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의 수많은 신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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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만8000神 하늘로 간 까닭은? 오재용  오재용 님의 블로그 더보기 입력 : 2009.01.25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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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의神ㅣ 신구간ㅣ 1만8000神ㅣ 입춘ㅣ 설날

 

1만8000 신(神)이 하늘로 올라갔다고?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하는 1만8000神

제주에는 신(神)이 많습니다. 그 숫자만 무려 1만8000이라고 전해지고 있습니다. 제주를 ‘신의 나라’라고 부르는 이유입니다. 신들이 인간의 길흉화복(吉凶禍福)을 관장했다고 합니다. 그 종류도 다양합니다.

한 예로 제주에서는 집 안에도 많은 신들이 함께 살고 있다고 믿었고, 가정별로 집 안에 신들을 모셨다고 합니다. 집 안에 모셔지는 신들은 보면 △주목지신(정주목의 신)△정살지신(정낭의 신)△성주(가옥의 신)△문전(상방의 대문신)△조왕(부엌의 신)△안칠성(고팡(창고)의 쌀독을 지키는 신)△밧칠성(집안의 부를 수호하는 신. 집 뒤에 모셨다)△칙도부인(통시(변소)의 신)△울담·내담지신(울타리 돌담의 신)△오방토신(집터를 각 방위별로 지켜주는 신) 등 입니다.

이들 집 안의 신은 큰 굿을 할 때 말고는 모두가 신앙의 대상이 되지는 않았습니다. 그러나 집을 새로 지었을 때 성주를 위한 ‘성주풀이’, 제사를 할 때 문전신을 위한 ‘문전제’, 조왕신을 위한 ‘조왕제’, 안칠성과 밧칠성을 위한 ‘칠성제’ 등은 오늘날까지도 일부 집안에서 행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특히 문전제는 음력 정월에 1년의 행운을 비는 신년제로 치러지는데 울타리 안의 신들 가운데 가장 주요한 신으로 모셨습니다. 문전신은 남편이고 조왕신은 부인이랍니다. 신년에 조상에게 제를 올릴 때 문전제도 함께 지내지만, 조왕신은 평상시에도 정지(부엌)에 촛불을 켜고 모십니다.

칠성제는 수복신을 모시는 ‘북두칠원성군제’, 부를 가져다주는 뱀신 안칠성(고팡할망)과 밧칠성(뒷할망)을 모시는 ‘철갈이’를 모두 일컫습니다.

현재 마을 인근에서 볼 수 있는 신을 모시는 ‘당(堂)’도 신에 대한 흔적이다. 제주도에 남아 있는 당은 360여 개 정도랍니다. ‘와흘본향당’, ‘송당본향당’, ‘황다리궤당’ 등의 이름의 당이 그 곳입니다.

와흘본향당   제주시 조천읍 와흘리에 있는 신목으로, 예부터 마을공동체의 안녕과 주민들의

길흉화복을 기원했다./제주시 제공

◇신관과 구관의 교체 시기 ‘신구간(新舊間)’

제주도의 세시풍속 중 가장 독특한 것 가운데 이사 풍습을 가리키는 신구간이라는 것이 있습니다. 이는 ‘신구세관교승기간(新舊歲官交承期間)’의 줄임말로 여기에서 관(官)은 신(神)을 말합니다.

‘신구세관교승기간’이라는 말은 조선 영조 13년(1737년)에 지백원(池百源)이 지은 ‘천기대요(天機大要)’에도 나온다고 하네요. 여기에 보면 ‘세관교승(歲官交承)’이라는 항목이 있는데, ‘대한 후 5일에서부터 입춘 전 2일까지는 신구세관이 교대하는 때(大寒後五日立春前二日新舊歲官交令之際)다’고 적혀있다고 하네요.

한마디로 산과 바다, 마을과 가정, 목축과 농경을 관장해 오던 1만8000 신들이 서로 임무를 교대하는 기간이죠. 이들은 지난 한 해동안 있었던 일을 옥황상제에게 보고하고,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는다고 합니다.

통상 신구간은 24절기의 하나인 대한(大寒) 후 5일째 되는 날부터 입춘(立春) 전 3일까지입니다. 양력으로 치면 1월 25일부터 2월 1일까지 약 1주일 정도의 기간에 해당하겠죠. 이 기간동안 인간들은 집을 옮기거나 수리해도 동티(신의 성냄으로 인한 재앙)가 일어나지 않는다는 속설이 전해져 내려오고 있습니다.

 1960년대 신구간   눈이 내리는 날씨속에도 마차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고 있다./제주시 제공

그래서 유독 제주도민들은 연중 이 기간을 택해 이사를 하기 때문에 언제나 ‘이사대란’이라 불릴 정도로 뉴스거리를 만들어 내기도 했습니다. 다만, 설이 신구간보다 빨리 오는 해에는 집 없는 서민들의 서러움도 더욱 컸다고 하네요. 새 집에서 조상님 차례를 모셔야 하는데 맘대로 이사를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또 신구간이라는 풍습을 모르는 외지인들이 이사 시기를 신구간에 맞추지 못해 집을 구하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목격되기도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신구간 풍습이 점점 줄어드는 경향을 보인다고 하네요. 2005년까지만 이사를 다니는 가구수가 1만이 넘었습니다. 하지만 2007년 8000가구, 2008년 5000가구에 이어 올해는 3000여 가구에도 미칠 정도로 이사를 다니는 행렬이 뜸하다고 합니다.

신구간이라는 풍습에 구애받지 않고 이사를 다니는 신세대도 늘었지만, 무엇보다도 경기침체와 설 연휴가 겹친 것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실제로 이사 수요를 촉발하는 대규모 공동주택의 보급이 예년에 비해 크게 줄었습니다. 제주시 지역에 준공됐거나 예정된 주거용 건물은 360여 가구로 지난해 신구간 2196가구와 비교해보면 6분의 1 수준입니다. 서귀포시 지역은 거의 전무한 상태라고 하네요.

이 때문에 신구간 특수를 노렸던 이사 전문 업체 등 이사 관련 업종이 울상이라고 합니다.

이사 장비를 이용해 이삿짐을 옮기는 모습. 

◇신구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입춘(立春)은 새 철이 드는 날입니다. 전통농경사회에서 입춘은 곧 새해농사의 시작을 의미하겠죠. 예부터 제주에서는 입춘날이면 관(官)이 앞장 서 입춘굿을 성대히 열었던 것도 이 때문이다. 새해의 시작을 상징하는 입춘날, 가정의 무사화평과 풍년 등을 기원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신구간은 묵은해를 마무리하는 정리의 시간인 동시에 입춘을 위한 서막을 의미한다고 하겠죠.

이런 신구간도 위기가 있었습니다. 1970년대 새마을 운동이 한창인 시절이었는데요. 신구간을 ‘제주의 6대 폐습’의 하나로 규정하고, 행정관청이 나서 강력히 폐지운동을 전개했었다고 합니다. 행정관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전통 민속이라는 것은 쉽게 폐지할 수 없다는 교훈만 남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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