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12월 12일 대림 3주간 월요일 (마태 21,23-27)
" 나에게 맡겨진 ‘책임감’과 ‘잘못 사용되는 권력과 권한’"
오늘 복음에서 백성의 원로들이 예수께 따집니다.
“당신은 무슨 권한으로 이런 일들을 하는 것이오?”...
유다 지도자, 원로들이 이렇게 따지고 드는 이유는... (오늘 복음의 바로 앞부분에선) 예수님이 성전에서 물건을 사고파는 사람들을 쫓아내고 그러더니,
오늘 복음에선 또 버젓이 성전에 나타나 가르침을 베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원로들 눈에 예수가 같잖아 보였다는 거죠.
정작 지도자로서의 주도권은 응당 자신들이 쥐고 흔들어야 하는 것인데, 갑자기 등장한 ‘네깟 게 뭐라고 그렇게 함부로 나대느냐’라는 날이 서 있는 항변인 것입니다.
여기서 이런 원로들의 태도는 우리가, 그중에도 지도자급의 사람들이 천천히, 그리고 충분히 묵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신부 중에, 자기는 마치 완성에 이른 것처럼 시건방을 떠는 사람이 있는데,
솔직히 말해서 신부라고 해서 죄다 ‘좋은 사람’은 아닌 것이고 또 교회라고 해서 언제나 늘 옳고 정의로운 것도 아닙니다.
지금 우리 시대에도 자칭 ‘경건한 사람들’, ‘큰 책임을 맡은 사람들’의 교만은 여전히 하늘을 찌릅니다.
자칫 어떤 정치적 권력이나, 재벌과 같은 경제적 권력보다 더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삐끗 초점이 어긋난 ‘종교적인 권력’입니다.
이유는 바리사이나 율법 교사들에서 흔히 보듯이, 복음을 얘기하지만 자칫 가장 반(反)복음적이고, 공동체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고, 결국엔 서로를 분열시키는 권력이 바로 잘못 사용되는 ‘종교 권력’입니다.
그런데 더 무서운 것은 ‘종교 권력’을 휘두르는 본인은 이걸 ‘권력 남용’이나 ‘횡포’로 생각하질 않고 ‘무거운 책임감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결단력’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결코 좋은 예는 아니지만 신자들을 통해서 일부 신부들의 독선과 사람들을 질리게 만드는 횡포 얘기를 가끔 듣는데, 신부로 살아본 제 입장에서 해석해 보면 당사자는 절대 ‘독선’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공동체가 와해되지 않고 일이 완성되려면 ‘나는 내 양심에 따라, 맡겨진 일에 충실한 것이고, 절대 흔들리지 않는 신념’이라고 본인은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입니다.
남에게 그렇게 상처를 주면서까지 그럴 필요는 없었는데... 그런 건 열심인 것도 아니고, 맡겨진 책무에 성실했던 것도 아니었는데... 그리고 그런 것은 절대 주님의 뜻도 아니었다는 걸 훗날에라도 깨달을 수나 있을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무튼 나에게 맡겨진 일에 대한 ‘책임감’과 ‘잘못 사용되는 권력과 권한’... 이것들을 혼동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