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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괴테의 <파우스트>와 미셸 카레의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
대본 쥘 바르비에, 미셸 카레
초연 1859년 파리 리리크 극장
배경 16세기경 독일의 어느 마을
<2004.06.19. 로열 오페라하우스 / 172분 / 한글자막>
로열 오페라하우스 오케스트라 & 합창단 연주 /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
파우스트 박사.......철학자..................................로베르토 알라냐(테너)
메피스토펠레스.....악마.....................................브린 터펠(베이스)
마르그리트...........시골 처녀..............................안젤레 게오르규(소프라노)
발랑탱.................군인, 마르그리트의 오빠..........사이몬 킨리사이드(바리톤)
시벨....................마르그리트를 사랑하는 학생.....소피 코흐(메조소프라노)
바그너.................학생, 발랑탱의 친구................매튜 로즈(바리톤)
마르트.................마르그리트의 이웃 여자...........델라 존스(메조소프라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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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로덕션 노트 ===
로베르토 알라냐, 안젤라 게오르규, 브린 터펠 등 우리 시대 최고의 성악진과
로열 오페라 하우스와 안토니오 파파노 지휘의 화제의 오페라 실황
"터펠은 당당함으로 노래하며, 게오르규는 러브 신들의 서정적인 감정뿐만 아니라 역할이 차차 광기로 빠져감에 따른 공포감까지도 완벽히 표현해 낸다. 하지만 이 공연의 진면목은 단연 파우스트를 연기한 알라냐다. 그는 일생일대 최고의 공연을 선보이며 신체적인 연기뿐만 아니라 성악적으로나, 드라마적으로도 역할의 심리적인 변화에 섬세하게 반응하는 놀라운 모습을 보여준다." - [가디언]
=== 줄거리 === <내지 해설 / 박제성 번역>
1막
삶의 피로와 지적 추구의 허무함을 느낀 늙은 파우스트는 자살을 결심한다. 그는 새벽의 빛과 신을 찬양하는 목소리에 과거를 되돌아보는 것을 멈춘다. 파우스트는 비통한 어조로 신을 부정하며 사탄을 부른다. 메피스토펠레가 바로 그때 등장한다. 그는 파우스트의 쾌락적 욕망을 만족시켜주는 대가로 철학자인 그의 영혼을 요구한다. 악마와의 거래에 사인을 하기에 앞서 그는 마지막으로 주저하지만, 파우스트는 메피스토펠레가 마법으로 불러낸 아름답고도 순결한 마르게리트의 모습에 결국 굴복하고 만다. 파우스트는 반드시 그녀를 가져야만 한다.
2막
도시는 축제 분위기다. 중앙 광장에서 발랭탱은 전투를 위해 떠나야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있다. 그는 자신이 떠나있는 동안 누이인 마르게리트를 보살펴줄 것을 친구들, 특히 그 가운데 마르게리트를 사랑하고 있는 시벨에게 당부한다. 메피스토펠레가 등장하여 불경한 노래를 부르며 마르게리트를 빗대어 언급한다. 발랭탱에게 있어서 모욕적인 상황이었던 만큼 그는 자신의 누이를 보호하기 위해 메피스토펠레를 공격한다. 그러나 그의 칼은 허공에서 부러지고 다른 사람들은 황급히 물러선다. 파우스트가 메피스토펠레와 합류했을 때 마르게리트가 등장하지만, 그녀는 파우스트의 관심을 거절해버린다.
3막
마르게리트를 사랑하는 시벨은 그녀의 집 앞에 꽃다발을 남겨둔다. 뒤이어 파우스트가 등장하여 마르게리트가 사는 집의 덕을 칭송한다. 메피스토펠레는 보석이 담긴 상자를 주면서 그녀에게 바치라고 파우스트에게 권유한다. 광장에서 만난 남성을 생각하는 마르게리트가 툴레의 왕을 노래 부르며 등장한 뒤, 집 앞에 놓인 보석 상자를 발견하고는 이성을 잃고 그 안의 내용물을 탐닉한다. 마르게리트의 이웃인 마르테 슈베르라인은 그 보석들이 분명 그녀를 찬미하는 사람이 보낸 것이라고 생각한다. 두 여인은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와 만나게 되고, 메피스토펠레는 슈베르라인의 마음을 홀려버린 탓에 파우스트는 마르게리트를 유혹할 수 있게 된다.
4막
5개월이 지났다. 마르게리트는 파우스트에게 버림받았지만 뱃속에는 그의 아이가 있다. 교회에서 그녀는 기도를 드리지만 계속 악마들에게 방해를 받는다. 그녀는 자신의 마지막 희망인 구원을 부정하는 메피스토펠레의 마지막 저주를 받고 기절한다. 전장에서 돌아온 병사들 사이에 발랭탱이 보인다. 그는 자신의 누이가 어떠한지 시벨에게 묻지만 대답을 회피한다. 이상한 낌새를 알아차린 발랭탱은 마르게리트를 찾고자 그녀의 집으로 뛰어들어간다. 메피스토펠레와 파우스트가 도착하고, 악마는 마르게리트를 위한 풍자적인 세레나데를 부른다. 집에서 걸어나온 발랭탱은 자신의 누이의 수치를 누가 책임질 것인가를 종용한다. 결투 끝에 파우스트는 발랭탱에게 치명적인 일격을 가한다. 죽어가는 발랭탱은 마르게리트를 위한 일체의 기독교적인 동정심을 부정하며 영원히 그녀를 저주한다.
