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맛나는 산골생활 이야기~~~

*** 2017년  9월 15일 텅 비었다 *** 텅  비었다 !!! 무엇하고 지냈는지 마음과 손을 묶고 있었던 시간들을 텅 비었다고 밖에  표현할 수 없다 세월은 쌓이는 것이라고 했는데 쌓인 것이 아무 것도 없는 듯....   새벽 1시에 포르테 디 콰트로 젊은 남성 4인조의 노래를 들으며 마음을 띄운다 젊음의 에너지를 받는다 묶어두었던 마음과 손을 풀어보아야 할까?   하지만 매일 ' 자뻑' 으로 살았으니 영 소용없는 시간을 산 것만은  아니지 쌓아보자  손가락 사이로 흘러버리는 시간들을 꼭 잡아서!       ***2011년 10월 31일(월) 시월의 마지막날*** 지금도 기억하고 있어요 시월의 마지막 밤을....' 종일 이 대목을 흥얼거리며 돌아다니다 꼭 기억해야할  시월의 마지막 밤은 한 번도 없었는데 꼭 무엇인가가 있는 것 같다 잎을 다 떨군 돌배나무 가지 끝에 '마지막 잎새' 하나 달려 있다 세상 누구도 이렇게 예쁜 색을 낼 수는  없을 듯.... 김장 배추 백 스물 다섯 포기 뽑다 작지만 야물고 잎이 얇으리한게 그냥 씹어도 달다 낼 모레 김장을 하고 나면  큰 월동 준비는 대충 마무리 된다 나뭇간에 나무 가득 쌓이고 김장 배추 가득하니 부자된 것 같다 아 . 오늘 새롭게 하나 배운 게 있는데 <고래실 논>...  마을앞의 샘물가에 항상 물이 마르지 않는 최고 상답 논. 소가 논을 갈거나 도가니 까지 푹푹 빠저서 애를 먹으며 일을 하기는 하지만 언제라도, 비가 안와도, 아무리 가물어도 물걱정을 안하고 농사를 지을수 있는 그런땅이 곧 고래실 논이라고...   이웃집 아저씨가 무심코 던진 이 한마디<고래실 논> 멋진 말을 배운 것 같다       ***2011년 10월 30일(일)  가을이 세상 가득***   바람 한 점 없는데 낙엽이 마구 마구 떨어진다 한용운님의 '알 수 없어요'를 떠 올리게하는 오후....   세상이 온통 진한 가을색 얼굴도 마음도 가을색. 갈색....   돌배나무 엉성한 가지에 서너잎 마지막 남은 잎 붉은빛이 유난히 곱다    이렇게나 짙은 가을빛은 처음 보는 것 같다 그동안 그냥 저냥 보내버렸던 가을이 올해는 내 마음에 척하니 걸렸다     ***2011년 10월 25일(화)   겨울추위의 전주곡*** 겨울 난로 땔감 준비하다 '피죽' 이라고..... 이 곳 평창에 와서 참 많이 배운다 목재로 쓸 나무의  바깥부분 베어낸 나무를 '피죽'이라 부른다 나무 창고에 하나 가득 쌓아놓으니 마음이 다 따뜻해진다 겨울 식량 준비하느라 하루 종일 바쁜 다람쥐 참 날쎄기도하다 쬐끄만 놈은 '가을 새끼' 그 보다 조금 큰 놈은 '봄새끼' ㅎㅎㅎ 봄에 태어난 다람쥐는 조금 더 크고 가을에 태어난 다람쥐는 아직 아기라는 뜻~ 꼬리를 뒤로 쭉 뻗고 아주 날라다닌다   내일은 올 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이 된다니 추위설겆이를 잘 해야한다 얼어 붙지 않게 주변 정리를 해야한다 단풍은 거의 낙엽지고 낙엽송만 멋있는 노란색으로 세상을  물들이고 있다   ***2011년 10월 22일(토)  촉촉한 가을비 내리다*** 가을비에 젖어 단풍빛이  한층 짙어졌다 잔디밭 누런빛이 더 고와졌고 낙엽되던  도토리나무 잎에 생기 서리고 바스락거리며 날라다니던 가을이 차분히 내려앉았다 이리저리 산골마다 흘러다니는 구름도 가을을 만끽하고 있다 엊그제 서리에 잎 다 떨구어버린 뽕나무조차도 가을비 반긴다 가을비.... 특별한 이야기를 담고 세상을 적신다   어제 남편이 계곡 골짜기에서  오미자를 한소쿠리 따 왔다 내가 딸 거 조금 남겨놨다는데 비가 오니 따러 갈 수가 없다   <법정스님이 이런 글 쓰셨네요>   친구여 -법정스님- 나이가 들면 설치지 말고 미운소리 우는소리 헐뜯는 소리 그리고 군 소리.