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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침없는 사랑] 04
S#1. J기획 앞
3회에서 이어지는.. 정환과 마주친, 경주 그리고 영재.
정환 : 아이고, 이게 누구신가?
경주 : ... 안녕하세요?
정환 : 나영재씨는 내가 초대한 거고, 무슨 일이십니까?
경주 : ... 강우식 실장님 모시고 왔습니다...
S#2. 동 화장실
강실장, 냅킨에 손을 닦는데. 휴대폰이 온다.
강 : 나야, ... 지금 들어가는 중인... 서과장은 왜.
S#3. 유비 디자인실
조은미가 인터넷에서 정환을 검색해냈다. 모니터에 정환의 사진과 기사.
원희, 놀라며 기사를 읽고.
허장 : 지난번에 서과장이 생난리 쳤던 컨버터요, 그게 바로 한정환씨예요... 네? .... 네, 그럼. (끊고) 허이구...
조은미 : 왜요?
허장 : 벌써 지 발로 호랭이 굴에 들어갔답니다.
원희 : 허유, 기집애. 이름도 모르면서 그렇게 싸웠어?
S#4. J 기획 사장실
정환, 강실장, 경주, 영재 어색하게 앉는다.
강 : 밖에서 잠깐 들었는데, 두 사람 인연이 있었다며?
정환 : 네, 이름도 모르는 처지에 미운 정이 듬뿍 들었습니다.
강 : 뭐해? (경주를 쏘아보면)
경주 : 네? (허둥지둥, 명함을 꺼내 정환에게)
정환 : (받고) 아아, 서경주씨? 저는 한정환이라고 합니다. (명함 주고)
경주 : ...
난영, 차 쟁반을 들고 들어와 사이드테이블에 놓고, 두손 앞으로 모으고 지나치게 깎듯하게.
난영 : 메밀차를 준비했는데 괜찮겠습니까?
정환 : (쟤가 왜 저러나? 보는 위로)
강 : 아, 여름에는 메밀이 좋죠. (차를 받고)
난영은 강실장 옆의 경주를 빼고 영재에게, 정환에게 찻잔을 준다.
정환 : 드세요, 들어요 (하다가) 아니, 숙녀분께 먼저
경주 : 괜찮.. (난영이 찻잔을 탁하며 거칠게 놓는다) ...
난영 : 아유, 남의 원단이나 베끼던 솜씨라 뭐가 잘 안되네요. (나간다)
경주 : ...
정환 : 음음, 일 얘기로 들어갈까요? 리즈팸은, 미국 J.C.penny 백화점에 납품하는 침장 전문회사입니다.
일본하고 거래를 해왔는데, 디자인만 일본 것이지, 염색, 가공, 봉제 모두
강 : 메이드 인 코리아겠지. 그래서 바이어가 직접 한국으로 주문을 하러 왔다?
정환 : 문제는 우리의 디자인과 기획력이겠죠. 저는 잘될 거라고 봅니다. 이렇게 실력 있는 디자이너들이 모여 주셔서.
강 : 서과장이야 내 식구니까 그렇고. 나군 실력은 나도 인정해.
정환 : 작년에 인상 깊게 본 프린트가 있었거든요. 수소문해서 겨우 찾아 냈더니 하하, 파출소 동기네요.
순경 아저씨가 뭐라고 그랬더라?
영재 : 삼각관계에 의한 치정폭행이냐고요. (무표정하게 경주를 보고)
정환 : 하하
경주 : (벌떡 일어난다) 실장님, 죄송해요. 저 못하겠어요. (나가고)
정환 : 참... 저 양반은 내가 좀 웃자고 하면 꼭 저러더라?
강 : (화나지만, 유연하게) 이해하게. 그저 그림만 그리던 사람이라, 융통성이 없어. (일어나고)
S#5. 동 엘리베이터 안과 로비
강과 경주, 나란히 엘리베이터에 서서.
경주 : ... 죄송해요.
강실장 : 뭐, 청춘 남녀가 좁은 동네서 부딪치다 보면, 별 일이 다 생기는 법이지. 괜찮어, 이해해.
경주 : ...
강 : 프리젠테이션이 쉬운 일인가? 한다하는 큰 회사들 다 붙는데, 깨지면 개망신 아냐. 처음부터 하기 싫었어.
경주 : ... (점점 더 미안해지고)
강 : 후배랑 거래하는 것도 할 짓은 아니야, 잘 됐어. 괜찮아.
경주 : ...
엘리베이터 열리고, 강, 앞장선다.
경주, 따라가는데.
강 : (갑자기 돌아서서 벼락치듯) 근데 자네 몇 살이야, 도대체! 직장 생활 일 이년 한 것도 아니고!
한정환이가 누군지도 모르고 여태 박박 싸웠단 말야? 그 실력으로 뭐, 영업을 해?!
나영재 밀어낸 거는 어떻게 책임질 거야!
경주 : ...
강 : (가다가 더 무섭게) 삼각관계는 뭐고, 치정, 폭행은 또 뭐야!
S#6. 정환의 사무실
정환, 난영이 가져온 냉수를 들이키고.
난영 : ... 사장님, 저기...
정환 : 손님 가시면 따로 얘기 합시다아? (난영을 눌러보면, 냉큼 가고)
정환 : (경주에게 받았던 명함을 본다) 서경주... 분명히 아는 이름인데? ... 둘이 친해요?
영재 : 아니요.
정환 : 혹시 뭐, 들은 얘기 없나해서... 요상하게 감정적이란 말이지...
영재 : ... 들은 것 없습니다.
정환 : 상관없어요, 비즈니스는 비즈니스니까.
영재 : ... 네, 저한테도 경쟁자가 하나 줄은 거네요.
S#7. 거리, 달리는 영재의 차 (동 낮)
영재, 작고 낡은 소형차를 몰고 코너를 도는데.
거리의 작은 공원, 벤치에 경주가 앉아 있다.
영재, 그대로 스쳐 지나간다.
영재 : (백미러로 경주의 모습을 보며) ...
S#8. 동 공원 (동 낮)
경주, 한숨을 푹 내쉬고 일어서는데
영재가 캔 커피를 들고 걸어와 건넨다.
영재 : 사무실 들어갈 면목이 없어서 이러세요?
경주 : 자기 일이나 걱정해요. (따서 마신다)
영재 : 하기는 회사 분들에게 설명하기도 난감하겠네요. 클라이언트가 칠 년 전에 내 꽃다발을 날치기했던 사람이라 싫다.
경주 : 그 얘기 한사장한테 했어? 아니지?
영재 : (픽 웃고) 말 같지도 않은 말을 어떻게 옮깁니까?
경주 : ... 그래, 이해 못하겠지. (일어서 가는데)
영재 : 누굴 지나치게 미워하는 사람은 대부분 그 자신에 문제가 있죠.
경주 : (보면)
영재 : 왜 그렇게 어이없이 첫사랑을 뺏겼을까, 꽃은 또 왜 그렇게 뺏겼을 까... 그런 생각 자꾸 해봐야 자괴감만 들어요.
그만, 털어버리세요. (일어서서 마주보며) 이름 불러도 돼죠? 서경주씨.
경주 : (보며)
영재 : 자신에 대한 사랑이 부족한 거 아닙니까? 내가 보기엔, 자격 충분 한데요.
경주 : ... (돌아보며)
S#9. 채옥의 회사 내부와 샘플 제작실
대기업 일류 브랜드의 쇼룸 및 다채로운 제작현장이, 채옥을 찾아다니 는 만호의 급한 발걸음을 따라서 펼쳐진다.
이윽고, 채옥을 발견한다. 채옥은 미완성의 옷을 점검 중이다.
그 뒤에 디자이너와 패턴사, 미싱사 등도 긴장해있고.
만호 : 이사님, 한참 찾았습니다. 저기 잡지사에서.
채옥, 소매를 부욱 뜯어 던지면.
만호, 깜짝 놀라 주워들고.