5막
발푸르기스의 밤으로서 악마들의 무도가 펼쳐진다. 파우스트는 환영에 시달리고, 마지막으로 자신의 아기를 죽인 죄로 감옥에서 사형집행을 기다리는 마르게리트를 본다. 그녀에게 가고 싶어하는 파우스트의 요구에, 어쩔 수 없이 메피스토펠레는 따른다. 독방에서 파우스트와 마르게리트는 함께 사랑의 순간들을 회상하고, 이내 파우스트는 그녀에게 도망가자고 재촉한다. 그러나 그녀는 거절하고 신의 가호를 외친다. 그녀의 기도에 하늘은 응답하고, 그녀의 영혼은 승천하여 구원을 받는다.
=== 프로덕션 노트 === <내지 해설 / Patrick O'Connor / 2010 / 박제성 번역>
불편함과 화려함의 친밀한 조화 : 파우스트의 파리
1818년 구노가 태어났을 당시만 하더라도 파리는 중세 도시로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었다. 구노가 살아있을 당시, 황제인 나폴레옹 3세와 충실한 하우스만 남작에 의해 파리는 도시적인 기능으로 충만한 빛나는 도시로 변화했다. 이러한 재건축 가운데서도 그랑 불레바르(Grands Boulevards)와 다리들, 광장들, 기념비적인 건물들은 아직 변하지 않고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번쩍이는 대리석의 벽면과 가공된 금속 가스등 아래에서, 이 빛의 도시에는 급속도로 인구가 늘어난 범죄자들과 매춘부, 마약 중독자, 알콜 중독자, 거지들 또한 함께 살고 있었다. 파우스트는 분명 괴테가 살던 낭만주의 시대의 독일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사실상 구노의 오페라는 작곡가가 살고 있던 파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것이었다.
구노의 부모는 대체적으로 가난했지만, 그의 할아버지는 왕을 위한 도검 연마사 장인(Fourbisseur du roi)이었던 직업 덕분에 루브르의 아파트를 하사받았다. 구노가 태어난 라탱 콰르테(Latin Quarter)에서 멀지 않은 생 앙드레 데쟈(Saint-Andre-des-Arts) 11번가의 바로 그 집은, 학문의 전당이자 혁명과 불안의 온상이었다. 1820년대 파리의 학생수는 곱절 이상 증가했는데, 이 '어둡고 곡절 많은 거리'는 부패한 도시의 더러운 냄새와 새로운 세대의 급진적인 사고들로 가득 찼다. 영국의 역사학자 필립 만셀(Philip Mansel)은 자신의 저서 '제정들 사이의 파리(1814-1848(John Murray, 2001)'에서 다음과 같이 묘사한 바 있다. "대부분의 학생들은 카톨릭 교회에 반대하는 이성적이고 급진적인 철학에 경도되어 있었고 제국 국수주의에 대한 향수를 가지고 있었다."
도시를 돌아보는 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었다. 작은 골목들이 미로처럼 얽혀 있었고, 불도 잘 켜져 있지 않았으며, 도로 포장 상태도 열악했을 뿐만 아니라 항상 불결했기에 여행을 한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했다. G.A.살라(G.A. Sala)가 작성한 '이 도시의 보고서(Paris Herself Again, 1884)'에 따르면, 공공 하수시설과 배수관들은 '맨발의 산업노동자들'에 의해 간신히 설치되어 있었다.
가벼운 산들바람처럼(Ainsi que la brise legere)
19세기 초반 파리의 선술집들과 카페, 여가를 위한 옥외 장소들 역시 도시가 재개발되는 과정에 있어서 변화를 겪게 되었고, 가스등, 전기시설, 선로 전차, 합승 마차 등이 새로 도입되어 모든 방향으로 새로운 고객들을 맞이하고 있었다. 메피스토펠레가 파우스트를 끌고 간 '바쿠스신 그림을 간판으로 건(Al enseigne du dieu baccahus)' 술집 혹은 캬바레(당시로서 이 단어는 아직 몽마르트의 밤문화 흥행주들에게 빼앗기지 않았다)는, 외젠느 슈(Eugene Sue)가 지은 '파리의 미스테리(Les Mysteres de Paris, 1843)'에서 불멸의 존재로 묘사된 저 악명 높은 흰토끼(Lapin Blanc)와 닮아 있을지도 모른다.
길고 낮은 방이었다...담배 연기 자욱한 천장과 검은 서까래, 초라한 램프의 음산한 빛으로 간신히 조명되었다. 회반죽으로 처리된 벽면은 저속한 스케치들로 뒤덮여 있거나 속어들로 낙서되어 있었다...카운터 바닥에는 한 다발의 빨대가 뒹굴고 있고...작은 선반에는 황제의 모양으로 주조된 많은 마개가 달린 유리병들이 보였다. 이 술병들에는 볼순물이 섞인 채 사랑의 이상향(parfait d'amour), 혹은 위안(consolation)과 같은 이름으로 알려진 장미색 혹은 녹색 증류주들이 가득 담겨져 있다.
