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로도기> 장과노인이 나귀를 거꾸로 탄다.
김홍도는 신선을 참으로 잘 그린 화가였다.
흰 당나귀를 거꾸로 탄 이 장과노인은 쉴 때는 당나귀를 척척 접어서 종이상자에 넣어 보관했다고 한다.
박쥐의 영혼이 신선이 되었기 때문에, 이 노인이 등장하면 어김없이 박쥐가 따라다닌다.
+++ 김홍도의 또다른 과로노인 <군선도> 중에서 +++
<낭원투도>낭원에서 복숭아를 훔치다
서왕모의 복숭아 나무는 삼천 년에 한 번 꽃이 피고, 다시 삼천 년이 지나면 복숭아가 열린다.
이 복숭아를 따 먹으면 1갑자를 산다고 하는데, 동방삭은 이 복숭아를 세 번이나 훔쳐 먹어서
3천 갑자를 살았다고 한다.
천 갑자는 60년 곱하기 1000이니, 60,000년. 3천 갑자는 18만년이다.
동방삭이 복숭아를 애지중지 들고 서 있다.
<월하취생>달빛 아래서 생황을 분다.
이 그림을 보면 리움이서 보았던 <포의풍류>가 생각난다.
파초, 문방사우 같은 비슷비슷한 사물이 등장하는데, 포의풍류에서는 비파를 치는 초월한 모습인 반면에,
이 그림에서는 생황을 부는 움츠러든 모습이 보인다.
좀 더 젊은 얼굴인데...
각기 이상적 자아와 현실적 자아를 보여주는 그림이 아닌가.
+++ 김홍도의 <포의풍류> - 리움 +++
<초원시명> 파초 정원에서 차를 맛보다
아이가 차물을 끓이는 것은 이해가 가는데, 파초가 중앙에 그것도 맨앞에 있는 것이 참 의아했다.
그러고 보니, 이 파초는 어디선가 본 듯 하다.
정조가 그린 <파초>와 많이 닮아 있다.
+++ 정조가 그린 <파초> 참 간결하고 담백하다 +++
<고승기호> 늙은 스님이 호랑이를 탄다
개인적으로 이번에 만난 김홍도 작품 중에 가장 마음에 드는 것 중 하나이다.
스님의 얼굴이 흡족한 듯 웃고 있다.
호랑이도 행복해 보인다.
송하맹호도의 그 세밀한 호랑이를 기억하고 있는데, 이 호랑이는 슥슥 쉽게 그린듯 한데, 참 좋다.
<절로도해>갈대를 꺾어서 바다를 건넌다.
달마스님이 갈대를 타고 양쯔강을 건너는 장면을 그림으로 그린 것이다.
달마스님이 김명국의 달마스님처럼 무섭지도 않다.
백은배나 유숙의 달마스님보다 젊다.
+++ 백은배의 <좌수도해도> 앉아서 바다를 건너다 +++
<송단아회> 소나무 단에서 열리는 아름다운 모임
김홍도는 중인들의 시문학 동호회인 '송석원 시사의 모임' 회원이었다.
중인이지만 문예를 사랑한 사람들이 모인 모임인데, 그의 친구 이인문도 그 일원이었다.
모임에 대한 애착으로 모임을 '아름답다'고 표현하고, 이곳에서 세상을 깨우침을 이야기한다.
도록에 실린 화제 해설은 이러하다.
"소나무 가지 아래에서 소요하고,
시와 술로써 평생을 이야기한다.
바람과 주소 때 맞춰 가는 소리에
세상 인연 가벼움을 깨달을 수 있다"
<조환어주>물고기잡고 돌아오는 배
작은 고깃배에 잡은 고기 몇 마리 걸어두고 천천히 돌아오는 길이라고 한다.
위의 그림 화제와 비슷한데, 정조가 승하하고 몇 년 동안 실의에 빠져 있을 시기에 그린 그림이라고 하니
그림이 주는 쓸쓸함의 의미를 조금은 짐작할 것 같다.
<승류조어> 버드나무 가지에 앉아 낚시를 한다.
버드나무 둥치에 앉아 낚시하는 남자의 얼굴에 흐뭇한 미소가 번진다.
도록에 실린 화제를 보면, 그 이유를 알겠다.
"옳고 그름은 물고기 낚는 곳에 닿지 않는구나"
<노송괘운> 늙은 소나무에 구름이 걸려 있다.
구름이 보이는가?
<신로함죽> 새 대나무 가지가 이슬을 머금다
이슬이 보이는가?
화조병 8곡병 중에서 <국추비순> 국화 핀 가을에 살찐 메추라기
이번에 최북의 <메추라기> 그림도 나왔는데, 함께 보면 재미있다.
<조탁연실> 새가 연밥을 먹다
연이 너무 유려하게 그려져 있어서 잠시 새를 찾아 헤매야 했다
<치아영실> 새끼 거위가 헤엄을 친다
병진년화첩에 있는 유압도가 생각이 난다.
<치희조춘>꿩이 이른 봄을 희롱한다.
