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점의 손목시계
어쩌다 지금 내게 모란 시장에서 사온 만원 짜리 시계 두 점이 있다. 내력이 재미있다. 유모라는 친구가 해외 다녀오면서 공항에서 선물용 손목시계를 사서 내게 선물했는데, 원래 핸드폰에 시계 기능이 있으므로 나는 손목시계는 필요 없다고 생각하던 사람이다. 시계 선물 받자 물건은 서재에 잘 간직해놓고 친구의 우정을 잊지 않았다. 그 친구 남강 문학회 부회장 때 나를 위해서 백만 원짜리 광고를 3년 연속 협조해준 고마운 친구다.
그런데 내가 시계를 차고 다니지 앉자 좀 이상했던 모양이다. 어느 날 내 시계를 자기가 팔에 차고 다니는 시계와 바꾸자고 했다. 혹시 선물을 없애지 않았나 확인하려고 그랬을 것이다. 이렇게 시계를 바꾸자 불필요한 오해를 피하기 위해 나는 이후 시계를 착용하고 다녔다. 그런데 어느 날 오해할 일이 생겼다. 친구가 바꿔준 시계를 잃어버린 것이다. 그래 모란 시장 가서 만원 짜리 하나 골라 찼는데, 그런데 일이 또 꼬였다. 이사 한 후에 또 시계가 없어진 것이다. 진짜 더 오해받게 생겼다. 그래 부랴부랴 다시 모란시장에 가서 하나 더 샀다. 그리고 그 후에 잃어버렸던 시계를 찾았는데, 녀석이 책상 서랍에 멀쩡히 들어있었던 것이다. 이렇게 나는 만원 짜리 시계 두 점을 갖고 있다. 그걸 번갈아 차며 친구의 우정을 기억한다.
전에 내가 근무한 회사는 반도체 조립 분야에서 세계 제일가는 회사였다. 조립품 중에 손목시계 칩이 있었다. 시계사업부에서 전자시계도 국내에 판매했다. 전자시계란 게 값은 천차만별이지만 실제 칩은 동일하다. 성능도 동일하다. 40년 전 당시는 시계 기능 내장된 핸드폰 없던 시절이다. 나는 운동하다 땀 흘릴 때 아무 데나 벗어놓았다가 잃어버려도 부담 없는 값싼 시계를 차고 다녔다. 그런데 세계적인 반도체 회사 비서실엔 세계 굴지의 반도체 회사 기술자와 중역이 드나들고, 국내 귀빈도 오는 곳이다. 여름이면 반 팔 차림 비서실장 손목에 싸구려 전자시계가 걸려있는 것이 눈에 거슬렸던 모양이다. 사업부 책임자가 어느 날 부탁하지 않은 남녀 시계 한쌍을 보내왔다. 금과 보석으로 치장한 수십만 원짜리 시계였다. 물론 그 시계는 둘 다 지금 내게 없다. 손목시계란 것은 기업의 장삿속이 아니라면, 애초에 만원 이상 비쌀 이유가 하처에도 없는 물건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