채옥 : 파리에 로얄티 주면서 십년 씩 배운 기술이 겨우 이거예요! 그 브랜드하고 경쟁해서 이길 수 있겠냐구요!
만호 : (땀 닦고)
채옥 : 안감 시접 처리 한 사람 누구예요? 여기 앉아서 바느질까지 같이 해야합니까?
만호 : 곧 시정하겠습니다. 저... 이사님. (따라가며, 시계 보고) 이사님, 어제 말씀 드렸던 잡지사 인터뷰
채옥 : 나 그런 거 안 한다고 했죠! (나가고)
S#10. 동 비상계단
채옥을 따라가는 만호, 허둥거리며.
만호 : 저, 한달 전부터 기다렸는데... 이건 사장님 지신데... 회사의 이미지를 위해서라도
채옥 : 옷부터 제대로 만들고 광고를 하란 말이에요! 어디다 내 이름을 팔려고 그래요! (가는데)
만호 : (침 꿀꺽 삼키고) 인터뷰하라면, 하세요! 내가 핫바지로 보입니까?!
채옥 : (눈 동그래져서 보며) ...
S#11. 채옥의 사무실
채옥의 굳은 얼굴 위로 플래시 터지고. 민우는 채옥이 이야기를 할 때 마다 찍는다.
채옥 : 자 빨리 해치웁시다. 11시 오십 분까지 끝내주세요.
여기자 : 녹음 시작하겠습니다. 정말 뵙기 힘드네요. 무척 과묵하신가봐요?
채옥 : 댁 같으면, 처음 보는 기자들 앞에서 말이 술술 나오겠어요? 그 사진은 왜 자꾸 찍는 거죠?
민우 : 신경 쓰이시죠? 자꾸 누르다 보면, 익숙해져서 표정이 편해집니다.
채옥 : 질문 안 해요?
민우 : (여기자가 당황해서 수첩을 보자) 뉴욕 얘기 좀 해주세요.
채옥 : 줄리아니 시장의 정책은 관광산업과 패션을 한데 묶은 겁니다. 범죄소굴이라던 42번가는 이제 최고의 관광지가 되었죠.
매디슨 스퀘어 광장에서 패션쇼가 열렸는데, 고층 빌딩에서 스포트라이트가 쫘악.. 와아 정말, 환상이었어요.
(활짝 웃다가) 기자들은 랄프 로렌 과 캘빈 클라인, 디자이너 두 명의 총매출액이
한국의 자동차 총 수출액하고 맞먹는다, 이런 얘기를 더 좋아하겠죠?
여기자 : 실은, 선생님의 가정생활이 더 궁금해요.
채옥 : 패션잡지 아닙니까? 패션 얘기만 합시다. 아, 옷 로비 사건! 나 진짜 할 말 많아. 뭡니까, 그게?
민우 : (사진 찍다가, 피식 웃는다)
S#12. 동 앞 복도
만호, 시계를 보며 지키고 서 있다가. 절도 있게 노크한다.
S#13. 사무실
만호 : 기자님들, 인터뷰 끝낼 시간입니다.
채옥 : 알았어요, 나가 보세요.
만호 : ... (나간다)
채옥 : 남편하고 점심 약속이 있거든요. (일어서며) 네, 제가 여기까지 온 거 다 그이 덕분이에요.
유월의 신부가 행복하다는 말은 맞나봐요.
여기자 : (녹음기 끄고 챙기며) 혹시, 결혼기념일은 기억하세요?
채옥 : (웃고) 남편 생일은 헷갈리는데, 이건 쉬워요. 6. 3 빌딩.
민우 : (챙기다가) 6월 3일이요? 우리도 그날인데.
채옥 : 정말? 근데, 유부남이예요?
여기자 : 칠년이나 됐는데요?
채옥 : 유월삼일에, 칠년이라고?! 어머머 나 막 소름끼친다. 나두요! 악수 해요 우리.
(민우의 손을 잡고 흔들다가, 핸드폰 울리면 받고) 재동 아빠, 지금 내가 누구 만났는지 알아?
S#14. 정환의 사무실
정환 : 그 얘긴 나중에 듣고, 아직 사무실이지?... 그래, 점심 따로 먹어야 겠다...
당신, 지금 기자들 앞에서 소리 지르는 거야? 하하, 끊어. 핸드폰 왔어. 응. (휴대폰 받고) 그래, 어디야?
S#15. 서울역 (동 낮)
서울역에서 나오는 유지와 태만.
태만 : (휴대폰 통화중) 목포, 광주, 여수, 온갖 엽기적인 음식 다 먹고, 대전에서 묵사발로 입가심하고 기차 타고 오는 길이야.
그래, 우리 꼬마 손님이 (유지, 쓰윽 쳐다보는 표정 위로) 기차가 타구 싶데... 지금 만나면 안돼?
얘 데리고 또 뭘 하냐고?... 알았어, 끊어. (끊고) 헤이 유지...미스터 한 이즈 베리 비지 나우, 엔드...
유지 : Tell him meet in this evening. If you don't mind, I wanna go alone around.
태만 : 저녁때까지 혼자 논다구? 오케이, 오케이. 여행이 좋긴 좋아. 이심 전심 맘이 착착 통하잖아?
아이고 이쁜 거 (보며 웃고)
유지 : (샥 웃고)
S#16. 근처 뒷골목 (동 낮)
유지, 걸어오며 간판들을 살핀다.
뒤를 힐끗 돌아보고, 좁다란 계단을 올라간다.
S#17. 어느 기원
낡은 기원. 노인들 몇 팀이 바둑을 두고.
혼자 떨어져 앉은 노인1, 기보를 보고 바둑 공부를 하다가 깜빡 졸던 중이다.
고개가 푹 떨어지고 눈을 뜨는데, 앞에 누군가 서 있다.
노인1 : 뭐여, 바둑 두러 왔는겨?
유지 : (인사하고)
노인1 : (바둑알 고르며) 앉아봐. 그래 몇 급이나 두는 겨?
유지 : (함께 고르며) 팔급은 너무 소금이고요, 우리 동네선 육급까지도 봐요.
노인1 : 교포여? 오렌지족이여? 워쨌거나 동네가 워디여?
유지 : (노인의 사투리 흉내) 맨하탄이유.
노인1 : 여의도 맨하탄은 아니겄고? 서양 코쟁이 팔급이면, 서울에선 십삼 급이라고 봐야혀. 네 점 깔아봐.
유지 : (흑, 한 점 두고) 요샌 코쟁이덜두 짭짤해유?
노인1 : (두고) 점심내긴데 괜찮겄어?
유지 : 그러믄유? 내기도 없이 무슨 재미로 바둑을 둔데유? (딱 소리나게 두고)
S#18. 삼계탕 집 (동 낮)
작은 식당의 허름한 방 안.
두 손으로 닭다리 뜯고, 열심히 먹는 채옥. 민우와 여기자, 재미있게 지켜본다.
채옥 : 아이 가졌을 때, 이게 그렇게 먹고 싶더라구요, 근데 남편이 못 먹게 하잖아, 태교에 나쁘다고. 애기 있어요?
민우 : 아직...
채옥 : 우리 애 사진 보여줄까요? (손 닦고 지갑에서 사진 꺼낸다) 나는 낳기만 했지, 남편이 혼자 키웠어요.
(사진 주며 여기자에게) 이건 프라이버시예요. 인터뷰는 분명히 끝난 겁니다?
여기자 : 네. 어머, 바깥 분이 정말 미남이시네요? (사진, 민우에게 주면)
민우 : (재동과 같이 찍은 정환을 보고 놀란다) 이분은?
채옥 : 아, 그이도 이쪽 계통에서 일해요. (먹고) 헤이 유월의 신랑, 인생에 가장 중요한 순간이 언제였어요?
민우 : (보면) 네?
채옥 : 나는 웨딩마치 울리기 오분 전이예요. 이 결혼을 해야되나, 말아야 되나, 머리가 휙 돌아서 부케를 막 밟아버렸거든요?