불평일랑 하지를 마소  알고도 모르는 척 , 모르면서도 적당히 아는척 어수록 하소 그렇게 사는 것이 평안하다오 친구여! 상대방을 꼭 이기려고 하지 마소 적당히 져 주구려 한걸음 물러서서 양보하는것 그것이 지혜롭게 살아가는 비결이라오 친구여! 돈, 돈, 욕심을 버리시구려 아무리 많은 돈을 가졌다해도 죽으면 가져갈 수 없는것 많은 돈 남겨 자식들 싸움하게 만들지 말고 살아있는 동안 많이 뿌려서 산더미 같은 덕을 쌓으시구려 친구여! 그렇지만 그것은 겉 이야기 정말로 돈은 놓치지 말고 죽을 때까지 꼭 잡아야 하오 옛 친구를 만나거든 술 한 잔 사주고 불쌍한 사람 보면 베풀어주고 손주 보면 용돈 한 푼 줄 돈 있어야 늙으막에 내 몸 돌봐주고 모두가 받들어 준다오 우리끼리 말이지만 이것은 사실이라오     *** 2011년 10월 19일(수) 서울 바람 쐬다***   학교 있을 적에는 잘 몰랐는데 사회인(?) 되고 보니 건강검진 하나에도 챙겨야 할 일이 너무 많고 복잡하다 참, 고마운 줄 모르고 편하게 지냈다는 생각이다   우리 나라 대장암 발병율이 높다는 소리에 겁 먹고 예약해 놓은 내시경 검사 땜에 밤 새 마셔대는 물, 물, 물.....미. 치 .겠. 다... 다행히 별 이상은 없다는 말에 그 괴로움 다 잊고 휘파람 날리며 돌아왔지만~   오랫만에 친구와 석촌호수 한 바퀴 커피 한 잔, 그리고 팥빵 한 개.... 소소한 것들이 참 행복하다   내가 없어도 서울 여전히 별 일 없고 ㅎㅎㅎ     ***2011년 10월 16일(일)  바람불다 *** 단풍빛깔이 곱다 화려하지 않지만 은은한 그 멋이 참으로 우아하다 헌데 웬 바람이 이토록 나무를 뒤흔드는지... 바람과 단풍이 같이 소용돌이치며 날아오른다 그 와중에 가마솥 걸어놓고 토종닭 백숙을~ 언덕배기에서 캐어낸 더덕, 당귀, 대추, 엄나무 줄기 넣고 푹~~~ 오늘 이 자리에 같이한 사람은 모두 맛보았다 이런 날 이런 맛이 정말 나를 산사람이게 한다 *** 2011년 10월 15일 (토)    야단스런 하루 *** 바람 천둥 번개 비 우박..... 참 야단스런 오후였다 영화처럼 낙엽 날리는 오후 세상은 온통 가을빛이다 얼굴, 가슴, 손, 옷, 머리카락...... 투명하고  노르스름한 주황빛 ~~~ ***2011년 10월 14일(금)  포근한 하루*** 텃밭에 무우 뽑다 한 개를 들어올리기도 힘들정도로 굵다 누군가 윗집 할머니네 며느리 허벅지같다고 말해 다같이 웃었다   된서리오면 다 망가진다고 빨리 뽑아야한다며 무우 뽑아주고 시레기 만들라고  무청 다 엮어 걸어주시는 고마운 이웃들!!! 무 농사 잘 지었다고  봉평에 소문났다 농사는 무슨 유치원 수준인걸... "소 뒷걸음질치다 쥐 밟았다" ***2011년 10월 13일 (목)  따스한 가을 햇살 내리다*** 한 눈 파는 사이 가을이 흠뻑 내려 앉았다. 손 내밀면 금방 닿을 곳까지 맘껏 내려 앉았다 영랑시인의 한 마디를 질러본다 "오매 단풍 들겄네" 어제까지도 파르스름하더니 밤새 많이도 변하였네 몸도 마음도 사방이 온통 붉어가는 가을이다 내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 긴 가뭄의 끝에 내리는 축복이 되었으면... ***2011년 10월 10일 (월)  가을날*** 하늘과 잘 어울리는 흰 빛깔,   그리고 발그레 생기있는 분홍빛... 화단 곳곳에 남아 고고하게 고개 든 구. 절. 초.... 누군가는 그 꽃을 따서 차를 만들라하고 누군가는 줄기까지 잘라서 효소를 만들라한다 그러기엔 너무나 아. 깝. 다 이건 그냥 한 송이 꽃이 아니라 내 마음 속에 막 여기저기 피어나는 사랑이다. 삶이다   이쁜 꽃!!! ***2011년 10월 9일 (일)한글날 *** 오늘은 무엇을 할까? 잠시 고민하다 '아,  김장배추를 묶어주고....' 