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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3.08.01 03:30
우주로 가는 휴머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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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래픽=유재일
미국은 새로운 달 탐사 프로그램 '아르테미스 계획'을 추진하고 있어요. 이전에 한 유인(有人) 탐사는 물론, 달 기지 건설을 최종 목표로 삼고 있죠. 미 항공우주국(NASA·나사)은 최근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 '발키리(Valkyrie)'를 공개하며 2025년 아르테미스 3호 유인 발사 때 발키리가 임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발표했습니다. 우주 공간에서 활용할 수 있게 개발 중인 발키리의 최신 테스트 과정을 공개한 거죠. 발키리는 지금까지 달이나 화성에 보낸 무인 탐사 로봇과는 사뭇 다릅니다.
키 큰 성인 남성만 한 발키리
발키리는 키 189㎝, 무게 136㎏입니다. 초기보다 크고 무거워졌어요. 사람과 비슷하게 움직이도록 수많은 관절을 달았죠. 주변 환경을 인식하는 센서는 사람처럼 머리 부분에 달았습니다. 실제 사람 시야에서 움직이는 것처럼 실감 나게 조종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손가락은 넷인데 사람처럼 엄지가 따로 있습니다.
발키리는 2013년 나사 존슨우주센터에서 설계, 제작하기 시작한 휴머노이드입니다. 미국 국방부 산하 방위고등연구계획국(DARPA)에서 기획한 재난 구조 로봇 대회(DRC)에서 처음 공개됐죠. 당시 키는 186㎝, 무게는 124㎏이었습니다. DRC는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시작된 대회였어요. 인간이 진입할 수 없는 사고 현장에 투입할 로봇이 없다는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죠. 하지만 발키리는 막 개발을 시작한 상태여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진 못했습니다.
발키리가 다시 등장한 것은 2017년 나사가 개최한 우주 로봇 챌린지(SRC·Space Robotics Challenge)였습니다. 이 대회는 모래 폭풍을 만난 화성 우주 기지에서 긴급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로봇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는 것이 목표였습니다. 이때부터 발키리는 본격적으로 화성 탐사를 도울 '휴머노이드'로 알려졌어요. 발키리는 현재 실전 같은 현장 테스트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전통적 천체 탐사 로봇엔 바퀴 달려
인류는 그동안 여러 차례 우주에 탐사선을 보냈습니다. 가장 가까운 천체인 달은 물론 태양계 행성과 행성 주변을 도는 위성·혜성·소행성까지 탐사선을 보냈죠. 탐사선 종류도 다양합니다. 외부 천체에서 시료를 채집한 뒤 지구로 보낸 사례도 있죠.
탐사선이나 로봇이 천체에 착륙하기는 대단히 어려운 일입니다. 천체의 중력을 이겨 내면서 기계 손상 없이 안전하게 지표면에 내려야 하니까요.
천체에서 활동하기 적절한 탐사 로봇은 어떤 형태일까요? 지점을 정해 움직이지 않을 거라면 폭풍이나 지진 같은 갑작스러운 충격에도 버틸 수 있도록 고정 지지대를 지면에 박아 넣어야 합니다. 움직여야 한다면 길도 없는 척박한 땅에서 쉽게 움직일 수 있는 형태여야 하죠. 달과 화성에 보낸 탐사 로봇이 바퀴 달린 자동차처럼 생긴 까닭이 바로 이렇습니다.
이렇게 움직이며 탐사 다니는 장비를 '로버'라고 합니다. 지금까지 인류는 달과 화성에 로버를 보냈습니다. 바퀴 4개 달린 자동차 '월면차'는 달에서 이동 수단으로 썼죠. 달 대지 위에서 우주인은 산소통에 호흡을 의존하는 특성상 경사진 곳을 잘 다니지 못해요. 대신 로버를 타면 이동하기 수월해지죠. 화성 탐사 로버는 직접 조종할 수 없고 변수가 많은 화성 환경에 적응하면서 알아서 주변 지형을 파악해 움직여야 하기 때문에 월면차보다 정교한 형태입니다. 각종 카메라와 센서를 보호하면서 이동도 쉬워야 하죠. 화성 탐사 로버 '퍼서비어런스'의 바퀴 6개는 거친 화성을 돌아다니게끔 고안한 장치입니다. 각 바퀴에 별도 동력이 있어,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바퀴 몇 개가 움직이지 못하는 상황이 돼도 남은 바퀴로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죠.
휴머노이드를 선택한 이유
그렇다면 왜 나사는 휴머노이드를 개발할까요? 바퀴를 쓰지 않고 걸어 다니도록 하는 보행 로봇은 목적에 따라 형태가 달라집니다. 만약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데 목표를 둔다면 다리를 2개만 쓰면 안 됩니다. 다리가 넷 달린 네발 동물 형태로 만드는 것이 일반적이죠. 다리는 3개일 때 가장 안정적으로 서 있을 수 있습니다. 의자 다리를 생각해 보면 알기 쉽죠. 다리가 2개인 의자라면 쓰러지기 쉽고, 4개라면 길이를 정확하게 맞추지 않거나 바닥이 울퉁불퉁하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에서 개발한 스폿(SPOT)이 움직이는 모습을 잘 보면 언제나 다리 3개가 지면과 닿아 있습니다. 다리 넷 중 하나를 번갈아 이동하며 앞으로 나가죠. 천체 탐사 로봇이라면 다리 한두 개에 문제가 생겨도 이동 능력을 잃지 않도록 거미 같은 형태를 띨 수도 있을 겁니다.
그동안 천체 탐사 로봇에 바퀴를 써온 이유는 간단합니다. 다리를 단다면 복잡한 관절이 필요하고, 그에 따른 섬세한 기술을 요구하기 때문이죠. 수리가 어려운 환경에서 섬세한 기술은 독입니다. 먼지가 많은 화성 환경에서 유연한 움직임을 만드는 관절에 이물질이 잔뜩 낀다면 골치가 아프겠죠.
하지만 목적에 따라 로봇 형태는 바뀔 수 있습니다. 아르테미스 계획의 목표는 2030년 유인 달 기지를 운영하는 겁니다. 사람이 달에서 활동하도록 하려면 실제 사람을 보내기 전, 기지를 조립하고 움직이는 동선을 확인해야 합니다. 유인 기지라면 기지를 짓거나 보수할 때 사람이 작업하는 것을 가정하고 지어야 하죠. 발키리는 바로 그런 목적으로 탄생했어요. 사람이 직접 손을 대야 할 정도로 정교한 작업이 필요하지만 우주방사선이나 극단적 온도 때문에 직접 갈 수 없을 때도 발키리 같은 휴머노이드를 이용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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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희 어린이조선일보 편집장 기획·구성=김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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