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에선 쓸데없이(?)기차여행가는거 허락 안합니다.
(우리집의 방식:우리가족끼리 가는 것이나 거의 2달에 한번 친구들끼리 가는것을 제외하고는 뭐든지 쓸데없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12시에 노량진에서 친구만난다고 구라치고 수원역으로 향했습니다. 2002년 12월 31일 완공 예정으로 알고 있던 수원역 민자역사를 들어가볼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맘이 설레기도 했습니다. 그러나..우리나라 공사치고 예정일에 딱맞춰 끝내는 공사 있었던가요? 역시나..인제 마감 들어갔더이다. 그래도 한달내엔 완공하겠더군요. 하튼 수원역 맞이방으로 들어갔습니다.주말이라 그런지 수원역 사람 무지 많더군요. 그 전날 새벽까지 바로타 붙들은 것이 보람이 있었더군요. 창구마다 '하행선 전열차 좌석 매진'이란 문구가 나붙었습니다. 그리고 어떤분이 물어보시더군요. 제가 서대전 간다니깐 둔산동갈려고 하는데 어디가 가깝냐고..서대전역 아닌가요? 근데 그분은 기어코 경부선열차 타고 가셨습니다.
제가 탄 첫번째 열차는 서울 12:05분발 목포행 새마을호 #123열차였습니다. 이 열차 시간 외우기 딱 좋더군요..
#123열차 12:34 수원출발..ㅋㅋㅋ
12:34분이 되자 딱맞춰 들어오더군요..역시나 전후동력형입니다..제가 젤 좋아하는 형태의 열차이죠.. 제 자리는 7호차 15호석..그리로 갔습니다. 근데 웬 분이 앉아계시네요.
오리군 : 아저씨 여기 제자리인데요..
아저씨 : 학생..나 옆에사람하고 일행인데 아 자식놈이 표를 잘못 사가지고..내자리 6호차 57호석인데 좀 가줘~~응?
쳇..자식이 문젠가..단말기가 랜덤으로 추첨해서 결정나는 좌석인데..지 팔자지...하튼 바꾼 자리가 창측이길래 암말없이 6호차로 건너갔습니다. 아..오리군 체면 무너진다..자리바꾸자고 객실까지 이동해야하는 이중고를 겪다니.. 그런데...저에게 삼재(三災)가 겹쳐버렸네요..6호차 58호석이신 할머니가 제자리에 딱~~~~! 하고 버팅기는 것..
오리군 : 여기 제 자리에요...
할머니 : 아유...학생 좀 봐줘..나 그냥 여기 앉을께...
오리군 : 아...할머니 너무하시네...저도 지금 제자리 7호차인데 밀려난거에요~~~!
할머니 : (기냥 웃는다...)
제가 또 참았습니다. 결국 통로쪽 좌석에 앉아야만 했습니다.혼자하는 여행이 이래서 서럽던가요..
차내 방송에선 영화 닥터지바고를 하고 있었고..(저는 무슨 군인나오고 총쏘는거 나오길래 피아니스트인줄 알았습니다.) 그렇게 1시간 10분여..
(띵동~~~)우리 열차는 잠시후 서대전역에 도착하겠습니다.서대전역에서 내리실 손님 안녕히 가십시오. 감사합니다.
In a few moment, we're arriving at Seodaejeon Station. Passengers getting off at Seodaejeon Station, Have a nice day.
(일본어,중국어 생략)
이야~~#123열차 수원에서 서대전까지 논스톱이네요... 하튼 서대전역에 내렸습니다. 서대전역은 생각보다 크지 않았습니다. 우선 스탬프를 받아야겠죠? 그래서 일단 눈에 띄는 종합안내소로 향했습니다. 웬 늙은 아저씨가 영어와 한국어를 뒤섞어서 얘기를 하시는데 헤롱헤롱...알고보니 외국인 통역 안내원이더군요..그 아저씨가 절 이끌고 운임정리실로 향했습니다. 운임정리실에 도착하니 스탬프가 벽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데 진짜 상!상!초!월! 이렇게 작은 스탬프고무인도 있단 말이었쉽니까? 하여튼 스탬프 잉크 이빠이 묻혀서 찍었는데 이게 웬일? 잉크가 다 안묻어서 실패..저는 이에 굴하지 않고 2차로 겹쳐찍기를 시도했습니다. 청주역에서 겹쳐찍기해서 성공한 사례가 있었기땜시 저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러나..이번엔 실패네요..약간 각도가 안맞았습니다. 근데 2번째도 잉크가 제대로 안묻었습니다..이런...정말 개인적으로 스탬프패드를 들고 다니는 분들이 부러워지더군요..저도 스탬프패드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습니다..그 종합안내소 늙은 아자씨는 계속 영어와 한국어를 뒤섞어서 중얼중얼...서대전역 가실분들 바로 운임정리실로 향하십쇼..종합안내소 가지 마세요..
