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업규모 |
종사자 지위 |
01.8 |
02.8 |
03.8 |
전체 |
임금비율(%) |
51.1 |
49.9 |
48.6 |
(임시․일용/상용) |
(84.3/164.9) |
(89.7/179.8) |
(95.2/195.8) | |
대기업 (300인 이상) |
임금비율(%) |
57.2 |
44.6 |
37.4 |
(임시․일용/상용) |
(111.3/194.7) |
(97.9/219.5) |
(89.8/239.9) | |
중소기업 (300인 미만) |
임금비율(%) |
53.2 |
52.8 |
52.0 |
(임시․일용/상용) |
(83.4/156.6) |
(89.4/169.3) |
(95.3/183.3) |
출처: 노동부 내부자료.
<표 2> 기업규모․고용지위․노조가입 여부에 따른 월평균 임금수준(2003년)
기업규모 (100%) |
종사 지위 (100%) |
노동조합 (100%) |
월임금 수준 (만원) |
300인 이상 (12.6%) |
상 용 (11.4%) |
가입(4.3) |
231.2(100.0) |
미가입(7.1) |
245.1(106.0) | ||
임시․일용 (1.2%) |
가입(0.1) |
126.1(54.5) | |
미가입(1.2) |
87.8(38.0) | ||
300인미만 (87.5%) |
상 용 (39.8%) |
가입(6.7) |
204.4(88.4) |
미가입(33.2) |
179.0(77.4) | ||
임시․일용 (47.6%) |
가입(0.5) |
123.4(53.4) | |
미가입(47.1) |
95.0(41.4) |
출처: 노동부 내부자료
<표 1>에서는 2001~2003년의 기간 동안 상용직 대비 임시․일용직 노동자의 임금수준이 지속적으로 하락하고 있다는 점과 특히 300인 이상의 대기업에서 상용직과 임시․일용직의 임금차이가 20% 가까이 더욱 확대되는 사실이 드러나고 있다. <표 2>에서 기업규모와 종사상 지위 그리고 노조가입 여부를 고려하여 월 임금수준을 비교할 경우 (300인 이상의) 대기업 상용직 비조합원이 245.1만원으로 가장 높고 그 다음으로 대기업 상용직 조합원>중소기업 상용직 조합원>중소기업 상용직 비조합원>대기업 비정규 조합원>중소기업 비정규 조합원>중소기업 비정규 비조합원>대기업 비정규 비조합원의 순서로 나타나는 바, 이들 3개 변인(특히 종사상 지위)이 복합적으로 노동소득 격차를 낳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이러한 노동소득격차는 <그림 2>에서 나타나듯이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 전반의 소득불평등을 크게 심화시키는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도 하다. 구체적으로 지니계수의 경우 1990~1997년의 기간에 평균 0.286 수준에서 1998~2003년의 기간에는 0.315로 크게 악화되고 있는 한편, 소득 5분위배율에서도 1997년 이전의 7년간 평균 4.48배에서 1998년 이후 6년 동안 5.33배 수준으로 그 소득불평등이 뚜렷이 확대되는 것을 볼 수 있다.3)
<그림 2> 연도별 소득불평등 추이
출처: 이병훈․김유선(2003).
노동복지에 있어서도 대기업-중소기업간에, 그리고 정규직-비정규직간에 상당한 격차가 엄존하고 있다. <표 3>에서 보여주듯이, 법정 사회보험의 적용범위가 최근 수년 동안 전체 임노동자를 대상으로 확대되어 왔으나, 5인 미만의 영세사업장 및 임시․일용직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 절대 다수가 복지배제(welfare exclusion)에 놓여 있음을 확인케 된다. 또한 <그림 3>은 대기업-중소기업간에 비법정 기업복지 수혜의 상대적 격차가 1990년대 중반 이후 최근에 이르기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실제 1996~2002년의 기간 동안에 (300인 이상) 대기업 대비 (300인 미만) 중소기업의 비법정복지비 지출수준이 63.6%에서 55.6%로 크게 하락하고 있다. 아울러 또 다른 노동복지 지표인 산업재해발생율(=재해자수/근로자수×100)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는 1999~2003년의 기간 동안에 1.0%에서 0.74%로 줄어들긴 하였으나, 2003년 현재 50인 미만 중소사업장의 재해발생율(1.24%)은 300인 이상 대기업 사업장(0.50%)에 비해 거의 2.5배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표 3> 주요 법정복지의 격차 추이
기업규모 |
종사상지위 |
국민연금 |
건강보험 |
고용보험 | |||
02.8 |
03.8 |
02.8 |
03.8 |
02.8 |
03.8 | ||
5인 이상 |
상 용 |
75.3 |
82.9 |
78.0 |
84.7 |
66.2 |
69.2 |
|
임시․일용 |
33.7 |
41.9 |
37.7 |
44.7 |
34.1 |
39.8 |
5인 미만 |
상 용 |
5.6 |
6.7 |
8.4 |
7.9 |
8.7 |
9.8 |
|
임시․일용 |
2.7 |
2.3 |
3.8 |
2.8 |
4.0 |
3.1 |
출처: 노동부 내부자료.