생각이 끝나기도 전에 잘 아는 심마니(?) 아지씨가 오시다 너무 반가워집 주변을 이리저리 같이 모시고 거닐다 산 더덕 5뿌리와 오미자를 한 줌 바로 따는 아지씨의 실력에 감탄하며 산더덕으로 우아한 점심 식사를 하다 거뭇거뭇 서리맞은 뽕잎도 한 가득따고.... 가을 내음이 흠뻑나는 가을산을 탔다 아저씨랑 같이가면 마음 놓고 산을 즐길 수 있다 가는 곳마다 더덕, 더덕.... 내 눈에는 하나도 안 보이는 것이 아저씨 눈에는 잘도 보인다 남편도 바로 발 앞에 더덕을 놓고도 헤매기는 나와 매한가지. 다 늦은 저녁에야 돌아와서 "게으른 놈 저녁 석양에 바쁘다"고 배추 몇 포기 묶어주고 기분좋게 일과 끝내다 어느 멋진 가을날 하루 였다 참, 잘못하여 땅벌집 건드는 바람에 머리에 한 방 쏘이다 덕분에 두통 없어질라나? ***2011년 10월 7일 들깨털기 좋은 날씨 *** 들깨 털며 온 몸에 들깨를 뒤집어썼다 그래도 고소하고 향긋한 들깨내음이 아주 좋다 장에 가서 키와 굵은 체를 샀다 이것이 있어야 깨를 털 수 있다니... 깨를 다 털고 난 빈 깍지를 모아놓으니 한무더기다 남편이 그 무더기 위에 드러누워 향긋하다며 하늘을 본다 고흐의 그림 한 장면 같다 저녁에 야콘 잔 것들을 모아서 효소를 담그다 몸에 좋다는데 얼마나 좋을지... ~~우아하게 낡아가자~~ <스티브 잡스 기사에서> 잡스가 80년대 중반 인도 여행을 다녀온 직후, 그는 플레이보이지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인도를 보고 나는 내 사고방식들이 본래 있던 것이 아니라, 교육에 의한, 서구적인 것임을 깨달았다. 그것이 잘못되었다는 것이 아니라, 그런 교육에 의해서만이 우리는 세상을 보는 방식을 배운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가장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교육의 중요성을 늘 역설했다. “우리는 아리스토텔레스를 읽고 마음대로 해석할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옳을 수도 있고, 틀릴 수도 있지만, 적어도 그것은 도전이다” 그 도전은 우리가 아는 이 세상을 만들었다. 적어도 기술적인 측면에서는 우리는 지난 30년 전에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것들 속에서 살아간다. 말하자면, 우리는 ‘다른’ 삶을 사는 도구를 가진 것이다. 그리고 그 도구의 한편에는 늘 깡마른 잡스가 웃고 있었다. 잡스는 1985년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희망은 우아하게 낡아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세상은 너무나도 빨리 변해가기 때문에 80년대 말이면 이미 새로운 세대가 새로운 생각으로 세상을 바꾸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진정으로 다음 세대에게 이 땅을 넘겨주고 싶다. ” 그의 희망은 20년이나 늦게 왔다. 다음 세대는 그가 꿈꾼 것만큼 빠르게 그를 앞서가지 못했다. 여전히 그는 ‘낡은’(obsolete) 것이 아니라, 세상의 가장 앞자리에 서 있었다. 그러기에 그가 남긴 마지막 한마디는 아직도 유효하다. “어떻게하면 우아하게 낡아갈 수 있을까? 이건 멋진 도전 아닌가요?” ***2011년 10월 6일 바람불다*** 종잡을 수 없는 바람불다 얕게 깔린 안개도 이리저리 불려다니고 키 큰 나무들도 사정없이 흔들리고..... 