그 남자가 휙 나가길래 아, 도망가는구나... 정말 끔찍했어요.
민우 : (표정 위로)
채옥 : 근데, 어디서 부케를 구해서 들고 오는 거 있죠? 그때 알았어요, 이 남자는 틀림없다. 허우, 그때 결혼 못했으면 지금쯤...
민우 : ... (사진을 보며) ...
S#19. 백화점 여성복 매장
백화점의 여성복들 사이로 걸어오는 민우, 살피며 걷다보면.
저만치에 경주가 스커트 정장 투피스를 입고 거울 앞에 서있다.
민우 : (담백하게 보며)
경주 : 다음에 살게요. (돌아서다가 민우를 보고 놀란다) 민우야!
민우 : 딱 니 옷처럼 어울리는데 왜 안 사? 빨리 카드 꺼내.
경주 : 그래? (보고) 좋아, 까짓 거. (카드 꺼내며) 근데 여기 웬일이야?
민우 : 원희한테 들었어. 사고 친 주제에 근무시간에 옷 사러 백화점 갔다고. (따뜻하게 웃어주고)
S#20. 백화점 주차장
새 옷은 봉투에 담아들고 민우의 차에 타는 경주.
경주 : 다른 여자들은 쇼핑하면, 기분 좋아진다는데 나는 왜 더 꿀꿀하지?
민우 : 그럼 드라이브할까?
경주 : 들어가야지... ... 오늘 어떤 컨버터를 만났는데?
민우 : (보며)
경주 : 구두부터 넥타이핀까지, 흠잡을데 없이 최고 브랜드야...
제비족이라고 경멸했는데, 막상 일 때문에 마주 앉으니까 기가 죽는 거 있 지.
민우 : ... 그래서 정장을 산 거야?
경주 : 흥, 그 남자 셔츠 값도 안될 걸? (웃고) 나는 그런 거에 기 안죽는 줄 알았는데...
민우 : 너랑은 직업이 다르잖아? 원단 장사가 최고급 안 입으면 장사가 되겠어? ... 기죽지 마. 옷은 그냥 옷이야.
경주 : 패션 이즈 라이프라며? ... 그 와이프는 뭐 하는 여잘까?
민우 : ...
S#21. 은행
당좌계 앞.
원희, 차례를 기다리며 잡지를 뒤적이는데.
난영이 휴대폰 통화하며 옆자리에 털썩 앉는다.
난영 : 글쎄 딱 외나무다리 상황이래니까? 그 여자가 우리 사장님 보구 얼굴이 노래지는데 정말 내 속이 다 시원한 거 있지?
원희 : (난영을 알아본다) ...
난영 : 그 유과장인지 뭔지 하는 여우가 왔으면 그냥 펄펄 끓는 차를 확 쏟아버리는.. (원희를 발견) 끊어! (끊고, 덜덜 떤다)
원희 : 니가 말하는 외나무다리 상황이 이거니?
난영 : ...
원희 : 우리가 뭘 어쨌다고 원수 취급인지, 어디 가서 얘기 좀 하자.
난영 : ... 좋아요, 저두 할 말 많아요.
S#22. J기획 사무실
난영, 열쇠를 따고 들어오고. 그 뒤에 원희.
난영은 이야기하는 와중에 도 우편물 챙겨와서 분류한다.
난영 : 우리 사장님은 원단 밖에 몰라요. 자기가 만든 원단이 자식보다 더 이쁘다는 사람이,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으면, 그걸 걸레감으로 넘 기겠냐구요. 거기 앉으세요. 차 드실래요?
원희 : 응, 고마워... 이름이 장난 아 장난영이라고 그랬지? 난영씨, 인제 보니 참 이쁘게 생겼네?
난영 : (샐쭉해서 보고) 나두 알아요.
태만 : (들어오며) 미스 장, 여태 기다렸잖아, 나두 열쇠 하나 줘. 어...
원희 : (미소로 인사하고)
난영 : 저 이분은.. 그냥 알아서 각자 소개하세요. 차 끓여올게요. (가고)
태만 : 저 싸가지... 박태만이라고 합니다. (명함 주고) 근무 태만할 때 그 태만... 이 회사의 무역을 대리해주고 있죠.
한사장하고는 거시기 친굽니다.
원희 : 아아, 그러세요? (반짝 웃고)
S#23. 유비 디자인 실
경주, 그림 그리고 있다.
조은미, 경주의 봉투에서 옷 꺼내보고.
조은미 : 와 이거 과장님 옷 맞아요? 이쁘다아? 아, (서랍에서 상자 꺼낸다) 이거랑 같이 입으세요.
(3회 #35의 속옷을 펄럭 들추고)
경주 : 뭐해! 얼른 집어넣어. (감추는데, 허장이 노려보고 있다) ...
허장 : 네, 이쁜 옷 차려 입고 그만 퇴근하세요?
원희 : (들어온다) 허부장님, 피티 의뢰서 받아왔어요. 신청하세요.
경주 : (보는 위로)
허장 : 어! ... 제이기획이네?
원희 : 새 옷도 샀는데 한 턱 내라. (미소) 저녁에 약속 있니?
경주 : ?
S#24. J기획 사무실
태만 : 저녁에 약속 있어?
난영 : 누구, 저요?
사장실에서는 정환과 유지가 서류를 놓고 미팅 중이다.
태만 : 인제 슬슬 영업전선에 뛰어들 때도 되지 않았나?
난영 : 우리 사장님이 저 자른데요? 네? 어우, 난 몰라.
태만 : 한사장이 잘라도 내가 막아줄게 걱정 마.
난영 : ? 오바 하시는 거 보니까 또 뭔 꿍꿍이가 있구나? 뭐예요?
태만 : 음, 이 정도 눈치면 바이어 접대 충분히 하겠다. 저 친구 좀 맡아 .
난영 : (사장실을 보고) 누구, 유지 나까무라요?
유지, 나와서 두 사람을 지켜본다, 시치미 딱 떼며.
태만 : 야, 우리가 저 꼬마 데불고 룸싸롱을 가겠니? 요정을 가겠니? 젊은 청춘이 맡아줘라 응?
난영 : 나, 영어 못한단 말이예요?
태만 : 영어 필요 없어. 온 세계를 돌아다니는 애라 눈치가 구단이야. 볼 래? 헤이 유지... 아이 워나 위드 유 밧트...
유지 : I like to be with young woman. Don't concern about it.
태만 : 하하, 봤지? 쿵하면 짝이래니까?
난영 : 좋아요, 까짓 거. (손 내민다) 나두 회사 돈으로 맛있는 거 좀 먹어 봐야지.
태만 : 아, 좋지? (카드 주며) 근데 우리 바이어는 취향이 좀 까다롭거든? 오늘 저녁 메뉴는 된장비빔밥이래. 하하.
S#25. 인사동 어느 식당(툇마루 집) 앞 (동 저녁)
난영, 쪽지를 들고 골목을 돌아온다. 따라오는 유지.
난영 : 간만에 랍스타 한번 먹어보나 했더니. Hey, Here we are.
간판에 된장예술이라고 씌여있다.
난영 : 유 노우 된장? 디스 하우스 된장 이즈 쏘 딜리셔스... 애즈 마치 애즈 맞나?
하여튼 디스 하우스 된장 이즈 아트! 오케이? (들어간다)
유지 : (혼잣말로) 된장 이즈 아트? 으음, 말 되네. (들어가고)
S#26. 어느 일식집 앞 (동 저녁)
새 옷으로 갈아입은 경주를 끌고 오는 원희.
원희 : 이왕에 돈 쓰는 거, 구두도 하나 사지?
경주 : 얘, 구두 값이 언제 그렇게 올랐니? 옷보다 더 비싸더라?
원희 : 몇 년 째 굽만 갈아 신으니 뭘 알겠어? (간판 살피고) 저 집이다.
경주 : 술 마시자며? 나 돈 없단 말야.
