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상도 없이' 촬영현장 공개 늦게 나타나… 이름값에 '먹칠'
가수와 배우의 다른 점은 단체 활동 여부와 시간 운용의 법칙이 다르다는 점이다. 가수는 홀로 자신의 노래를 부르며 3,4분 남짓의 짧은 시간 동안 무대에서 자신을 보여줘야 한다.
배우는 상대 배우와 대사를 주고 받으며 철저히 팀으로 일을 해야 하기에 가수보다 긴 호흡을 갖추게 된다. 당연히 촬영이 늘어지기도 하고 돌발 상황에 따라 융통성있게 운영되어야 하는 것이 드라마의 현장이다.
톱스타
이효리 이동건 정준호 주연의 뮤직드라마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이 제작진인 엠넷미디어의 미숙한 진행으로 방송 관계자와 취재진의 빈축을 샀다. 엠넷미디어는 15일 오후 9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의 촬영 현장을 공개하고 오후 9시30분 이효리 이동건 정준호의 기자회견을 마련한다고 공지했다.
이날 촬영 분량은 극중에도 가수로 출연하는 이효리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는 모습이었다. 때문에 이날 케이블 음악채널 Mnet
의 실제 촬영이 끝난 뒤인 오후 9시부터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촬영이 진행되기로 했다.
하지만 이날 드라마 촬영은 물론 기자회견은 예정대로 진행되지 못했다. 이효리의 출연 장면은 9시40분이 돼서야 촬영됐다. 이효리는 완벽하게 준비하지 못한 채 무대에 올랐다. 당초 오후 9시 이 끝난 뒤 30분간 드라마 촬영을 도와주기로 했던 스태프는 40분이 넘자 불만을 터뜨렸기에 서둘러 노래를 불렀다.
이효리는 이날 오후부터 일찌감치 드라마 촬영을 준비했지만 의상에 문제가 생겨 수정을 하게 됐고, 결국 의상이 제대로 준비가 되지 못한 채 40분 무대에 올라 단 한 번 노래를 부르고 무대에 내려와야 했다. 애초에 30분 안에 드라마 촬영을 진행할 것이라는 엠넷미디어의 계획 자체가 무리였다.
그런 변수는 고려하지도 않은 채 잔뜩 불러모아 놓고는 '나 몰라라'하는 격이었다. 엠넷미디어는 100여 명의 취재진에게 공식적인 설명도 하지 않았다.
당연히 오후 9시30분 시작되기로 한 기자회견도 지연됐다. 그런데 무려 1시간이나 늦어져 10시40분에야 배우가 기자회견장에 도착했다. 짧은 시간에 촬영한 무대 장면이 만족스럽지 못하다고 판단한 제작진은 재촬영을 고려했지만 이미 프로그램이 끝난 뒤에 시간 외 근무까지 한 프로그램 제작진이 다시 나설리가 만무했다.
실랑이를 하며 1시간이 흐르는 사이 30여 명이나 들어갈 법한 방에서 기다리던 100여명의 지상파 케이블 방송사 카메라와 신문 인터넷 매체 취재진은 언제 시작될지 모르는 기자회견을 기다리다 지치고 말았다. 그 동안 엠넷미디어 측은 어떤 설명도, 공지도 하지 않았다. 취재진의 항의에 "곧 시작합니다"라는 말만 되풀이할 뿐이었다.
엠넷미디어는 같은 드라마의 촬영 현장을 공개한다며 지난 7일에도 취재진을 2시간 넘게 세워 두기도 했다. 지난 7일 서울 신당동의 한 폐건물에서 진행된 촬영현장 공개는 오전 10시에 시작하기로 했지만 낮 12시30분에야 촬영 장면을 볼 수 있었다. 그나마 지친 취재진은 철수한 뒤였다.
철저한 준비 없이 촬영에 임했기 때문에 이효리가 옥상에서 떨어질 뻔한 대형사고도 발생했다. 문제는 드라마 촬영이 생방송의 큐 사인이 떨어진 뒤 가수가 무대에서 노래를 부르듯 진행되지 않는다는 점을 엠넷미디어 측이 간과했다는 사실이다.
똑같은 실수를 두 번씩이나 반복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묻고 싶다. 취재진이 기다린 것은 둘째 문제다. 드라마의 완성도를 위해서 7일처럼 위험한 환경에서 촬영을 하거나, 15일처럼 제대로 준비도 안 된 채 급하게 촬영을 하는 것이 자랑할 일이 아니다.
아직 편성도 잡혀 있지 않은 드라마인 데다, 37억원이나 들여 찍는다고 스스로 홍보하면서 촬영 환경에는 얼마나 들어갔는지 의문이다. 이런 미숙한 진행으로는 드라마의 주연을 맡은 배우들 얼굴에 먹칠만 하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