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파리에서도 연말연시에 카드나 연하장을 주고받는다. 기자 역시 파리에 온 지 3년 가까이 되다 보니 알고 지내는 사람이 더러 생겨 한국·프랑스 사람들로부터 몇 장 받았다. 그런데 한국 사람의 것과 프랑스 사람의 것이 내용에서 너무 차이가 난다.
우선 우리나라 사람들이 보낸 '연하장'을 10장 가까이 받았는데, 멀리 한국에서 온 것 한 통을 빼고는 모두 아무 내용이 없다. '근하신년'이라고 인쇄된 카드에 보내는 사람의 이름만 적었을 뿐이다. 조금 성의를 보인 경우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적었다. “나에게 연하장을 보낸 건 알겠구나” 정도의 위안은 든다. 간단히 안부를 묻는 예외도 있긴 하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받는 사람의 이름을 틀리게 적어놓기도 했다. 안 보내느니만 못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한국에서 많이 경험한 터여서 새삼스럽게 생각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프랑스 사람들이 보낸 것과 너무 비교가 됐다.
2주 전 아이 학교 선생님에게서 크리스마스 카드를 우편으로 받았다. 어른 손바닥만 한 카드 한 면에는 글이 빼곡하게 채워져 있었다. “아이에게 관심을 가져줘 고맙다. 내년에도 좋은 일이 있기를 바란다” 등의 내용이었다. 학부모가 감사해야 할 말을 되레 선생님이 하고 있었다. 20여 명 되는 반 학생들 학부모들에게 아이를 떠올리면서 카드를 보냈을 정성을 생각하니까, 고맙다는 마음이 절로 들었다.
취재 때문에 몇 번 만났던 한 취재원도 카드를 보냈다. 역시 친필로 쓴 글이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취재 당시 자신이 약속시간에 늦었던 일을 거론하기도 했다. 친근함을 보이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아파트 경비원도 편지함에 카드를 넣어두었다. 늘 고맙다는 인사말과 함께 연말을 즐겁게 보내라는 글이 담겨 있었다. 이처럼 프랑스 사람들은 이름만 덜렁 쓰는 등의 성의 없는 카드는 보내지 않는다.
이제는 우리도 형식에 얽매여 무성의한 카드를 보내는 일은 그만둘 때가 된 듯싶다. 사실 공장에서 대량 생산해서 뿌리는 듯한 연말인사 카드는 받는 사람이 뜯어보자마자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일쑤다. 수백 명의 사람에게 성의 없는 연하장을 보내기보다는 주변의 한두 명이라도 꼭 보내고 싶은 사람에게 '마음'을 전하는 것이 나을 것이다. 그런 카드는 받는 사람의 마음속에 오래 남아 있다.
중앙일보 2009. 1. 2 전진배 파리 특파원
이런 것도 아세요? 1만시간의 법칙
↓
어떤 일에 전문가 또는 일가견을 같는데 필요한 시간이다. 1만시간은 하루 3시간씩 10년간 계속해야 하는 시간이다.
더 집중하면 단축할 수도있겠지요. 그러나 아무리 열심히 해도 5년은 걸리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