녹색 증류주란 압생드(absinthe)를 뜻한다. H. 구르동 드 제노야끄(H.Gourdon de Genouillac)가 쓴 '세기를 가로지른 파리(Paris atravers le siecle, 1882)'에서는 뤼 오 페르(Rue aux Fers)에 있는 또 다른 캬바레에서, 눅눅하고 악취가 진동하는 곳에 많은 사람들 사이로 웨이터들이 유령처럼 지나다니며 유리잔들을 나르고 있는 모습을 묘사한 바 있다.
이 독약(압생뜨)은 보르지아에 알려진 것보다 수 백 배 더 나쁘다...영혼을 죽이고 인간의 힘을 모두 소비해버리며 유독성을 띄고 있을 뿐만 아니라 육체를 흥분시키고 약화시키고, 기억력을 감퇴시키는 동시에 감각을 무디게 한다...심지어 훌륭한 체질을 타고난 강건한 사람도 이것을 마시면 몇 달 안에 살아있는 해골이 되거나 짐승이 되어버린다.
이 비참한 뒷골목 무허가 술집들과는 반대로, 1850년대에는 엘리제 궁전과 다른 공원들, 정원들에서 음악과 조명, 무용을 수반한 '카페-콘서트'라는 새로운 유행이 생겨났다. 제2제정 기간에는 가수들이 일체의 의상과 분장이 금지되었고, 오직 이브닝 드레스만이 허용되었다. 1860년대에는 저 유명한 레장바사뒤(les ambassadeur), 랄카자(L'Alcazar), 바타클랑(Ba-Ta-Clan)과 같은 장소로부터 르 부글랑(Le Beualant, 문자 그대로 '고함치다'는 뜻)으로 잘 알려진 뤼 꽁뜨레스카르페(Rue Contrescarpe)에 있는 여관에 이르기까지 100회 이상의 카페-콘서트가 열렸다. 파리지엥 샹송의 모든 스타일은 한 세기 이상 지속되었던 것으로서 나폴레옹 3세 시대에 완성되었다. 비록 코믹한 노래들은 항상 군중들을 즐겁게 했지만, 가난과 범죄, 기요틴으로 향했던 불쌍한 사람들에 대한 드라마틱한 묘사 또한 인기를 얻었다. 가장 유명한 카페-콘서트 여가수는 본명이 엠마 바라동(Emma Valadon)인 테레자(Theresa)로서 귀에 거슬리는 듯한 목소리를 가진 샹테제(chanteuse, 캬바레 가수) 스타일의 원형을 창조해낸 장본인이다. 그녀의 전기작가인 루이 베위로(Louis Veuillot)는 다음과 같이 서술했다. "그녀는 어떻게 노래부르는가를 알고 있었다. 그녀의 목소리는 한마디로 형언하기 힘든 것이다. 진정한 파리지엥만이 그 심오하고도 완벽한 넌센스의 추진력을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그녀의 청중들은? 베위로는 다음과 같이 덧붙였다. "진정한 파리지엥은 나쁜 남자(Le voyou)들로서, 울지는 않지만 콧물은 흘렸고, 웃지는 않았지만 냉소적이었다. 그리고 농담은 하지 않으며 비웃기만 했고, 춤을 추진 않았지만 소동을 일으켰으며, 사랑은 하지 않았지만 음탕했다."
사랑의 밤(O nuit d'amour)
메피스토펠레가 1막에서 파우스트에게 마르게리트의 이미지를 보여주며 '청춘이 당신을 부르고 있습니다'라고 재촉할 때, 파우스트는 '어린 처녀들을 유혹할꺼야! 그녀들의 욕망을 채워줄꺼야!'라고 말하며 의기양양해 한다. 구노가 살던 시대 내내 밖에서 보이는 파리의 모습이 끊임없이 변화했듯이, 그림과 시, 드라마에서 묘사되는 여성의 모습 또한 그러했다. 19세기 중반은 영향력 있는정치적, 문학적 호스테스들이 등장했는데, 이들은 살롱을 운영하며 아이디어와 커리어를 임의로 부풀렸다. 또한 유명한 창녀들의 시대이기도 했는데, 그들은 전통적인 사회의 바깥 세계를 움직였지만 여전히 중요한 힘을 휘두르면서 의상을 포함한 당대의 패션을 주도했다.
빅토르 위고의 '마리옹 드로메(Marion Delorme)' 무대, 알렉상드르 뒤마(아들)의 '동백꽃 아가씨(La Dame aux Camelias)', 메이약과 알레비의 '프루-프루(Frou-Frou)' 등에서는 고급 창녀들을 성인의 지위로까지 끌어올렸다. 여성을 향한 남성들의 태도는 아무래도 당대의 많은 소설과 시에서 지배적으로 나타났다. 발자크는 '고급 창녀들의 영화와 비참함(Splendeurs et miseres des Courtisanes)'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여자들, 지체 높은 아름다운 여자들...프랑스 시민 혁명의 사생아와도 같다...지위의 관계에만 얽매어 있고, 우리가 다른 곳에서 여성들의 코드라고 부르는 사소한 관습들을 그저 모으기만 하며, 남성들의 관습에는 거의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그들은 하고 싶은 것만 요구하고 어떤 잘못이나 어리석은 행동에서 결코 위축되지 않는다...그들은 극악모두하게 웃으면서 떠들어댈 뿐이다.
발자크는 '사촌누이 베테(La Cousine Bette)'에서 파리지엥의 삶의 내면을 다음과 같이 이해하고 있다.