천안의 명물이 호도과자라면 대전의 명물을 저는 보고야 말았습니다! 바로 타 지역에서는 전혀 볼수 없는 줄줄이 김밥이었습니다. 홍익회마크 달고 나오는 먹거리 치고는 껌값인 단돈 1500원짜리 김밥! 저는 정말 반가웠습니다.왜 이런거 수도권에서는 안팔고 3000원짜리 김밥만 파냐고..원래 서대전역 광장에 식당,중화요리..많았지만 다음 기차시간이 30분도 안남은 관계로 그냥 1500원짜리 줄줄이 김밥을 사먹었습니다. 근데 그 김밥이 1500원인 이유가 있더군요..김밥안에 엑기스 하나도 없쉽니다..그냥 말그대로 김밥입니다. 그냥 쌀밥에다가 맛살,당근,단무지같은거 한개도 안집어넣고 김만 둘둘 말은겁니다..그래도 1500원이 어디냐고..당장 사먹었쉽니다..
서대전역 둘러보니 어느덧 2시 20분..논산까지 #439열차를 타고 가야 하는데 #439열차 서대전역 출발이 2시 23분..이런 어영구영하단 기차 놓칠판! 열라 뛰었습니다..마침 열차가 승강장에 들어오고 있더군요..정말 기차놓칠뻔했습니다..서대전역 승강장과 맞이방과 통하는 계단이 열차 8호차와 가까웠습니다..그런데 제 좌석번호는 1-41...된장 맨 끝이다.. 하튼 열라 뛰었습니다..그래서 3호차에 올라 탔습니다. #439열차는 86년도에 굴러다니던 새마을호 객차를 빨간칠해서 다니는 열차더군요.. 하튼 1호차에 도착..제 자리로 갔더니..아따...어떤 작것이 또 내자리 잡고 앉았어..
오리군 : 아줌마..여기 제 자리에요..
아줌마 : 우리 일행이거든? 내자리 1호차 63호석인데 좀 가줘 응?
된장 지겹습니다 인제..그넘의 일행..제가 무슨 죄를 지었길래 이런 악재만 겹치는지... 하튼 참았습니다..창측이라.. 서대전과 논산 사이에 두계역을 정차하네요..저는 서울역에서 밤늦게 두계행 열차를 자주봐서 두계역이 어딘가 했었습니다..근데 별로 볼것이 없네요.. 다시 10여분을 가서 논산역에 도착했습니다..논산역에서 스탬프먼저 찍었습니다..저는 스탬프 패드 상태가 서대전역처럼 안 좋아서 내심 걱정해서 꽉!꽉!눌러 찍었습니다..다행히 이번엔 잘 나왔습니다. 그리고 논산역 입장권도 샀습니다..(아차차! 서대전역 입장권 안샀다...ㅠ.ㅠ)5차정모 이후로 J모씨의 영향을 받아 입장권을 닥치는 대로 사는게 취미가 되버려서.. 논산역 벽면에 논산8경 사진을 전시해놨는데 거기엔 사찰이 2개가 있더군요..관촉사와 개태사...관촉사는 국사시간에 가분수의 대명사인 미륵보살 입상이 있는 곳이라서 가보고 싶었습니다..그러나 기차시간이 얼마 안 남아서 또 단념했습니다..
이제는 돌아와야 할시간...논산역에서 3시 41분에 출발하는 #440열차를 타고 영등포까지 왔습니다. 노량진에서 재수학원 친구들하고 술자리 약속이 있었기 때문에...올때는 제자리에 앉아서 왔습니다. 3호차 22호석..통로측으로 표를 끊어놓으니깐 말썽이 없나봅니다.. 서대전역에서 반대편 승강장에 도착하는 대전발 광주행 #1203통일호 열차를 봤습니다. 근데 CDC네요? 더구나 몇량 안달고 다니더이다..헐..참! 그리고 대전조차장 이후로 440열차 바로 위에 올라오는 열차 번호 아시는분 계시나요? 그열차가 기어가는 바람에 우리 열차 연착됐습니다..에구 열받어..
저는 수도권 스탬프를 정복했기 때문에 앞으로 남은 67개의 스탬프를 찍을라면 돈좀 많이 들겠네요..그래도 스탬프 날인은 계속되어야 합니다..모두들 여행가시면 즐거운 여행 하세요!
첫댓글 #414입니다 18:16분 서울도착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