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칼럼-"장애인 배려" 말보다 실천을
강준원 (행복재활원보호작업장 원장)
우리가 바라는 복지사회의 구현은 국민 모두가 사회구성원으로서 완전한 평등이 보장되며 인간 존엄성을 인정받고 자기실현을 성취할 수 있도록 개개인의 잠재력과 창의성이 최대한 발휘될 수 있는 건강한 사회를 만들어 가는 데 있다. 이러한 일련의 과정은 어떤 제도적, 정책적 차원에서 머무를 수 없으며 국민적 공감대와 연대감 속에서 실현되고 사회 전체가 공동으로 책임을 진다는 복지이념 속에서 이룩되어야 할 것이다.
진정한 의미에서의 복지사회 구현의 구심점은 장애인이나 노인 등 우리 주변에서 소외된 계층이 안고 있는 사회적, 물리적 환경의 제약요인들을 제거해 줌으로써 그들의 삶이 보다 윤택해 지도록 여건을 형성해 가야 한다.
지난 겨울 대학 입학시즌에 즈음하여 필자가 몸담고 있는 시설에서 17년을 생활하다가 지역사회에 자립의 꿈을 이룬 뇌성마비 1급 중증장애인 정모씨로부터 매우 기쁜 소식을 접하게 됐다.
정씨는 매사에 적극적으로 배움의 문을 두드렸고 실로암문학회장을 맡아 시와 수필을 쓰며 장애인문단을 이끌기도 했다. 평소 대학생활을 꿈꾸며 장애인 특수학교를 졸업 후 수능시험에 응시하고 수차례에 걸쳐 대학문을 두드렸으나 번번이 꿈을 접어야 했다.
그의 나이 34세가 되어서야 그토록 가슴 속에 품었던 대학 캠퍼스생활을 이룰 수 있게 되었노라고 벅찬 가슴을 달래며 기쁨을 토로했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생각하고 꿈꾸었던 현실의 벽은 너무나 두터웠고 암담한 상황들이 바로 눈앞에 닥쳐왔다. 중증장애인의 입학을 허락한 조선이공대학 사회복지경영과를 필자가 방문한 결과 신입생들이 공부해야 할 교실은 7층 건물의 6층이었는데 그나마 엘리베이터가 없는 상태에서 어찌해야 할지 눈앞이 캄캄했다.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각박한 상황에서 학과장님과 주임교수에게 간곡하게 대책 마련을 부탁하였고 마침내 학장님을 비롯한 보직교수들과 담당학과교수님들의 긴급회의가 열리고 중대한 결정을 내리게 되었다.
중증장애인학생을 수용해야 하는 사회복지경영과의 학과설립 취지를 살려 학교 측에서는 전례없는 획기적인 결정을 하게 되었다.
그동안 강의실로 사용해 오던 구관 건물 강의실을 신축건물 강의실로 옮기고 장애인전용 화장실을 새롭게 리모델링하여 비데와 핸드레일 설비를 하였으며 학교 내에서 사용할 수 있는 수동 휠체어 2대를 마련하여 동료 학생들로 하여금 상호 도움을 줄 수 있도록 배려했다.
또한 신입생 입학에 따른 거액의 장학금은 물론 남은 학기 동안의 학비도 거의 70%를 면제해 주는 등 중증장애인학생이 학비부담 없이 동료학생들과 더불어 자유롭게 캠퍼스생활을 누릴 수 있도록 다양한 편의를 제공하여 주었다.
장애학생은 그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최선의 노력을 통해 1학기 과정을 학우들과 더불어 매우 성공적으로 마치고 교수와 학생 모두에게 아름다운 귀감이 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미담은 선진 미국사회에서나 있을법한 얘기들로 과거에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지역사회 가까운 우리이웃 대학에서 이루어진 장애인복지실천현장을 목격하고 우리사회의 희망찬 미래를 발견하게 됐다.
누구나 말하기는 쉽다. 그러나 바른 가치관을 갖고 실천에 옮기기는 그리 쉽지만은 않다. 열 마디 말보다는 실천하는 자세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미사여귀를 동원한 거창한 계획보다는 단 한 사람의 장애인이라도 불편을 느끼지 않고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한 가치가 보장될 때 그 사회나 대학은 일류사회, 일류대학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마침 전국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최초로 광주광역시의회가 중증장애인자립생활지원조례를 제정하여 중증장애인들의 주체적 삶을 보장하고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한 매우 의미 있는 일보를 내딛었다.
광주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자긍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중요한 점은 조례제정에 따른 실질적인 지원체계가 확고하게 자리 잡고 실천에 옮겨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 공급자중심의 사회복지체계에서 지역사회시민권시대로 변화하여 장애인들에게 정상적인 사회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비장애인의 사회표준과 규범에 가까운 사회경험을 할 수 있도록 사회통합을 요구하고 있다.
한 인간으로 태어나서 독립된 개체로서 존중받고 주체적 삶을 유지하며 행복을 추구함은 당연하다 하겠다.
------- [펌] 무등일보 칼럼 중에서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