원희 : 회사 카드 받아왔어. 우리 오늘 영업 뛰러 나온 거야. 접대.
경주 : (멈춘다)
저만치에서 정환과 태만이 걸어온다.
경주 : (원희를 잡고) 너, 왜 이래!
원희 : 우리가 사과한다고 초대한 거니까 알아서 해!
정환 : (경주를 보았다) 정말 저 여자가 사과한데?
태만 : 뭔 일인지는 몰라도 좋게 좋게 넘어가라 응? 아, 시간 딱 맞춰 오시네요?
원희 : 안녕하세요? 저 기억하시죠?
정환 : 네. (경주를 보며) 이렇게 초대해줘서 고맙습니다.
경주 : ...
S#27. 동 안 룸
잘 차려진 상을 앞에 놓고.
태만 : 자, J기획과 유비텍의 행복한 만남을 위하여!
잔을 부딪치고.
태만 : 정환아, 너 드디어 소원 성취했다. 얘 소원이 뭔지 아십니까? 접대 한번 받는 거요...
거래처에도 접대하고 염색 공장에도 접대하고, 컨버터한테 접대하는 데는 아무도 없죠. 하하
원희 : 저희들이 지금 하잖아요. 호호
경주 : (원희를 흘겨보고)
정환 : 서과장님도 좀 웃으십시오. 접대는 마음으로 하는 겁니다.
태만 : 마음을 열고, 언제든 옷 벗을 준비를 하고요. (먹으며)
경주, 원희 : (보면)
태만 : 아, 우리끼리 하는 조크예요. 컨버터 중에 아무 특기도 없는 친구가 있거든요,
음치에다 몸치에다 술도 못하고, 그래서 선택한 게 뭔지 아십니까? 빨간 내복이요.
경주 : 네?
태만 : 얌전히 앉아 있다가 틈만 나면 탁 벗는 겁니다 얼마나 웃기는데요? 효과 있다니까?
원희 : 호호호... 빨간 내복이래... 얘두 오늘 그거 입었잖아요.
태만 : 하하! 상상만 해도 죽인다. (경주의 굳은 얼굴 보고) 아, 미안합니다.
정환 : 이분 앞에서 농담 잘못 하면, 다쳐.
경주 : ... (소주, 한 입에 털어 마신다)
나머지 세 사람의 분위기 썰렁해지고.
S#28. 동 화장실
원희, 경주를 끌고 들어온다.
원희 : 너 왜 이래! 누구는 외간 남자랑 술 마시는 게 좋아서 이러는 줄 알어?
경주 : ...
원희 : 너, 동대문 아저씨들하고는 신나게 잘 놀잖아!
S#29. 동 룸
태만은 열심히 회 먹고.
정환은 휴대폰 걸고 있다.
태만 : 우리 귀여운 바이어랑 노는 게 차라리 나을 뻔 했나?
정환 : 니가 하는 일이 다 이렇지 뭐. (휴대폰, 녹음 단추 누르고) 장난영, 일이 끝났으면 보고를 해야할 거 아냐. 당장 전화해.
S#30. 단란주점
찢어지는 음악에 맞춰, 광란의 춤을 추는 청춘들.
디제이 박스에서 춤추며 음악을 트는 경철.
커다란 안주, 그 뒤에 술 쟁반을 들고 가는 웨이터 들를 따라서 룸으로 들어가면. 커다란 룸에 마주 앉은 난영과 유지.
웨이터는 안주와 맥주, 양주를 잔뜩 벌여놓고.
난영 : 수고했어요, 나가보고. 여기 홀에서 디제이 보는 애 있지... (오만원 쯤 꺼내며) 키만 멀대 같이 크고, 웃기는 애.
웨이터 : 경철이요?
난영 : 응, 걔 좀 보자구 해? (팁 주고)
웨이터 : 알겠습니다, 손님. (인사하고 나간다)
난영, 익숙하게 폭탄주를 만들고.
유지, 눈이 동그래져서 본다.
난영 : 디스 이즈 폭탄주. 마시면? 부우움 업! (잔을 주면)
유지 : (고개 젓고 맥주 마신다)
난영 : 아이구 더 좋아? (폭탄주 마시는데)
경철 : (들어온다. 난영을 보고, 난감하지만) 골고루 하십니다? 손님?
난영 : 내가 지금 업무수행중이니까, 말조심 하구? 저 친구가 우리 바이어거든? 그러니까 디제이가 알아서 좀 모셔 봐.
경철 : (노래 책 건네며) What's your favourite song?
유지 : I don't like Karaoke.
난영 : 싫으시데? 그럼 니가 라이브로 모셔 줘. 자 이거부터 한잔 마시고. (술 주고) 하는 거 봐서 팁 준다.
나 정말 접대비 받아왔다니까?
경철 : 눈먼돈이라 이거지? 좋아. (선곡하고, 술을 주욱 들이킨다)
비트 강하고 빠른 노래 나오면, 경철 다른 사람이 된 듯이 노래부르고.
유지 : 보이프렌드?
난영 : 노우, 네버 네버. 히 이즈 마이 웬수. 유 노우 웬수?
유지 : (끄덕이고)
난영 : 아 정말 눈치 빠른 바이어네. 근데 쟤는 왜 저렇게 잘난 거니 응?
난영, 맥주를 마시고는 앞으로 나가서 마이크를 잡고 같이 부른다.
난영과 경철은 아주 신나고 밝게 즐긴다.
두 사람을 지켜보던 유지, 괴성을 지르며 테이블 위를 뛰어서 부웅 뛰어 내려서, 미친 듯이 춤을 추고.
난영과 경철, 웃음을 터뜨리고, 세 사람 멋지게 어울린다.
S#31. 나이트 클럽
플로어에서는 선남선녀들이 춤을 추고 있다.
유리로 막힌 방의 정환, 태만, 경주, 원희는 썰렁하고 재미없게.
태만 : 혹시 바이어 삼행시 알아요?
원희 : 아까 했잖아요. (몰래 시계 보고)
정환 : 너무 늦었죠? 일어날까요?
경주 : 아뇨,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요... 이번 일 아니어도 진작에 사과 드리고 싶었어요... 미안합니다.
정환 : 진작에요? (보며) 구체적으로 뭐가요?
원희, 태만 : (질리며 보고)
경주 : (보며) ... 일, 초면에 명함을 주시는 것도 안 받았습니다. 이, 사건의 진상을 잘 알지도 못하고, 심한 말을 했습니다.
(정환의 표정 위로) 삼, 제 실수로 얼굴에 상처를 냈습니다, 정말 미안하게 생각합니다. (보면)
정환 : 내가 서운했던 건 그게 아닙니다.
경주 : 농담을 건네는데도 번번이 화를 냈습니다. 더 할까요?
태만 : 아하하 정말 농담 세게 하시네. 우리도 이왕에 온 거 좀 세게 놀아 볼까요? (일어서고)
원희 : 네! 여기보다야 재밌겠죠. (경주를 흘겨보고 나간다)
정환 : 용건 끝났으니까 갑시다. (일어서는데)
경주 : 춤, 춰야죠? 저희가 접대하는 자리잖아요.
정환 : (픽 웃고) 이래저래 아마추어는 피곤하다니까.
경주 : 그럼, 룸싸롱에 가서 호스테스 붙여드릴까요? 그런 거 좋아하시죠?
정환 : 내가 뭘 좋아하는지, 관심은 있어요?
경주 : (무표정하게 일어선다)
S#32. 동 플로어
태만, 원희 춤을 추다가 놀라며 보는.
정환의 앞에서 춤을 추는 경주, 무표정한 얼굴과는 상반되는 막춤을 아주 열심히 과한 동작으로 춘다.
정환, 기막히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고.
S#33. 동 밖
네 사람 나온다.
정환 : (휴대폰) 미스타 박? 지금 우리 회사로 올 수 있어? 그래...(끊고) 대리운전 시킬 건데, (원희에게) 댁이 어디세요?