뒷골목은 생존경쟁의 장이 되어버렸고, 파리의 모든 악덕은 밤의 외투로 가려져 제멋대로 행동했다...파리의 심장부를 상징하듯이, 불결함과 화려함의 친밀한 조화는 이 대도시 여왕들의 특징이라고 말할 수 있다.
도시는 모든 종류의 악이 존재하는 숙주와도 같다. 공공의학의 권위자인 알렉상드로 파랭-듀샤텔레(Alexandre Parent-Duchatelet)는 쓰레기장, 폐기장, 도살장, 하수구를 연구하며 파리 배수관들을 점진적으로 청소해나갈 수 있도록 했고, 여성 매춘부들에 대한 두 권의 연구서를 통해 5,000여명의 파리 매춘부들의 사회적 배경과 그 결정적인 원인을 제시했다. 한편 은밀하게 인신매매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고 한다. 이 가운데에는 집을 치과의사의 집처럼 꾸민 여성들도 있었는데, 그런 까닭에 손님은 얼굴에 붕대를 감고 들어와야 했다. 혹은 신비한 체 하거나 세탁소를 운영하는 여주인 행세를 하며 자신이 거느리고 있는 아가씨들의 손에 시트를 들려서 손님에게 보내기도 했다.
사진기의 발명으로 파라에서는 현대 포르노 산업이 활발하게 시작될 수 있었다. 특별한 뷰어(viewer)를 통해 볼 수 있는 2중 입체 포맷에 의한 것을 포함한 수 백 장의 사진들이 급속도로 시장에 퍼져나갔다. 나폴레옹 3세의 이복 동생인 드 모르니 공작이 1865년 서거했을 때 평론가 폴 드 빅토르(Paul de Victor)는 공쿠르(Goncourt) 형제에게 공작의 시종이 값비싼 상자를 들고 도망갔다고 이야기했다. 그 안에는 '공작이 관계를 가진 사회 각층의 내연녀들이 벌거벗고 있는 사진 - 은밀한 부분은 꽃으로 장식한'이 들어있었다. '동백 아가씨'에서 황금의 마음을 가진 고급 창부를 낭만적으로 묘사한 소(小) 뒤마는 15년 뒤 작품 전집을 위한 서안에서 자신의 어조를 바꾸었다.
프랑스 사회는 전세계적인 매춘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피의 바이러스에 의해...이러한 야단법석인 새로운 사업은 막대한 이윤을 낳고 있지만, 그래도 여전히 아름다움은 입금된 자본금이고 처녀성은 자산이며 파렴치함은 투자다.
하나님, 저 목소리는 무엇입니까?(Dieu, quelle est cette voix?)
프랑스 혁명의 여파와 나폴레옹의 전쟁으로 몰락의 길을 걸었던 파리의 교회들은 다시금 소생하기 시작했다. 필립 만셀은 "1789년과 1814년 사이에 물리적인 파괴나 다른 용도로의 변경을 거치면서 파리에서 기능을 수행할 수 있는 교회의 수는 290개에서 39개로 줄어들었고, 사제의 수 또한 6000명에서 689명으로 줄었다'라고 적고 있다.
카톨릭 교회는 그 힘과 대중성을 새롭게 얻어나기 시작했는데, 이에 대해 한 미사 진행자는 "여성의 영향"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루이 18세 통치하에 군주제가 회복되었을 때, 궁정의 신앙심 깊은 여인들은 각자 자신들이 선호하는 사제들을 고용하여 좋은 일을 하고자 했다. 그러나 나폴레옹 3세 때에는 파리 교회의 물리적인 존재감이 강화되고 변화했다. 하우스만은 노틀담 성당을 둘러싸고 있던 건물들을 폭파하여 멀리서도 천사들이 모두 보일 수 있게 했다. 제2제정 시기 동안 교회들은 대체적으로 모두 성장세에 있었다. 노틀담 성당을 비롯하여 라 트리니테(La Trinite), 생 피에르 드 몽트루쥬(Saint-Pierre-de-Montrouge) 등이 부상했다. 제2제정은 루이 필리페 시대인 1840년대에 완공된 마들렝 사원(La Madeleine)의 신성화에 앞장섰고, 1870년 프랑스-프러시아 전쟁에서 프랑스 제정이 패배한 후에는 사크레-쾨르 성당(Sacre-Coeur) 건축이 시작되었다.
나폴레옹 3세 재임시 사제들의 수는 배로 증가했지만, 언제나 그러했듯이, 여자 수도원이 남자 수도원보다 네 배 정도 많았다. 신앙심 깊은 수녀들은 항상 소녀들과 어린이를 보호해야 했는데, 1830년대부터 40년대 사이 파리에서 태어난 아이들의 3분의 1 가량은 사생아였고, 모든 어린이들의 절반 가량은 세례를 받지 못했다. 만셀이 기록한 바대로, '부모들에 의한 인간적 증거물'들은 기독교에 대한 무관심을 키워나갔다.
