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성이 친구들 모임이 있어 도서관을 비우게 되었다.
하교 후에 4학년 수학공부모임, 저녁에 영어회화모임이 있어 마음이 쓰였다.
다행히 이소희선생님이 아이들 저녁을 사다주신다고 하셔서 안도했다.
어른없이 아이들이 한 시간정도 도서관에 머무는게 마음이 쓰였다.
그 시간동안 아이들이 잘 지낼 수 있는 방법을 궁리했다.
엉덩이탐정이 떠올라 아이들에게 문제를 내주고 가기로 했다.
수학과 영어공부모임이니 그에 맞는 문제를 찾았다.
수학경시대회 4학년 문제에서 문제를 찾고, 아이들의 영어책에서 문제를 냈다.
과연 아이들이 연락을 할 것인가.
미리 온 하윤이는 계속 문자를 보냈다.
이거 다람쥐선생님이 남기고 가신거에요?
지금 풀어도 되요?
답이 틀리면 다시 풀어도 되나요? 등등
그래, 하윤아 친구들과 함께 미션을 해결하라고 이야기해주었다.
잠시 뒤 인증샷이 도착했다.
모든 문제를 푼 아이들에게 소정의 상품이 있는 곳을 알려주었다.
잘 지내고 있나 안심하고 있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선생님, 터졌어요."
"응? 머가 터져?"
"ㅎㅏ ㅅ ㅍ ㅐ ㄱ"
"응? 머가 터졌다고?"
"핫팩이 터졌어요."
핫팩이 터지면 어떻게 되는지 감이 잡히지 않아
혹시 다치진 않았는지 물어봤다.
다친 곳은 없는데 주방이 난리가 났다고 했다.
그래, 다행이다. 그냥 놔두면 정리한다고 이야기하고 끊었다.
은성이 모임 후 도서관 문을 닫으러 잠시 왔다.
대충 주방을 훓어봤을 땐 괜찮은 듯 싶었고 저녁에 남김 돈까스가 있길래 집으로 가져왔다.
은우 은성이와 잠자리에 누워 은우에게 대체 무슨 일이 있었는지 물어봤다.
누군가 핫팩을 가지고 놀다가 핫팩이 터져 주방에 핫팩 가루가 다 날렸다고 한다.
그릇에 상에 카페트에 친구의 머리카락에 그리고 돈까스에.
머? 돈까스? 집에 가져온 돈까스를 은성이와 몇 조각 먹었다.
"은우야, 엄마랑 은성이 돈까스 먹었는데?"
"엄마, 그거 버리려고 놔둔거였어."
오마이갓.
"은우야, 엄마가 내일 아침에 못 일어나면 00의 핫팩 때문에 죽었다고 이야기 해줘."
은우가 깔깔대고 웃었다.
다음날 멀쩡히 아침에 일어났다.
아직 살아있다.
도서관에 나와서 자세히 보니 먼지인지 가루인지 하는 새까만 가루들이 주방에 널려있었다.
그리고 아이들의 모습이 상상이 됐다.
핫팩이 터지는 순간, 고함, 서로의 눈빛을 확인하고 뒤처리를 위해 부단히도 애쓴 모습들이 그려진다.
도서관 청소하라고 나에게 시간을 마련해준 고마운 아이들
과연 이 철가루는 어디까지 날아간걸까?
도서관 이곳저곳에서 먼지인척 먼지가 아닌 척 숨어있을 이 가루들을 생각하니
그냥 포기하고 함께 살기로 결정했다.
첫댓글 또 하나의 추억이 도서관 곳곳에 남아 있겠어요. 글만 읽어도 핫팩이 터지는 순간에 아이들의 소란이 그려져요.
유경이와 축제가 벌어지는동안 도서관에선 또 다른 축제가 벌어지고있었군요 별일없이(?)지나감에 안도를.. 살아계셔서 다행입니다 선생님과 은성이 ㅎㅎ^^
동막골의 팝콘같은 그런 느낌..?
나눠 먹고 없애자구요 ㅎㅎㅎ 밤실까지 날아와라.