서의 고민이 듬뿍 배인 좋은 사례가 있어 소개합니다.
국제자원활동에 대한 고민_2010 하계 대사협 베트남 봉사단
아주아주아주 옛날같이 느껴지는, 몸도 마음도 뜨거웠던 올해 여름. 베트남 한베협력센터를 찾아온 27인의 대사협 봉사단과 12명의 하노이 외상대학교(FTU)봉사단이 함께한 2주동안의 땀과 눈물 범벅의 이야기이다.
나는 결국 현재의 상황과 여건, 과거에 한국 봉사팀들이 해왔던 내력, 봉사활동을 하러 오는 사람들의 의식으로 인해 당장 큰 변화는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작은 것부터 조금씩 바꾸어 한다고 생각했다.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지 못한다면 잘못하고 있는 작은 것들을 하나하나 바르게 고쳐가는 것이 우리가 할 수 있는 시작이라고 생각했다. 처음 기획에 있어서는 김동훈 선생님의 이전 동국대학교의 몽골 봉사활동을 많이 참고 했다. 그리고 본부를 통해 받은 '자원봉사는 자원활동이 아니다'라는 유네스코한국위원회의 책도 유심히 살펴봤다. 그리고 무리수를 두고 무리한 시도들을 기획, 진행했다.
1. 한-베 대학생 자원활동
이전의 베트남에서의 한국 봉사단의 민간교류는 대부분 베트남 대학생들이 단순 통역생으로 참여를 했다. 봉사단 교육봉사나 노력봉사 프로그램에 통역을 지원하는 형태로 참여를 하며, 약간의 수고비를 받는다. 사실상 하노이에 한국어과가 있는 몇개 대학교 학생들에게 여름방학은 기업이나 개인에게 별도로 한국어 강의나 여행 가이드 등의 아르바이트를 해서 돈을 쏠쏠히 모을 수 있는 적기다. 하지만 봉사단 통역의 수고비는 그 아르바이트비에 비하면 극히 적어, 이 봉사단 통역 활동은 봉사활동의 마음이 있는 학생들만이 참여를 한다. 그것은 결국 돈을 떠나서 봉사를 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뜻이다.
나는 그런 한국어학과 학생들에게 아르바이트비 주는 통역이 아니라, 처음부터 끝까지 숙식과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하는 봉사단으로 참여할 수 있냐는 질문을 했다. 아르바이트로 시간이 없었던 학생들은 대답을 머뭇거렸고, 나는 실험적으로 한국어과가 아닌 하노이 외상대학교내에 있는 한국학센터(정규 수업이 아니라 관심있는 학생들이 한국어 초급,중급 과정을 배우는 중) 학생들에게 제안을 했다. 한국학센터 학생들은 그 누구보다 한국과 한국 학생들에게 우호적이고 한국어 통역 아르바이트를 할 능력은 안되었지만, 아주 천천히 또박또박 말 할 경우 간단한 의사소통이 된다는 전제하에 12명의 학생을 뽑았다. 한국 학생은 27명이었다. 김동훈 선생님의 동국대학교 봉사단 1:1 버디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었지만, 첫 시도라는 점에서 무리하지 않고 12명으로 시작했다. 물론 베트남 학생들은 대부분 완벽한 영어를 구사하지만, 완벽하지 않은 한국어 소통 때문에 걱정했던 것도 잠시 부딪히고 함께 땀흘리는 과정속에서 같은 또래의 젊은이들이 소통하는데에 언어는 결코 중요한 것이 아님을 느낄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베트남 학생들이 정말 열심히 하는 모습에 한국 학생들이 많은 자극을 받았고, 매일 밤을 지새며 조별로 모여 다음날의 활동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양국 학생들은 너무도 열정적인 모습과 화합을 이루게 되었다.