<그림 3> 기업규모별 종업원 1인당 기업복지 비용의 증가추이
출처: 양재진(2004)에서 재인용.
<표 4>에서는 2003년 현재 기업규모․종사상 지위․노조가입 여부에 따라 해당 노동자들의 평균 근속기간을 비교하고 있는 바, 각 지표별로 고용안정성이 확연히 차이남을 잘 드러내고 있다. 부연하면, 상용 정규직이 임시․일용직에 비해, 대기업(300인 이상)이 중소기업(300인 미만)에 비해, 그리고 조합원이 비조합원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용안정성을 누리고 있는 것이 확인된다.
<표 4> 2003년 평균 근속기간 비교(단위: 개월)
|
노조 미가입(A) |
노조 가입(B) |
A/B |
중소기업 상용 |
72 |
102 |
70.6 |
대기업 상용 |
113 |
133 |
85.0 |
중소기업 임시/일용 |
17.9 |
45 |
40.0 |
대기업 임시/일용 |
18.5 |
53 |
34.9 |
출처: 노동부 내부자료.
또한, 노동자의 직무능력 향상을 위한 직업훈련에 있어서도 <표 5>에서 보여주듯이 대기업과 중소기업간의 격차가 유지-확대되고 있다. 1000인 이상 대기업의 경우에는 1999~2003년의 기간에 직업훈련실시율이 39.8%에서 98.1%로 크게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들에서는 4.0%~7.7%의 매우 낮은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고용보험의 직업능력개발사업 활용비중에 있어서도 1999~2003년 사이에 300인 이상 대기업에서는 23.1%에서 34.2%로 증가한 반면,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서는 오히려 19.8%에서 17.6%로 감소세를 보여주고 있다.
<표 5> 기업규모별 훈련실시율 추이(단위: %)
구 분 |
1999년 |
2000년 |
2001년 |
2002년 |
2003년 |
2004년 7월 |
총 계 |
12.9 |
18.2 |
22.6 |
22.2 |
23.2 |
14.9 |
300인 미만 |
4.0 |
5.7 |
7.6 |
7.7 |
5.4 |
4.1 |
300인~499인 |
23.3 |
26.7 |
24.0 |
20.9 |
20.0 |
10.1 |
500인~999인 |
23.2 |
29.5 |
31.5 |
25.5 |
31.8 |
16.7 |
1000인 이상 |
39.8 |
63.1 |
85.7 |
92.1 |
98.1 |
66.5 |
자료: 고용보험 DB.
주: 훈련실시율=(직업능력개발훈련+유급휴가훈련)/고용보험적용피보험자.
대기업 정규 노동자와는 달리 중소기업과 비정규 노동자들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법정 사회보험과 근로기준을 제대로 적용받지 못함으로써 제도적 보호로부터 배제되는 또 다른 차별을 겪고 있다. <표 6>의 경활부가조사자료의 분석을 통해 보면 비정규 노동자들의 경우 국민연금․건강보험․고용보험과 같은 법정복지의 수혜비율이 고작 29.7%~33.0%에 그치고 있으며, 퇴직금․시간외수당․유급휴가 등의 법정 근로기준에 있어서도 13.7%~18.6%로 대다수가 탈법적 사각지대에 놓여 있음이 여실히 드러난다.
<표 6> 고용형태별 사회보험 및 노동조건 적용률(단위: %)
|
국민연금 |
건강보험 |
고용보험 |
퇴직금 |
상여금 |
시간외수당 |
유급휴가 |
임금노동자 |
59.5 |
61.3 |
52.1 |
54.1 |
51.6 |
43.4 |
45.8 |
정규직 |
96.6 |
97.3 |
80.5 |
99.1 |
96.2 |
81.0 |
83.6 |
비정규직 |
30.3 |
33.0 |
29.7 |
18.6 |
16.5 |
13.7 |
16.0 |
출처: 김유선(2004a).
