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쥐는 잠시 눈을 감았다가 뜨면서 꾀를 냈습니다.
“고양이님, 저를 꼭 잡아 잡수셔야 되겠습니까?”
“당연한 일이지. 지금 배가 얼마나 고픈데.”
“그럼 오늘 저녁만은 배고픔을 면할 수 있겠지만요, 만약에 저를 살려주신다면 제가 날마다 제 몸 크기만큼의 고기를 갖다 드리겠습니다. 오늘 정 배가 고프시면 저를 잡아먹으셔도 되고요.”
“그게 정말이냐?”
“제가 왜 거짓말을 하겠습니까? 날마다 이 집안에 살고 계시는 고양이님인데 거짓말을 했다가는 금방 잡힐 텐데요.”
“정말로 매일 나만한 고기를 가지고 온단 말이지?”
“그렇다니까요.”
“좋아, 네 말을 한 번 믿어보지.”
그렇게 하여 아기 쥐는 고양이에게 풀려났습니다.
다음 날 아기 쥐는 석수장이에게 얻은 고기를 들고 고양이 앞에 나타났습니다.
“자, 약속대로 고기를 갖고 왔습니다.”
“흐흐흐.......정말이구나. 넌 정말 정직한 쥐다. 고거 참 맛있는데........내일 저녁에도 또 갖고 오는 거다.”
“물론이지요.”
다음 날도 아기 쥐는 고깃덩어리를 갖고 나타났습니다.
“으음, 맛있군.”
그날 고양이는 고기 맛을 친구들에게 자랑을 했습니다.
“밤마다 쥐가 가지고 오는 고기를 먹어보니 기가 막히게 맛있어.”
“그래? 그럼 우리에게도 그 맛을 좀 보여 줘.”
친구 고양이들이 입맛을 쩝쩝 다셨습니다.
“알았어. 내일 저녁에는 나를 따라 와.”
다음 날 고양이는 진짜 친구를 하나 데리고 왔습니다.
그 다음 날에는 또 하나의 친구를 데리고 왔습니다.
그 이튿날에는 네 마리가 되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아기 쥐는 자기의 몫이 점점 줄어들어 거의 먹을 것이 없게 되었습니다.
“고양이님, 이건 약속과 다르잖아요. 고양이님 혼자 온다고 했지, 다른 친구 고양이를 데리고 온다는 말은 하지 않았잖아요.”
아기 쥐가 항의를 했습니다.
“뭐? 당장에 잡아먹으려고 하다가 살려주었는데 네가 무슨 불만이 있다고 투덜거려. 당장에 잡아먹을까 보다.”
고양이가 눈을 치켜뜨고 앞발로 활키는 시늉을 하면서 으르렁거렸습니다.
아기 쥐는 배가 고파 점점 여위어갔습니다.
어느 날 눈에 띄게 몸이 줄어든 아기 쥐에게 석수장이가 물었습니다.
“쥐야, 너 요즈음 무슨 고민이 있니, 얼굴이 왜 이렇게 야위었어?”
“사실은요, 고양이 때문에.......”
“뭐야? 그런 나쁜 고양이들이 있나?”
아기 쥐에게 모든 사실을 들은 주인은 잠시 깊은 생각에 빠졌습니다.
“이렇게 하면 되겠다.”
석수장이는 수정으로 그릇을 만들고 그 속에 아기 쥐를 들어가게 한 다음 먹이를 주었습니다.
“아니, 오늘 저녁에는 요 녀석이 왜 안 나타는 거야?”
아기 쥐를 기다리던 고양이들은 화가 잔뜩 나서 석수장이 집까지 찾아 왔습니다.
사방을 이리저리 찾아 헤매다가 마침내 겨우 수정그릇 속에서 편안하게 누워 먹이를 먹고 있는 아기 쥐를 발견했습니다.
“요 녀석이 감히 나와의 약속을 어기다니, 용서할 수 없다.”
고양이는 화를 버럭 내면서 달려들었습니다.
그러나 수정 그릇이 워낙 미끄럽고 단단하여 고양이는 몇 번이고 미끄러졌습니다.
쿵.
쿠궁.
미끄러져 바닥에 내동댕이쳐질 때마다 그는 더욱 화가 났습니다.
“용서할 수 없다. 용서할 수 없어.”
땅바닥에 떨어졌다가 다시 고양이가 그릇 위로 기어오를 때마다 아기 쥐는 혀를 낼름 내밀면서 약을 올렸습니다.
몇 번을 그랬을까요?
마침내 고양이는 힘이 빠져 쓰러지고 말았습니다.
첫댓글 지장보살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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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음보살
감사합니다.
관세음보살_()_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