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과 함께 떠나는 제주여행
부모님과 제주도 여행을 계획하는 당신.
걱정할 거 하나 없다. 여기, 부모님을 위한 여행지를 모았다.
이시보 오리지널 막걸리. 깔끔하고 개운한 맛이다
●제주의 전통주
제주 원물을 활용한 전통주,
양조장 이시보
제주 양조장 ‘이시보‘는 제주의 서쪽 대정읍의 밭 사이 좁은 길가에 자리한다.
최근 혜성처럼 떠오르고 있는 양조장이니, 당연히 유동인구가 많은 길가나 전망 좋은 바닷가에 있을 거라 예상했다.
그 짐작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평범한 외관에 내부는 사무실과 작은 공장 하나가 전부다.
소박한, 그야말로 정말 ‘양조장’이다.
오리지널 막걸리는 누룩과 물, 찹쌀, 멥쌀만으로 만든다
제주에서 이시보 양조장을 운영하는 ‘부경철 대표’는 1993년생이다.
양조장을 운영할 정도면 지긋한 나이에 최소 반백은 되어야 할 것이라는 편견도 여지없이 깨졌다.
단지 삼성혈을 뚫고 나온 고, 양, 부 성씨 중 하나이기에 제주 출신일 거라는 추측만이 맞아떨어졌다.
이시보는 숫자 ‘25’를 의미한단다. 25도는 술이 가장 맛있게 익는 온도다.
직관적이면서 의미 있는 이름이다.
이시보 부경철 대표는 우선 강술 한 수저를 먹어 보라 권했다.
‘강술’이란 이름도 생소했지만, 떠먹는 술이라니. 정체가 궁금해졌다.
이시보의 탁주가 맛있게 익어가는 공간
양조장 ‘이시보’는 2022년 본격적으로 운영되기 시작했다.
대학에서 실용음악을 전공했던 부경철 대표는 누군가에게 영감을 주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시작한 것이 술 만드는 일이었다.
음악가들이 감성의 자극을 받는 것 중 하나가 술이라는 데서 모티브를 얻었다.
사실 부경철 대표는 증조할머니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어린 시절, 전통주를 만들어 사람들을 대접했던 장면들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어쩌면 재능을 물려받았는지도 모른다.
이시보(25)는 술이 가장 잘 익는 온도를 의미한다
가양주연구소와 주류면허센터의 제조아카데미를 수료한 것을 제외하면 그는 거의 독학으로 술을 공부했다.
제주 원물을 활용한 전통주를 시대에 맞게 복원하겠다는 신념도 생겨났다.
밭 사이에 양조장을 만든 것도 이 때문이다.
화산섬인 제주는 비가 내려도 물이 고이지 않는다.
논농사를 할 수 없으니 밭에서 벼를 소량 재배했는데 그것이 바로 ‘산디’라 불리는 밭벼다.
밭벼는 이시보막걸리의 재료이자 상징적인 의미다.
이시보, 강술의 재림
강술은 ‘말테우리(목동)’가 들로, 농부가 밭으로 나갈 때 호박잎이나 연잎에 싸서 다니던 제주 전통주의 일종이다.
그런데 특이한 것은 일반 술처럼 액체가 아니라는 점이다.
오히려 계곡물을 떠서 풀어 마셨다.
된장처럼 걸쭉하고 무른 상태의 강술은 이 때문에 오래 보관할 수 있었고 이름처럼 매우 독했다.
농부가 밭으로 나갈 때 호박잎이나 연잎에 싸서 다니던 제주 전통주의 일종, 강술
이시보는 강술을 재현했다. 대신 문헌에서 전해지는 것보다 도수를 낮춰 9도에 맞췄다.
한 수저를 떠먹으면 녹진하고 묵직한 식감 사이로 달큰하고 구수한 풍미가 전해진다.
부경철 대표는 물보다는 일반 막걸리에 타 먹기를 권했다.
술과 술의 조합이라니 의아하다. 강술을 탄 막걸리는 그 끝을 모를 정도로 깊고 진한 맛이었다.