<고목비금> 고목나무에서 새가 날아간다
고목나무에서 새 가지가 올라왔다.
도록에 보니,
"고목 둥치는 화가 자신이고, 새 가지는 아들 김양기이고, 까치는 아들에게서 온 기쁜 소식이 아니었을까.
아마 아들이 과거에 합격하여 화원이 되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그린 그림일 수도 있다"고 해석하고 있다.
화제가 "몸을 광한루에 맡겼으니 응당 기술을 얻으리라"라고 한다. (최완수 해설)
<모구양자> 어미개가 새끼개를 돌본다
털이 섬세하게 하나하나의 붓질로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는 즐거움.
몇 시간 줄 서서 기다린 사람만이 누릴 수 있는 작은 호사.
새끼개를 보는 어미개 마냥 흐뭇하다.
<묘길상>
<묘길상>은 두 점이 나왔는데, 하나는 슥슥 그린 스케치화 같다.
아주 거대한 돋을새김 불상이라고 하는데, 사진을 보니 포근한 인상이다
<묘길상>
금강사군첩에서 보았던 묘길상과 상당히 유사하다.
화제가 예서체로 되어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헷갈리게 된다.
+++ 이번 전시에서 <통음대쾌도>로 만난 김후신의 <묘길상도>_ 인물의 묘사가 재미있다 +++
<구룡연>
이번에는 구룡연이 두 점 나왔다.
이 그림은 2층 전시실에 있던 구룡연이다.
화첩으로 만들어 궁중에서 보관했을 것으로 추측하는 <금강사군첩>의 구룡연과 유사한 구도의 그림이다.
화제의 글씨체가 예서체인 것으로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개인적으로 단원의 구룡연 그림 중에서 가장 좋아한다.
명암을 준 입체감이 폭포의 깊이를 더해 신비로운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구룡연>
1층 전시실에 족자로 걸려 있던 구룡연 그림이다.
화제에 시를 써 놓았다.
도록에 있는 해설을 보면 이러하다.
"절벽에 올라서면 미끄러지는 발을 걱정하고
골 안에 들어서면 무서워 달아나려는 마음을 쫓아버리니
항상 못 속의 아홉 용이 사람을 못았다고 웃을까 걱정이다" (최완수 해설)
+++ 정선의 <구룡연>은 폭포 위의 바위를 생략했다 (간송미술관 소장) +++
+++ 정선의 또다른 <구룡연> (개인소장) +++
<옹천>
실제로 가보지 못한 곳인데, 넓은 바다가 탁 트여 보이는 곳이라고 상상만 해본다.
특히 겸재의 옹천 그림을 떠올려 보면, 김홍도의 그림이 훨씬 더 실제에 가깝게 그렸음을 알아챌 수 있다.
도록에 실린 화제 해설은 이렇다
"바다가 물건으로 가장 큰 것이 된다는 것을,
바야흐로 옹천에서 경험할 수 있었다.
여기에서 놀아 본 연후라야
또 바야흐로 공자의 글을 읽을 수 있었다.
(공자는 태산에 올라가서 천하가 작은 것을 알았다)" (최완수 해설)
+++ 정선의 <옹천> 개인 소장 (동산방화랑 전시) ++
<환선정>
환선정 그림을 보면, 처음에 누구든지 총석정과 헷갈린다.
그도 그럴 것이, 총석정과 환선정은 그 유명한 주상절리에 있는 정자 이름이기 때문이다.
총석정에서 바라본 주상절리가 최고의 절경이고, 그 반대편의 누각인 환선정에서 바라본 경치는 차선이라
대부분의 그림에서 제목이 되지 못하였다.
이번 전시회에 이인문의 <총석정>도 함께 나왔으니 비교해 보아도 좋을 것이다.
+++ 김홍도의 <총석정도> (개인소장) +++
+++ 정선의 <총석정>(간송미술관) +++
+++ 정선의 또다른 <총석정>_관동명승첩 중에서 (간송미술관) +++
<명경대>
김홍도가 44세 때 정조의 어명을 받아 금강산에서 사생을 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금강산의 명경대 아래 갓을 쓴 선비들이 모여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만난 스승 강세황, 김응환, 강세황의 아들들, 단원 자신들이 아닌가 한다
<옥순봉>
병진년 화첩에 있는 옥순봉이 익숙한데, 이 옥순봉은 오른편으로 치우쳐 있다.
이 그림에는 선비들이 나귀를 타고 옥순봉에 오르는데, 병진년화첩의 옥순봉에서는 배를 타고 구경하고 있다.
충북 단양에 있는 절경의 하나로, 지금은 이렇게 긴 바위를 다 볼 수 없고 위의 3분의 1 정도만 볼 수 있다.
충주댐으로 거대한 인공호수인 충주호가 생겨서 예전의 그 절경은 사라지고 말았다.
+++ 병진년화첩에 있는 <옥순봉> +++
첫댓글 나무숲에서 나온 김홍도 책에서 못 보던 그림들이 괘 많은데요? 우리 그림에 대한 지식이 많으신가 봅니다. 잘 구 경하고 갑니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