불멸의 영광(Glorie Immortelle)
나폴레옹 3세와 하우스만이 교회와 극장, 공원, 멋진 현대적 하수도, 여행자들의 관심을 끄는 특별한 보트를 통한 여행 코스 등을 건설하며 옛 파리를 파괴해 나갔던 가장 중요한 이유는, 엄밀히 말하자면 군사적 목적을 위해서였다. 1789년과 1830년, 1848년의 혁명을 통해 그들은 군대 병력이 도시로 쉽게 들어올 수 없다면, 혁명가들은 항상 유리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구 파리의 폐허에 남아있던 거대한 넓은 가로수길은(도로는) 매끄럽게 움직일 수 있는 현대적인 교통수단들에게 자리를 내주었고, 이는 군대를 위한 신속한 운송수단이 되었다.
현대의 파리 시내 지도를 본다면, 엘리제궁으로부터 황후의 거리(Avenue de L'Imperatrice)와 대육군 거리까지 확장하고 뤼 드 리볼리(Rue de Rivoli)로부터 뤼 두 파우부르그-생땡토아네(Rue du Faubourg-Saint-Antoine)까지 연결함으로써 도시의 중심과 연결된, 동쪽에서 서쪽으로 부채꼴 모양으로 펼쳐진 큰 길과 가로수길에 하우스만의 표식들이 아직까지 남아있다는 것을 볼 수 있다. 이들 거리의 곳곳에는 고유의 전망을 확보하고 있는 몇몇 거대한 건축물들과 기념비들이 눈길을 끈다. 1858년에는 새로 건설된 불레바르 드 세바스토폴(boulevard de Sebastopol)이 불레바르 드 스트라스부르그(boulevard de Strasbourg)에 편입되었고, 이는 남북을 잇는 중요한 통로로 만들어졌다. 공사가 너무 늦게 끝나는 바람에 제2제정 시대에 그 역할을 미처 하지 못한 샤를르 가르니에(Galres Garnier)와 오페라 극장에서는, 전세계의 대부분의 오페라 극장에서 그러했던 것과 마찬가지로, <파우스트>가 반세기가 넘도록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했다.
=== 작품 해설 === <2011년 3월 18일자 발행 네이버캐스트 / 음악평론가 이순열 글, 국립오페라단 제공ㄱ>
구노, 파우스트
독일의 문호 괴테의 동명의 희곡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한 대본
1859년 작곡, 같은 해 파리에서 초연
독일의 대문호 괴테가 15~16세기 독일의 실존인물인 ‘파우스트 박사’의 전설에 영감을 얻어 60여년에 걸쳐 완성한 [파우스트(1부: 마르그리트, 2부: 헬레네)]는 원초적 본능의 자아와 초월적 자아의 충동, 현세적 향락과 자연탐구, 고대 그리스에 대한 동경 등을 담고 있다. 이러한 괴테의 [파우스트]는 많은 작곡가들에게 영감을 주어, 보이토의 [메피스토펠레], 부조니의 [파우스트 박사], 베를리오즈의 [파우스트의 겁벌], 오펜바흐의 [천국과 지옥] 등 여러 오페라 작품들을 낳았다. 이 중 가장 많이 알려진 것이 1859년 발표된 구노의 [파우스트]로, 이는 괴테 원작 중 1부인 “파우스트와 마르그리트”의 내용을 요약하여 표현하고 있다.
괴테의 원작을 바탕으로 창작된 오페라
‘파우스트’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등 여러 학문을 통하여 우주의 지배원리를 깨닫지만, 백발의 노인이 된 후, 이러한 학문들의 부질없음에 회의를 느끼고 목숨을 끊으려 한다. 이때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에게 “젊음과 영혼의 거래”를 제안한다. 순결한 처녀 마르그리트와의 아름다운 사랑과 악마의 유혹에 갈등하는 파우스트. 그는 완전성을 추구하며 노력하지만 불가능에 절망하여 방황하는 모순된 인간을 상징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이에 반해 메피스토펠레스는 고통과 삶의 의미를 부정하고, 본능만으로 현세를 살아가고자 하는 파괴적 존재로, 부정과 불신, 회의와 소멸 등을 상징한다.
이 둘의 대립 가운데, 순수하고 깨끗한 영혼을 지닌 마르그리트는 파우스트와의 순수한 사랑의 결과로 임신을 하고 아기를 낳는다. 여성의 자기파괴적인 헌신과 인내, 그리고 무한한 희생을 대표하는 그녀는 파우스트를 성적 향락에 빠뜨리기 위한 대상으로 악마에게 이용당하지만, 순결하고 신성한 그녀의 순수함으로 천상의 구원을 받게 된다.
1막 파우스트의 서재
‘파우스트’는 신학, 철학, 법학, 의학 등 모든 학문을 섭렵하지만, 백발의 노인이 된 후, 이러한 학문들의 부질없음에 괴로워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으려 한다.(‘공허해! 내가 던진 모든 질문들이’) 이때 나타난 악마 메피스토펠레스는 그에게 젊음과 영혼의 거래를 제안한다.
2막 성문 앞의 시장 거리
화려하고 떠들썩한 축제 분위기 속에 마르그리트의 오빠 발랑탱은 군입대를 앞두고, 자신의 동생을 친구 시에벨에게 부탁한다.(‘고향을 떠나며’) 이 때 메피스토펠레스가 세상은 황금이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다는 ‘금송아지의 노래’를 부르며 등장하여 마르그리트에 관한 불길한 예언을 한다. ‘가벼운 산들바람처럼’ 합창이 울리는 가운데 마르그리트를 기다리는 파우스트. 그녀에게 말을 걸어보지만 퉁명스러운 반응이 되돌아올 뿐이다.
