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도 여자를 모른다
이외수 지음, 해냄출판사, 2007-04-30 출간
그저 비는 시간동안 읽을거리로 생각해서 친구에게 빌려 아무 생각 없이 가볍게 읽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지막 장을 읽고 나서는 처음으로 이 책을 사서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듯 여자는 남자를 알려고 하고 남자는 여자를 알고 싶어 한다. 나는 이 책을 처음 접했을 때 작가가 여자에 관해 많은 것을 알고 있고 그것을 알려 주기 위해 쓴 책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는 아무리 고민하고 생각해봐도 ‘여자’에 대해서 모르겠다고 얘기한다. 그리고 너무나도 쉽게도 ‘풀고 싶지 않을 정도로 어려워 보이는 수학공식’으로 정의를 내린다. 이때까지만 해도 ‘여자’를 알고 싶어서 읽기 시작한 나 같은 독자들은 이게 과연 뭔가 하는 생각을 할 것이다.
저자는 ‘무조건 사랑하라’ 이 한마디로 나처럼 수 십 가지의 의문으로 책을 읽어간 독자들을 이해시킨다. 나는 이 책을 통해서 이성을 아는 법이 아닌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을 배웠다.
<진정한 사랑의 조건은 사랑을 느낄 수 있다는 가슴 하나로 충분하기 때문에.> 라는 구절이 있다. 어떤 여자라도 한 남자를 사랑할 자격이 있고, 어떤 여자라도 한 남자에게 사랑 받을 자격이 있지만 우리는 그 사랑을 찾을 때까지는 한참을 기다리고 여러 번의 사랑을 경험한다. 내 사랑의 상대는 ‘어떤 남자’,‘어떤 여자’여야 한다는 생각때문일것이다. 누구나 가지고 있는 몇 가지의 조건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다가 일부의 사람들은 결국 이런 조건과는 전혀 관계없는 그저 가슴 하나로 느낄 수 있는 사랑을 선택한다. 나는 이 구절을 통해 상대방의 가슴을 움직일 수 있는 사랑 그게 진짜 아무 조건 없이 사람을 사랑하는 방법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작가는 모든 일을 해결하는 방법으로 사랑을 제시한다. 과연 사랑으로 모든 걸 용서하고 해결할 수 있을까. 때로는 사랑으로 용서할 수 없는 일도 많다. 그저 사랑만 가지고 세상을 경험하기엔 세상은 너무 험하다. 작가는 너무 쉽게 사회, 정치, 종교에 대해 말하지만 과연 그것을 ‘사랑’으로 마무리 할 만큼 이 세상이 그렇게 단순할까 하는 생각이 든다. 세상에는 말로 표현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정이 있다. 그리고 서로 다른 종류의 사랑이 너무 많다.
한 드라마로 예를 들어보자, 서로를 너무나도 사랑하던 한 연인이 있다. 남자는 너무나도 큰 기업의 아들이고 여자는 어릴 때 아버지를 잃은 가난한 집의 딸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여자의 아버지를 죽인 범인이 남자의 아버지라는 게 밝혀진다. 과연 이 상황에서 여자는 남자의 아버지를 용서하고 남자를 계속 사랑할 수 있을까? 내가 그 여자라면 나는 남자를 더 이상 사랑할 수 없을 것 같다. 사랑하지만, 내 다른 사랑인 아버지를 죽인 남자의 아들이라면 쉽게 받아 드릴 수 없을 것 같다. 이렇게 세상에는 사랑으로 이해 할 수 없는 일들이 많다.
이 책도 세상이랑 마찬가지인 것 같다. 이 책은 생각이 많아지는 책, 이해하고 싶어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