매일 저녁에는 모두 모여서 지구촌시민학교 강의(베트남1인, 베트남 거주 한국1인), 국제개발 공동체 훈련(빈곤의 식탁, 빈곤게임, 퀴즈 등), 인권과 국제개발에 대한 다큐멘터리 시청(영어, 한국어 자막), 지구밖이야기 발표(간사, 양국 대학생 대표)등을 진행했다. 처음에 베트남 학생들의 요구는 저녁의 교육 프로그램에는 쉬게 해달라는 것이었다. 언어의 장벽도 있고, 여기까지 와서 또 공부를 한다는 것이 싫은 그냥 20대 초반의 개구진 여학생들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일부 프로그램이라도 양국 학생들이 분리되서 진행된다면 이 활동을 같이 하는 의미가 없기 때문에 모든 프로그램을 함께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존 통역생 역할 이상의 무언가로 진행하고 싶었다. 그리고 그 이면의 내 생각은 베트남 학생들에게도 국제개발에 대한 이해나 관심을 갖게 해주고 싶었다. 몇 십년 내에 수혜국에서 공여국이 된 한국처럼, 빠르게 발전하는 베트남도 머지않아 국제개발 전문가가 필요할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저녁프로그램에 대한 베트남 학생들의 압박 때문에 나는 조금 더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요했다. 진행은 되도록 정확한 발음으로 천천히 한국어로 말하되 대부분의 PPT를 영어와 베트남어로 준비했다. 또한 깊은 설명이 필요할 때엔 한베협력센터 한국어 통역인 Anh Tu와 사전에 연습을 하여 힘들지만 동시 통역으로 진행했다. 우리는 베트남 학생들이 진행 과정에서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데 주력했고, 고맙게도 외상대 학생들도 나의 그런 마음을 충분히 이해해주었다. 내가 너무 기획에서 과한 욕심을 부렸을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베트남 외상대 학생들이 한국 학생들과 동등한 입장의 봉사자로서 이 자원활동에 참가하게 된것은 아주 큰 성과라고 본다. 베트남 대학생들이 스스로 참여도를 높였던 것은 물론, 한국 학생들 역시 베트남 대학생들이 내 말을 전달해 주는 매개체가 아닌 함께 고민하고, 기획하고, 진행하고, 평가하는 팀의 일원으로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대사협 봉사단이 아닌 volunter team VIET-HAN (한국-베트남 대학생 자원활동)이란 말을 사용하고자 한다.
2. 한국 - 베트남 이해하기
이전에 베트남에서 한국으로 시집가는 '결혼이민여성'과 관련된 사업을 조사하고 다닐때, 어느 베트남 여성 분이 하셨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왜 베트남 신부만 교육을 받죠? 왜 한국 남편은 베트남 언어도, 문화도, 음식도 공부하지 않고 베트남 신부만 교육을 받는 거죠?" 맞다. 지당하신 말씀이다. 적어도 자원활동이 내가 생각하고 있는 수직적인 '봉사'의 개념에서 한국과 베트남의 참여자 모두 동등한 입장으로 바뀌어 진행되어야 한다면, 상호 이해를 바탕으로 한 서로의 노력이 필요하다. 한쪽만의 노력이 아닌. 문화교류 라는 것은 쌍방이 함께 하는 것이다.
베트남 대학생들이 사전에 한국에 관심을 가지고 한국어 공부를 한 것(대사협 학생들이 오기 전에는 자발적으로 한국어 특훈도 강행했다)과 달리, 한국 학생들은 베트남어나 베트남에 대한 이해가 거의 없었다. 한국에서 대사협 사전교육때 있던 베트남어 교육시간에도 많은 수의 학생들이 참석하지 않았다. 때문에 나는 베트남 대학생들이 한국과 한국어를 배우기 위해 노력한 만큼 한국 대학생들도 베트남과 베트남어를 열심히 배워야 한다고 생각했다. 매일 몇개의 단어를 식당에 붙여놓고 함께 활동하는 베트남-한국 학생들끼리 서로의 언어를 많이 써 볼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 주었다.
또한 2주의 기간동안 모든 한국학생은 베트남어 이름을 갖게 되었고, 베트남 학생들은 한국어 이름을 갖고 사용하게 되었다.
3. 한-베 다문화가정
사실 베트남에서조차 한국으로 시집가는 결혼이민여성에 대한 인식은 별로 좋지 않다. 처음에는 'PACK for a PURPOSE'캠페인을 인용해서 'Pack for Viet-Han' 이라는 프로젝트를 만들었다. 처음 기획은 한국 대학생 봉사단이 사전에 한국에 있는 베트남 다문화가정을 몇 가정 컨택해서 만나보고 필요한 물품이나 영상을 찍어 베트남 친정에 전달하고, 다시 베트남에서 물건이나 영상을 전달하는 우체부 역할을 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베트남 다문화가정의 우체부 역할을 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이유인 즉슨 첫째, 한국에 있는 베트남신부가 있는 다문화가정에서 원치 않는 경우가 많다. 기관을 통해 알아낸 몇 군데의 가정에서 본인과 가족들이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둘째, 간신히 찾아 낸 가정은 대부분 하노이 시와 멀리 떨어진 북부 혹은 중부지방에 친정집이 있다. 단기간 하노이 근교에만 머무는 봉사팀이 친정을 직접 찾아가기란 불가능한 일이었다.