3막 마르그리트의 집 정원
한편, 마르그리트를 흠모하는 시에벨은 악마의 불길한 예언을 걱정하며 그녀에게 전할 꽃을 어루만지며, ‘꽃의 노래’를 부른다. 이후 등장한 파우스트는 그녀의 집 앞에서 이 오페라에서 가장 유명한 ‘정결한 집’을 부르며, 메피스토펠레스와 함께 보석상자를 그녀의 집 앞에 두고 사라진다. 마르그리트는 물레 앞에 앉아 실을 감으며 ‘툴레의 노래’와 함께 자신에게 말을 걸었던 남자를 떠올린다. 이때 꽃과 보석상자를 발견한 그녀는 '보석의 노래'를 부르며 보석의 아름다움을 찬탄한다. 이때 나타난 파우스트는 자신의 사랑을 고백하고, 둘은 ‘오! 사랑의 밤이여!’를 노래하며 사랑을 약속한다.
4막 마르그리트의 방
파우스트의 아이를 임신한 마르그리트. 전쟁에서 돌아온 발랑탱은 여동생의 순결을 앗아간 파우스트에게 복수를 하려하지만, 메피스토펠레스에 의해 죽음을 맞이한다. 악마의 합창을 뒤로, 마르그리트는 죄의식에 쓰러지고 만다.
5막 발프르기스의 밤
마녀들이 하르츠 산맥 브록켄 산정에 모여 축제를 펼친다. 악마들의 합창이 이어지는 가운데, 마녀들이 요염한 춤으로 파우스트를 유혹한다. “누비아 여인의 춤”, “클레오파트라와 금잔”, “트로이의 여인들” 등 아름답고 경쾌한 7곡의 발레곡이 파우스트를 도취시키는 가운데, 마르그리트의 환상이 나타난다. 오빠의 죽음과 파우스트의 배신으로 정신이상이 되어 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갇힌 마르그리트. 파우스트는 감옥으로 그녀를 찾아가 함께 즐거웠던 옛날을 회상하며 2중창을 부른다.
새벽이 다가오고 탈출을 재촉하는 메피스토펠레스와 하늘의 구원을 바라며 죽어가는 마르그리트. 그리고 파우스트가 장중하게 ‘천사는 순수하며 찬란하도다’를 부른다. 아름다운 선율 뒤로 마르그리트가 숨을 거두고, 천사들에 의해 그녀의 영혼이 구원되는 가운데 파우스트도 자신을 반성하며 천상으로 구원되어 올라간다.
1) 전세계적 인기를 끌고 있는 프랑스의 서정극 Faust
이탈리아 오페라의 세계적인 명성에도 불구하고, 구노의 [파우스트]는 비제의 [카르멘]과 함께 가장 자주 공연되는 대표적 프랑스 오페라의 하나이다. 가령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1883년 이래 750여 회나 공연할 만큼 파우스트를 사랑해왔고, 2011-2012시즌은 맥커너프(Desmond McAnuff : 1962~ ) 연출의 파우스트를 계획하고 있다.
1859년 프랑스 테아트르 리리크(Theatre Lyrique)에서 초연된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 1893)의 파우스트는 비록 초연은 실패로 끝나고 말았지만, 몇 번의 개정작업을 통해 1869년 파리 오페라하우스(Le Palais Garnier)에서 재공연되었을 때는 1막 마지막의 왈츠장면, 2막 거리의 축제장면, 5막 발푸르기스의 향연에 화려한 발레 장면을 보강하여 “그랜드 오페라”로서의 면모를 갖추게 되었다. 이리하여 1893년 구노가 세상을 떠났을 때는 무려 1천회나 거듭되는 놀라운 공연기록을 남겼으며, 그 후 인기는 프랑스에 국한되지 않고, 영국, 이탈리아, 미국 등 전세계로 뻗어나갔다.
2) 왜? 파우스트는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파우스트는 단순히 젊음을 얻으려고 악마에게 영혼을 팔았을까. 잃어버린 젊음을 되찾는다는 것은 우리들이 살아 온 시간을 역류시키려는 작업이다. 지난 한 두 세기를 통해, 인간은 더욱 안락해지고, 더욱 큰 쾌락을 즐기기 위해 자원을 고갈시키고, 소비가 미덕이라고 외치면서 게걸스럽게 자연을 갉아먹고, 인간 홀로 살아 남기 위해 모든 것을 파멸로 이끌어 왔다. 카슨(Raechel Carson)이 피를 토하면서 봄의 침묵 (Silent Spring)을 경고했는데도 자연은 대량 멸종(mass extinction)의 막다른 골목으로 휘몰리고 있다.
이 잘못 돌아가고 있는 시간을 설령 후세를 팔아서라도 누군들 되돌리고 싶지 않을 것인가? 이 시간을 되돌려 새롭게 얻은 삶에서 우리는 지금까지의 비극을 다시 되풀이할지도 모르고 우리의 구원일 수도 있는 마르그리트를 무참히 짓밟게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우리는 막다른 골목 앞에서 여전히 시간을 되돌려 보고 싶다는 유혹을 뿌리치기 어렵다. 우리는 지금 모두 파우스트적인 절박한 상황에 휘몰려 있다.