이상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임금․복지․직업훈련․고용 및 근로조건 등에 있어 대기업 정규노동자들과 중소기업/비정규 노동자들간의 불평등 구조가 날로 심화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이처럼 노동양극화가 확대되는 가운데 또 다른 문제로서 양질의 일자리가 급감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지 않을 수 없다. 실제로 1993~2003년 사이에 500인 이상 대기업의 일자리는 210.5만 개에서 127만 개로 약 83.5만 개가 줄어든 반면 29인 미만 영세기업의 일자리는 같은 기간에 584만 개에서 816만 개로 늘어났다. 그 결과 <그림 4>에서 드러나듯이 지난 10년 동안 중위소득권의 정규직 일자리는 대폭 감소한 반면, 주로 취약노동계층을 구성하는 하위 소득의 비정규 일자리가 크게 증가하였다. 요컨대, 중위소득의 일자리가 소실됨에 따라 상위소득 노동자와 하위소득 노동자간에 조성된 노동분절성의 간극이 더욱 확대되는 쌍봉형 불평등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고 하겠다.
<그림 4> 소득별 일자리 수 증감(전체 취업자 기준, 1993~2002년)
노동양극화에 내재된 또 다른 문제로 노동시장 부문들간에 직업이동의 기회가 매우 제한되어 있는 폐쇄적인 분단성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를테면, 고용형태에 따른 정규직-비정규직 노동시장에서 비정규 일자리는 정규직 고용에로 이행하는 ‘가교’로 기능하기보다는 그 이행이 차단된 ‘함정’의 특성을 지니는 것으로 판명되고 있다. 남재량․김태기(2000)에 따르면, 비정규 일자리로부터 탈출한 노동자들 중 단지 1%만이 정규직 일자리로 진입한 반면, 80%는 다시 비정규 일자리로 되돌아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는 청년노동시장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는 바, 학교-직업의 이행에 있어 신규 취업자들의 일자리 선택이 이들의 직업경력에 있어 분절적인 방식으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결과가 제시되기도 하였다(김준영․전용석 2004).
정리하면, 우리 사회의 노동양극화는 노동자계층 내에 기업규모․고용지위 및 성별의 분절선에 따라 근로조건의 모든 지표에서 차별구조가 더욱 확대되고 있다. 한편으로 양질의 고임금 일자리 축소로 인해 취약노동자집단이 상대적으로 과밀화되고, 다른 한편으로 상향 직업이동의 기회가 차단됨에 따라 노동시장의 폐쇄적인 분단성이 고착화됨으로써 심각한 사회불평등의 문제로 비화하고 있는 것이다.
III. 연대성 위기의 외부 원인
우리 사회에 이처럼 노동양극화를 심화시키고 있는 배경원인은 우선 노동조합운동 외부의 여러 요인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선, 거시적인 배경원인으로 우리 사회가 지난 1990년대(특히 외환위기 이후)에 경험해온 구조변동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그 첫 번째의 구조변동으로 하향질주의 무한경쟁을 가속화하는 세계화의 물결을 들 수 있다. 1980년대말 동구권의 몰락과 더불어 자본주의적 경제질서가 범지구적 차원으로 전일화되는 가운데 우리 경제도 WTO체제의 출범에 따른 자유무역질서의 확립에 의해 그리고 외환위기에 따른 전면 개방체제로의 전환을 통해 예외 없이 세계화의 시장전제주의에 시달리게 되었다. 두 번째의 구조변동으로 정보․지식경제로의 이행이 현실화하면서 기술혁신에 의한 고용 없는 성장이 두드러지게 되었으며, 정보재의 생산과 유통에 있어 승자독식의 게임법칙이 지배함에 따라 고급지식노동과 단순육체노동간의 차별적 이질감이 현저하게 대두됨으로써 소위 '20:80'의 사회가 도래하게 되었다. 아울러 탈산업화와 고학력화는 노동의 개체화를 강화하여 이들 노동자집단 내부의 연대의식 토대를 크게 약화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하기도 하였다.