태만 : 응, 우리는 저기서 택시탈게. 집이 같은 방향이네?
경주 : 저는 지하철 타면 돼요.
원희 : 미안, 우리부터 갈게요? 안녕! (손 흔들고 얼른 간다)
경주와 정환만 썰렁하게 남고.
원희 : (잠깐 돌아보고) 저 분은 성격이 왜 그래요? 여자한테 너무 잔인한 거 아니예요?
태만 : 한정환이는 케이에스 마크, 큐 마크가 품질 보증하는 인간입니다? 이상한 건 그쪽 친구 아니예요?
원희 : 서경주 인간성은 동대문이 보증해요?
S#34. 근처 거리
걸어오는 경주와 정환. 지하철역과 J 기획의 삼거리에서.
정환 : 우리 회사까지만 같이 가요, 모셔다 드릴게.
경주 : 아닙니다. 지하철이 더 빨라요. 안녕히 가세요.
정환 : 혹시 옛날에 명륜동 산 적 없어요? 아니, 처음부터 낯이 익어서 그래요. 우리, 정말 만난 적 없습니까?
경주 : ... 없어요.
정환 : 그럼 쌓인 감정도 없는데, 날 왜 그렇게 미워합니까?
경주 : 그건 저의 취향 문제입니다.
정환 : 아, 그렇게 나오면 할 말 없지 뭐... 여자들은 참 편하겠어요. 댁도 내 취향은 절대 아닙니다.
(경주, 질리고) 남자가 여자한테 이런 말 하면 뺨 맞잖아요, 그죠?
경주 : ...
S#35. 달리는 정환의 차와 거리 (동 밤)
정환의 차는 대리기사가 운전하고. 정환은 뒷자리에.
정환의 시선에 저만치 가는 경주가 보인다.
정환 : (밉게 보며) ... 가다가 콱 고꾸라져라.
그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발목이 접질리며 넘어지는 경주.
정환 : (고소하기는커녕, 화가 난다) 으이그...
경주, 핸드백을 패대기치고, 소리를 지른다. 지나가는 행인이 쳐다보면.
경주 : 뭘 봐요!
경주, 일어나는데. 바로 앞에 정환이 차 앞에 서 있다.
경주 : (이를 앙 다물고)
정환 : 타요. 모셔다 드릴게.
경주 : (뒤로 가며) 택시!
정환 : (차에 타며 문 탕 닫고)
정환의 차, 출발하고.
경주, 차도 쪽으로 나서며 택시를 부른다.
정환, 백미러로 경주를 보다가, 고개 돌려 뒤창으로 지켜보고.
경주가 택시를 잡아타면, 돌아앉는다.
정환 : ... 하여튼 웬수여.
S#36. 경주네 집 (아침)
자명종 시계 울리고.
S#37. 경주의 방
경주모 : (시계를 끄고 일어난다)
옆에 경주의 자리에는 이불이 개켜져 있다.
경주모 : 웬일이야, 이부자리를 다 개놓고?
경주모, 기지개 켜며 나오면. 경철, 또 마루에서 자고 있다.
경주모 : 얘는 지 방 놔두고 맨 날 마루에서 자니?
경철 : (눈감은 채) 내 방에 들어가 봐, 얼마나 찜통인데.
경주모, 화장실 앞의 빨래바구니에서 경주가 어제 입었던 옷과 속옷을 꺼내 본다.
경주모 : 이게 왜 여기 있어? 경주야!
경철 : 회사 갔어. 들어와서 옷만 갈아입고 또 나가더라구.
경주모 : 옷만 갈아입고 또? 그게 몇 시야! (전화 다이얼 누르고)
경철 : 두시쯤?
S#38. 유비텍 디자인실과 경주네 마루.
방 안 가득 철야 작업의 흔적.
테이블, 책상마다 그림과 스케치북들, 외국 전문 서적들이 어지럽게 쌓여 있고. 경주는 서적들을 넘겨보고 있다.
사무실 전화 울리면.
경주 : (전화 받고) 네.
경주모 : 너! 얼렁뚱땅 넘어갈 생각 마. 어제 출근할 때 옷은 어떡하고 이걸 입었어?
그리구.. 새 옷에 흙이 왜 묻었어? 너 지금 혼자 있니?
경주 : 아니? 남자랑 같이 있어. 끊어. (끊고)
경주모 : 경주야! .. 대체 어떻게 된 거야.
경철 : 와, 완전 맞선 복장이네? ... (속옷을 보는데 표정 바뀌며) 엄마가 선물했다는 게 그거예요?
경주모 : ... 안 되는데
경철 : (보면)
경주모 : 이번 달부터 계 하나 더 붓잖아. 이년은 꼬박 부어야되는데.
경철 : 누나한테 원하는 게 뭐예요? 계속 월급봉투 가져다주는 거예요? 아님, 시집가는 거예요?
경주모 : ... 나두 내 맘을 잘 모르겠다. 경주 없이 살 거 생각하면 앞이 깜깜하고. 속절없이 시들어가는 거 보면, 울화가 치밀고.
경철 : 그렇게 걱정 많은 분이 딸한테 이런 옷 사주고 싶어요? (일어나 욕실로 간다)
경주모 : ... 왜 존대 말은 쓰구 그래... 야! 너 이리 와봐!
경철 : (돌아보면)
경주모 : 너! 나한테 감정 있어? 어? 내가 니 누나한테 팥쥐 엄마 노릇해서 섭섭하냐구!
경철 : ... (표정 바꾸며) 그래, 섭섭해. 왜 내 거는 안 사주냔 말야. 나두 야광팬티 사줘! (엄마의 무릎에 누우며 어리광 부리고)
S#39. 원희네 침실
민우, 원희의 체온계 뽑아서 눈금 읽는다.
원희 : 몇 도야?
민우 : (말없이 적는다) ...
원희 : (실망해서 일어난다)
민우 : 어디 가?
원희 : 담배 피러.
민우 : 한달 만에 피는 담배, 정말 맛있겠다. 응? (참다가 웃는다) 하하...
원희 : (돌아보고) 뭐야?
민우 : (기초 체온표 보여주며) 계속 고온 행진입니다, 사모님? ...
원희 : 몰라아! (뛰어들며 치고, 눈으로 확인하고) ...
민우 : 앞으로 이 주일만 더 가면? 임신이야.
원희 : 아우 하필이면 이럴 때, 프리젠테이션이야!
민우 : 꾀부리지 마. 당신 경주 너무 부려먹더라... 아니 내 말은
원희 : 무슨 말인지 아는데, 그거 내 탓 아냐. 걔, 일 중독이잖아.
이번에도 일 따내겠다고, 남자한테 머리 숙이고 번호 붙여가면서 사과하더라.
민우 : 누구, 한사장한테?
원희 : 지겨워서 혼났어. 둘이 아주 똑같은 거 있지?... 하여튼 서경주 독 올랐으니까 목숨 걸고 일할 거야.
S#40. 유비텍 디자인 실
원희, 출근하면. 방안은 더 어지럽혀져 있고.
경주는 자기 스케치북을 넘기며 스케치를 뜯어내 따로 분류한다.
원희 : 이럴 줄 알았어. 아우, 파스 냄새. (경주 발목에 파스 보이고) 병원 엘 가던지 침을 맞던지, 어떻게 좀 해라?
... 스케치부터 새로 하려고? 미쳤어? 있는 그림 중에서 대충 고르자 응?
경주 : 단가 맞춘다고 다 망가졌잖아. 나 너네 공장에서 일해도 되지?
원희 : (보면)
경주 : 스크린도 다시 만들어야 되고... 아무래도 아저씨랑 같이 해야겠어.
원희 : 그래. 나두 같이 가지 뭐. 우리 공장에도 캐드 들여놓은 거 알아? 이 틈에 며느리 일하는 모습 좀 보여드려야지.
S#41. 최고 나염 (낮)
경주와 원희, 승합차에서 아트웍들을 잔뜩 꺼낸다.
민우모, 뛰어나온다.