3) 우리의 귀와 눈을 현혹시키는 유려한 아리아와 발레장면
[파우스트]는 카루소의 데뷔 음반을 장식했던 ‘정결한 집’과 같은 서정적인 아름다움으로 충만한 노래가 있는가 하면, 조상의 영원한 영광을 노래하는 ‘병사들의 합창’을 비롯해서 성 체칠리아 미사곡을 연상시키는 장중한 합창이 무대의 열기를 더욱 끓어오르게 하고, 휘황한 색채와 육체의 율동이 물결치는 발레 장면으로 우리의 눈을 현혹시키기도 한다. 그지없이 청순한 여인으로 그려지면서도 탐욕 앞에서는 눈이 흐려져 버려 ‘마르그리트, 너 마저!’라는 탄식을 자아내게 하는 ‘보석의 노래’도 우리를 사로잡지만, 베이스의 저력을 한껏 뽐내는 ‘금송아지의 노래’도 극적인 긴장감을 더욱 고조시킨다. 그리고 우아함과 섬세함이 살며시 나풀거리는 반음계의 교태스러움과 뒤섞이기도 하고, 육감적이고 세속적인 관능미가 종교적인 숭고함으로 승화되기도 한다. 이렇듯 상반되는 여러 세계가 뒤엉키다가 마침내는 영롱한 하프와 함께 울리는 천상의 합창이 구원의 빛으로 무대를 가득 채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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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품 해설 === <2010년 5월 12일 네이버캐스트 / 고 안동림 교수 글>
내 마음의 아리아
금송아지의 노래
구노 <파우스트>
이 오페라는 처음 대사(臺詞)가 있는 오페라 꼬미크(opéra comique, 오페라 코미크)였다. 그 후 구노(Charles-François Gounod, 1818-93)는 대사 부분을 오케스트라의 반주가 붙은 레치타티보로 고쳐 썼다. 유명한 발레의 에피소드 ‘성 왈프루기스의 밤’장면을 추가하는 등 여러 가지 수정하여 초연부터 약 10년 뒤 지금의 그랜드 오페라 양식의 개정판을 완성했다. 이 개정판은 불란서(프랑스) 이외에서도 19세기 후반 가장 인기 있는 오페라가 되었다. 독일에서는 괴테 원작과는 비교할 수 없는 오락 작품이라 하여 제목을 [마르가레테]로 고쳤으나 인기는 대단했다. 1883년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가극장을 개관했을 때 그 기념 공연으로 이 곡이 선정되었다. 바르비에(Jules Barbier)와 까레(Michel Carré) 가 대본을 썼다.
괴테의 <파우스트>를 바탕으로 오락성을 강화한 오페라
16세기경의 독일이다. 오직 학문에만 바쳐온 일생에 지쳐 의문을 품은 늙은 화우스트(Faust, 파우스트) 박사는 자기 영혼을 젊음과 바꾸는 계약을 악마인 메휘스토휄레스(Mephistopheles, 메피스토펠레스)와 하였다. 청년이 된 그는 아름다운 거리의 아가씨 마르가리트(마르가레테)와 사랑을 나눈다. 군대에서 제대한 마르가리트의 오빠 발랑땡(발렌틴)은 여동생이 어린애를 밴 사정을 사람들의 소문으로 알고 분노하여 화우스트와 결투를 하나 결국 메휘스토휄레스의 도움을 받은 화우스트에게 목숨을 빼앗긴다. 왈푸르기스의 밤이다. 악마들의 미친 듯 광란(狂亂)하는 향연이 펼쳐진다. 메휘스토휄레스를 따라 온 화우스트는 고대의 미녀들에게 둘러 싸여 매료(魅了)된다. 그 때 나타나는 마르가리트의 환영(幻影). 그녀는 화우스트와의 사이에 낳은 아기를 죽이고 감옥에 갇혀 사형을 기다리는 몸이다. 메휘스토휄레스의 안내로 감옥 안의 마르가리트와 다시 만난 화우스트가 도망치자고 권유하지만 그녀는 거절하고 신에게 구원(救援)을 빌며 죽는다. 그리고 천사들의 합창으로 영혼이 천국으로 올라간다. 메휘토휄레스는 대천사의 칼날에 쓰러진다.
전5막의 오페라 중 제2막에 나오는 악마 메휘스토휄레스의 이 아리아는 군대에 가는 마르가리트의 오빠 발랑땡을 부추겨 신나게 술잔을 나누는 학생들 사이에 갑자기 나타나 ‘세상은 돈이면 다 된다’고 호탕하게 노래하는 쿠플레(couplet=후렴을 동반한 유머러스한 유절[有節] 가곡)이며 오페라 아리아 중에서도 손꼽히는 가수의 개성적인 역량을 과시하는 아리아이다.
'금송아지의 노래'
금송아지는 끄떡 없이 서 있다;
그를 칭송하는 그 권능 앞에,
그를 칭송하는 그 권능 앞에
이 세상 끝에서 다른 세상 끝까지!
흉악한 우상 앞에 제를 올린다,
왕과 백성들이 쩔쩔 매는,
금화의 불길한 딸랑거리는 소음,
둥글게 모여선 광란의 춤
그의 좌대 둘레에 모여 선 사람들,
그의 좌대 둘레에 모여 선 사람들!