한국에서 사전에 도움이 필요한 다문화가정을 찾지 못해 고심고심하고 있던 중에 결국 원래의 계획을 조금 바꾸어, 베트남 대학생들과의 첫날 오리엔테이션 동안 한국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도서관 및 기관 등에 필요한 베트남어 아동 도서, 국기, 지도, 전통 물품 등을 조별로 구입해오는 미션을 진행했다. 베트남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꼭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왔고, 활동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한국 봉사단이 그 물품을 한국의 필요한 기관에 전달을 했다.
4. 쓰레기는 이곳에도 충분하다.
아직까지도 베트남에서는 환경에 대한 개념이 전무하다. 아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도 실내 바닥이나 길거리에 쓰레기를 버리는 것을 아무렇지도 않게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봉사단 활동의 테마 중 하나는 베트남의 심각한 환경문제와 환경의식에 관한 것이었다. 2 주간의 생활동안 양 국의 대학생들은 일회용품 줄이기라는 목표로 각자 가져온 개인용 컵을 사용하는 것을 약속했다. 처음엔 우리 직원들조차 편하게 종이컵 쓰면 될 것을 왜 무겁게 각자 컵을 가지고 오라고 하는지 나에게 되물었다. 하지만 비록 작은 실천으로 시작된 이 일회용품 줄이기 운동은 활동 기간 동안에 한국과 베트남 양국 대학생들, 그리고 우리 직원들에게 조금이나마 베트남의 환경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주었다. 비록 우리 직원들이 아직까지는 완벽히 이해 되거나 습관화 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하노이 외곽 가난한 농촌마을 미흥중학교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교육활동에서는 재활용품을 이용한 다양한 예체능 수업을 기획했다. 그러나 현지의 재활용 상황을 몰랐던 한국 학생들은 현지에서 구할 수 없는 패트병이나 유리병 등을 이용한 수업을 구상했고, 심지어 한국에서 제품을 사서 사용한 후에 그 재활용품 재료를 만들어 가지고 오자는 이야기 까지 나왔다. 우리 대학생들 조차도 얼마나 환경에 대한 인식이나 자원활동에 대한 의미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는지 알려주는 대목이다. 나는 얼굴도 보지 못한 한국 대학생들에게 온라인상으로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베트남으로 쓰레기를 가지고 들어오게 되는 것과 활동을 위해 역으로 필요 없는 재활용품을 생상하게 되는 폐해에 대해 일장연설을 할 수 밖에 없었다. 나의 조금 과한 의미전달이 잘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학생들은 현지 조달 가능한 진짜(?) 재활용품을 이용하는 수업으로 수정하여 교육 프로그램을 구상했다.
5. 왜 현지 마을에 파는 물건을 한국에서 가지고 와서 사용하는가. 혹은 나누어 주는가.
