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진남관
임병식 rbs1144@hanmail.net
어느 도시나 그곳을 대표하는 건축물이 있게 마련이지만, 여수를 대표하는 건축물이라면 단연 국보 304호인 진남관(鎭南館)이다. 이 건물은 구도속 중앙에 위치하여 변함없는 위용을 뽐내고 있다. 여느 도시나 주요 건물은 대개 외각에 있거나 은둔해 있는데 반해 이 건물은 사방에서 보일 정도로 덩그러니 노출되어 있다.
이런 진남관은 호국수호의 상징물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순신 장군은 이곳 동헌에서 집무하면서 앞쪽에 위치한 망해루(望海樓)에 나와 수시로 작전회의를 갖고 뜰에서는 군사들을 조련시키고 병기를 점검했다.
진남관은 정유재란이 끝난 이듬해 후임 통제사로 부임한 이시언에 의해 지어졌다. 하지만 그 건물은 화마를 입어 소실되고 1716년 이재면 수사가 다시 중건을 하여 오늘에 이르고 있다. 이렇듯 이 건물은 수많은 시련과 많은 사연을 안고 있기도 하다.
건물은 400여년의 세월이 지나다보니 낡고 뒤틀려져 붕괴위기에 놓여 있다. 임시방편으로 받침목을 대놓았는데 그것도 안전을 장담할 수 없어 정밀조사 끝에 해체 보수공사를 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이번 에 주택이 들어선 옛 동헌자리도 시에서 매입을 해서 복원을 꾀하는 중이다.
한편, 이 건물 터는 1593년 이순신장군이 삼도수군 통제사의 직첩을 받은후 1601년(선조 34년)까지 8년간이나 본영의 지위를 지켜온 장소이기도 하다. 그만큼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엊그제 는 바로 이곳에서 2월이 끝나는 마직막날(29일) 중요한 행사가 열렸다. 해체공사가 결정나고 마침내 재보수를 위한 기공식이 열린 것이다. 그 자리에 나는 영광스럽게 초청을 받아 참석하게 되었다.
도착한 날은 봄을 시샘이라도 하듯이 추위가 맹위를 떨쳤다. 거기다가 많은 눈까지 내렸다. 그것도 고장에서는 보기드믄 함박눈이어서 하늘도 축하를 해주는 것 같았다. 경과보고를 들으니 공사는 앞으로 3년여에 걸쳐 이루어지며 총 150억원이 들어간다고 한다. 대단한 공사임을 짐작할 수가 있다.
이날 축사에 임한 문화재청장은 의미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국보는 1호인 숭례문이나 304호인 진남관이나 차이가 없으며 그것은 오직 관리번호일 뿐이라고 상기시켰다. 그러면서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에서 해안 방위와 해양을 경영한 국보건물은 진남관이 유일하다며 가치와 역사성을 강조했다.
그런 의미에서 국내최대 목조건물인 진남관은 몇가지 특징이 있다. 68개의 대형기둥이 떠받친 구조로 전면 15칸 측면 5칸의 단순미를 보여준다. 이것이 한껏 우아한 멋을 풍겨준다.
여기에 쓰인 기둥나무는 대부분 남면에서 조달되었단다. 그 먼 곳에서 더구나 섬에서 가져왔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는데 일설에 의하면 조류의 흐름을 파악하여 어느 시기에 그것에서 바다에 띄어 놓으면 손을 대지 않고도 중앙동까지 저절로 도달했다고 한다. 그것이 시실이라면 대단한 지혜가 아닐 수 없다.
지금의 망해루 밑은 당시만 해도 바다였다고 한다. 그걸 감안하면 해안이 100미터 이상 매축이 된 셈이다. 난중일기에 보면 망해루 밑에서 장군은 초어(樵魚)를 수십마리를 잡은 기록이 있다. 이를 두고 이은상선생은 초어는 민물고기인데 바닷고기를 잡았다는 건 말이 안된다고 했지만, 100여년 전만 해도 중앙동 앞은 연등천에서 흘러드는 수로가 있었으니 그리 단정한 건 문제가 있지 않는가 한다.
한편으로 물고기 이야기가 나온 김에 생각난 것이지만 여수의 명물이며 여수사람들이 사랑하는 금풍성이도 장군과는 인연이 있다. 바로 이름을 지은분이 장군으로 알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진남관 해체 기공식은 새삼 이 건물이 여수의 상징이며 역사적인 의미가 있음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앞자리에 앉아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시민들이 구름같이 모여서 자리를 지키고 있었던 것이다. 새삼 모두가 가슴에 담고 사는 여수의 대표적인 건물임을 실감했다.
행사가 끝날 즈음에는 날씨가 언제 그랬느냐는 듯 화창하게 개었다. 나는 기념사진을 찍으면서 부디 공사가 순조롭게 이루어지길 진심으로 빌었다. 2016
첫댓글 진남관은 참으로 여수의 문화적, 역사적, 정신적으로도 간판이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둘레가 2미터가 다 넘은 68개의 기둥을 보고, 천장의 대들보와 각종 조각을 보면 탄성이 절로 나지요!
전의이씨 족보, 이조왕조실록에는 1716년 화재로 소실된 것을 이제면 전라좌수사가 중건했다.
3년이 걸리든 150억원 이상이 들드래도 원형의 진남관이 복원되었으면 하고 기원합니다.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해체복원 기공식날은 서설까지 내려서 의미를 더해주었습니다. 이날의 행사 참석은 개인적으로 의미가 있었습니다.
현존하는 우리나라 최대의 목조건물인바 3년에 걸쳐 150억원이 소요된다니 1716년 중건 시에도 요즘 돈으로 치면 150억원의 거금이 들었을 터이니 실로 대단한 역사가 아니었을까하고 생각해봅니다. 뜻깊은 기공식에 참석하시어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하게 되셨군요. 무사히 복원되기를 기원합니다.
그날의 행사참석은 뜻깊었습니다. 작품을 퇴고하다보니 시간이 임박하여 부랴부랴 택시를 타고 갔었지요.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목조건축물 중 하나인 전라좌수영 객사, 여수 진남관(국보 304호) 복원이 끝났는가요?
요새 가보지 않았지만 아마도 지금도 보수공사중일 겁니다. 오래걸리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