이시보 양조장의 모든 라인업을 구매한 뒤 집으로 돌아왔다.
강술, 떠먹는 술이다
이시보 오리지널 막걸리는 누룩과 물, 찹쌀, 멥쌀 외에 별도의 첨가물이 들어가지 않는다.
흔하게 쓰이는 아스파탐조차 없다. 이토록 순수한 막걸리는 뽀얀 요구르트 색을 띠고 있다.
크라운 병뚜껑을 따고 동봉된 술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방 안 가득 누룩 향이 퍼진다.
그리고 한 모금, 걸쭉하다. 단맛 대신 기분 좋은 산미가 느껴진다.
해남의 명물 해창막걸리를 연상시키는 품격 있는 맛이다. 한편, 연화막걸리는 백년초 베이스다.
식탁에 올려놓는 순간 카메라를 들이대고 싶을 정도로 색이 곱고 화려하다.
이쯤 되면 막걸리도 거나하게 취하도록 마시는 술이 결코 아니다.
사발 대신 작고 예쁜 글라스가 필요하다는 생각도 했다.
성읍민속마을의 전경
성읍민속마을, 이곳에 고소리 술 익는 집이 있다
찾아가는 양조장, 고소리술 익는 집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서 선정한 우리나라 ’찾아가는 양조장’ 55곳 중 2곳이 제주에 있다.
그중 하나가 제주 성읍민속마을 내에 있는 ‘고소리술 익는 집’이다.
이곳 양조장에서는 제주 고유의 술로 전해져 내려오는
발효주인 ‘오메기맑은술’과 증류주인 ‘고소리술’을 직접 만들어 판다.
제주특별자치도 무형문화재 11호로 지정된 고소리술 기능보유자,
‘김을정 할머니’에 이어 며느리 ‘김희숙 대표’가 성읍민속마을에 머물며 3대째 내려온 전통방식으로 술을 빚고 있다.
고소리 술 익는 집의 외관
땅이 척박했던 제주는 예로부터 쌀이 귀했다. 대신 좁쌀로 밥을 지어 먹고 술을 담갔다.
오메기떡은 좁쌀을 원료로 만든 둥근 모양의 떡이다.
오메기떡과 누룩 그리고 물을 이용해 술을 빚고 윗부분의 청주만을 따로 떠낸 것이 ‘오메기맑은술’이다.
좁쌀의 특성상 발효를 길게 해야 하므로 기다림의 정성 또한 필요하다.
고소리술과 오메기술
고소리는 ‘소줏고리’의 제주 방언이다.
고소리술은 개성소주, 안동소주와 더불어 우리나라 3대 증류주로 평가받아 왔으며
2017, 2021년 한국 주류대상을 받았고 2019년에는 한국 칠레 정상회담의 만찬용 술로도 쓰였다.
그리고 최근 외국인에게 한국의 술을 소개하기 위해 제작된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의 영문 단행본
<한국의 숨겨진 매력>에서 ‘영혼까지 달래 주는 술’로 소개되기도 했다.
좁쌀과 보리를 재료로 해서 고소리로 내려 빚은 고소리술은 3년 이상 저온 항아리에서 숙성한 후 그 맛을 선보인다.
당연히 향이 강하고 그윽하며 목 넘김 또한 좋다.
고소리 술 익는 집의 내부, 감성이 넘친다
고소리술 익는 집은 ‘찾아가는 양조장’답게 제주 전통미에 현대적 감각이 잘 어울리는 곳이다.
잔디가 깔린 뜰에 체험장까지 갖추고 있으며 판매장은 분위기 있는 카페를 연상시킨다.
이곳에서는 시음도 가능하다. 직원에게 부탁하면 성의껏 준비해 준다.
●제주의 온천
뜨끈뜨끈,
산방산 탄산온천
‘산방산 탄산온천’은 제주 안덕면 사계리에 있다.
일단 3도(마라도, 가파도, 형제도) 5산(한라산, 산방산, 군산, 송악산, 단산)에 둘러싸여 있어 최고의 경관 입지를 자랑한다.