학생들은 무조건 한국에서 모든 사전 물품을 구매해서 베트남에 오고자 한다. 사실 인솔자의 입장에서도 그게 가장 편한 방법이다. 준비를 한국에서 다 해올 경우, 현장에서 진행을 하기가 한결 수원해 지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현지에도 공장이 있고, 시장이 있고, 물건이 있다. 되도록 현지 가능한 물품은 현지에서 구매를 하는 것이 그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가끔 나이가 지긋하신 봉사자 분들이 오시면, 아이들에게 나누어 줄 사탕이나 과자를 한국에서 구매해서 오시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비싸고 맛도 더 좋다고 생각하는 그 한국 과자보다 베트남 아이들 입맛엔 불량식품 같은 베트남 과자가 더 입에 맞는 경우도 있었다. 사람도, 언어도, 물건도, 방법도... '되도록 많은 것의 현지화', 그게 자원활동에서 최우선 목표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이번 활동에서는 식재료나 과자 등으로 현장에서의 구입 품목이 많이 제한적이었지만, 앞으로는 현지에서 힘이 닿는 부분까지는 현지 구매를 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
나 역시 첫 커다란 봉사단 기획이니 만큼 욕심을 조금 부렸던 것은 사실이다. 덕분에 얼굴 한쪽 근육이 이상해지고(마비가 오는게 아닌가 싶었다), 목소리도 안나오고, 살도 빈티나게 쪽쪽 빠지고, 더이상 까매질 수 없을 것 같던 얼굴은 신기하게도 더 까매졌다. 어찌되었든 결론적으론 내몸의 모든 기력들은 빠져나갔으나, 이것이 결코 무리한 시도들이 아님을 증명해냈다. 기존에 이곳에서 해 왔던 봉사단 프로그램들에 조금더 좋은 방법을 적용해본 것은 성공과 실패를 떠나 시도만으로도 모두에게 감동적인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2010하계 대사협 봉사단 (베트남) _현지 코디네이터 의견서 _최유리 간사>
‘꿍냐우Cung Nhau’는 베트남어로 ‘같이, 함께‘라는 뜻이다.
베트남, 한국 양국의 젊은이들이 만나 함께 먹고 자고 배우며 느끼는 자원 활동
이전 자원 활동에서 베트남 대학생들의 역할은 통역을 통해 한국 대학생들의 활동을 지원해 주는 것에 그쳤었다. 그러나 이미 베트남 내의 많은 대학교에서도 지방의 가난한 지역을 방문하여 봉사활동 하는 것이 대학문화로 자리 잡은 지 오래 이고, 외부 선진국의 지원을 최소화 하며 그들 스스로 일어서게끔 하는 것이 가장 좋은 지원의 방법이라고 생각하기에 베트남 대학생들과 한국 대학생들의 자원 활동 캠프를 기획하게 되었다.
베트남에서 손꼽히는 명문대학교인 외상대학교 학생들 또한 한국 학생들처럼 대부분 농촌에 대한 경험이 없는 학생들이다. 그래서 활동 중에 오히려 베트남 도심 학생들에게 더욱 생소한 부분은 한국 학생들이 더 나서서 하는 경우도 있었고, 원래 취지에 맞춰서 한국학생들보다 베트남 학생들이 제 일처럼 더욱 나서서 적극적으로 해 주는 부분도 많았다. 처음에는 양 국 학생들 간에 소통이 부족한 부분도 있었고 오해도 있었지만, 어느 순간 양국 학생들에게선 ‘내가 너를 돕는다‘라는 수직적인 봉사의 개념을 찾아볼 수 없고, 하루하루 함께 땀 흘리는 시간이 늘어나면서 모든 학생들은 단 한명도 서로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어갔다. 마지막에는 베트남 학생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베트남에 와서 열정을 다하는 한국학생들의 모습에, 한국 학생들은 뭐 하나 해준 것도 없는 나에게 이렇게 하나같이 친절하게 마음을 다해 주는 베트남 학생들의 모습에 서로 감동의 눈물을 비치고야 말았다.
이 의미 있는 시도를 통해, 통역생 없이 진행한 양 국 학생들의 동등한 위치에서의 봉사캠프가 성공적임을 느꼈고, 함께 했을 경우에 그동안 나타났던 ’일방적인 봉사‘ 방식의 기존 봉사단의 문제점들을 줄이고 ’더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갈 수 있다‘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다.
‘꿍냐우 희망 도서관’ 만들기
지난 겨울 동국대학교 봉사단의 활동으로 인근 열악한 중학교에 ‘꿍냐우 희망 도서관’ 1호를 설립한데 이어, 이번 하계 대사협 팀도 ‘미흥 중학교’에 찾아가 교육활동과 함께 ‘꿍냐우 희망 도서관’ 2호를 만들었다. 교실 하나를 비운 도서관과 학교 운동장 한 면을 가득 채운 자전거 보관소는 깨끗하게 변했고, 꿈을 가득 실은 그림으로 채워졌다. 또한 양국 대학생들은 베트남어 책, 영어 책, 그림 책 등 한 권 이상의 책을 가지고 와서 기증하였고, 미흥 중학교 전 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1인 1책 기증학기 운동으로 도서관을 희망의 책으로 가득 채웠다. 그야말로 ‘꿍냐우 (함께)’ 라는 취지에 맞게 도서관을 만든 양국 대학생들과 도서관을 사용하게 될 학생들, 임직원 모두의 참여를 바탕으로 한 의미 있는 프로젝트였다. 이것은 학생들에게 도서관에 대한 주인의식을 고양시키고, 문화적 교육적 접근성이 부족한 이곳 마을에 단순 지원 이상의 큰 의미를 갖게 될 것이다.