이상의 외부요인들은 세계 보편적인 구조변동으로 성격지울 수 있는 한편, 우리 사회의 특수한 요인으로 정치민주화가 역설적으로 노동양극화를 추동해 온 것으로 지적해 볼 수 있다. 1987년의 정치민주화를 통해 개발연대의 권위주의적 정치체제가 해체된 빈자리를 재벌․관료․언론권력이 주도하는 보수적 민주주의 질서가 자리잡게 됨에 따라 중산층의 몰락과 계급구조의 양극화를 초래하여 왔다(최장집 2002). 이와 관련하여, 1987년 이전의 개발독재에 의해 강압적으로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임금 및 복지수준이 하향평준화되어 왔던 것에 비해 정치민주화와 노동자대투쟁을 계기로 노조운동의 활성화를 통해서 대기업 조직 노동과 중소기업 미조직 노동 간의 근로생활 양극화가 등장하기 시작하였다는 사실은 단순한 우연이 아닐 것이다. 다른 한편으로, 정치민주화와 더불어 활성화되어온 시민사회운동이 사회민주개혁의 담론각축에 주도적인 지위를 차지하게 됨에 따라 자연히 노동조합운동의 계급연대투쟁에 대한 대중적 지지기반이 상대적으로 위축․쇠락하게 되기도 하였다(신광영 2004; 박준식 2004) 이처럼 우리 사회의 정치민주화가 지난 10여 년 동안 국민적 연대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체제를 성숙․발전시키기보다는 오히려 새로운 보수권력연합에 의해 형해화됨으로써 사회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사회구조변동의 환경여건하에 최근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 위기 또는 노동양극화를 촉발시켜온 직접적인 주범은 새로운 자본수취방식의 등장에서 찾아질 수 있을 것이다. 1998년의 외환위기를 계기로 개방경제체제가 전면적으로 확립되는 가운데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이 초단기적 수익관리 중심으로 변화되었다. 이는 외환위기 직전까지 부채의존적인 투자확대전략의 값비싼 실패경험과 주식시장을 매개로 한 해외자본의 영향력 행사 등으로 인해 우리 대기업들이 수익구조개선을 최우선시하는 경영체제로 전환되었음을 의미한다. 경제위기 상황을 활용하여 대기업 대부분은 정규인력의 대규모 감축과 비정규직 노동의 대체활용 및 사업구조의 외주화(outsourcing) 등을 통해 상당한 인건비 절감을 도모하는 한편, 자신의 시장지배력을 내세워 중소 협력업체들을 수직계열화함과 동시에 수탈적인 하도급 계약조건을 강요하여 왔다. 실제, 300인 미만의 중소기업에 있어 1997~2002년의 기간 동안 대기업의 하청계열화 비율이 57.6%에서 63.9%로 크게 늘어났을 뿐 아니라, 대기업의 납품단가율이 2001년의 2.6%에서 2003년의 6.6%로 지속적으로 상승해온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4) 이처럼, 단기수익관리를 최우선시하는 대기업들의 경영방식이 확고하게 자리잡게 됨에 따라 각 산업의 정상에 위치하는 원청 대기업들은 엄청난 수익실적을 거둔 반면 종속적인 지위에 놓인 하청중소기업들은 빈사상태에 내몰리는 경제․산업구조의 양극화문제가 대두되기에 이른다.5) 다시 말해, 개발연대에서 원청대기업들이 산업 선단(industrial fleet)을 이끌며 수출 성장의 수익 일부를 중소기업 등의 경제부문과 공유해오던 수익환류(trickle-down)효과가 소실되고, 이제는 이들 원청 대기업이 오로지 자신의 수익성 증진을 위해 하청 중소기업들을 압박․수탈하는 수익독식기제가 살벌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외환위기 이후 우리 사회에 원청 대기업과 하청 중소기업 및 주변노동부문 간에 경제불평등의 확대재생산구조가 확고히 자리잡게 됨에 따라 대기업의 내부자와 외부자간의 노동양극화를 더욱 심화시키는 물적 토대가 형성되고 있다고 하겠다.
1990년대에 들어 탄생된 일련의 민주정부들은 우리 사회에 노동양극화를 제어하기보다는 오히려 촉진시키는 또 다른 외부 원인으로 작용하여 왔다. YS정부는 스스로 세계화정책을 통해 경제개방을 무리하게 추진하다가 외환위기를 초래함으로써 노동양극화를 가속화하는 선행조건을 만들어 주었다. DJ정부는 외환위기를 배경으로 신자유주의적 경제개혁정책을 전면 수용-추진함으로써 사회불평등과 노동양극화의 현실조건을 공고히 하였다. 참여정부는 정치개혁과 이념재정립 그리고 지역개발 등의 개혁아젠다에 몰입한 채 이전 정부들로부터 크나큰 빚으로 인수받게 된 사회경제적 양극화의 정책이슈를 뒷전에 두고 있다(최장집 2004). 이들 민주정부는 민주화 이후 재벌 대기업 중심의 독식경제체제를 제어할 만한 통제능력과 정책수단을 상실하였을 뿐 아니라, 오히려 개발연대와 마찬가지 경제성장의 정책담론에 사로잡혀 성장-분배 또는 경제효율-사회형평의 선순환을 구현하는 사회민주개혁모델을 도외시함으로써 결국 노동양극화의 확대재생산에 적잖은 역할을 하였던 것이다.
