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을 먹다 보면 젓가락에게
젓가락이 동행인 것을 안다
지남철의 양극처럼, 기쁨과 슬픔처럼
젓가락이 손가락 사이에서 공존하고 있다
세상과 소통하는 가르침에 대해
낮고 조용한 목소리의 두 길을
나는 긍정적으로 받아들였다
나와 내 그림자, 팽팽한 철길,
신발처럼 짝을 맞춰 걸어가는
힘들고 고단한 날의 밥상 위에서
젓가락은 좀더 가까이 다가서라고
다가서서 하나가 되라고 한다
살다보면 나도 누군가의 밑짝이 될 수 있다는 것
젓가락이 가르쳐 주는 힘을 믿기로 한다
-김다희, ‘젓가락의 힘’ 전문
젓가락 두 개가 한 짝이듯 나와 그림자, 철길, 신발, 지남철의 양극도 그렇다. 더 나아가 기쁨과 슬픔, 미와 추, 하늘과 땅, 삶과 죽음도 결국 한 짝일 것이다. 화자는 매일 함께 하는 젓가락에서, 다가가 하나가 되라는 깨우침을 얻는다. 무릇 모든 고통은 대상과 나의 분리로부터 오지 않겠는가.
이렇듯 김다희의 시는 일상의 소소한 것들에서 삶의 지혜를 읽어낸다. 그녀의 시집『봄의 시퀸스』(2014, 시로 여는 세상)의 해설을 보면 그녀는 그걸 쓴 오탁번 시인의 ‘부산에서 젤 예쁜 숨겨논 딸’이다. 시 아빠다. 정일근 시인은 시 오빠인데, 나도 그렇다. 문자에 그녀는 ‘제주 오라방’이라 쓰고, 나는 ‘다희 누이’라고 쓴다. 정 시인과 나 말고 시 오빠가 더 있는지는 모르나, 제주에서는 나뿐일 것이다. 얼마 전 그렇다는 확인도 했다.
‘부산에서 외롭게 시를 쓰는’ 이란 해설 구절을 읽으며, 서울(중앙) 문단에서는 우리나라 제2의 도시 부산도 별거 아니로구나, 했다. 하물며 섬인 제주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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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군가에게 밑돌이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