‘한베 사랑의 메신저’
한국에서 다문화가정이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고 뉴스에서는 파생되는 사건사고들이 심심치 않게 보고되고 있는데 반해, 아직 한국 청년들과 베트남 현지에서의 다문화가정에 대한 관심과 이해는 극히 부족하다. 이에 맞춰, 양국의 대학생들에게 한-베 다문화 가정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갖게 하고 한국에 살고 있는 베트남 다문화 가정과 베트남 결혼이민여성을 위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을 하는 시간을 가졌다. 한국 대학생들은 사전에 한국에서 베트남 다문화가정이나 관련 기관과 접촉하려고 했으나, 노출을 원하는 베트남 결혼이민 여성이나 그 가정을 찾기란 쉽지 않았다. 그래서 ‘한-베 양 국을 잇는 다리’라는 원래 기획의도에서 조금 수정하여, 베트남에서 한국을 향한 ‘사랑의 메신저’ 역할로 변경하였다.
베트남 학생들에게는 한국에 있는 베트남-한국 2세 아이들에게 모국인 베트남의 문화와 글을 알릴 수 있는 안내자 역할을 주어 한국 친구들과 함께 베트남 책과 전통 물품, 지도, 국기 등을 구매하게 하였고, 한국 친구들은 그것을 한국으로 이송하여 한국에 있는 다문화 가정과 단체 등에 기증하도록 하였다. 이는 한국에 있는 다문화 단체나 가정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었음은 물론 양 국 젊은이들에게도 장차 한국과 베트남의 다리가 될 수 있는 다문화 가정의 2세들에게 조금 더 관심을 갖는 있는 계기를 마련해주었다. 특히 베트남에서는 한국으로 결혼 이민 가는 여성에 대한 시각이 좋지 않은데, 역시 한-베 다문화 가정에 대해 전혀 무지했던 하노이 외상대학교 학생들에게도 다시 한번 의미를 생각해 보게끔 하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돌아보면 나 자신에게도 그저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던 봉사단이라는 개념을 다시금 생각해 보게끔 만든 계기가 되어준 여름 자원활동 팀들. 2010년 하계 대사협, 외상대 친구들, 한국관광공사 청소년 봉사단. 헤어지는 그 날, 한국과 한국 친구들을 너무 좋아해 주었던 농촌마을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하나하나 만들어갔던 하노이 외상대 친구들은 아쉬움과 고마움의 눈물을 한 없이 보여줬고, 베트남과 베트남 친구들에게 고마웠다고 진심의 눈물흘리는 모든 학생들을 보면서 나 역시 속 깊은 곳에서의 뜨거운 눈물을 참아냈었다. 또한 돌아가는 그 날 각자 선물 살 돈들을 삽시일반 모아 좋은 일에 써 달라며 조용히 봉투를 내밀고 간 두 봉사단의 경험으로 부터 나온 자발적 선행을 통해, 나는 어쩌면 이곳 사람들의 외형적인 삶의 질을 변화시키는 것만큼이나, '사람'을 키우고 변화 시키는 일이 어쩌면 더 중요한 일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활동 이전에 막연히 가졌던 부정적이기만 했던 '봉사단'에 대한 시야가 조금은 넓어졌다. 위에서 말했던 '국제개발 현장이 한국 젊은이들이 교육이 장이 되어서는 안된다' 라는 확고한 생각은 많이 느슨해졌고, '안된다' 보다는 '이왕 할꺼면 제대로 해야 한다' 정도로 바뀌었다. 아직까지도 많은 수의 봉사단들이 누굴 위해 파견하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만들고 있고, 우리 스스로도 고쳐나가야 할 점들이 수두룩하게 많이 있는 것은 변함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나는 그 후에 다시 만난 하노이 외상대학교 학생들로부터 한국학센터 내에 학생들 자체적으로 봉사 동아리를 만들었다는 기분 좋은 소식을 들었고, 학생들은 봉사할꺼리가 없냐며 계속적으로 나에게 문의를 해왔다. 장차 베트남의 리더가 될, 베트남의 엘리트 대학생들의 이 자발적 사회환원 활동은 민간교류를 하면서 내가 들은 가장 반가운 소식이 아닐까 싶다.