IV. 연대성 위기의 내부 원인
노동자계급의 대동단결과 사회적 연대성은 노동조합운동이 존립하는 기반이자 구현해야 할 실천적 가치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앞서 살펴본 바와 같이) 사회구조 변동과 자본수취체제 변화 그리고 민주정부들의 정책적 후원에 의해 노동자들간의 차별과 불평등이 심화되는 상황을 저지하여 노동연대성을 보존-강화하는 것은 노동조합운동의 마땅한 책무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1990년대 초반 이후 한국노총에 의해, 그리고 1995년 출범한 민주노총에 의해 노동자대중의 근로와 삶의 질을 개선하기 위한 사회개혁투쟁이 전개되기 시작하였다. 그런데 노동조합운동은 그 동안의 사회개혁투쟁을 통해 나름대로의 성과를 거두기도 하였으나, 날로 확대되는 노동양극화의 현실이 여실히 말해주듯이 외부 도전들에 맞서 계급적 연대성을 지켜내기에는 매우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내부 주체적인 문제로 인해 노동양극화의 확대재생산을 실질적으로 ‘방조’함으로써 스스로 연대성 위기를 초래해 왔다는 지적들이 심상치 않게 제기되고 있다(정길오 2004; 최영기 2001).
그러면 우리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양극화를 제어-해소하기보다는 그 덫에 사로잡혀 연대성 위기에 빠져들게 만드는 문제원인은 과연 무엇인가? 한마디로 우리 노동운동이 기반하고 있는 기업별 노조체계에서 그 핵심 원인을 찾을 수 있다(최병천 2004). 1980년대 초 군사정권에 의해 제도적으로 강요되어 노동통제의 수단으로 활용되었던 기업별 노조체계는 1987년의 노동자대투쟁 이후 작업장 수준의 노동시민권을 성취하려는 현장투쟁에서부터 1997년 초 노동법 날치기처리를 반대하는 총파업에 이르기까지 조합원대중을 효과적으로 동원할 수 있는 조직기반으로 기여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있어 조직자원과 교섭방식 그리고 활동성과 배분구조를 망라하여 지배적인 틀이라고 할 수 있는 기업별 노조체계는 기본적으로 소속 조합원들의 협애한 이해대변에 치중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사업장 안의 경영독재와 밖의 국가탄압이 맞물려 있던 노동통제구조를 동시에 허물기 위해 지역․업종 차원의 연대활동이 활발하게 전개되었던 1987년 직후 노동운동의 분출기에는 이러한 한계가 별로 두드러지지 않았으나, 1990년대에 들어 특히 대공장들을 중심으로 노동조합 주도의 전투적 투쟁에 의해 조합원대중들이 경제적인 성과들을 향유하게 되면서 점차 노동조합운동의 족쇄로서 부각되기 시작하였다(김동춘 1996). 실제, 이 시기에 노동조합운동을 주도해왔던 대공장 노조들은 대부분 소속 대기업들이 시장지배적 지위를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에 독점지대의 배분에 참여할 수 있었으며, 더욱이 기업별 조직 및 교섭체계하에서 그들은 전체 노동자의 연대적인 이해에 충실하기보다는 소속 조합원의 실리를 전투주의적인 방식으로 극대화하는 도구적 존재로 변질되었다(최영기 2001). 한 동안 대공장 노조운동이 선도적인 임금교섭 투쟁을 통해 전체 노동자의 임금인상을 견인해오기도 하였으나, 중소기업들의 지불능력 제약으로 인해 그들만의 독점지대 공유(monopoly rent sharing)로 그쳐 대기업-중소기업간의 임금격차를 현재화하게 되었던 것이다.6) 이처럼 기업 내부 노동시장의 임금 및 근로조건을 개선하는 데에 치중해오던 대공장 노조들은 1997년 외환위기를 계기로 경제양극화를 낳는 신자유주의적 노동유연화 개혁에는 속수무책인 채 소속 조합원들의 고용보호를 위한 결사항전의 투쟁에 주력함으로써 기업별 조직체계의 협애성을 강화시켰다. 최근 들어 개방경제체제가 공고히 되는 가운데 기업별 체제하에서 대공장 노조들―전투적인 노선을 표방하든 회사의존적인 활동기조를 보이든―은 하청기업 및 비정규 인력의 수탈을 추구하는 소속 대기업의 수익독식 경영을 묵인한 채 그 수익의 공유를 위한 담합관계를 형성하고 있기도 하다. 또한, 이러한 대공장 노조운동은 사회적 연대책임을 강화하기 위한 산별체제로의 전환에는 무관심하거나 눈치껏 동조하는 것에 그치고, 장시간 작업체제와 고용불안 심리에 따른 조합원들의 이기/배금주의인 경제보상 욕구를 충족시키기 위해 자신의 현장권력을 발휘하는 데에 급급하고 있다(조건준 2004).