어제 펜션 주변 대청소하다 지난 여름 눈과 마음을 즐겁게 해주었던 꽃과 나무들이 이제 열매맺고 단풍들고 낙엽되고~ 마른 풀되어 이리저리 쓰러진 한 철의 잔재들을 치워냈다   그러고보면 한 마디 말없이 해마다 그 때가되면 어김없이 되풀이되는 모든 자연의 일생은 정말 대단하다 아무도 기억하지 않아도 산과들과 나무와 꽃들은 다 기억하고 있다 깔끔해진 주변을 이리저리 거닐어보다 기분이 좋다 오늘 고구마 마저 캐고 들깨를 좀 털어보려했더니 날씨가 영 도와 주지를 않는다 "게으른 놈 놀기 좋은 날이다" ***2011년 10월 4일 (화)  산그늘이 일찍넘어오다*** 여전히 된서리 내린 아침 텃밭이 완전히 초토화되었다. 이제 서리맞은 뽕잎을 거둬야할 때인가보다 서리맞아 거무스름해진 뽕잎을 잘 말려서 겨울내내 끓여먹으면 그 맛이 구수하니 참 좋다 다람쥐의 움직임이 매우 바빠졌다 양 볼에 먹이를 가득 넣고 잽싸게 왔다갔다한다 사람을 무서워하지도 않고 눈동자를 마주치며 잘도 돌아다닌다 가끔은 청설모도 나무를 오르락 내리락하는데 아!  청설모의 실루엣은 정말 멋있다 가까이서 바라보고 싶어서 탐스런 잣 한 송이로 유인해보지만 약아빠진게 내 속임수에 넘어가지 않는다 밭에서 야콘을 거두었는데 그 달콤함이 별미다 좀 더 숙성시키면 당도가 많이 높아진다 겨울철 과일로 그만이다 추분을 지나서 점점 짧아지는 해 탓인지 산그늘이 일찍드리워진다 마지막 이틀의 따스한 햇살이 절실해지는 때이기도 하다 구절초 하얀꽃이 별나게 소담스런 날이다 **2011년 10월 2일 된서리 녹이는 따스한 햇살 내리다** <서리가 만들어질 때는 열이 방출되어 지표면의 온도가 천천히 내려가게 되는데, 이로 인해 서리 내리는 날의 아침은 춥지만 이와 반대로 이미 내린 서리는 열을 흡수하므로 서리 내린 날이 오히려 따뜻하다. 서리는 맑고 바람이 없는 날에 내리는데 맑고 춥더라도 바람이 강하면 수증기를 쓸어가기 때문에 서리는 생기지 않는다. > 정말 이것이 된서리구나싶게 세상이 하얗다 하지만 포근한 아침.. 고추나무에 하나 둘씩 남아있는 못난이 고추 따서 된장박이 해야겠다 비닐하우스 안은 여전히 건재하다... 어제 고구마 캐 보았더니 세상에~~ 잎은 무성한데 뿌리는 가늘가늘. 올해 흉년이라더니 정말 모든 작황이 시원찮다 이제 일년동안 어르고 쓰다듬던 밭농사 마무리 할 때가 다 되었다 낮에 장에 다녀오다 장거리에 인산인해 발디딜 틈이 없을 정도... 메밀전 부치는 가게 앞은 기다리는 사람으로 장사진을 이루고 이런저런 묵나물이나  고물상 , 막걸리와 돼지껍질 구이 등등... 하기야 이런 시골 아니면 어디서 이런 장구경을 할 수 있을까 가을냄새 물씬나는 봉평의 공기 내음이 한층 상큼하고 맛있는 하루였다!!! **2011년 10월 1일  된서리오다** 일기예보대로 밤새 된서리가 오다 누르스름 가을 타는  잔디밭이 하얗게 보인다 앞에 보이는 지붕들이 다 새하얗게 얼었다. 아직 텃밭에 먹을만한 야채들이 많이 남아있는데... 혹시 서리가 내릴까봐 싱싱한 잎들깨에 어젯밤 비닐을 덮어 주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비닐하우스 안에 있는 노각, 호박, 깻잎, 토마토.....괜찮은 것 같다 아침기온이 너무 차가운지 까미와 루~가 이리저리 팔짝 뛴다 이제 곧 서리맞은 뽕잎이 떨어지리라 올 한 해 구수하게 차로 끓여마신 뽕잎을 올해는 많이 따서 모아놓아야지 텃밭에 배추도 무우도 들깨도 아! 고구마도 이제는 거두어야할 시간~~ <농사는 하늘과 동업.    하늘이 거둘면 소출이 많아지기도 한다>는 어떤 이의 말씀~ 하지만 정원 가득 핀 구절초는 그 하얀빛이 오늘 아침 유난히 눈이 시릴 정도로 희다 백일홍도 아직 그 빛깔을 간직하고 있고 코스모스, 금송화,  배초향.... 아직 서리맞을 준비를 못한 예쁜 꽃들의 빛깔이 더욱 선명해진 아침이다 아.. 콧등이 시리다 장작난로나 활활 때서 이 아침을 덥혀보자 된서리를 녹여 줄 안개가 사방을 감싸기 시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