개성 다른 한명한명이 모여 같은 방향을 향해 하루하루 아름답게 변해가는 모습을 모면서, 40~45도를 웃도는 더위 속에서 나 또한 힘껏 자라나는 계기가 되었다. 무럭무럭. 앞으로 올 해 안에만 3팀의 정규(단기 방문 제외) 봉사단이 한베협력센터에서 자원활동을 더 할 예정이다. SK에너지 임직원 봉사단, 동국대학교 108리더스 봉사단, 동계 대사협 봉사단. 어떤 좌충우돌 속에서 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또 어떤 변화와 성장이 있을지 궁금해진다.
Happiness On the Road http://pane9.egloos.com/2660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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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관련 글 => 몽골의 의료봉사 이야기
클릭했더니, [누가누가 베트남에서 나쁜 짓 하나 경진대회] 이야기가 열렸습니다.
제목부터 섬뜩하더니, 읽어보니 가슴이 내려앉는 느낌입니다.
오늘 아침 복지수상록(김동찬, 2010, 푸른복지출판사)을 다시 읽으며 가슴 쓸어내렸는데,
이어서 이 글을 읽으니 어찌 할 바를 모르겠습니다.
"처음 기획에 있어서는 김동훈 선생님의 이전 동국대학교의 몽골 봉사활동을 많이 참고했다."
"김동훈 선생님의 동국대학교 봉사단 1:1 버디 시스템을 적용하고 싶었"다.
이렇게 참고할 모범이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지요.
이번 겨울에 푸른복지출판사에서 대여섯 권의 책이 새로 나옵니다.
시설 사회사업, 노인복지센터 사회사업,복지관 사회사업, 지역아동센터 사회사업...
그러면 사회복지 각 분야의 실천 사례들이 고루 갖춰집니다. 기대가 큽니다.
김동훈 선생님의 책을 푸른복지 출판사에서 내시면 어떨까요?
혼자 한권의 책을 쓸만한 내용이 되지는 않을 것 같은데요...^^...언젠가 책을 써보고는 싶었습니다.ㅎㅎ
푸른복지에서 책을 내시면,
출판비가 아주 저렴합니다. 따라서 책값도 저렴합니다.
저자에게 필요한 만큼 책을 많이 많이 드립니다.
그룹스터티용으로 주문하거나, 행사장에 내놓으면 절반 값으로 구입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지금 나온 책들은 가장 비싼 게 2천 5백원밖에 안 됩니다.
수익에 관심 없고, 널리 나누는 데 뜻이 있기 때문입니다.
volunter team VIET-HAN
베트남 대학생과 한국 대학생 연합 봉사활동
일방향적인 봉사에서 '연합'으로 가는 것도 힘들고, 연합안에서 공정한 관계를 맺는 것도 힘들고, 서로가 같이 발전하는 것도 힘들고....얼마나 힘든 것인지 알기에 그래도 도전을 하는 실무자들이 그저 감사할 따름입니다.^^
"왜 베트남 신부만 교육을 받죠? 왜 한국 남편은 베트남 언어도, 문화도, 음식도 공부하지 않고 베트남 신부만 교육을 받는 거죠?"
-> 그런가요? 몰랐습니다.
다만, "쌍방이 함께" 노력해야 한다는 말씀에 공감합니다.
제가 듣기에도 한국의 다문화관련 정책과 프로그램들은 그 전제가 주로 결혼이주민들이 한국사회에 동화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들었습니다.
"첫날 오리엔테이션 동안 한국 다문화가정과 다문화 도서관 및 기관 등에 필요한 베트남어 아동 도서, 국기, 지도, 전통 물품 등을 조별로 구입해오는 미션을 진행했다. 베트남 대학생들의 도움으로 시장을 돌아다니면서 꼭 필요한 물품들을 구입해 왔고, 활동을 다 마치고 돌아가는 한국 봉사단이 그 물품을 한국의 필요한 기관에 전달을 했다."
- 'Pack for Viet-Han' 이라는 프로젝트,
우체부 역할 하겠다던 처음 기획도 좋고, 이렇게 변통한 활동도 좋아 보입니다.