현행 기업별 조직체계하에서는 노동시장 분절성이 고스란히 노사관계의 양극화와 노동운동의 편중구조로 투영될 수밖에 없다. 2002년 현재 노동조합 조직율이 전체 임노동자의 11.6%에 그치는 가운데, 그 대다수가 300인 이상의 대기업 노조로 조직되어 있다. <표 7>에서 볼 수 있듯이 300인 미만의 노조 조직이 조합수로는 5,813개(89.3%)에 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체 조합원수의 22.0%에 그치고 있는 반면, 300인 이상의 대공장 노조는 그 수로는 10.7%밖에 안되지만 조합원수로는 78.0%를 차지하고 있다. 해당 사업체 규모별 노조조직 현황을 살펴보면, 300인 미만 사업체에 종사하는 전체 노동자의 2.8%만이 노조가 조직화되어 있는 반면, 300인 이상 대기업의 69.0%에 노조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난다.7) 아울러 2003년 경제활동인구조사에 따르면 임시․일용직의 경우 노조 가입율이 단지 1.23%로 집계되며, 또한 동년 경활부가조사의 분류에 따르더라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노조가입율은 2.4%(약 19만명)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처럼 중소사업장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노동조합의 조직적 보호는 매우 미흡한 가운데, 대공장 중심으로 기업별 노조활동이 편중되어 있는 것이다. 지난 수년 동안 기업별 노조체계를 극복하기 위해 목적의식적으로 산별조직에로의 전환이 추진되고 있으나, 영향력 있는 상당수 대공장 노조가 여전히 가입치 않거나 형식적으로만 참여하고 있다.8) 또한 산별조직 전환이 아직껏 미조직 노동자의 조직화를 촉진하지 못한 채, 단순히 중소규모 노조들이 기존 기업별 교섭의 제약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여지는 수준에 머물러 있기도 하다.
<표 7> 조직 규모별 노동조합 현황(단위: 개소, 명, %)
|
총계 |
49인 미만 |
50~299인 |
300~999인 |
1,000인 이상 |
조합수 |
6,506 (100) |
3,079 (47.3) |
2,734 (42.0) |
485 (7.5) |
208 (3.2) |
조합원수 |
1,605,972 (100) |
52,895 (3.3) |
299,803 (18.7) |
219,557 (13.7) |
1,033,717 (64.3) |
출처: 노동부(2003).
중소사업장 및 비정규 노동자들의 대다수가 미조직되어 있는 가운데, 기업별 조직체계에 안주하는 대공장 노조들의 폐쇄적인 실천구조는 노동양극화와 연대성 위기를 확대재생산하고 있다. 물론 총연맹조직과 산별연맹들이 나름대로 장내(한국노총)과 장외(민주노총)에서 취약노동자집단과의 연대성을 강화하려는 다양한 활동을 전개하고 있으나, 조직자원이 기업별 노조체계에 집중된 현실 속에서는 리더십의 취약성만을 노정하거나, 공허한 사회개혁 투쟁구호 이면에 오히려 대공장 회원노조들의 노동현안 대변에 급급하게 되는 실정에 놓여 있다. 미조직 노동자들에 대한 보호를 위해서는 사회연대적 노동․복지․산업정책을 이끌어내기 위한 사회적 대화 또는 정책참가가 절박하게 요청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실패한 정책협상 경험과 정권차원의 정책의도 등을 문제삼아 장외 투쟁노선을 고집하는 편협성은 어찌보면 기업별 노조체계의 또 다른 폐해, 즉 조직내부자의 안정적인 보호에 우선하는 대공장 노조들이 지배하는 노동운동 조직구조에서 비롯되는 관념(성)적 전투주의9)와 연관지어 이해될 수 있으며, 심하게는 무사안일의 직무방기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대다수의 대공장 노조들에 고질적으로 존재하는 분파적 경쟁구도는 그대로 총연맹 및 산별단체차원의 소모적인 조직 내 정치로 투영되어 사회민주개혁의 아젠더 설정과 사회적 대화에의 집권화된 전략접근을 심히 어렵게 만들기도 한다. 최근 산별 본조/연맹과 기업/지부노조 사이에 발생한 몇 가지 충돌사례(예: 현대중공업과 금속연맹 간의 사내하청 노동문제 대응갈등, 보건의료노조와 서울대병원지부 간의 산별협약 해석논란, 금융산별노조와 산하 지부 간의 연대임금원칙 논란 등) 역시 (기업차원의) 조직 노동의 특수이익에 복무해온 기업별 노조체계의 관성이 사회연대적 노동운동에로의 전환에 간단치 않은 장애물이 되고 있음을 확인시켜 주고 있다. 더욱이 단위 사업장 수준에서도 비정규직 노동자들에 대한 정규직 조합원들의 조직보호 배제와 신분 구별짓기 등이 드러나고 있는 바, 이는 기업별 노조체계에 의해 그 동안 길들여진 조직 노동의 협애한 권리의식에서 비롯되는 것이라 하겠다(강현아 2004; 이병훈 2003). 요컨대, 대공장 편중의 기업별 노조체계하에서 한편으로 조직 노동에 의해 수익공유의 노사담합관계가 형성-유지되고, 다른 한편으로 미조직 노동의 정책/조직적 보호 노력이 방기되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우리 노동조합운동은 소수 조직 노동의 이익집단운동으로 변질되어 다수의 미조직 노동을 대표하지 못하는 폐쇄성의 덫(recruiting trap, Zoll 2004)과 그로 인한 연대성 위기에 봉착하고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는 것이다.
