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어떤 장례식 ---

제 모친은 화장을 시켜드렸습니다. 제가 너무 어린 나이에 세상을 뜨셨고, 장자인 저였지만, 상식화된 봉분으로 모신다던지 하는 절차를 모를 뿐 아니라, 이렇게 혹은 저렇게 하는 말 조차 꺼낼 수 있는 군번(?)이 아닐 뿐만아니라, 그 슬픔으로 인하여 사후의 절차를 전혀 모를 때 였습니다. 다만, 기억에 또렷한 것은 그 때까지만 해도 한강에 다리가 여럿 있었을 때가 아니었던 지라, 광나루 어느 곳에 뿌려 드렸던 것만이 생생합니다.   오랜 세월이 지났습니다. 지나는 그 시간들 속에, 후회로 반추로 남는 것은 만약에 지금 쯤의 시대에 타계 하신다면, 아마도 수목장이나, 아니면, 보다 오랫동안 저를 비롯한 후손들이 어머니를 기억할 만 그런 장소로 모셨을 텐데 하는 죄송스러움이 남습니다..   장례식도 그러했습니다. 아니 장례식이랄 것도 없었습니다. 춘추를 다하지 못하시고 가신 어머님은 아마도 일가, 친척에게는 빨리 잊어야만 하는 존재 였을 지도 모릅니다. 불과 마흔을 넘기시자 타계하신 제 어머님은 글쎄..아마도 그런 존재 였는지도 모르지요.. 해서, 장례식 다운 장례식도 장자로써 상주 다운 상주의 역할도 해 보지 못했습니다.. 그런 장례식이었습니다. 꽃가마도 없고, 국화꽃 무더기도 없었으며, 찬송가도 없고, 불경도 없었습니다.    우연히 눈길 가는 방향에, TV가 켜져 있어서, 그 장면에 어느 고명하신 분의 장례식 모습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워낙 생전에 고명하신 분이라서인지, 유언이 -아무것도...- 라고 남기시고 가셨는데,  장례식 뿐만 아니라, 49제 에도 많은 대중들이 운집해 있었습니다..   -무수한 죽음이 있습니다. 지금도 이 둥근 모양을 한 지구상에는 곳곳에 많은 죽음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평생을 사람에게 자연에게 유익하였고, 용기를 갖게 해 주었고, 사랑을 행하였으며, 실천하다 간 무수한 죽음들을 안타까워 함은 당연합니다. 그러하여, 그리워 할 수 있고, 오래 기억할 수 있으며, 남아있는 많은 사람들은  회상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 못한 죽음도 무수합니다. 흉기 중에 가장 섬뜩한 흉기인 -도끼-를 흉기로 한 가족을 죽음으로 이르게한 사형수에서 부터, 스스로 모진 인생을 -한-으로 남기고 죽음을 택한 탈주범도 있었지요..   어떤이는 죽음을 -자연- 스런 현상으로 받아들이서, 숨이 다할 때까지도 의연함을 잃지 않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죽음 그 자체를 거부하며, 숨 끊어지는 순간까지 저주를 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으로 압니다.   -한-으로 뭉쳐진 삶을 살았던 이 들은 대부분이 그렇다고 들 합니다. 편한 모양도 아니고, 아름다운 모양도 아닌 한 서린 얼굴과 슬픈 모양으로 숨을 거둔다고 합니다. 그 니 생전에는 -무소유-를 실천하셨다고 합니다. 욕심을 버리는 정진을 꾸준히 하였고, -무소유-의 가벼움과 -무소유-의 아름다움을...그게 -자연-이라는 것을 설파 하다 가셨기 때문에, 대중에게 영향을 미쳤을 것이고, 그래서 그 장례식이 성대하였다고 짐작 합니다..   만약에 저라면 어떠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해 봅니다. 만약, 내가 죽음을 짐작하고, 그 죽음을 기다리는 사람이라면 아마 산으로 혹은 바다로 걸어 갔을 것이라는 생각을 해 봅니다.. -산-으로 들어 가서 산길을 걷다가 쓰러지면 숨은 곧 거둘 것이고, 내 시신은 어느 산 짐승의 배를 부릴 먹이가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바다-로 걸어 들어간다면, 어느 순간 산소 결핍과 과다 수분 흡입으로 숨은 곧 끊어 질것이고, 나는 아름 다운 물고기의 한끼 섭생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장례식이 현세에, 신분의 고하를 나타내는 하나의 의식이라면 아마도 저는 거부 할 것 같습니다.. 인간이란, 사람의 삶이란, 그런 저급한 목적물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의 발로에서 입니다. 신분의 고하, 장례식의 웅장함으로 한 인간의 삶과 죽음을 척도하게되는 그런 저급한 -인간-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 였습니다..   10만 정자 중 단 하나가 승리하여 난자와 결합되고, 따스한 어미의 -자궁-에서 자라납니다... 모두가 같습니다. 슬피우는 대상인 자의 죽음도 , 천인이 공노하는 자의 죽음도 모두 다 같은 과정으로 위대한 자궁으로 부터 시작됩니다..   그러하여, 인간은 그 누구도 다를 수 없습니다.. 웅장한 장례식으로 치루어진다해도.. 같은 과정으로 잉태되었음으로 탄생 자체가 더 위대함인 것이지 죽음으로 이르러, 같은 위대함이 영속되는 것은 아닙니다. 신비롭고 위대한 인간은 그 자체로만 존엄 받아야 함이 마땅합니다.. 죽어서도, 아니 죽음으로도 존엄해야만 하므로 탸어남과 같이 신비로와야 할 것입니다..   저는, 아니 제가 만약 죽음의 시간을 안다면 아마 그럴 것입니다.. 내 죽음이 내 시신이 누군가에게는 도움이 되기를... 그게 하찮은 미물에게라도... 최근엔, 의과대학에서, 해부실습을 할 시신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내 몸 중에 어느 하나라도 그래도 원하는 이가 있다면...아마 주는게  사람 답지 않나 생각을 해 봅니다... 거룩한 인간은..죽음도 신성하고, -사랑으로- 라야 하지 않나 생각해 봅니다.   자녀나 자손..그 들은 이미 사랑으로 태어난 존재들입니다.. 나...!!?? 나는  어떤 장례를 원하고 있는지...한번 생각해 볼 가치는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안녕히 게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