한국에 계신 다문화가정 및 도서관 당사자들과 먼저 의논하면 더 좋겠고요.
다문화 가족이 노출을 꺼린다니, 다문화 도서관 당사자들만이라도...
쓰레기 줄이기,
물품을 현지에서 구입하기...
쓰레기문제는 매년 1만명의 단기해외봉사단이 버리는 쓰레기양을 생각하면 꼭 생각해야할 내용이고, 단기봉사단이 쓰는 비용 대부분을 한국이나 다국적기업들에게 들어가서 현지경제에 기여하는 바가 거의 없는 것도, 그리고 1만명이 가져가는 공짜구호품들이 역시 현지 경제를 교란시킨다는...
"미흥 중학교 전 학년 학생들과 선생님들도 1인 1책 기증학기 운동으로 도서관을 희망의 책으로 가득 채웠다. ~ 양국 이것은 학생들에게 도서관에 대한 주인의식을 고양시키고~"
"농촌마을 중학생 친구들과 함께 동고동락하며 하나하나 만들어갔던 ~"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중학교 학생들이 팀을 만들어 공부하고 기획하고, 대학생 봉사단과 교섭하고, 위에 쓰신 것처럼 대학생들과 동고동락하며 주도적으로 도서관을 만들어 가는 과정... 대학생 이야기보다 중학생들의 이야기가 더 돋보이게 하는 활동이었겠지요. 다만 이 글은 대학생 봉사단 활동이 어떠해야 함을 보여주기 위함이니 초점이 다르지만요.
외상대학교 학생들의 농촌봉사.
농촌을 우러러보고, 농촌 사람을 존중하여 주체로 세워드리는 활동이기를 바랍니다.
농촌 당사자들에게 제안.설명하여 선택의 기회를 주고, 선택한 그것에 주체로 참여하여 함께 계획하고 준비하고 진행하도록 도와야 합니다. 그리고, 농촌 당사자들이 이룬 당신들의 활동이었다고 감사로써 반응해야 합니다.
대학생들이 (한국 대학생이든, 현재 대학생이든) 봉사하는 건 좋으나
농촌, 농촌 사람을 대상화하여 대신 하거나 베풀어 주는 방식은 조심스럽습니다.
한국에서 베트남을 돕는 일이나,
베트남 도시에서 베트남 농촌을 돕는 일이나,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입니다.
한국 대학생이 베트남을 돕는 일이든,
베트남 대학생이 베트남 농촌을 돕는 일이든,
일방적으로 대신 하거나 베풀어 준다면, 그 폐해는 크게 다르지 않을 테니까요.
역시 선생님이십니다. 미처 거기까지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습니다. 일단 우리가 봉사의 주도권을 놓는다는 것만으로도 꽤 진척된 것이라 거기에 집중했는데...더 깊이 생각해보아야 할 점이었네요.감사합니다.^^
김동훈 선생님의 여러 댓글 보았습니다.
지금까지의 기록으로도 충분히 좋은 책을 만드실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해 보십시다.
아기 잘 크지요?
바라만 보아도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좋기만 한 아기...
요즘은 좀 일찍 들어가십니까? 그러셔야 합니다. 지금은 일찍 들어가 아기와 함께하셔야 합니다.
아기, 아기엄마,
그리고 책...
본부에서 봉사단을 인솔해 현지에 갈 때와는 달리, 현장에서 봉사단을 받으면서 더 많이 고민하게 됩니다.
봉사단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지고 있지만, 앞으로도 더 많아지면 많아졌지, 줄어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에서 일하는 실무자의 역할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 봅니다.
저도 요즘 내년 1월에 올 대학생 봉사단 프로그램을 준비 중입니다.
피할 수 있다면 피하고 싶은 일 중 하나였지만,^^;;
이렇게 받게 된 이상, 어떻게 하면 지역주민들을 주체로 세워드리면서
모두에게 의미있는 활동이 되게 할지 더 깊이 고민해야겠습니다.
좋은 사례 공유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이 배우고 갑니다.
베트남, 다문화가정, 베트남 사람들의 정서, 결혼관, 가족관... 제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의 일을 그만두고 나열된 단어에 대한 정리를 해보려 합니다. 무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지만 제 마음이 조금 움직임을 느낌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그들에 대한, 그리고 사회복지에 대한 고민을 좀 더 구체적으로 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