V. 맺음말: 노동조합운동의 연대성 복원을 위한 고언(苦言)
세계화시대를 맞이하여 그리고 특히 외환위기를 계기로 우리 사회에 착근된 신자유주의적 시장경쟁질서 속에서 대기업들의 수익독식 경영이 경제불평등과 노동양극화를 심화시켜오고 있다. 지난 10여 년 동안 노동조합운동은 이러한 사회문제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나름대로 사회경제개혁투쟁을 전개해오고 있기는 하나, 날로 확대되는 노동양극화의 현실이 반증하듯이 그 불평등의 확대재생산을 제어․저지하기에는 크게 역부족이었다. 오히려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사회개혁투쟁이 불임(不姙)의 공허한 몸짓으로 그치게 된 배경에는 다름 아닌 기업별 조직체계라는 퇴행적 운동실천구조가 노동연대성을 훼손․균열시키는 족쇄로서 작용해오고 있는 것이다. 그 결과 노동조합운동은 스스로 주창해온 사회연대의 거창한 구호에도 불구하고 기업별 조직체계의 협애한 이해대변구조에 갇혀 소수의 대공장 조직 노동과 다수의 영세사업장과 비정규 미조직 노동간의 불평등이 확대 재생산되는 노동양극화를 실제적으로 ‘방조․담합’하게 되는 실천적 한계를 드러냄으로써 스스로 연대성의 위기에 빠져들고 있으며, 더 나아가 정체성․공공성․계급대표성․전략빈곤의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연대성 위기로부터 우리 노동조합운동을 구출해내기 위해서, 보다 중요하게는 신자유주의적인 시장전제로부터 사회연대성을 지켜내기 위한 노동운동으로 제 본연의 정체성과 권능을 되찾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업별 운동원리와 실천구조를 철저히 허물고 노동연대 원칙으로 무장한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으로 환골탈태의 변신이 절실히 요망된다. 새로운 노동조합운동이 구현해야 할 이념지향성은 조직․미조직 노동간에 그리고 조직 노동 내부에 엄존하는 실천적 균열과 경제적 차별․불평등 그리고 관행․의식적 배제․분절을 지양․극복하기 위한 노동연대의 철칙(鐵則)으로 분명히 재정립되어야 한다. 이 같은 노동연대성의 운동원칙은 그 동안 우리 노동조합운동에 의해 이미 조직강령에서 또는 투쟁구호로 식상하게 선언되어온 관념어로서가 아니라, 연대성 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는 기업별 운동관성의 질곡을 결연히 분쇄하기 위한 실천적인 테제로서 곧추세워져야 할 것이다.
노동연대성을 복원하기 위해, 그리고 실제적으로 기업별 노조운동의 구태(舊態)를 깨부수기 위해 다음의 세 가지 실천과제를 제언하고자 한다. 첫째, 노동조합운동의 탈기업화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노조 지도부의 연대주의적 ‘목적의식성’이 책임성있게 실천되어야 할 것이다. 지난 1987년 노동자대투쟁이 노동자 대중의 자발성에 의해 촉발된 이후 그 이전 노동운동을 이끌었던 학출 지식인 대다수가 동구권의 몰락과 더불어 이념적 좌표의 상실과 실천적 재생산여건의 미비로 인해 현장으로부터 이탈하면서 생긴 공백을 자생적으로 성장한 노출 활동가들이 노조조직 지도부를 형성하며 메워왔다. 그런데 1980년대 중반까지 학출 활동가들이 노동운동에 주입하려던 계급운동적 목적의식성은 점차 단사 노조(특히 대공장 노조)안에서뿐 아니라 초기업 수준의 노동단체에서도 조직헤게모니 다툼에 매몰되는 정파적인 목적의식성으로 변질되어 ‘표밭’인 조합원들의 점증하는 임금인상 및 고용안정 욕구를 경쟁적으로 채우려는 대중추수주의의 덫에 사로잡히게 되었다. 이처럼 분파성에 의해 왜곡되고 조직 노동의 실리주의에 포위됨에 따라, 더욱이 단사노조 중심의 조직자원 편중으로 인해 구조직(한국노총)이거나 신조직(민주노총)이거나 현재 우리 노동조합운동의 리더십은 기업별 조직기반에 얽매여 자신의 결단과 소신을 발휘하기에는 매우 어려운 형국에 처해 있다고 하겠다. 그럼에도 폭압적인 개발독재 시절인 1970~80년대에 민주노조운동의 성장을 추동해온 것이 ‘노동해방’을 지향하는 활동가집단의 목적의식성과 실천적 책임성에 의해서 였듯이, 지금 세계화/신자유주의의 격랑 속에서 기업별 조직체계의 굴레로부터 조직 노동을 '구출‘하여 미조직 노동과의 계급적 단결을 시도하기 위해서는 노동운동 리더십의 사회연대적 목적의식성과 책임성 있는 결단이 우선적으로 요구된다. 다시 말해, 시장전제에 의해 심화되는 조직-미조직 노동간의 노동양극화를 극복하려는 개혁주체로서 노조운동 지도부의 목적의식성이 분명하고도 굳건하게 실천됨으로써만이 연대성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는 단초가 마련된다고 하겠다.