민우모 : 이게 누꼬? 갱주 아이가?
경주 : 안녕하세요?
민우모 : 우리 갱주...(손을 잡는데 눈물이 글썽) 야아, 얼굴이 와 이러노? 니 어데 아프나?
원희 : 어제 밤샘을 해서 그래요. (민우모가 경주 위하는 것이 쓸쓸하다)
민우부 : (무뚝뚝하지만) 왔나? ... 가자. 제도실 다 치워놨다.
경주 : 캐드도 쓸 수 있죠? (원희를 끄는데)
민우모 : 니는 집으로 가자. (원희 위로) 아버지가 저 아랫말 농장까지 가서 토종닭을 안 사왔나? 니 백숙 좋아한다고.
경주 : ...
민우부 : 먹어야 힘을 낼 거 아이가. 니 와 이리 야빘노? (가고)
민우모 : 뭐하노? 퍼뜩 안오고?
원희 : ...
S#42. 민우 본가 주방
원희, 큰솥에 물을 받아 올려놓는데.
뒷문에서 들어오는 민우모, 목이 비틀린 닭 세 마리를 들고 들어온다.
원희 : (입을 틀어막고 겨우 참는데)
민우모 : 촌에서 살았다믄서, 닭 잡는 거, 처음 보나? 비켜라.
원희 : ...
민우모 : 니는 요즘도 갱주 괴롭히나?
원희 : 네?
민우모 : 와, 같이 월급 받음서 갱주만 밤샘을 하노? 그라모 못쓴다.
원희 : ...
S#43. 나염공장 몽따쥬
경주, 아트웍에 칼라칩을 붙이며. 민우부와 의논하다가 언성을 높이고.
스크린을 만드는 경주, 민우부와 진지하게 상의를 하고.
원희, 그런 두 사람을 부럽게 보고.
고마질을 하는 민우부. 프린트를 보고 다시 하자고 말하는 경주,
원희는 옆에서 겁내는데. 민우부, 순순히 염료를 다시 타고.
마지막 고마질 끝에 예쁘게 드러나는 프린트.
S#44. 영재의 화실
창고를 개조해 만든 듯한 분위기의 작업실.
회화를 전공한 듯, 대형 캔버스의 모던한 추상화들이 쌓여 있고.
파티션 안쪽으로 침대와 옷장, 씽크대 등이 보인다.
작업대에 가득 펼쳐진 아트웍, 경주의 그림과는 전혀 다른 분위기의 기하학적인 문양들.
짙은 수염과 헝클어진 머리의 영재, 잔뜩 웅크리고 그림을 그린다.
전화벨 울리면 받지 않는데, 계속 울리고.
영재 : (짜증을 내며 받는다) 네!
S#45. J기획 사무실
앞 씬의 그 모습 그대로 들어오는 영재.
난영 : 전화 일부러 안 받는 거죠! 어머 ... 오빠 너무 멋있어요.
영재 : 용건이 뭡니까?
난영, 영재에게 자료들을 잔뜩 준다.
난영 : 이거 리즈팸의 지난 오년 간 디자인 컨셉과 상품 카다로그예요. 참조하시라구요.
영재 : 고맙습니다. (가방에 넣는데)
난영 : 그거 아세요? 유비텍에서 우리 사장님, 접대한 거요.
영재 : ...
난영 : 그 아줌마들 하는 짓이 너무 얄밉지 않아요? 저기요 이번 피티에서 꼭 오빠가 이기세요 네?
오빠 그 회사 들어가려다가 서과장 때문에 물먹었다면서요?
정환 : (들어오며 듣는다)
S#46. 유비텍
조은미 : (전화 오면 받고) 네? ... 잠깐만요. (단추 누르고) 실장님, J 기획 한 사장님 인데요.
칸막이 안의 강실장, 전화 받고. 허장, 냉큼 들어가고.
난영, 자료가 든 가방을 들고 실례합니다 하고 들어온다.
조 : .. 어서 오세요.
난영 : 음, 프리젠테이션 자료니까, 보시고 참조하세요.
원희 : 수고했어요. 시원한 거 한잔 마실래요?
난영 : 아니예요. 여기는 분위기가 옛날에 다니던 미술학원 같네요?
(둘러보고) 주로 동대문이나 남미쪽으로 수출하셨다면서요? 이 디자인으로 난다긴다하는 섬유회사들을 이길수 있을까?
조은미 : 어머머...
경주 : (군소리 없이 그린다) ...
원희 : 얘! 미스 짝퉁이! 가서 니 일이나 해라 응?
난영 : 칫, 수고하세요. (휙 돌아 나간다)
원희 : 정말 같잖아서, 거래 못하겠네.
통화를 끝낸 강실장, 허장 나온다.
조 : 뭐래요?
허장 : 아주 무서운 사람이야. 우리 스튜디오 장단점을 다 꿰고 있던걸?
강 : 우리는 플라워가 좋으니까, 그걸 기본으로 하고 자수를 첨가하면 어떻겠냐고.
허장 : 은근히 우리편 드는 거죠? 역시, 미인계가 (입 다물고)
원희 : 미국애들 자수라면 사족을 못쓰니까. 좋아요. 자수 문양은 내가 맡을게.
강 : 모시나 삼배 이불도 좋은데.
경주 : 그건 삼희물산에서 할 거에요. 거기서 천연 염색 개발했잖아요. 우리도 꽃그림 말고 또 다른 걸 찾아야돼요.
허장 : 잠깐... 이건 얘기가 틀리잖아? 있는 그림을 어떻게해서 출품하고 말아야지.
이러다 내수 시장 놓치고, 피티까지 떨어지면, 우리 진짜 망한다구?
원희 : 그건 허부장 말이 맞는데.
경주 : ... 할 수 없어요. 이왕 하기로 한 거, 끝까지 해야죠.
S#47. 아프리카 박물관
경주, 아프리카 풍물과 문양을 살펴본다. 스케치를 하는 경주.
저쪽에서 영재가 스케치를 하고 있다.
코너를 돌다가 딱 마주치는 경주와 영재.
S#48. 동 커피 숍.
경주와 영재, 한가한 표정으로 차를 마시며, 대화는 팽팽하게.
영재 : 꽃 그림이 전문 아닌가요?
경주 : 기하학 문양도 좋아해.
영재 : 보기 보단 어렵지요.
경주 : 어려우니까 재미있지. 프린트는 어떡할 거야?
영재 : (보는 위로)
경주 : 설마 그림만 제출 할 거는 아니지? 염료 배합이 어떤지, 프린트 효과를 봐야되는 거 아냐?
영재 : 네, 돈이 없어서 샘플까진 못 뽑겠네요.
경주 : ... 공장 소개해줄까?
영재 : 댁의 걱정이나 하세요. 침구류를 프린트만 봐서 아나요? 제품으로 만들어야 효과가 사는 거 아닙니까?
경주 : (보며) ... 무슨 말이야? 영재씨, 다른 경쟁회사하고 손잡았어?
영재 : 우선 살아 남아야하니까요.
경주 : ...
S#49. J 기획 사장실 (동 밤)
정환과 태만, 유지, 회의중이다. 세 사람 자료들을 덮으며.
유지 : My boss is supposed to come next week. We are expecting for this presentation.
태만 : 근데, 정환아... 일곱 군데 중에 네 군데가 피티 포기한 거, 말하지 말아야겠지?
유지 : (시치미 떼고, 거울 보며 머리 빗고)
태만 : 차라리 잘 됐어. 희성하고, 유비하고 나영재, 가장 유력한 알짜배기만 남은 거 잖아.
정환 : 희성에서 장난을 치는 것 같은데...
태만 : 뭔 상관이야? 좋은 물건을 좋은 단가에 내기만 하면 되는 거잖아. 레츠 고, 유지.
유지 : Sorry. I promised other thing. (나가고)
태만 : 쟤는 혼자 돌아다니는 게 하나도 안 불편한가봐?
S#50. 민속 주점(동 밤)
유지, 들어가면.