게다가 이곳의 물은 유리탄산과 중탄산이온 그리고 나트륨 성분이 일반 유황온천의 5배나 함유돼 있다.
이는 국내 최대치로 고혈압, 류마티스 등 성인병을 완화하고 피부미용과 피로 해소에 도움을 준다.
오래전 이곳의 온천물은 병을 고친 물이라는 뜻으로 ‘구명수’라 불렸다.
산방산 탄산온천은 물이 솟는 그 자리에 시설을 갖추고 2004년 개장했다.
산방산탄산온천은 크게 실내온천, 노천탕으로 나뉘어 있다.
실내온천은 일반 욕탕으로 땅속 600m에서 솟아난 원수의 효능을 고스란히 체험할 수 있는 곳이다.
섭씨 28~29도의 용출온도 탓에 탕에 들어가 앉으면 시원한 느낌이 든다.
2분 정도 지나면 피부가 따끔하면서 점차 피부에 탄산 기포가 생겨난다.
본격적인 완화 효과는 체온이 상승하는 5분 후부터 진행되는데
이때 탄산은 모세혈관을 확장시키고 혈액순환을 증가시키는 역할을 한다.
실내온천에는 각기 다른 온도의 탕이 여러 개 있다.
모두가 원수를 끓여 낸 것으로 기포는 없지만, 탄산수가 가지고 있는 본래의 성분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최근 노천탕을 갖춘 온천이 MZ세대에게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산방산 탄산온천의 노천탕은 거의 야외 풀장 수준으로 넓다.
더군다나 산방산을 배경으로 놓인 시설의 디자인은 고급 리조트를 연상시킬 정도로 럭셔리하게 느껴진다.
잎을 드리운 채 하늘로 쭉쭉 뻗은 야자수 아래에는 크고 작은 5개의 욕탕이 있다.
원형의 작은 욕탕은 가만히 몸을 담근 채 청량한 제주의 공기를 만끽하기에 적당하고, 대형 욕탕에서는 수영을 즐겨도 좋다.
산방산탄산온천의 노천탕은 저녁과 밤에 특히 로맨틱하다.
다양한 컬러의 조명이 탕과 전경을 화려하게 장식하기 때문이다.
물의 표면을 박차고 올라 밤하늘에 퍼지는 하얀 열기는 신비하기까지 하다.
노천탕 입욕객은 휴대폰을 들고 입장할 수 있다.
포토존에서 인증샷을 찍고 이토록 멋진 시간을 추억으로 담아낸다.
이쯤 되면 산방산 탄산온천에서의 한때는 그저 휴식이 아닌 또 하나의 여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산방산 탄산온천, 뜨끈한 겨울 제주여행
산방산 탄산온천은 이 외에도 식당과 매점, 찜질방과 아로마관리실 등의 부대시설을 갖추고 있다.
때문에 한나절을 여유롭게 보내기에 모자람이 없다.
야외 노천탕을 이용할 경우는 수영복 혹은 반소매 티셔츠, 반바지를 포함한 대체 의류를 입어야 하는데 프런트에서 대여가 가능하다.
그리고 실내온천은 필수, 노천탕은 옵션이니 취향이나 일정에 따라 골라서 선택하면 된다.
베지근한 제주의 맛, 새물국수
제주에서 온천을 하고 나서 가장 잘 어울리는 한 끼는 역시 뜨끈한 고기국수다.
특히 요즘처럼 바람 찬 계절이라면 더할 나위가 없다.
제주도가 선정한 향토음식 20선에도 올라 있는 고기국수는
돼지 뼈(요즘은 닭육수를 섞어 사용하기도 함)를 우려낸 육수에 중면을 삶아 넣고 돔베고기를 고명으로 올려 먹는 음식이다.
새물국수, 베지근한 맛이 아주 일품이다
새콤달콤한 비빔국수, 돼지고기에서 불향이 가득 느껴진다
산방산 탄산온천 인근에서 가장 평점이 좋은 고기국수 식당은 ‘새물국수’다.
화순금모래해수욕장 바로 앞에 있는 식당은 온천에서 차로 10분 거리에 있다.