둘째, 조직 노동의 협애한 이익보호에 치중하는 기업별 운동관성에서 벗어나기 위해, 그리고 미조직 취약노동과 국민 대중을 대상으로 한 보편적 이익대변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그 동안 노동조합운동이 추진해온 조직․교섭체계의 탈기업화를 보다 결연하게 전개해 나가야 할 것이다. 그 동안 추진되어온 산별체제로의 전환에 결정적인 장애물이 되고 있는 대공장 노조의 조직이기주의적 활동관성을 쇄신하기 위해 총연맹 및 산별노동단체의 지도부들의 ‘목적의식적’ 실천 노력이 요망되며, 조직 노동 대중의 연대의식 복원을 위해 체계적인 교육과 양극화 문제현실의 ‘호소’ 그리고 필요시 공개적인 비판 등과 같이 노동연대적인 대중담론의 확산에 진력하는 것이 필요하겠다. 미조직 취약노동자들에 대해 조직화를 통한 보호가 쉽지않은 현실을 감안할 때, 사회적 대화를 통해 제도․정책적 보호수단을 강구하는 것은 불가피한 노동연대전략이라 할 수 있다(이병훈 2004). 따라서 노동조합운동은 정책참가 또는 사회적 대화에 대해 패배의식이나 불필요한 경계심리에서 벗어나 공세적으로 사회개혁 아젠다의 개발 및 교섭전략을 강구하여야 할 것이며, 이 같은 거시노동정치의 교환을 통해 다수의 미조직 취약노동과 소수 조직 노동간의 차별-격차를 완화하기 위한 현실적 타협지점을 만들어갈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조직 노동의 독점지대공유(고임금)를 보장받기 위한 대공장 노조의 기업차원 투쟁방식이 도저히 사회적 소비수요(예: 교육비와 주거비 등의 생활비부담 증가)를 감당하기 어려울 뿐 아니라 이러한 기득권의 확장을 위한 집단이기주의적 운동으로 치부되어 미조직 노동과 국민대중으로부터 지지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조직 노동과 미조직 노동을 아우를 수 있는 사회보편적인 연대임금-생활노동복지의 기반을 확충해 나가기 위한 정책협상의 필요성이 더더욱 요구된다 하겠다. 아울러 노동조합운동 차원의 현행 의사결정에 있어 대공장 노조들의 지나친 영향력 행사를 제한하는 한편, 여성-비정규-중소사업장-이주 노동자들과 같이 다양한 취약노동자집단들의 대표성을 의식적으로 강화-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겠다.
셋째, 또 다른 기업별 운동관성에서 비롯된 전투주의적 실천경향이 지양되어야 하겠다. 어찌보면 이 같은 전투적 조합주의는 개발독재와 경영전제에 맞서 노동시민권을 쟁취하려던 지난 암울한 노동탄압 시절의 역사적 산물로서 여전히 지속되는 노동배제적인 기업경영체제하에서 조직 노동이 자신의 생존방어와 요구관철을 위해 터득한 운동방식이라 하겠다. 물론, 기업차원에서든 사회적 대화에서든 대중동원의 투쟁력이 대등한 노사정교섭을 담보하기 위한 필요조건이기는 하나, 최대강령 요구의 일방적인 관철을 위한 투쟁일변도의 노조운동 관행은 오히려 열악한 지위에 놓여있는 미조직 노동이나 국민대중로부터 공감을 얻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보수언론과 재계로부터 조직 노동의 고립화를 의도하는 반노조 여론의 확산에 악용되고 있다. 민주화시대에 들어 노동조합운동이 노동연대적 책무를 제대로 감당해내기 위해서는 공적 담론에서의 폭넓은 지지를 얻어내는 것이 필요한 바, 기업별 노조운동의 단선적인 전투주의 관성에서 과감히 탈피하여 국가정책의 형성과정에 대한 전략적 개입․교섭과 국민적 지지를 얻어낼 수 있는 투쟁동원을 적절히 배합-활용할 줄 아는 전략적 접근이 요구된다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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