난영과 경철이 파전, 막걸리 등을 시켜놓고.
경철 : Come on. Are you sure that you can drink 막걸리?
유지 : (경철이 따라주는 막걸리를 마시고)
난영 : 유지 나까무라... 솔직히 말해, 엄마나 할머니 중에 한국 사람 있지, 그지? (그러리라고는 상상도 못하고)
유지 : (씩 웃고, 안주 먹고)
난영 : 야, 선물. (경철에게 봉투 준다)
경철 : (펴보면, 고급 양복감(두벌)이 나온다)
유지 : Oh, this is Armani's fabric. Isn't it?
경철 : 짝퉁이지? 너 정말 그 버릇 못 고칠래?
난영 : 압구정동에 오만원만 주면 진짜하고 똑같이 뽑아주는 데 있거든? 같이 가서 커플 룩 해 입자 응?
경철 : 어, 고마운데. (봉투에 담아 준다) 아무래도 내가 소화하기엔 좀 노숙한 거 같애. 내가 또 스타일에는 은근히 까다롭잖냐.
난영 : (보면)
경철 : 서운하게 생각하지는 마.
난영 : 헤이 유지, 나랑 이거 같이 입을래? 유 엔드 미, 커플. 오케이?
유지 : (끄덕이고, 받아서 가방에 넣는다) 오케이.
난영 : 나랑 사귈래?
유지 : 오케이.
난영 : 저 자식 한 대만 쳐줄래?
유지 : 오케이. (먹고)
경철 : (웃다가, 난영의 표정에 멈춘다) 내가 말했잖아. 나 누구하고 필요 이상으로 엮이는 거 딱 싫어.
난영 : (경철의 뺨을 친다, 창피한 마음에 제대로 치지도 못하고) ... 대놓고 무안 줄 거 까진 없잖아. (나가고)
경철 : (따라 일어서다가) 그래, 이렇게 끝내자.
유지, 그런 경철을 잡고 제대로 갈긴다.
경철 : (보면)
유지 : 너, 나빠. (나가고)
경철 : ... ? (돌아보고)
S#51. 거리 (동 밤)
난영, 걸어간다.
뒤에서 따라가는 유지.
난영 : (돌아보며) 나 기분 정말 드러워. 그래서 콩글리시도 하기 싫어. 그러니까 꺼져 응?
유지 : (어깨 으쓱하고 그저 나란히 걷고)
난영 : (휴대폰 울리면 번호 보다가 배터리 빼버린다) 그래, 차라리 니가 낫다. 애들한테 뭐라고 설명을 하냐구 ...
(나란히 걸으며) 너두 연 애해본 적 있지?
유지 : ...
난영 : 큐피트 화살은 왜 자꾸만 엇갈리는 걸까? 그냥 이렇게 마주보고
(유지와 마주서서) 두 사람만 탁 연결되면 얼마나 좋아? 그지?
유지 : (보다가 시선 피하며) ...
난영 : (유지의 팔짱을 끼고 간다) 니가 내 짝이라면, 좋겠다. 힘들게 말 안해도 되고, 싸울 일도 없고...
유지 : ...
S#52. 우동집(C) 앞 (동 밤)
정환, 고즈넉이 걸어와 들어가려다가 보면.
저만치 창가에 경주가 혼자 앉아서 우동을 먹고 있다.
잠깐 망설이다가 지나쳐 가는 정환.
도시의 야경, 잠깐 보여지고.
우동집에서 나오는 경주. 정환이 가던 방향으로 걸어간다.
우동집에서 두 집 건너 작은 커피숍이 있다.
경주, 피곤해서 눈을 누르며 들어가다가 정환과 딱 마주친다.
경주, 자기도 모르게 휙 돌아서 뛰어나온다.
정환, 그저 바라보는데. 계 단을 헛디뎌 발목을 삐는 경주.
경주 : ... (이를 악물고 참으며, 한발 내딛다가 그대로 비명 지르고)
정환 : (다가와) 걸어봐요... 안돼요? 내가 차 가지고 오면 탈 겁니까?
경주 : ...
S#53. 동 앞과 정환의 차 (동 밤)
정환, 경주를 부축해서 차에 태운다.
뒷좌석에 타자마자 구두부터 벗는 경주, 식은땀을 흘린다.
정환 : 다리 좀 내나봐요.
경주 : (고집스럽게) 괜찮아요.
정환 : 빼기는? (경주의 다리를 휙 잡아서 끌어당기고 발목을 돌려본다)
경주 : 왜 이래요!
정환 : 자꾸 이러면, 내 배에다 다리 얹어놓고 잤다고 소문 냅니다? 찜질 방에서 안 그랬어요?
경주 : (기가 차서 아무 말도 못하다가 정환이 꾹 누르면 비명 지르고)
정환 : (혀를 차고, 휴대폰 건다) 아주 염증이 자리를 잡았네. 무슨 여자가 이렇게 둔해?
(연결되면) 정환인데요? 아직 안 주무시죠?
경주 : ?
S#54. 어느 한의원
역사와 관록을 자랑하는 낡은 한의원.
늙은 한의사, 하품을 하며 경주의 발목을 눌러본다.
한의사 : 혀 좀 내밀어 봐.
경주 : 네? ... (혀를 내밀고)
한의사 : 맨 날 오른쪽 다리만 다치지?
경주 : ... 네.
한의사 : 누워봐. 웃저고리 좀 벗고. (커튼을 닫아주고)
경주 : 다리에 놓는 거 아니예요?
정환 : (땀 닦으며 냉수를 마시다가) 토달지 말고 선생님 말씀 들어요.
정환의 시선에 흩어져있는 경주의 구두가 보인다. 무심코 구두를 바로 놓는데.
정환의 어깨 급소를 슬쩍 누르는 한의사. 정환은 비명 지르고.
한의사 : 요새도 등짐 지고 다니냐? 원단 장사 계속하고 싶으면 부지런히 침 맞으라고 그랬지?
정환 : 알았어요 알았어. (옷을 벗으며 경주 옆의 침상으로 간다)
경주의 발목과 왼 손에 침을 꽂는 한의사.
한의사 : 심장이 약하면, 오른 쪽 다리가 부실한 법이야. 부모님 중에 심장 앓은 분이 계신가?
엎드려 눕는 정환의 표정 위로 들리는.
경주 : (소리) ... 어머니가 심장병으로 돌아가셨어요.
한의사 : (소리) 아버지는, 건강하시고?
경주 : (소리) 아뇨... 암으로...
정환 ; ...
S#55. 한의원 전경 (동 밤)
깊은 밤, 창에 불을 밝히고 있는 작은 한의원.
조용히 시간이 흐르는 느낌으로.
S#56. 한의원 안
경주, 침을 꽂은 채 잠들어 있다.
한의사, 조용히 커튼을 열고 침을 뽑는다.
경주, 뒤늦게 잠에서 깬다.
경주 : 제가 잤나봐요.
한의사 : 착한 환자라 그래.
경주, 자켓을 입으며 침상에서 내려오다 보면.
벗은 등에 침을 잔뜩 꽂은 정환, 깊이 잠들어 있다.
경주 : (순한 표정으로 보며) ...
S#57. 경주의 방 (동 밤)
경주, 자리에 눕는다. 옆에는 경주모, 곤하게 잠들어 있다.
경주의 표정 위로.
S#58. 한의원 앞 (경주의 회상)
경주, 정환의 팔을 잡는 것도 싫지만, 너무 아파서 걷지도 못하겠다.
그저 이를 악물고 온몸이 경직되어서 한발씩 움직인다.
정환 : (그런 경주를 보다가) 어! 저거 뭐지?
경주, 어디요 하며 긴장을 푸는 사이에 후딱 들쳐업는 정환.
경주 : 어! 싫어요
정환 : 버둥대면, 더 무거워.
경주 : (조용해지고)
정환, 경주를 업고 간다.
S#59. 경주의 방
경주 : (돌아누우며) ...