*악마가 춤을 추며 인도한다,
춤을 추며 인도한다!*
(* 부분 수회 반복)
금송아지는 신의 정복자;
영광 속에, 아무 가치도 없는,
영광 속에, 아무 가치도 없는,
괴물은 신에게 비열한 모욕을 보낸다!
그는 응시한다, 오 분노한 괴물이여!
인류를 발밑에 밟고
폭력의 쇠사슬로 내려친다,
피 속에, 진흙 속에
번쩍거리는 귀금속의 광채,
번쩍거리는 귀금속의 광채!
(* 부분 수회 반복)
이 작품에는 괴테의 대작(大作)을 무리하게 오페라로 만든 결점이 보인다. 그런 무리함에서 생기는 구성면의 약점과 음악적으로도 안이(安易)한 로맨티시즘으로 기운 점이 인정된다. 그러나 종교적이라고 할 만한 아늑하고 맑은 음악과 도처에 나타나는 아름다운 바이올린의 오블리가토(obbligato=조주[助奏]=아리아를 노래할 때, 반주 악기 외에 바아올린, 오보, 훌루트 등이 하는 조주)는 그러한 결점을 메우고도 남는다고 할 수 있다.
추천할 만한 음반과 DVD
[CD] 끌뤼땅스(Cluytens, 클뤼탕스) 지휘, 빠리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58) 크리스토후(Bs) EMI
끌뤼땅스가 남긴 오페라 음반 중 손꼽히는 명반의 하나이다. 끌뤼땅스는 [화우스트]의 단지 화려한 가극적인 효과만을 추구하지 않고 구노 음악 속에 깃든 아름다움을 다시 찾아내어 거기에 최고의 형태를 부여하고 있다. 바꾸어 말하면 그는 과장 없는 표현 속에 드라마의 기복(起伏)을 확고하게 유지하면서, 구노 음악의 부드럽고 우아한 표정, 서정적인 아름다움 등을 감각적인 음색과 고귀한 음악성으로 남김없이 묘사해내고 있다. 이 음반만큼 불란서 음악의 독특한 향기를 물씬 풍겨주는 연주는 지금까지 없었다. 또 가수진이 황홀할 정도로 눈부시다. 데 로스 앙헬레스의 청초한 마르게리트의 노래를 위시하여 미성(美聲) 겟다의 화우스트, 비록 불란서어의 발음은 완벽하다고는 할 수 없으나 귀기(鬼氣)마저 감도는 박력 넘치는 크리스토후(크리스토프, Boris Christoff) 등, 이만큼 이상적인 캐스트를 갖추기란 앞으로도 흔치 않을 것이다.
[CD] 쁘레트르 지휘(Pretre 프레트르), 빠리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1978) 기어로프(Bs) EMI
도밍고, 기어로프, 후레니(Freni, 프레니), 알렌(Thomas Allen), 당시 최고의 출연진을 갖춘 녹음이다. 주역에 불란서인은 전혀 없지만 결점이 없는 캐스트이다. 그 중 메휘스토휄레스의 드라마틱한 역할은 슬라브계 특유의 무게 있는 목소리를 들려준다. 쁘레트르는 빠른 템포로 약간 긴 이 오페라를 조금도 지루하지 않게 들려준다.
[DVD] 빈더 지휘, 빈 국립 가극장 관현악단/합창단/발래단(1985), 라이몬디(Bs), 켄 러셀 연출 DG
빈 국립 가극장의 공연 실황이다. 무대는 지나치개 화려하지는 않으나 각 막마다 한 가지 뚜렷한 상징을 중심으로 세심하게 필요한 장식을 알맞게 배치하여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가령 제2막 서두의 ‘금송아지의 노래’에서는 무대 중앙에 위압적인 모습의 커다란 소의 흉상(胸像)이 관중을 노려보며 앉아 있다. 두리번거리는 왕 눈의 응시는 보는 이를 섬찟하게 한다. 그 흉상 위에 올라가 악마 메휘스토휄레스는 무겁고 단호한 목소리로 “세상에는 돈이 제일이다”는 ‘황금 지상주의’를 당당하게 노래하며 그 둘레에 모여선 군인과 학생들이 중간 중간 합창으로 화답하는 장면은 인상적이다. 이렇게 각 악장마다 연출자의 치밀한 무대는 무리 없이 드라마 전체를 효과 있게 끌고 나간다. 또 악마와 미녀들의 유혹이 현란한 발레로 펼쳐지는 재4막 ‘발푸르기스의 밤’ 장면의 발레는 생략하여 전곡을 제3막 이후인 제4막, 제5막을 없애고 적당한 발레로 효과 있게 처리해서 오페라의 내용을 별로 삭제하지 않은 채 균형 있는 전3막 극으로 마무리하고 있다. 그리고 라이몬디(Ruggero Raimondi)의 메휘토휄레스와 아라이자(Francisco Araiza)의 화우스트가 위엄있는 노래로 주위를 압도한다. 마르게리트 역의 베나츠코바(Gabriela Benackova)의 가련하고 청초한 음성은 두 주역과 조화를 이루고 기타 출연진도 충분히 담당한 역할을 무리 없이 노래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금송아지의 노래 - 구노, [파우스트] (내 마음의 아리아)
첫댓글 180분짜리 장편물입니다...두 번의 휴식시간을 감안하면 200분 정도 걸립니다...마치는 시간 감안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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