주력메뉴 고기국수는 베지근(기름져서 속이 든든할 것 같은 맛)한 맛이 일품이어서 특히 육식 취향의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있다.
2~3인이 방문해 즐기기 좋은 2인 세트 A 메뉴
2~3인이 방문했다면 ‘2인 세트A’를 추천한다. 고기국수와 비빔국수 그리고 돔베고기가 함께 나와 상을 그득하게 만들어 준다.
특히 이 식당의 비빔국수에는 불 향 진한 양념 돼지고기 2점이 얹혀 있다.
큼지막한 고기를 잘게 자르고 반찬으로 나온 콩나물을 더해서 비벼 먹으면 환상 궁합이 따로 없다.
담백한 맛, 사계소희네국수
산방산 탄산온천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사계포구의 국숫집이다.
내공이 만만치 않다. ‘소희’는 제주출신인 식당의 주인 아주머니 이름이다.
이곳의 국수는 깔끔함이 포인트. 멸치국수도 의외로 별미다
이곳의 고기국수는 맛이 좀 다르다. 베지근함보다는 개운한 맛이 돋보인다.
돼지 뼈를 여러 번 우려내 잡내도 잡고 느끼함을 걷어 낸 탓이다.
조미료를 첨가하지 않고 생면을 사용하는 은근한 고집도 있다.
다소 슴슴한 맛은 새우젓으로 조절하면 된다.
기름진 음식을 좋아하지 않는 육지 여행객의 입맛에 맞춘 것이지만 손님은 의외로 로컬들이 많다.
사계소희네국수, 개운한 맛을 내는 고기국숫집이다
멸치국수도 별미다. 깊고 구수한 멸치 향이 입 안 가득 느껴진다.
먹고 난 그릇에 국물 한 모금이 남지 않는 이유다.
▶Editor’s Pick
산방산 탄산온천 후 둘러보기 좋은 스폿 4
파노라마, 산방연대
‘연대’는 해안이나 낮은 구릉지대에 설치했던 통신시설이다.
산방연대는 가장 쉽게 제주 남서쪽의 풍광을 조망할 수 있는 스폿이다.
산방산 앞, 화순과 대정을 잇는 일주도로 언덕에 있기 때문이다.
연대에 오르면 좌로는 화순금모래해변과 중문 대포 주상절리대,
우로는 송악산까지 이어지는 제주 해안의 파노라마를 풍족하게 감상할 수 있다.
오름의 이단아, 단산
산방산 탄산온천 서남쪽 1km 거리에 있다.
높이는 158m에 불과하지만, 일반 오름과는 달리 각지고 날카로운 자태를 뽐낸다.
벼랑과 바위로 둘러싸여 있어서 단산은 제주 오름의 ‘이단아’라 불린다.
하지만 추사 김정희가 ‘세한도’를 이곳에서 완성했을 만큼 빼어난 아름다움을 자랑한다.
정상에 서면 한라산이 품은 수많은 오름 그리고 가파도, 마라도까지 시야에 들어온다.
황금빛 백사장, 화순금모래해변
용머리 해안과 산방산 사이에 있다.
몇 년 전 설치된 화순방파제와 최근 완공된 해경 부두 덕분에 조망의 폭은 그리 넓은 편이 아니다.
그런데도 많은 여행객이 화순금모래해변을 핫플레이스로 꼽는다.
워터슬라이드가 설치된 담수 풀장과 용천의 자연적 특성을 이용한 돌 테이블 때문이다.
그리고 너른 백사장은 아이들과 함께 산책하기에 너무도 좋다.
고즈넉한 제주, 사계해변
사계포구에서 해안체육공원까지 이어지는 해변을 일컫는다.
우리나라 가장 남쪽에 있는 해변이라는 상징적 의미에 간조시 화산석 암반이 드러나는 독특함까지 있다.
사계해변은 제주올레 10코스가 지난다.
걷는 자와 가만히 앉아 사색하는 자의 모습이 묘하게 겹쳐진다.
사계포구에는 작은 식당과 카페들이 있다.
여유롭고 고즈넉한 제주 감성을 원한다면 잠시 머물러 가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