S#60. 정환의 침실(동 밤)
정환, 욕실에서 가운을 입고 나오면. 침대에 널부러져 잠든 채옥.
채옥이 함부로 벗어던진 옷들을 주워드는데, 옷에서 고약한 냄새가 난다.
S#61. 동 거실
정환, 옷가지들을 들고 나와 빨래바구니에 담는데.
정환모, 주방에서 물 컵을 들고 나온다.
정환 : 어, 못 본 척 하세요. 엄마 아들이 여편네 뒤치다꺼리합니다.
정환모 : 그럼 니가 해야지, 내가 해?
정환 : 많이 취했던데 실수 안 했어요?
정환모 : 그 회사 과장이라는 이가 애 많이 썼지. 여기까지 업고 왔어. 나중에라도 인사해라.
정환 : 네... 공장 사람들하고 마찰이 많나봐요. 제 딴에는 풀어보려고 애 쓰는 거니까
정환모 : 변명 안 해줘두 된다.
정환 : 죄송해요... 며느리가 왔는데도 일손 덜어지는 것도 없고... 잘못 한 거 있으면 야단 치세요.
정환모 : 너한테 하고싶은 말이야. 니 처가 막무가내라고, 늘 너만 참아 버릇 하지 마. 나중에 병 된다... 자라. (들어가고)
정환 : 안녕히 주무세요.
정환, 현관의 문단속을 하고. 채옥의 구두를 들어서 신발장에 넣는다.
천장까지 닿은 신발장 한쪽에 진열되어있는 여자 구두들 위로.
플래시 백 되는
#49의 경주의 낡은 구두.
정환 : ...
S#62. 화원 (낮)
여주인, 하얀색 위주로 된 작은 꽃다발(부케 같은)을 만들고 있다.
창 밖에서 그 모습을 보던 정환, 들어온다.
정환 : 안녕하세요? 그 꽃, 제가 살 수 있습니까?
여주인 : 이건, 주문 받은 건데... 어디다 선물하시게요?
정환 : 유비텍, 아시죠? 꽃 그리는 데라 화분보다는
여주인 : (O, L) 어머, 이거 서과장이 주문 한 거예요.
정환 : 잘됐네? 제가 살게요. 청구서 보내.. 아뇨, 얼마죠? (지갑 열고)
여주인 : (값 말하고 돈 받으며 호호 웃는다)
정환 : 왜요? 거래처에 꽃 들고 가는 게 이상합니까?
여주인 : 한사장님이야 꽃 선물 자주 하시지만... 서과장은 처음이거든요.
정환 : (보는 위로)
여주인 : 직업이 꽃 그리는 건데, 여태 남자한테 꽃 한 송이 못 받아본 거 있죠? 안 믿어지시죠?
정환 : ...
S#63. 유비 빌딩 앞 거리 (동 낮)
정환, 꽃다발을 들고 걸어온다.
손에 든 꽃을 보며, 묘한 설레임과 긴장으로...
S#64. 유비텍 사무실
정환, 들어오는데 영 어색하다.
꽃을 뒤로 감추고, 디자인 실을 기웃거리며 보는데
안에서는 원희가 조은미의 그림을 보며 마구 야단치는 중이다.
정환, 돌아서 나오며 휴대폰 꺼내고.
S#65. 동 옥상 (동 낮)
경주, 정환이 옥상까지 만나러 온 것에 조금 놀라고 당황한다.
경주 : 무슨 일... (꽃을 보며 굳고)
정환 : 이거요? ... 강 선배 만나러 오는 길에, 난이나 살까하고 화원에 갔더니.. 서과장이 주문한 거라고 그래서...
(꽃을 내미는데)
경주 : (굳은 채, 꽃만 보고)
정환 : (당황한다) 부담 갖지 말아요, 나는 그저 배달만 하는 거니까... 다른 뜻 없어요, 그냥 거래처에서 주는 거니까...
아 뭐해요! 사 람 손 무안하게!
경주 : (꽃을 휙 받아들고 돌아선다... 걸어오는데)
정환 : 서경주씨... 뭐 수고했다 한마디쯤은 할 수 있잖아요. 무슨 여자가 이렇게 매너가 없어 (하는데)
갑자기 돌아서는 경주, 정환을 향하여 꽃을 던진다.
꽃은 정환을 비켜서 공중으로 휙 날아간다.
정환 : (꽃이 떨어지는 걸 보다가 기막혀 보면)
경주 : (눈물이 가득 차 오른 눈으로 쏘아보고)
정환 : ... 왜, 왜 그래요? (경주, 휙 돌아서 뛰어가고)
S#66. 동 비상계단
경주, 뛰어내려 가고.
정환, 서경주씨 부르며 내려오다가
정환 : ... 도대체 왜 저래?
그 위로 짧게 보여지는 1회에서 경주의 눈물 글썽한 얼굴.
정환, 담배에 불을 붙인다. 계단 내려가는 위로 떠오르는.
1회에서 담배를 피우는 정환을 지나쳐서 계단을 올라가는 어떤 여자.
옥상 문을 두드리다가 흐느끼는 여자의 울음소리.
정환 : ... (멈춰 선다)
이윽고, 여자에게 명함을 내밀다가 말고 무작정 부케를 뺏을 때.
눈물 젖은 눈으로 자기를 멍하니 바라보던 얼굴... 경주.
정환 : (당황해서 얼굴을 묻고) ...
S#67. 유비텍 사무실
경주, 고개 숙이고 있다가, 일을 덮고 일어난다.
S#68. 유비 빌딩 앞 (동 저녁)
경주, 나와서 걷다보면. 정환이 서 있다.
경주 : (보며) ...
정환 : ... 그래서, 그 일 때문에 처음부터 날 그렇게 미워한 거요?
경주 : ...
정환 : 사과할게요. 내 사정이 암만 급해도, 처음 본 사람한테 그러면 안 되죠. 그 기분 이해해요...
근데, 경주씨도 좀 그렇다, 진작에 말을 하지? 술 한잔하고 하하 웃으면, 될 일을 가지고 참...
경주 : 기분을 이해해요? 하하, 웃자구요? ... 그렇게 못해서 미안합니다.
정환 : 그럼, 이미 지나간 일을 어쩌잔 말요! ... 혹시 부케 받고, 여섯 달 안에 시집 못 가면 어쩌구.. 그 말 땜에 그래요?
... 허이구 사춘기 소녀도 아니고... (경주 눈에 눈물이 맺힌다, 당황하며 보고)
경주 : ... 그 꽃, 나한테는 그냥 부케 아니예요.
정환 : (보면)
경주 : 첫사랑을 보내면서 대신 받은 꽃이예요... 그 꽃을 들고 빌었어요. 내게도 사랑이 찾아오게 해달라고,
이 꽃이 시들기 전에 정말 내 사람을 만나게 해달라고... (눈물이 뚝 떨어지고) 그러다 뺏겼어요.
정환 : ... ...
경주 : (돌아서서 간다)
정환 : (그저 보며) ...
경주 : ... (눈물을 훔치고 돌아서서) 미안합니다. 한사장님한테 이런 얘기 까지 할 필요는 없는데... 정말 나이 값을 못하나봐요.
(울지 않으려 고 하우우 숨쉬고) 인제 다 흘려버렸으니까, 부담 갖지 마세요...
그럼, 안녕히 가세요... 프리젠테이션에서 뵙겠습니다.
경주, 목례하고 돌아서 간다. 코너를 돌아가는 경주.
정환, 그때까지 멍하니 있다가 경주를 따라 뛰어간다.
코너를 돌면, 경주는 길을 건너고 있다.
뛰어가다 보면, 저만치 앞에 꽃이 떨어져 있다.
정환, 꽃을 주우려 다가가는데.
자동차 휙 지나가고, 꽃은 처참하게 뭉개진다.
정환 : ... (뭉개진 꽃을 들며) ...
길 건너편의 경주와 그녀를 막막하게 바라보는 정환에게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